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2월 13일 (목요일) D10 기획 “여행상품권장당 14만원차익”가족이라서믿었던꿈같은수익률 “내친구가큰여행사에다니는데여행상 품권을싸게판대. 한장을사서되팔때마 다14만원을벌수있거든.너도해볼래?” 2018년1월전업주부이선미(가명^29)씨 는사촌언니A(30)씨로부터솔깃한제안을 받았다. A씨의친구에게 100만원짜리상 품권을 78만원에산뒤서울강남고속버스 터미널의티켓나라에서 92만원에환매하 면장당 14만원이남는투자였다. 한달간 수익률이무려18%에이르는 단기고수익 투자인데다어릴때부터친한사촌언니의 말이었다. A씨는 “장당 78만원을 보내주 면 14만원을얹어 92만원을 돌려주겠다” 고했다. 이씨가 2,000만원을 입금하고 한 달이 지났다. 이씨통장엔 투자 원금과 이익금 을 합친 2,498만원이찍혔다. 수익률은약 25%. 애초약속한 18%보다 7%포인트나 높았다. 거래가 몇차례이어지던무렵A씨는 새 로운제안을했다.“아는사람들더모아줄 수있을까?” 정해진날짜에꼬박꼬박투자금과수익 을받았던이씨는친오빠의아내한유미(가 명^30)씨에게여행상품권 투자를 권유했 다.올케인한씨역시가족모임을통해남편 의사촌동생인A씨와알고지내던사이였 다.시누이인이씨가돈을벌었다는것도전 해들었다.한씨는이씨의제안을수락했다. 2018년1월부터약 4개월간이씨와한씨는 10억7,000여만원상당의여행상품권을구 입했다. ‘가족사기극’이탄로나기불과 한 달전이었다. 가족은 가장 든든한 돈줄 서울 양천경찰서강명수 수사관은 2년 전자신이수사한이사건을똑똑히기억하 고있다. 큰여행사에다니는친구,장당 14 만원을 남길수있는여행상품권, 강남고 속버스터미널에있다는 티켓나라까지모 든 게A씨가 지어낸거짓말이었기때문이 다. 온갖 사기사건을해결한 베테랑 수사 관에게도황당한사건이었다. ‘월수익률 18%의단기간^고수익보장’. 길거리나지하철역화장실에서흔하게볼 수있는 불법전단지속 꿈같은얘기지만, 그허황된말이가족의입을통해서나올때 는현실이됐다. 경찰에따르면A씨는 그야말로 평범한 주부였다. 20대중반에결혼해가정을 꾸 리고아이도키웠다.남편도일반적인회사 에다니는평범한직장인이었다.가족들사 이에서도A씨는유난히조용하고내성적인 성격으로알려졌다. 학창시절부터말썽한번일으킨적없는 모범생이었고전과도 당연히없었다. A씨 가누군가에게사기를칠이유는전혀없었 다.적어도 2013년2월밀린카드대금청구 서가날아들기전까지는말이다. 시작은단순한거짓말이었다.경찰조사 결과첫사기대상은여섯살많은친언니였 고수법은여행상품권사기와같았다.처음 엔그저밀린카드대금만막고말생각이었 는지몰라도목돈을만진뒤범행이이어졌 다. A씨의손길은어머니와남편,친척들에 게로뻗쳤다. 범행이거듭되면서수법도 대담해졌다. A씨는투자한가족들에게전화를걸어수 익금만 받고 원금은 다음달에재투자하 라고 권유했다. 78만원을 받아서14만원 을돌려주면64만원은고스란히자신의돈 이됐다. 이런수법으로 2013년부터2018년까지 12명에게 1,066차례에걸쳐 263억여원을 받아챙겼다.피해자들은평균적으로 21억 여원을A씨에게보냈다.가장돈을많이보 낸피해자는 2015년부터거래를시작한A 씨의지인유모(35)씨다. 유씨는총 67억여 원어치의상품권을구입했다. A씨는범행수익을대부분생활비로 탕 진했다.