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2월 8일 (토요일) A10 특집 2007년 9월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에서 이동 중 EFP 공격을 받고 반파된 미군의 특수지뢰방호차량(MRAP·엠렙) 쿠거. 방탄 기능을 대폭 강화한 엠렙도 엄청난 관통력을가진 EFP 앞에선속수무책이다. <미군제공> 무기와 표적 새해 벽두부터 IED가 다시 소환됐다. 미군이 지난달 3일 무인기로 폭 살한‘이란 2인자’가셈솔레이마니쿠드스 군사령관의죽음이IED를전면에불러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튿날“솔레이 마니는죽었지만그는소름끼치는‘고급IED ’를 유산으로 남겼다”고 전했다. 미국이 솔 레이마니를 콕 집어 제거한 진짜 이유는 중 동내역학관계를떠나IED때문이라는것이 다. 지금까지 이라크에서만 미군 4,576명을 숨지게한상당수무력공격의배후에솔레 이마니가 설계·제작하고, 또 퍼뜨린 IED가 있다고미국은장담한다. 전장(戰場)뿐아니 라IED는핵무기등첨단전력이판치는21세 기에비정규전과테러를자양분삼아사회안 전망을교란하는‘비대칭위협’수단으로진 화하는중이다. ■저비용·고효율끝판왕 급조라는명칭에서보듯, IED는쉽게말해 ‘사제 폭탄’을 총칭하는 용어다. 미 국토안 보부는“작은 파이프폭탄부터 대규모 폭발 을일으키는정교한장치까지인명피해및피 해를 초래하는 무기”라고 IED를 정의한다. 이를테면 전력(Power)과 뇌관(Initiator), 폭 발물(Explosive), 기폭장치(Switch) 등4가지 조건만갖추면무엇이든IED가된다.자살폭 탄테러에흔히이용되는조끼·차량, 기존폭 발물을 개량한 고성능 폭약 등이 모두 IED 범주에속한다. 때문에 IED는 새로운 무기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존재했다고보는편이맞다. 실제전 쟁이아니더라도굵직한테러에는어김없이 IED가 등장한다. 1995년 미 오클라호마 연 방청사테러사건의주범티모시맥베이는질 산암모늄으로폭탄을즉석에서제조해 169 명을죽음으로몰아넣었다. 263명의사상자 를 낸 2013년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에서 는압력밥솥과쇠구슬이활용됐다. 그러나 IED의 두려움은 2000년대 초 이 라크·아프간전을 기점으로 대중에게 본격 적으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반미 저항세력 은주로미군이이동하는길목에사제폭탄 을매설해놨다가차량이도착하면기폭장치 를가동해인명을해치는수법을썼다. 통신 기술발달로‘원격조종’이가능해진덕분에 상대의움직임을파악하고폭발물을터뜨릴 수있어정확도도높아졌다. 땅에묻어놓고 적이지나가기만기다리는지뢰와가장큰차 이점도바로제어기술에있었다. IED의최대미덕은비용대비효과다.“30 달러어치 비료로 1억 달러짜리 첨단무기를 무력화시켰다. 진정한‘현대판 포병’이다.” 마이클바베로전미육군중장은 IED의위 력을이렇게요약했다. IED는수백억원을호 가하는 탱크를 한낱 고철로 만들고 미군의 팔다리를 훼손하기 일쑤였다. 특히 납작한 차체로유명한‘미군의아이콘’험비가표적 이됐다.미일간USA투데이는“험비는바닥 높이가낮고무게가가벼운데다몸체도알루 미늄 소재가 많아 IED에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없었다”고분석했다. IED의위험성은수치로도입증된다. 미국 방부 자료에 따르면 이라크·아프간전 개전 10년간매설용IED나자살폭탄차량에의해 3,100명넘게사망하고 3만3,000명이부상 했다.아예사지를모두잃은미군이1,800명 에 달한다. 미 행정부는 양대 전쟁 사망·부 상자의 절반 이상을 IED 피해자로 본다. 급 기야미국은 2006년국방부산하에 IED 대 책을 전담하는‘합동급조폭발물무력화기 구(JIEDDO)’라는별도조직까지만들었다. JIEDDO국장을지낸존존슨예비역중장은 “IED는 미군이 전장을 이동하는 방식에 막 대한영향을줬다”며“도로를피해헬리콥터 등항공수단에보다더의존하게됐다”고평 가했다. ■솔레이마니의유산EFP 사실미국도무작정당하고만있지않았다. 매년수십억달러를들여IED해체인력을양 성하고대응체계를마련했다. 특히 2008년 이후실전배치된IED맞춤형장비인특수지 뢰방호차량‘앰렙(MRAP)’이 큰 역할을 했 다. 앰렙은험비와달리차량하부를V자형 태로두껍게제작해폭발력을분산시켰고안 전성은한층강화됐다. 하지만 대당 100만 달러나 하는 앰랩마 저 어쩌지 못하는 무기가 금세 나왔으니‘ EFP(Explosively Formed Penetrators)’이 다.