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2월 15일 (토요일) A8 오피니언 눈 내리는 날의 유정 번역의 힘 첫 눈이다. 입춘이 지나고 홍매 화가 꽃망울을 맺었는데 첫 눈이 라하기엔 머쓱하지만 첫 눈은 첫 눈이다. 눈내리는풍경을마음에 담고살아왔나싶을만큼반갑다. 설레임과 평화가 물결을 이루고 마음안과밖이온통등불을켠듯 환하고 밝아진다. 어찌된 노릇인 지무작정기분이좋아진다. 괜스 레 즐거워진다. 주제없는 수다를 나누고 싶어진다. 손주들보다 더 어린 아이가 되어 동동거리며 발 자국을 졸졸내면서 마을을 뛰어 다니고 싶어진다. 반복되는 일상 에서 가벼운 일탈이라도 은근히 꿈꿀수있기때문인가보다.작은 흥본이 일고 기대감이 충만해진 다. 감정촉발이즉각적인만족감 을향해저돌적으로밀려든다. 마 음 저변에 회색빛으로 가라앉은 감정의찌꺼기까지기분전환을도 모해준다. 마을에서 가까운 공원 을찾아나섰다. 놀이터도오솔길 도그림엽서처럼단장하기시작했 다. 파빌리온에앉아눈이쌓이기 를기다려보았지만한시간여내 리던 눈이 눈발이 성기기 시작한 다. 애틀랜타북쪽에살고있는손 녀가 뜨락에 탐스럽게 내린 눈풍 경 사진을 띄워 보냈다. 미드타운 지역이라북쪽애틀랜타적설양에 미치지못하나보다. 첫 눈이 반가운 소식을 싣고왔 다. 봉 준호 감독 영화“기생충” 이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미국 에서보낸시간이꽤나 오래되었 다 싶었는데 한국인의 자랑스러 운뉴스로인해마음이뭉클해짐 이 신기하다. 백인 위주의 영화시 상 잔치에 한국어로 수상소감을 들을날이 있을줄 상상도 못했었 다. 앞날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야하는 우리 후대 아이들 의 위상을 생각하며 한류열풍이 거세게 세계를 석권해 주기를 바 램해온 터라서 BTS나 봉준호 감 독,“기생충”영화등의성공소식 이 너무나 신나고 뿌듯하다. 이민 자로, 소수민족인 이방인으로미 국에서 살아낸다는 것이 결코 쉽 고 간단하지만은 않은 터라 매일 매일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며 사 는것같다. 주류사회로발돋움하 고있는이민2세들의대견스러움 이우리네이민1세들에겐보람이 요 자랑스러움이다. 개교 이래 최 초의한인으로부총장이란 막중 한직책을받은우리맏사위같은 사람들이 많은 짐을 지고 구비구 비 힘들게 꿋꿋이 모질게 견뎌내 며 당당하게 주어진 자리를 지켜 내고있음을본다. 그나마이런수 고들로하여우리네 2세, 3세들은 좀더누리고살수있지않을까.아 이들의 미래가 좀 수월해지지 않 을까하는희망과위로로지금이 시간까지변함없이참고견뎌냄이 실로가상하다. 이 렇듯 1,5세들의 아름다운 전 열을 지켜보노라면 숙연해진다. 나이가들어가면 더많이알고깨 달아 인생에 자신있을 줄 알았는 데, 알면알수록선명했던것들이 불투명해지고,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 리가안되고, 보면볼수록기억과 는다른모습으로보이고,그와중 에 아집과 엉뚱한 자만심이 활개 를치며마음을가리고있음이다. 자세히들여다보면코메디가따로 없다.그런면에서누가 누구를기 생하며 살고있는지, 있고 없음의 선이무엇인지를잘그려낸“기생 충”이란영화가참훌륭하다는생 각엔변함이없다. 시나리오작가 를겸한봉준호감독이구보박태 원 선생의 외손자로, 서울대 미대 를졸업하고문화공보부국립영화 제작소미술실장으로무대미술과 영화자막 서체를 디자인으로 구 현하며초창기영화계에큰족적을 남긴 봉상균 교수를 아버지로 둔 예술가 집안이다. 영화 내용은 불 편한 현실을 그린 것이지만 영상 미도우수하다. 같은겨레가만들 어낸세계적으로인정받은영화를 놓치지 말고 감상해 보시기를 권 해드리고싶다. “기생충”영화의 성공의 기쁨이 좀더길고깊게영향력을끼치길 바라면서덩달아붕떠있는심사 를눈탓이라해도될러는지.눈덮 인세상이문득탈을쓰고있는것 같다는생각이든다. 봄은지천으 로피어나는꽃탈을쓰고, 여름은 온통푸르름의탈을쓰고, 가을은 단풍의 탈을 쓰지만 겨울 나목으 론 탈을 대신하기엔 하냥 아쉬워 눈을기다리게되나보다. 눈이그 리워지는것은비속함에서신성함 으로다가가고싶기때문인지도모 를일이다. 가을이 떠나고 찬바람 이일기시작하면눈내리는밤이 그리워진다. 온마을이하얀꿈속 에 잠길 것 같다. 나목에 쌓인 하 얀눈꽃의빛부신찬란함을만날 수있음이요,눈이쌓인밤이면별 들은 유난히 쏟아질듯 영롱하고 신비한 빛으로 드리워진다. 눈내 리는 날은 그윽한 고요함이 스며 들듯배어있어은근하고유정스럽 기짝이없다.나목들도포슬한입 힘을받고눈꽃이되고싶은시인 의 노래가 외로운 그림자로 드리 움을알았을까. 하얀눈은기여코 찾아와주었다. 잿빛으로물든세 상을 정화시켜주기 위해 찾아온 것이리라. 불순과 더러움을 마냥 두고 볼 수 없음이라서 깨끗함으 로덮여지기를갈구하는애절함의 묘사요 표출이리라. 눈 내리는 날 의유정함이어느결에겨울끝자 락이라 지레 짐작하며 봄을 생각 하고 있었나보다. 만물이 소생하 는생명의소리가들려온다. 살아 있는 것들의 생명은 결코 끝남이 란없는것이라고. 소롯이쌓인눈 들의노랫말이차갑고신선하다.