서울양천구의한아파트를구입할 때도범행수익8,500만원을보탰다. 원금 돌려막고 통장 잔고 조작 여행상품권사기6년차에접어들었을때 A씨가관리해야할돈은무려50억이넘었 다. 초범이감당하기엔꽤나 큰액수였다. 누구한테얼마를받아왔고누구에게얼마 를줘야하는지철두철미하게관리하지않 는이상정확한액수를맞추기가쉽지않았 다.그래도2018년까지는별문제없이원금 상환이이뤄졌다.누군가원금을돌려달라 고 하면다른 사람이투자한 돈으로 돌려 막았다. 주먹구구식으로 버텼지만 2018년부터 원금 상환 요구가 부쩍늘어나자 문제가 생겼다.6년이란긴시간동안피해자 7명의 원금으로 돌려막은 탓에통장은 메말라 있었다.사촌동생인이씨와그의올케한씨 등 5명이A씨의사기행각에말려든 것도 이무렵이다.새로운피해자들이생긴 2018 년1월부터4월까지매달적게는1억원부터 많게는 8억5,000여만원까지16억여원이A 씨의계좌로들어왔다. 그래도원금상환요구를모두틀어막을 수는없었다.가족들의성화가높아지자처 음엔아이가아파서이번주는일을못하게 됐다든지,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OPT)가 고장이나인터넷뱅킹을못했다고둘러댔 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티켓나라 사장이 상을당해장사를못한다며직접찍은사진 을보여주기도했다.물론티켓나라는A씨 가만들어낸허구의가게라실제론불이꺼 진상점하나를골라자신이만든공지문을 앞에붙인뒤조작한사진에불과했다. 허술한방식으로의심을피하는것도한 두번이었다. 특히사기극이절정에치달을 때투자금을건넨한씨는기일이계속밀리 자본격적으로따지기시작했다.여행사직 원인친구가진짜로존재하는지,원금은가 지고있는것인지증명하라고요구했다. A씨는휴대폰한대로두개의전화번호 를 사용할 수있는 듀얼넘버서비스를이 용해여행사친구와의가상대화를만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가상의인물이‘오늘은 (티켓나라에)가기힘든거지? 내가다녀올 게ㅎㅎ’라고하면A씨가 ‘ㅇㅇ병원을좀가 야해서…완전땡큐ㅋㅋㅋㅋ’라고답하는식 이었다. 심지어포토숍으로통장잔고를수정하 기도했다. 숫자 ‘0’을몇개덧붙이는방식 으로그럴듯하게꾸며냈다. 남편도 엄마도 몽땅 속았다 가족이원수가되는건순식간이었다. A 씨의해명에도 대금 지급 기일이차일피일 미뤄지자 피해자들의인내심이폭발했다. 사촌동생이씨가 2018년 5월A씨를잡아 끌고 은행으로 갔다. 번호표까지뽑고 나 니그제서야통장에돈이없다고실토했다. A씨는여행사친구가돈을주기로약속 했는데연락이안된다고핑계를대며휴대 폰 메시지를 보여줬다. 확인해보니없는 번호였다. 속이타들어간가족들이다시연락했지 만A씨는만남을회피했다.찾아가도불을 끈채집안에없는척을했다. 가족들이이 틀간잠복수사하듯집주변을지킨뒤에야 A씨를 만날 수있었다. 가족들은 그를대 동하고양천경찰서에고소장을제출했다. 6년간이어진가족사기극이막을내리는순 간이었다. A씨는피해자 12명에게263억여원을받 아 18억여원을미지급한것으로드러났다. A씨남편과어머니는 고소장을제출하지 않아피해자로분류되지않았다. 가장큰피해자인사촌오빠의아내한씨 는 3억7,000여만원을날렸다. A씨가허술 하게돈을관리한탓에돈을번사람도 3명 이나됐다.가장많이번사람은 9억여원을 가져갔다.엑셀등을이용해돈관리를체계 적으로하지않고그때그때상황을모면하 기위해원금을지급하다보니피해자간피 해금액차이도상당했다. 