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1월 25일 (토요일) D10 기획 “뭐야, 11만원짜리 티켓이 28만원이 라니.” 지난해9월 7인조아이돌그룹팬김선영 (가명ㆍ27)씨는가슴이덜컥내려앉았다.그 토록바라던‘최애’그룹의연말공연티켓이 한 온라인사이트에서버젓이거래되고있 었기때문이다.예매개시뒤1분만에접속 했어도실패를맛본김씨를우롱하듯판매 자들은너도나도티켓을양도하겠다는글 을올려놨다. 판매자들이제시한 티켓가격은 구역과 좌석에따라천차만별이었다.정가 11만원 짜리티켓 ‘몸값’이보통 20만원대로 훌쩍 높아졌다.심지어50만원을부르는이도있 었다.정가보다훨씬비싼값이었지만액수 는상관없다는듯 ‘판매완료’ 딱지가곳곳 에붙어있었다. 예매성공률을높여주겠다는솔깃한제 안도눈에띄었다.반복작업명령어를묶어 자동화한 ‘매크로(Macro)’가포함된컴퓨 터프로그램을구입하라는얘기였다. 매크 로프로그램은정밀도에따라적게는5,000 원에서비싸게는2만~3만원에거래됐다. 마음이급해진김씨는한판매자에게쪽 지를보냈다.예매처는암표방지를위해1 인당 2장으로 구입수량을제한했지만해 당 판매자는여러장도양도할 수있다며 티켓‘인증샷’을보내왔다.“여러명이동시 에문의를하고있어서결정이지체되면이 마저도 금세동날 것”이란 독촉에다급했 던김씨의마음이움직였다.결국김씨는정 가보다 두 배이상비싼 28만원을 송금하 고티켓을넘겨받았다. 공연티켓 간절한 팬심이용 2010년대전후등장해활개를치고있는 온라인암표상들은정확히김씨같은이들 을 노린다. 돈은 따지지않고 오로지공연 티켓만 간절히원하는 팬들 말이다. 몇해 전부터는반복작업을자동화한매크로프 로그램을활용해재빨리티켓을선점한뒤 고가에되파는수법으로진화했다. 좀처럼정체가 드러나지않았던 ‘매크로 암표상’이처음수사기관에포착된건지난 해11월이다. 수사끝에경북경찰청사이버 수사대는매크로프로그램을이용한암표 판매조직22명을잡아들였다.경찰은이들 중 총책A(29)씨와 매크로 프로그램개발 자 B(29)씨를구속했고, 22명모두를기소 의견으로검찰에송치했다.매크로프로그 램을이용한온라인암표상의첫번째구속 이자첫검찰송치다.검찰이22명전원을기 소해곧법원의판결도나올예정이다. 경찰에따르면A씨일당은 2016년 5월 부터지난해8월까지타인아이디(ID)2,000 여개를 도용해방탄소년단(BTS), 워너원 (Wannaone) 등 아이돌그룹 공연 티켓 9,173장을 구매한 후 되팔아 공연기획사 및예매처의업무를방해한혐의(정보통신 망법위반및업무방해)를받는다. 티켓값 을열배이상높여불러온일당은 3년여간 무려7억원을챙겼다. 범행의핵심은 ‘매크로 프로그램’ 이들이꼬리를잡힌단서는경북경산시 의티켓수령지였다. 경찰은예매처방침에 따라 1인 2장만구매할수있는아이돌공 연티켓17장이한꺼번에이주소지로배달 된점을수상하게여겼다.직접찾아간경찰 관들은놀랄수밖에없었다.주소지를입력 한 내비게이션은끝없이펼쳐진논밭의한 복판을가리켰기때문이다. 현장은더황당했다. 마을사람 몇몇아 니면길조차찾기힘든곳에2층규모의조 립식건물이었다. 사람이살던흔적이나티 켓예매를위한컴퓨터등이렇다할장비도 없었다.경찰은곧장그곳으로배달된티켓 17장의구매자 ID를 추적했다. 오금식경 북경찰청사이버수사대장은 “자신들이특 정되기쉬운지인들의주소지를피하다보 니인적이드문 농가의창고를 고른것”이 라고설명했다. 파면팔수록한둘이서시작한어리숙한 범죄가아니었다.경찰이애초에예상한것 보다훨씬치밀한조직이었다.예매를주도 하는 총책부터프로그램개발자, ID 섭외 자,티켓운반책,자금모집책등역할구분 이명확했다.심지어는적절한배송지를물 색하는담당자까지따로뒀다.