‘폭발성형관통자’라는난해한이름이붙 은EFP는간단하게관통력을높인IED의업 그레이드 버전으로 보면 된다. 만들기도 쉽 다. 원통에들어있는작약(폭탄을파열시키 는화약)위에구리구슬등금속을덧대그추 진력으로 적을 저격한다. 미 사실확인 전문 기관 폴리티팩트는“기존 IED는 모든 방향 으로에너지와파편을보내지만EFP는대포 처럼한쪽으로작동하며최대초속3,000m 의힘과결합해목표물을뚫는다”고설명했 다. EFP의가공할만한위력은미군의주력 전차M1에이브럼스탱크를관통할정도다. 솔레이마니의이름은이때등장한다. 미당 국은 그간 그가 이끄는 쿠드스군이 이라크 내친이란시아파민병대에자금을지원하고 EFP제조법과물류등을제공해지속적으로 테러를 사주했다고 확신한다. 2007년 발간 된미의회조사국보고서는이라크내 EFP 확산과관련한이란의역할을상세히기술하 고있다.“그들(이란)은인터넷으로 (폭탄) 제 조기술을광고하고직무별로개별계약을체 결하면서 테러 전 과정을 자율로 위장한다. EFP 테러조직은 자금원, 폭탄제조업자, 실 행자등 6~8명으로구성된다.”미국방부는 지난해 4월“이라크에서 이란군에 의해 살 해된미군은603명”이라며구체적인숫자를 공개하기도했다.WP는“미군이솔레이마니 제거직전이란과가까운이라크시아파민병 대‘카타이브-헤즈볼라’의 군사시설을 공 습한것도그를테러총책으로여겼다는증거 ”라고해석했다. ■끝나지않는 IED악몽 IED가전쟁의판도자체를바꾸는건아니 다.더큰무서움은따로있다.파병장병들은 언제어디서폭탄이터질지모른다는강박관 념이뇌리에박혀죽을때까지‘IED트라우 마’와싸워야한다. 대표적증상이뇌손상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다. 미랜드연구소는 2008년보고서를통해“ 이라크·아프간 파병 미군 중 19.6%가 IED 로인한‘보이지않는’뇌손상에시달리는것 으로추정된다”고밝혔다. 직접적인타격없 이도 폭발로 인한 불안감과 불면증, 인지능 력 저하, 심할 경우 알츠하이머까지 다양한 신경학적장애가동반돼평생을간다는것이 다.미다큐멘터리잡지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15년2월호에서여러관련사례를소개하 며“IED가 야기한 뇌손상의 미스터리는 풀 기힘든숙제”라고지적했다. 정보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IED를 완전히 퇴치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 같다. 미군은 2000년대 중반부터‘전자 재밍(전 파방해)’방식등으로IED에대응하고있다. 기폭장치인 휴대폰 신호를 방해해 원격 기 능을 봉쇄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2008 년 EFP 공격횟수는정점에달했다고한다. USA투데이는“두 개의 전쟁을 거치면서 IED는다른어떤무기보다영향력을확대하 고있다”고진단했다. 김이삭기자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진짜 이유…‘IED 공포’ 자살테러 조끼 등 사제폭탄 총칭 2000년대 초 이라크·아프간전 당시 미군 사상자 절반이 IED 피해 미, 수십억 달러 들여 IED 대응 불구 원격조정·폭발력 강화 날로 진화 미군들 불안감에 트라우마까지 IED 업그레이드한 EFP 등장 미 “솔레이마니가 제작·확산” 분석 미국이이라크전쟁에서압승을거두고6주가지난 2003년5월26일, 현지전투지역에서예레미아스 미스미육군일병이숨졌다. 차량밑에서일어난 폭발사고가 원인이었는데, 정확히 어떤 살상무기 가그를사망에까지이르게했는지는끝내밝혀지 지않았다. 미군당국은“피해자가폭발되지않은 병기에노출됐다”는모호한발표를내놓았다. 폭 발사고는분명하지만기존폭탄작동원리로는설 명이불가능하자이런모순된결론을내린것이다. 이후20년가까이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에파병된 미군을벌벌떨게한‘급조폭발물(IED·Improvised ExplosiveDevice)’공포의시작이었다. <급조폭발물> 이라크에서 발견된 EFP. 작약이 폭발하면 위에 덧댄 구리판중심부가찌그러지면서원추형으로변한덩어 리가 최대 초속 3,000m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발사 된다. <위키피디아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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