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2월 10일 (월요일) A8 오피니언 삶을 게임처럼 무엇을 얼마나 두려워할 것인가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이메일: ekoreatimes@gmail.com *모든 칼럼은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다를 수 있습니다 1919년 4월 3일 베르사유. 1차 대전을 끝내는 강화조약 회의 중 우드로 윌슨 미국대통령이 쓰러 졌다. 갑자기몸이쇠약해지고심 한혼란증세를보였다고한다. 이 후 그가 처음의 원칙들을 버리면 서 평화협정은 엉망이 되었다는 평가이다. 그의혼란증상에대해서는설이 엇갈렸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가 벼운 뇌졸중으로 해석했다. 뇌졸 중이갑작스런혼란을일으킬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당시그에 게는 화씨 103도의 고열에 격렬 한기침발작, 설사등이동반되었 다. 뇌졸중과는상관이없는증상 들이다. 그래서정설로굳어진것 이독감이다. 그즈음파리에는독 감이돌고있었고,그의젊은보좌 관도 독감으로 사망했다. 윌슨이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가 능성은 높았다. 인류역사상 가장 인명피해가 컸던 병,‘스페인 독 감’이유행중이었다. 이 병은 1918년부터 1919년까 지 단 15개월 지속되었지만 사망 자가 무려 5,000만명에서 1억명 으로 추산되었다. 미국에서만 67 만명이사망했다. 병을이렇게키 운데는미국의1차대전참전, 그 리고 윌슨 행정부의 보도관제가 지대한역할을했다. 당시로서는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발 원지는미국이었다. 캔사스, 해스 켈 카운티에서 1918년 1월 이상 한 일이 벌어졌다. 지역주민들이 거의모두폐렴등으로아팠다. 해스켈카운티는철새이동통로 이자당시가축농장지대였다. 조 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인간 바이러스가 돼지에 감염되면서 치명적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 졌던 것으로 오늘날 과학자들은 해석하고있다. 전시모병정책에따라지역청년 들은군주둔지로가서훈련을받 았고, 훈련소사병들은미국의타 지역 군부대들로 배치되고, 프랑 스로파병되고, 타국군인들과섞 이는동안바이러스는걷잡을수 없이 퍼져나갔다. 윌슨 행정부는 전시 국민단합을 해치거나 사기 를 떨어트리는 보도를 엄격하게 통제했다. 언론도 보건당국도 병 에관해사실을말할수없었다. 진상은 병이 스페인으로 번져 스페인 국왕이 독감에 걸리면서 드러나기시작했다. 미국영국프 랑스독일과달리스페인은참전 국이 아니어서 보도검열이 없었 다. 스페인언론이대대적으로보 도하면서‘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붙었다. ‘스페인독감’은국가가진실을 은폐하면 얼마나 엄청난 희생이 따를수있는지를보여주는대표 적사건이다. 사람들은병에대해 마땅히 가져야할 두려움을 갖지 못해무방비로감염되었다. 그비슷한일이중국에서벌어졌 다. 12월우한에서환자들이발생 했을 때 쉬쉬하며 덮은 무책임한 초기대응이 상상도 못할 상황을 만들어냈다. 사회적 경제적 활동 들이 전면 중단되면서 중국이라 는거대한나라는동면기를맞았 다. 세계의공장이멈추니여파는 국경을넘고대륙을넘는다. 발병 초기 정부당국의 은폐로 중국인 들이 무방비였다면 이후 세계 각 국에서는 과도한 방어가 문제를 일으키고있다. 예를들어지난달 29일호주시드니의한중국식당 앞에서는 60세 남성이 심장정지 로사망했다. 누군가CPR만하면 살릴수있었는데주위에있던사 람들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두 려워거부했다고한다. 남성이최 근중국에다녀왔는지, 혹은중국 인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 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과민반응 을 보면서 콜럼비아 대학 메디컬 센터 응급의학과의 크레이그 스 펜서 소장은 착잡하다. 에볼라가 창궐하던 2014년 서아프리카 기 니에서 자원봉사 의사로 환자들 을돌보았던그는뉴욕으로돌아 온후에볼라진단을받았다.증상 이나타나기전지하철을탔고볼 링장에도 갔던 사실이 알려지면 서그는엄청난비난에시달렸다. “서아프리카에서 무모하게 뉴욕 으로날아오다니, 너무나이기적” 이라고 당시 일반시민 도널드 트 럼프는트윗을날렸었다. 미국에서에볼라확진자는10명 에 불과했지만 에볼라(Ebola) 아 닌 두려움볼라(fearbola)가 상당 기간미국을사로잡았다. 이번신 종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같은 현 상을빚고있다.‘위험인식’오류 의문제라고오리건대학의폴슬 로빅박사는말한다. 에볼라나신 종 코로나바이러스 등‘낯선 위 험’에대해서는실제로닥칠가능 성이 극히 낮아도 과도하게 두려 워하고, 독감등‘익숙한위험’에 대해서는 위험도가 훨씬 높은데 도개의치않는다는것이다. 미국에서독감사망자는지난해 10월이후이미1만명에육박하지 만대부분사람들은독감예방접 종에관심도없다.잘아는병이라 는것이다.반면확진자12명에불 과한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대해 서는두려움이지나쳐중국인/아 시안기피현상까지일고있다. 