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1월 25일 (토요일) A10 화제 우울증은 암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병이다. 그렇기는 해도 남편 의 우울증과 3년 전 자살을 돌아 보면 우울증은 정말이지 암과 아 주흡사하다. LA에서청소년전문의사로일하 면서 나는 우울증과 정신질환 환 자들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소아 과 레지던트로 훈련을 받으면서 나는 많은 어린이 암 환자들을 돌 보았다. 사람들은 이들 두 질병을 놀라울 정도로 전혀 다르게 보고 있다. 남편은첫번째결혼에실패했다. 우리가 만나기 전의 일이다. 그의 전처는 그가 사랑 받을 자격이 없 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유 전적 요소와 유년기의 학대 경험 을볼때그는자신이평생외톨이 로살수밖에없을것으로믿었다. 그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예상치 않게 그는 아침에 눈을떴다. 그즉시그는차를몰고 UCLA로가서정신병동에입원했 다. 치료를받고약을복용하면서그 의상태는개선되었다. 그리고는 6 개월후우리는만났고, 우리는곧 서로소울메이트라고느꼈다. 그는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깨달았다. 그와 나는 그의 자살 시도를 결 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항상 전 문가의지원과치료를받았다. 우리가결혼하지거의 20년이되 었을 때였다. 아이가 둘이고, 집을 장만했고, 할수있는한타협하며 결혼생활을 했다. 의사소통을 잘 했고, 커플 테라피스트의 상담을 받았다. 그의끔찍한병은치료된것만같 아 보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란 사 실이 드러났다. 그는 완치된 것이 아니었다. 일부 암들이 그렇듯이 그의 우울증은 단순히 잠잠해진 것뿐이었다. 그의첫번째자살시도가다시는 사랑을 얻지 못하리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면 두 번째 두려움은 가족 부양자로서 완전 실패자라 는것때문이었다. 둘다전혀근거 가없는생각이었다. 남편의 아버지는 특별한 기술도, 변변한 직업 훈련도 받지 못했다. 50대에 감원된 후 다시는 취직하 지못했다. 60대에 사망할 당시 그가 남긴 것이라고는 엉망이 된 재정이었 다. 그는아들에게항상자기같은실 수를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했 다. 그래서남편은전기엔지니어이 자 변호사가 되었다. 하나가 잘못 되면 항상 대체할 게 있는 것이었 다. 둘다전문직종사자였음에도우 리의결혼생활에서어려움은대부 분 돈 문제로 집결되었다. 우리는 지출패턴이달랐다.그럼에도문제 를잘풀어나갔고, 타협하는법을 배웠고, 은퇴를 위한 저축도 했다. 결코 재정적으로 위험한 상태가 아니었지만남편은여전히부족하 다고걱정을했다. 그가죽기전마지막2년동안, 업 무와 관련한 그의 불안은 점점 심 해졌다.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잤고 체중이줄었다.그에게서는생기와 기쁨이 사라졌다. 우리는 결혼 상 담을더자주받았다. 문제들을파 악하고 그의 우울증을 어떻게 관 리할지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남 편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나는 지출을줄였다. 그가죽기전주말,남편은침대에 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병원으로 데려다줄까물으니그는괜찮다고 했다. 토요일날나는그의정신과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 의사가 그 와 통화를 하고 돌아오는 화요일 로진료예약을잡았다. 그는월요일에죽었다. 그가정신 과의사에게 한 마지막 말들은 지 능이 사라져가는 느낌이라는 것, 그리고자기아버지처럼자신도실 패자라는느낌이든다는것이었다 는사실을나는나중에알았다. 사망 당시 남편은 20년 동안 그 랬듯이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었 다. 첫번째자살시도직후그는강도 높은 치료를 성공적으로 받았다. 암 치료로 보자면 방사선 치료와 화학요법 치료에 해당하는 것이 다.그리고병은잠잠해졌다. 그는재발을방지하기위해암환 자가하듯모든것을다했다. 재발 초기 징후들을 성실하게 점검했 고, 위험요인들을가능한한줄였 다. 담당 정신과의사는 필요에 따 라복용약을바꿨고우수한치료 와카운슬링을제공했다. 하지만결국남편이한모든노력 은전혀도움이되지않았다. 오랜 세월 잘 듣던 약을 계속 복용했지 만더이상듣지않게되었다. 숨죽이고있던암이어느순간되 살아나 결국 환자를 죽게 하듯이 우울증 역시 첨단 의학과 온갖 자 원들을 동원해도 결국은 목숨을 앗아가는만성질환일수가있다. 모든암이다치료가되는것은아 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우울증이 다 치료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의 사랑과 남편의 훌륭한 관리라는 튼튼한 토대 덕분에 남편은 우울 증이라는 병에 잡아먹히기 전 20 년을그런대로살수가있었다. 우울증은 암이 아니란 걸 안다. 하지만 두 병이 모두 잠행성일 수 있다. 암은 통제되지 않는 세포분 열과 온 몸으로 암세포가 퍼지는 것이 문제이다. 우울증은 신경전 달물질들의 작용과 분자들이 기 분에영향을미치는문제이다. 연구진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결과로 본다. 그리고 남편 의 정신질환 가족력 그리고 학대 받은 유년기를 고려하면 그에게 왜그런병이있는지는쉽게알수 가있다. 남편은자살로죽었다. 하지만그 를 죽인 것은 우울증이었다. 그의 자살은이성적이고의도적인행동 이 아니라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 운 질병의 합병증이자 치명적 결 과이다. 암이 몸을 침범하듯이 우울증 은 정신을 침범한다. 그리고 불치 의 암환자 유가족들이 병의 진행 을멈추게할힘이전혀없다는것 을알고있듯이자살로죽은우울 증 환자의 유가족들도 마찬가지 이다. 나는남편이몹시도그립다. 그는 아름답고 명석하며, 섬세하고 부 드러운 영혼이다. 하지만 질병으 로 인해 그의 삶은 감당하기에 너 무도벅찼다. 내남편이그랬듯이,우울증은많 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세상을 떠 남으로써 마침내 고통을 멎게 할 수있는길을찾게만든다. 치명적암을치료할방법을찾으 려고 계속 노력하듯이 너무 많은 삶을 짧게 잘라버리는 우울증을 사람들이 극복하도록 도울 길을 찾아야한다. <ByJillHalper,M.D.> <삽화: Kyutae Lee /뉴욕타임스> 암이 몸을 침범하듯 우울증은 정신을 침범 암처럼 우울증도 일부 환자의 생명 앗아가 첨단 의술과 자원 투입해도 결국은 병 재발 우울증이 암과 아주 흡사할 때 암이 그렇듯이, 우울증은 치료가 될 수도 있는 만성질환이다. 하지만 어떤 환자들에게 이들 질병은 첨단 의술과 자원을 동원해도 결국은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병이 된다. 전국 자살예방 라이프라인 1-800-273-8255(TALK). 자살예방 지원 단체 명단은 웹사이트 SpeakingOfSuicide.com/resource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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