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2월 8일 (토요일) D10 기획 ‘오늘날권력의거짓말은개별사실을왜 곡하는식이아니라아예세계전체를날조 하는 식으로이루어진다.’ 장 보드리야르 (1929~2007)의말이다. 오늘날실재는 권 력이날조한가상으로대체되었다. 하지만 실재가 사라진것은아니다. 그저안 보이 게됐을뿐이다.때문에가끔실재계의요소 가주책없이가상계로침투하는일도생긴 다.이를 ‘돌발사태’라부른다.실재계의요 소는아무리작은것이라도가상의가상성 을 폭로하기마련. 때문에권력은 그것을 신속히제거하려한다.이를 ‘저지전략’이라 부른다. 돌발사태와 저지전략 이생각을 SF로 해석한 것이바로영화 ‘매트릭스( 작은 사진 )’다. 영화에서주인공 네오는아키텍트가날조한세계에산다.어 느날그에게실재계로부터사람들이찾아 온다.이것이돌발사태다.모피어스일당은 비록작은집단이나,그존재만으로도가상 의가상성을 폭로할 수있다. 그래서매트 릭스는이들을제거하려한다.이것이저지 전략이다.영화에서그임무를맡은것이바 로스미스요원.그는네오일당을추적,제 거함으로써인간들의수면상태를계속유 지하려한다.가상세계의관리인인셈이다. 보드리야르는저지전략의실례로워터게 이트사건을제시한다.이사건은원래미국 식민주주의의추악함을폭로했어야한다. 그런데이상하게도 우리에게이사건은거 꾸로미국식민주주의의위대함을 보여주 는예로기억된다.왜그럴까. 간단하다. 권 력이이사건을철저히‘개인의스캔들’로다 루었기때문이다. 즉, 타락한것은권력자 체가아니라닉슨개인이라는것이다. 고로 그만 물리면권력은 계속 깨끗한 척할 수 있다.심지어‘대통령도잘못하면물러나야 하는나라’라고칭송까지받는다. 미국의대통령은아마누구나도청을했 을것이다.닉슨의전임자도,그의후임자도. 그저들키지않았을뿐,부패는권력의본질 이기때문이다. 그런데이를기자가폭로해 버렸다.이것이돌발사태다.실재계에서들 어온 요소는 그 존재만으로도 가상의가 상성을폭로한다.고로신속히제거해야한 다. 결국권력은그사건을닉슨개인의도 덕적문제로프레이밍했고, 그로써자신의 부패한본질을감추고,위대함의후광까지 얻었다.이것이저지전략이다. 권력은 대개 이런식으로위기를관리한다. 이것이자유주의적버전의저지전략이라 면, 문재인정권의위기관리방식은성격이 사뭇다르다. 우리나라에서도역대정권은 감추려다 실패한 비리사건의경우 개인적 도덕성의문제로치부해, 당사자를도려내 는식으로처리해왔다.이정권은 다르다. 그들은부패한자들을도려내는대신에외 려끌어안고,아예그들에게맞추어세계를 새로날조하려한다.거기에늘노골적선동 과대중의자발적동원이사용된다는점에 서,이정권의전략에는다분히전체주의적 구석까지있다.민망한일이다. 매트릭스리로디드 사실문재인정권은 ‘촛불정권’이라하기 어렵다.원래민주당사람들은탄핵에반대 했기때문이다. 예를 들어조국 교수는 세 가지이유를 들어탄핵불가를 외친바있 다.먼저소추안통과에필요한의석이부족 하고, 통과돼도 황교안 당시총리가 권한 을대행하며, 헌법재판소의구성상인용을 장담할 수도없다는것이다.이정권사람 들은원래‘촛불’을든민중의힘을믿지않 았다.말이촛불정권이지,문재인정권은이 른바 ‘친노폐족’이운 좋게국정농단 사태 를만나권력을거저얻은것에더가깝다. 그런데도권력은자신을성공적으로 ‘촛 불정권’이라브랜딩했다.그러고는스스로 적폐청산의역사적사명을짊어졌다. 개혁 의주체는자신, 대상은물론전(前)정권이 었다.이작업이일단락되자그들은새로검 찰ㆍ경찰ㆍ법원ㆍ언론을청산해야 할적폐로 꼽았다.청산작업의논리적전제는‘정권은 깨끗하고바깥은더럽다’는것.권력이40% 지지자들의머릿속에날조해심어준 환상 이다. 그런데돌발사태가 발생했다. 가상 속으로주책없이‘유재수’라는실재계의요 소가침투한것이다. 권력은 신속히움직였다. 민정수석이이 를덮었다.사태는저지되는듯했다.하지만 일개수사관이이를폭로해버렸다.그러자 권력은재빨리그의뒤를캐서그를묻어버 렸다.이로써사태는다시저지되는듯했다. 조국 사건도 비슷하다. 그의아내가 표창 장을위조하다가발각됐다.이는노무현에 서조국으로이어지는 신통기의허구성을 폭로하는 돌발사태였다. ‘혹시이거룩한 분도실은적폐가아닐까?’이의심의확산 을 막으려권력은 대학 총장의뒤를 캐그 를거짓말쟁이로만들어버렸다.