무엇을얼마나두려워할것인가. 두려움 앞에서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고양이앞에서호랑이본듯 겁에 질린다면 우습지/슬프지 않 은가. 불안두려움걱정도적정량 이있다. 주필 권정희 의 세상읽기 시사만평 훈장 반납 행렬 스티브색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트럼프, 러시림보(토크쇼진행자)에게대통령자유훈장수여하다 마틴루터킹 마더마테레사 로사팍스 남편과아이는휴대폰을손에들 고열심히게임을하고있다. 테이 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기다릴 때 마다보는광경이다.‘어쩌면이자 투리시간에도저렇게열중할까?’ 한편으론잠시도그냥흘려보내지 않는 그들의 열성에 감탄하면서 도, 나는 으레“밥상에 앉아서 아 빠가 게임을 하니까 애들도 따라 하지! 조그만화면을그렇게들여 다보고 있으면 눈에 얼마나 나쁜 데!”하고핀잔을준다. ‘무익하게시간만허비하게하는 것이 게임‘이라는 나의 이러한 인 식을 최근에 게임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되돌아보게되었다. 눈이유난히도예민한나는컴퓨 터나 휴대폰 게임을 즐기지 않는 다. 유일하게게임을즐겨본기억 은빨간화투를들고한고스톱이 다. 어린시절집에서명절때배운 걸고등학교때수학여행가서친 구들에게 가르쳐 제자들을 두기 도했다. 대학교 때‘테트리스’라는 컴퓨 터 게임이 하도 유행이어서 잠시 해보았다. 선명한 색색의 블록이 떨어지면모양을맞춰쌓고, 한줄 을꽉채우면그줄은사라지는데 줄이사라지는속도보다아무렇게 나쌓이는블록의속도가빨라블 록이맨위까지쌓이면게임이끝 난다. 어떤이들은이게임을몇시 간이고 했다. 소련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테트리스에 중독되어 일을 하지 못함으로써 생산성이 저하되는 것을 노리고 만든 전략 적무기로, 소련이만든무기중에 가장 강력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 었다.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따 르면주사위,너클본즈,공등최초 의게임은에게해근방지금의터 키 지역에 위치했던 리디아 왕국 에서 시작했다. 리디아는 인류 최 초로금과은동전을만들어교역 에 활용할 정도로 문명이 상당히 발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원 전1200년경전설적왕아티스때 극심한 가뭄으로 식량이 부족하 자,하루는식사를하고그다음날 은 게임에 몰입해 사람들이 배고 픔을잊을수있도록이런게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박이나 게임 을하면심지어죽을때까지하는 이도 있는 것처럼 아마도 그 시초 부터중독성은증명된셈이었다. 생존의 수단으로 탄생한 게임은 리디아 사람들을 무려 18년의 기 근을견디게했다. 하지만, 가뭄이 계속되자 아티스 왕은 마지막 수 단으로 온 백성을 반으로 나누어 마지막 게임을 제안했다. 제비를 뽑아 반은 리디아에 남아서 부족 하나마 남아 있는 식량으로 생존 하고 나머지 반은 리디아를 떠나 미지의세계를개척해생존하자는 것. 결국자신이이끈백성의반은 리디아에 남고 자기 아들, 티레니 아 (Tyrrhenia)가 나머지 반을 이 끌고 리디아를 떠났다. 그들이 현 재의 이탈리아반도 서쪽 중부 지 역, 로마와 피렌체를 포함한 비옥 한땅에정착하게되어, 로마문명 을 이루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 지중해해역은티레니아해라불린 다. 21세기들어환경문제가심각해 지면서 지구에서 인류가 생존할 수있는기간이얼마남지않아새 로운 행성을 개척해야 한다며 행 성 탐험에 나서는 것과 같지 않은 가. 당시 망망대해에 무엇이 있을 지모른채물결치는바다로나아 간 그들은 어떻게 버티고 살아남 아새로운땅을찾아개척할수있 었을까. 게임을 디자인하는 전문가 제인 맥고니얼에 따르면 게임을 하며 18년을버틴그들의마음-게이머 (Gamer)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게임을 하는 사람은 게임마 다 제시하는 특별한 미션을 확실 히 인식하고, 미션을 달성할 때까 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 한다. 게다가게임을같이하는자 와쉽게공동체를이루고목적달 성을위해기꺼이협력한다. 곰곰이생각하면삶자체가끊임 없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게임과도 같은데, 어째서 게임은 즐기며 찾아서 하는데 반해 삶은 그렇지 못한 때가 많은가. 문득문 득내가왜사는가싶은순간-내 게 주어진 미션이 무엇인지 모를 때, 때때로 가족, 친구, 동료, 이웃 과소속감을느끼지못하고, 일상 은반복될뿐삶에성취감을느끼 게하는어떤보상도주어지지않 는듯한순간이떠오른다. 삶을게임처럼목적을공유할수 있는 동반자와 함께하며 조그만 성취에도 특별한 말 한마디, 따스 한식사등의작은보상을주고받 으며 이어 나가면 티레니아와 그 백성처럼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멋진 신세계를 이룰 수 있지 않을 까. 에세이 송윤정 금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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