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2월 13일 (목요일) A8 오피니언 역사가 탄생하는 순간 회사 책임자에게 현 주급으로 는 다섯 식구가 살기가 힘들어 다른직장을구해야겠다고했다. 책임자는“그러냐, 그러면 시간 당급여를올려주겠다”고해내 목적은빗나갔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나에게 특 별히베풀어준것이지만나에겐 부당한 결정이고 내 속내를 모 르는결정이었다. 하지만고용주 에게항의하거나따질형편이될 수없는나로선고맙다고인사를 하고다시기회를볼수밖에없 다. 일주일후또다시책임자를만 나 아무래도 공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겠다, 왜냐하면형편상아내도직장을 구해야되는데이곳에는직장을 구할수가없다고했더니그러면 우리회사에서일하게해주겠다 면서공장에는소파커버를만드 는일등여성들이해야할일이 많다고 해 또 내 계획은 무산되 고 말았다. 회사측의 배려와 예 우가고맙고감사하지만나는그 뜻을받을 수가 없다. 그들에게 죄송한일이지만가구공일을그 만두기로결심한이상어쩔수가 없다. 다시 기회를 보며 열심히 일을 하면서주말에는KBS-TV에있 던 김규환, 김지니 부부와 함께 벌티모어에서 유명한 뜨겁고 매 운꽃게찜을사다가맥주곁들여 먹고마시며신나게추억을더듬 었지만나는회사를어떻게그만 두고또장사를어떻게시작해야 할것인가그에대한고민때문에 머리가복잡했다. 탤런트 출신 김용석씨는 양복 기술이있어생활이안정된편이 고방송국 PD로있던김규환씨 는 자동차 에어컨 일을 했고 부 인김지니씨는이민알선회사직 원이었다. 그리고 그들 부부는 일주일에한번씩한국어방송도 했다. 어쨌던 나는 그들과 이민 선배 인유흥주, 장명학, 임창규, 주명 엽씨 등 많은 이민 선배들의 도 움을 받고 큰 고생없이 지냈다. 감사하게 또 3주가 지난 월요일 출근을 하면서 공장을 그만 둘 마지막 거짓말을 준비했다. 거 짓말은상대를속이는나쁜행위 인동시에죄를짓는것이지만회 사를 그만두기 위한 방법은 그 길밖에없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 만 피치 못할 방법이라 자신의 행위가밉고싫었지만양심을속 일수밖에없었다. 피할수없는 숙명이라고합리화하고포장한 후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해준 회사에 피해도 없고 또 내가 그 만둔다고회사운영에지장이생 길 정도로 내가 중요한 인재가 아니기때문에좋게그만두기위 해거짓말을적당히했기로서니 그것이 무슨 큰 죄가 될 것이냐 고자위를했다. 어쨌든 거짓말은 속이는 것이 요 나쁜 것이다. 작든 크든 죄는 죄인 것이다. 그 당시나 지금이 나 나는내죄를인정하고용서 를빈다. 또다시회사책임자를 만나 중요한 부탁이 있다고 또 다른거짓말을했다. “대단히죄송하지만아무래도 회사를그만두어야만하겠다.왜 냐하면….”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주 소: The Korea Times (오피니언담당자앞) 320 MALTBIE Industrial DR. LAWRENCEVILLE, GA 30046 ▲팩 스: 770-622-9605 ▲이메일: ekoreatimes@gmail.com *모든칼럼은 애틀랜타한국일보의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뉴스칼럼 시사만평 어떤 미래의 가상 대화 고용된 회사 사직 작전 코리언 아메리칸 아리랑 제2부 -미국 이민 정착기(11)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데이브화몬드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그런데, 할아버지, 도대체왜 미국의민주주의를팔아버렸나요? 