일당22명이 거주하는지역도서울,대구등전국에분산 돼있었다. 범행의핵심은 매크로 프로그램이었다. 경찰에따르면프로그래머B씨가 제작한 매크로프로그램은마우스커서가미리설 정해둔 온라인 사이트로이동한 뒤로그 인부터티켓구매까지적절한 위치에서자 동 클릭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온라인 사이트의예매화면을하나의좌표로봤을 때특정좌석이나예매버튼위치에해당하 는X,Y값을지정해자동으로마우스를해 당 값으로 옮기게한 것이다. 손으로일일 이커서를 옮겨예매할 경우 1분이걸리는 일을매크로프로그램은 5초안팎에끝낼 수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은예매처의보안절차 도무너뜨렸다.티켓예매사이트들은주로 로그인이후 사용자가 사람인지기계인지 구분하는 자동 계정생성방지기술 ‘캡차 (CAPTCHA)’를심는다.특정문자나이미 지를보여주고로그인당사자가그대로쓰 거나같은이미지를클릭하게하는것이다. 일당은각예매처가사용하는캡차문자 와이미지꾸러미를미리매크로프로그램 에입력해놨다.특정문자나이미지가뜨면 프로그램이자동으로꾸러미에서가장유 사한것을찾아단1,2초만에보안절차를 무장해제했다. 11명이 ID 수집, 해외판매책까지가동 일당의치밀성은 ID 수집과정에서도드 러났다. 매크로 프로그램에적용할 ID를 끌어모으는데C(23)씨등무려11명이뛰어 들었다. 가족과친구, 후배등지인들의ID 만 수집했다. 무작위로 ID를빌렸을경우 행여티켓을수령하고잠적할수있다는점 을 꼼꼼하게챙겼다. 물론 대가도 지급했 다.ID를1년사용하는조건으로10만원을 제공하고,1년이되는시점에성과급형식으 로10만원을추가로주는방식이다.오금식 사이버수사대장은 “암표를 10배넘는 값 에되팔다보니ID대여금은충분히충당이 가능했다”며“투자금을모으고자금을관 리하는인물도주도면밀하게움직였다”고 말했다. A씨는 C씨등에게서받은 ID와 투자금 을 기반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많 게는 수백장의티켓을 한 번에구매했다. 경찰에따르면티켓예매사이트 중 5곳에 서만 3년간 8억4,000만원어치를 샀다. 일 당은 이렇게 확보한 티켓을 온라인 커뮤 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 해홍보하고 판매했다. 13만원에사들인 유명아이돌 가수의콘서트 티켓을 150만 원에파는식이니수익은금세수억원대로 불었다. 국내팬들뿐 아니라 중국인 등 외국인 에게티켓을 판매하는 해외판매 담당자 D(29)씨가 포함됐다는점도 놀라운 대목 이다.D씨는서울에서게스트하우스를운 영하며일종의부업으로암표를팔았다.경 찰조사결과처음엔자신의게스트하우스 에묵는손님들을상대로티켓을판매하다 가 차츰 규모를 늘렸다. 해외팬들에게입 소문이퍼지자여행사를통하는방식으로 판매량을늘렸다.해외팬의경우티켓값을 높여부르기가더욱쉽다는점을십분활용 했다. 경찰청은이사건을포함해지난해초아 이돌그룹공연티켓판매자료를분석한결 과티켓2,652장이142곳으로배송된사실 을파악했다.1인 2장만구매할수있다는 것을감안하면적어도 1,326곳의배송지가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10분의1에불과 했다.ID는 달라도배송연락처가 똑같은 구매자도다수였다.경찰청의정보를넘겨 받은12개지방경찰청은각각내사및수사 에착수했다.구체적혐의가잡히는대로수 사를확대할계획이다. 악용범위넓어지는 ‘매크로범죄’ 경찰청과 문화체육관광부 등정부기관 이지난해부터온라인암표상근절에나서 면서성과가하나둘나오고있지만명확한 규제장치가없다는점은큰걸림돌이다.