경찰은 A씨남편과어머니에대한 공범 여부 수사도진행했다. 가족을 상대로 한 사기라 최소한 그들은 알고 있지않았겠 느냐는 게피해자들의주장이었다. 하지 만조사결과남편은친구들돈까지빌려7 억원가까이를투자했지만대부분회수하 지못했다.어머니도 8,000여만원의손해를 입었다. 서울남부지법은 2018년8월A씨의사기 혐의를인정해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 부는 “편취한 돈을생활비등으로 소비하 고 다른 사기범행을하지않고는원금및 이익금을지급할수없음을잘알고있었는 데도범행을계속한점,피해자들을안심시 키기위해적극적으로거짓사실과정보를 고지해피해를가중시킨점을고려했다”고 밝혔다. 항소가기각돼1심판결은확정판 결이됐다. 김정현기자 사촌언니의솔깃한제안 “여행사다니는친구가있는데$ 100만원짜리1장 78만원에구입 티켓나라에92만원받고팔아” 모친^남편^사촌의올케까지속아 돈벌었다소문에의심없이투자 6년간돌려막기로 263억주물러 포토샵으로통장에00 붙이기도 평범한주부가왜가족등쳤나 카드값밀리자친언니에첫범행 쉽게목돈들어오자갈수록대담 아파트구입등에범행수익‘펑펑’ “가족 간에는 금전거래를 하지말라는 옛말도있습니다. 친족 간의투자나 금전 거래는 제3자와의거래때보다 더욱 신중 하게접근해야합니다.” 2018년평범한 주부의260억원대여행 상품권환매사기사건을 수사한 서울양 천경찰서경제4팀강명수( 사진 )수사관은 10일한국일보와의인터뷰에서이같이조 언했다. 강 수사관은친족 사기사건을비 롯해각종지능범죄^강력범죄사건까지두 루다뤄본16년차베테랑수사관이다. 강수사관은가족사기사건의특징으로 사건인지가어렵다는점을꼽았다.어릴적 부터유대관계를형성했기때문에쉽게범행 을의심하지못한다는것이다. 그는 “가족 간의사기는일반사기사건들과달리믿음 으로형성된특별한신뢰관계가범행의바 탕이라피해자는당하면서도인지하지못하 거나나중에알았다해도어떻게든범행을 덮으려하는경향이있다”고설명했다. 이런특성으로인해더많은피해자가생 길수있고,피해규모가커지기도한다.강 수사관은“사건인지가늦어지면1차사기 피해자가 2차피해자를 낳는식으로피해 가확대된다”며“결국엔가족들간의신뢰 가무너져서로가서로를공범으로의심하 게되는경우도있다”고말했다. 260억원대상품권환매사기도마찬가지 였다.가족뿐만아니라그들의지인들까지 줄줄이범죄에말려들었고, 수사가시작되 자 피해자들은 피의자의남편과어머니의 공범가능성도제기했다. 경찰청통계에따르면최근 5년(2014~18 년)간친족 대상 사기범죄피해자는 매년 400명이상씩발생하고있다. 가족을지켜 주기위해신고 자체를안 한 경우를 감안 하면실제피해규모는더커질수도있다. 가족간 사기가의심되거나피해를입었 다면최대한빨리수사기관에문의해야한 다.피해가확대되기전멈추게한다면가족 해체라는 최악의사태를 막을 수도있다. 강 수사관은 “아무리가족이라고해도상 식적이지않은투자권유에는일단의심부 터하는게무엇보다중요하다”고말했다. 글^사진=김정현기자 <23>친인척상대상품권환매사기 “비상식적투자 권유일단 의심을$ 가족해체사태는 막아야죠” 강명수서울양천경찰서수사관 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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