왜트럼프에게맞서지않았어요?” 미주 한인들이 민족적 정체성으 로똘똘뭉쳐가장열광한때는아 마도 2002년 월드컵 대회 때였을 것이다. 그해 6월 박지성, 안정환, 이영표, 황선홍, 이운재 … 그리고 히딩크가혈육처럼가깝게느껴지 고, 코리아타운 거리마다 붉은 티 셔츠가 물결을 이루며, 새벽잠 반 납하고경기응원하느라충혈된눈 으로웃음가득하던그몇주, 한인 들은매일매일이축 제였다. 고단하고 지루하 던 이민의 일상에 ‘월드컵’은 마술과 같이등장해개개인 의 삶을, 미주한인 으로서집단의삶을 압도했다.가슴이뛰 고신바람이나고콧 노래가 절로 나오는 행복한 6월을 그해 우리는모두함께보 냈었다. 화산처럼 폭발하 던 흥분과 열정의 근원은 민족적 일체감. 수십년 미국에 살아도 사 라지지않는민족적동질감이애국 심으로분출되었다. 월드컵4강진 출이라는역사가탄생하는순간들 이었다. 지난 9일 또 다른 역사가 탄생했 다. 이번 무대는 오스카 시상식장 이었다. 한국영화‘기생충’이오스 카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 화상을한꺼번에거머쥐는일대사 건이 일어났다. 외국어 영화가 작 품상을받은것은 92년오스카역 사상처음있는일, 한국영화가오 스카상을탄것은101년한국영화 사상처음있는일이다. 게다가봉준호감독이경쟁한감 독들이 얼마나 쟁쟁한 거장들인 가.마틴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 토드 필립스(‘조커’), 샘 멘데스 (‘1917’), 쿠엔틴타란티노(‘원스 어폰어타임…’)등시대의대가들 을 제치고 그가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역사적’이라는표현이결 코과하지않다. 오스카시상식이열린저녁, 코리 아타운은 축제의 장이었다. 식당 마다,술집마다삼삼오오모여앉아 부문별수상자가발표될때마다함 께긴장하고함께환호했다. 집에서 시청하던 많은 한인들은 타민족 친구 친지들로부터‘축하’ 메시지,전화를받느라분주하기도 했다. “생전 처음 (오스카에) 등장해서 상을 휩쓸다니, 한국은 정말 대단 해!”라는축하인사에한인들은어 깨가으쓱해졌다. ‘기생충’에 대한 평가에는 이견 이 있을 수 있어도 ‘한국영화가 오스 카 수상’이라는 경 사 앞에서는 이견 이 있을 수 없다. 물 보다 진한 민족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역사의 탄생은 많 은경우우연처럼보 인다. 하지만‘우연’ 은 우연히 생겨나지 않는다. 우주의 흐 름까지는 아니더라 도어떤상황들의흐 름이‘역사’를탄생하게만들곤한 다. ‘기생충’의 수상은 기본적으로 탁월한 작품성, 부의 양극화/불평 등에대한세계적공감대덕분이겠 지만그게다는아니다. 봉감독이 지적한‘1인치짜리 자막 장벽’- 그문화적심리적저항을무너트리 는 상황들이 근년 꾸준하게 일어 나고있었다. 비영어권 특히 아시아 영화에 대 해 무관심/무시로 일관하던 할리 웃이인식의장벽을조금씩허물게 만든변화이다. 세계를흥분시키는K-팝, 한류가 그한축이고, 2015년부터불기시 작한 백인일색 오스카에 대한 저 항(#OscarsSoWhite)이 다른 한 축이다.아카데미회원으로여성과 소수계,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추 세이다. 하얀 색만 눈에 들어오던 아카데미가다양성을포용하기시 작한것이다. 봉준호감독이오랜숙원이던오 스카수상의역사를썼다. 이제물 꼬는 트였다. 더 많은 한국 영화들 이, 한국감독들이 세계무대에서 주목을받기를바란다. <권정희논설위원> “그가나에대해비열한트윗을 날리는게싫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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