오 프라인암표상은그나마경범죄처벌법으 로단속해도온라인암표거래는단속을위 한법적근거가없다.경북경찰청이매크로 암표상일당 22명에게공연기획사와예매 처에대한업무방해,ID 도용으로인한정 보통신망법위반혐의를적용한것도이때 문이다.온라인암표상을근절하기위한정 보통신망개정안등관련법안이여러차례 발의됐으나여전히국회에계류중이다. ‘법의사각지대’가 공공연히드러나면서 매크로악용범위는점차넓어지고있다.아 이돌공연티켓뿐만아니라스포츠경기티 켓, 불꽃축제등전국행사티켓등도매크 로암표상들의먹잇감이다.매크로프로그 램을활용해인터넷댓글을조작하거나음 원을사재기하는사례들도등장하고있다. 19대대통령선거전‘드루킹’김동원씨가네 이버댓글을조작해파문을일으킨‘킹크랩’ 도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김씨는지난해 8 월항소심에서도징역3년의실형이선고됐 다. 신지후기자 논밭 창고에콘서트표 17장 배달$처음 꼬리밟힌‘매크로암표 조직’ 정보통신망법처벌 규정세밀화$ ‘캡차’ 주기적업데이트 등 본인 확인더까다롭게 <21>팬들지갑터는 ‘매크로암표’ 1분걸리는티켓팅을 5초만에 컴퓨터마우스이동을자동설정 예매사이트순식간에클릭클릭 사람^기계구분방호벽도무력화 경찰, 파면팔수록치밀한조직 총책^프로그램개발^티켓운반책$ 적절한배송지물색담당자까지 일당 22명서울^대구등에분산 가족^친구등지인 ID 끌어모아 아이돌공연티켓등 9173장구입 10배이상값되팔아 7억원챙겨 처벌법없어업무방해혐의적용 자주쓰는여러명령어를키하나에묶은 매크로를사용하는것은그자체로범죄가 아니다.일상에서접하는컴퓨터프로그램 이나문서작성도구등에도매크로가활용 되지만범죄에악용되는게문제다.지난해 경북경찰청이검거한온라인암표조직이대 표적인사례다.이조직은매크로프로그램 을돌려공연티켓을싹쓸이한뒤간절한이 들에게웃돈을얹어판매하는수법으로부 당이득을챙겼다. 전문가들은무엇보다법의공백해소가 시급하다고입을모은다.김현걸한국사이 버보안협회(KCSA)이사장은 “예를 들자 면현재의정보통신망법은빵을훔친경범 죄와강도등강력범죄를같은수준으로처 벌한다”며“지능화하는사이버범죄예방과 근절을 위해서는 정통망법부터세밀하게 다듬어야한다”고지적했다. 김승주 고려대정보보호대학원교수도 “굳이‘매크로’라는 단어를 삽입해새로운 법을만들지않더라도업무방해등지금도 적용할 수있는 법령들을 강화하면될것 같다”면서“부당하게얻은이익보다 처벌 수위가 높도록 조정하는 방식이현실적일 것”이라고조언했다. 매크로 프로그램 악용 행태를 1차적 으로 포착할 수있는 온라인티켓예매처 의보안 강화도필요하다. 로그인당사자 가사람인지기계인지구분하는기술 ‘캡차 (CAPTCHA)’의문자및이미지조합경우의 수를주기적으로업데이트하는것도한가지 방법이다.김이사장은“기술적으로는보안 문자입력이나휴대폰인증문자까지도여러 기술로무너뜨리는게가능하다”며“예매처 등이보안프로그램의문자,이미지풀을지 속적으로바꾸거나퀴즈형식으로지능화하 는현실적고민이뒤따라야한다”고말했다. 그러면서“시스템강화의무를업체들에만 지울게아니라보안당국이경각심을갖고 적절한지원을해줘야한다”고강조했다. 암표를구매하려는소비자개개인의주의 도요구된다.경찰청관계자는“티켓가격을 정가보다너무높게올려서판매한다면일 단은경계부터해야한다”며“올해초마련 하는온라인암표신고창구등을적극적으 로활용해달라”고당부했다. 신지후기자 ‘매크로티켓싹슬이’ 막으려면 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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