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주 소: The Korea Times (오피니언 담당자앞) 320 MALTBIE Industrial DR. LAWRENCEVILLE, GA 30046 ▲팩 스: 770-622-9605 ▲이메일: ekoreatimes@gmail.com *모든칼럼은애틀랜타한국일보의편집 방향과 다를수있습니다 뉴스칼럼 시사만평 중국산 초컬릿 사절 김정자 (시인, 수필가·애틀랜타 거주) 행복한아침 아르카디요 에스퀴벨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해피밸런타인스데이 중국코로나바이러스 한국영화‘기생충’이 제 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과 감독상 등 주요부분 상들을 거머쥐며 4관왕에 등극한 것은 아카데미 역사를 뒤집은 혁명으 로평가되고있다. 세계언론들은 ‘기생충’의 승리에 역사적 의미 를부여하면서찬사를쏟아냈다. 달아오르는 관심 속에 미국 내 ‘기생충’상영관 수도 속속 늘어나 고있다.가히‘기생 충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모두의 예상을 뛰 어넘은‘기생충’ 의 기념비적 성취 가 가능했던 데는 무엇보다 이 영화 가 지니고 있는 주 제의 보편성과 탁 월한스토리텔링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고할수있다. 게다 가다양성과변화에대한시대적 요구가그어느때보다높았던것 도호재가됐다.하지만이런요소 들과함께한국인의정서를잘반 영한 영어자막 또한‘기생충’쾌 거의공신으로꼽지않을수없다. 아카데미상시상식다음날인월 요일 밤 동네 극장에서‘기생충’ 을봤다. 전날시상식의영향때문 인지 늦은 시간임에도 영화관을 찾은 60~70명의 미국인 관객들 은곳곳에서웃음을터뜨리며영 화에몰입하는모습이었다. 너무 한국적인 내용인데 과연 미국인 들이이해할수있을까라는우려 는기우처럼보였다. 영화표를팔 던 컨세션 스탠드의 백인청년은 “내가본최고영화중하나”라며 엄지를치켜세우기까지했다. 한국적 내용이 과연 먹힐까라 는우려를봉준호감독도했던모 양이다.그는지난해프랑스칸영 화제를앞두고“워낙한국적인영 화라해외에서는100%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며 걱정을 드러냈 다. 그러나영화가상영되는동안 관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황금종려상까지받았다. 외국 관객들의 이런 반응을 끌 어낸 것은 영화평론가와 교수로 서한국에서활동하고있는미국 인달시파켓이번역한영어자막 이었다. 음악과 미술처럼 즉각적 느낌 을이끌어내는예술장르와달리 영화에서는 영상과 함께 언어가 메시지전달에절대적도구가된 다. 아무리 영상미가 뛰어나다 해도 언어를 전혀 이해할 수 없 는 영화를 보며 공감하고 감동 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외국어 영화의 대사 번역 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영화 속으로 좀 더 가 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이어주는 다리라 할 수 있 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달 골든글로 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소감에서“자 막이라는1인치의 장벽”을언급했다. 하지만 자막의 벽 을 뛰어넘겠다는 관객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뛰어 넘었을때거의완벽한이해의세 계로들어갈수있도록도와주는 번역의 질이다.‘기생충’영어 자 막은이역할을아주충실히해냈 다. ‘기생충’속에뛰어난번역이있 었다면영화밖에는뛰어난통역 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전담 통역을맡고있는샤론최씨는봉 감독의 입담과 생각들을 정확하 고도맛깔나는영어로통역해내 ‘기생충’의‘오스카 캠페인’에 일조했다. 영화학도인 최씨의 통 역은 전문통역사들로부터도 최 고라는평가를받았다. 최근 한국문화 콘텐츠가 잘 나 가고있는데는번역의힘이크다. 소설가한강이한국인최초로세 계적권위의문학상인맨부커상 을받을수있었던것은유려한영 어번역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또 BTS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면에도 이들 노래의 메시 지를 영어로 번역해 퍼뜨리는 팬 들의애정이자리잡고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휩쓰는 걸지켜보며“번역능력이곧국가 의 힘”이란 말이 결코 과장은 아 니라는생각이들었다. <조윤성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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