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도 마찬가지다. 정권의지지자들은그런짓은 ‘이명박근혜’ 의적폐정권에서나 하는것이라 굳게믿고 있었다. 그런데그 환상을 깨는 돌발사태 가 발생한것이다.이사건은검찰 서랍 속 으로 사라져버렸다.이사건이1년 8개월 만에서랍에서나왔을때만해도권력은이 일련의돌발사태들이무난히저지되리라 믿은 듯하다. 검찰총장을 세운 것이바로 자기들이었기때문이다. 문제는그총장이 하필윤석열이었다는것. 그들의프로그램 에서윤석열은곧치명적버그로드러난다. 검찰개혁의프레이밍 이버그는 그들의매트릭스에심각한기 능장애를일으켰다. 40%지지자들의머릿 속에서그들은늘개혁의주체였다.그런데 검찰의수사로인해그들 또한 청산의대 상,또다른적폐라는사실이폭로될위험에 처하게된것이다.이를참을수없었던지권 력은얼마전까지개혁의‘주체’였던검찰을 개혁의‘대상’으로격하시켜버렸다.적폐를 청산하던검찰은졸지에적폐로전락했다. 권력을향한수사는개혁에대한저항으로 간주됐고, 그 ‘저항’을진압하기위해권력 은지지자들을서초동으로불러냈다. 권력은부패한자들을쳐내는대신에‘그 들이무죄인가능세계’를창조하는길을택 했다.그러려면일단대중을실재로부터단 절시켜야한다.이제권력실세들의범죄혐 의에대한보도는모두검찰이‘기레기’를통 해흘리는허위정보로매도된다.그로써그 들의부패는없었던일이된다.실재에대한 공격에서는 권력이사육하는언론인과지 식인들의선동이큰역할을했다.어느‘어용 지식인’이유튜브에서내뱉은 한마디에심 지어지상파방송의법조팀이해체되기까지 했다.참담한일이다. 검찰총장을 임명하며대통령은 그에게 ‘죽은권력만이아니라산권력에도칼을대 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약속이지켜졌 다면아마고전적저지전략의상황이펼쳐 졌을게다.즉비리에연루된이들을쳐내고 ‘촛불정권’으로서계속개혁적인척할수있 었을것이다.(그저들키지만않았을뿐그 것으로정권의부패가사라진것은아니라 도 말이다.)그일로 권력은 위대함의후광 까지얻을수도있었다.‘보라,이렇게산권 력에까지검찰이칼을대도록허용하는게 다른정권과는구별되는문재인정권의도 덕성이다.’ 솔직히나는‘촛불정권’의환상을깨고싶 지않았다.외려권력이이방식을사용하여 그환상을계속유지하기를바랐다.그렇게 했다면‘촛불혁명’이라는권력의연극을도 울의향까지있었다.하지만권력은부패한 자들을품에끌어안았다.그리고자기들을 맹신하는 40%의지지자만을위해‘그부패 한자들이부패하지않은대안세계’를날조 하기시작했다.나머지60%의시민들은권 력이‘촛불정권’이라는번거로운허울을벗 어던지고아예이익집단으로제알몸을노 출하는민망한장면을두눈으로지켜봐야 했다. 권력은 부끄러움을감추는대신에아예 모르기로한모양이다.비리가비리가아니 고,부패가부패가아니며,범죄가범죄가아 니라고강변하다가사실과도덕의기준마 저무너뜨렸다.그로써사회는논리와윤리 의아노미상태에빠져들었다.이보편적혼 돈이시인들의감성마저바꿔놓은걸까.‘연 탄재함부로차지말라’던시인은연탄재를 볼일도없을어느강남사모님을위해이렇 게노래했다. “나도강남에건물을 소유해앞으로편 히살고싶다.이런꿈을 꾸는것이유죄의 증거라고? 대한민국검찰은 꿈을 꾸는것 조차범법행위라고주장하고있다.꿈을꾸 지말자. 미래에대해, 앞날에대해, 그리고 다가올시간에대해.” 진중권미학자 · 전동양대교수 부패한 자들을 감싸$ ‘촛불정권’ 허울이벗겨졌다 진중권의 트 <Truth: 진실> 루스 오디세이 <4> ‘촛불정권’이라는환상 애초촛불의힘을안믿었던그들 촛불정권브랜딩으로환상조작 유재수·조국·울산선거개입등 ‘돌발사태’에새‘저지전략’채택 부패관련자들을쳐내는대신 되레끌어안고새세계를날조 노골적선동하고대중을동원 그들의매트릭스에검찰은‘버그’ 문재인정부는촛불정권을자처하고있지만, 권력의부패와비리를감싸는모습은촛불정신과는거리가멀어보인다. 2016년12월24일서울광화문광장에서열린박근혜탄핵촉구촛불집회에참석한문재인당 시더불어민주당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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