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2월 15일 (토요일) D10 기획 2020년2월13일목요일 기득권이된운동권, 진보는 보수보다더뻔뻔해졌다 진중권의 트 <Truth: 진실> 루스 오디세이 <5>데자뷔, 포스트 - 윤리의시대 보르헤스가말했던가.“케네디의머리를 관통한 총탄은 링컨의가슴을 관통한 총 탄이었고,그이전에는예수를십자가에달 았던못이었고,시저의가슴을꿰뚫은브루 투스의칼이었고,소크라테스가마신독배 였고,아벨을내리친카인의돌이었다.” 동일자의영겁회귀라고 할까. 시대와지 역에따라다양하게변주되며계속반복되 는어떤‘원형’같은게있는듯하다.사회에 서벌어지는모든사건이이미어디선가본 듯한느낌을주는건그때문일게다. 동일자의영겁회귀 집권 3년이채안 됐건만 보이는 풍경이 벌써낯익다.언젠가본것같지않은가. 그 렇다. 드루킹의매크로는그전엔십알단의 댓글이었다. 김태우의처벌은이석수의파 면이었고,조국의사찰무마는우병우의직 권남용이었다. 윤석열의수난은채동욱의 수모였고,윤총장을노린한겨레의저격은 채총장을날린조선일보의폭로였다.청와 대의선거개입은 국정원의대선공작이었 고,황운하의충성은김용판의충정이었다. 조민의표창장은정유라의금메달이었고, 고대생들의항의는그전엔이대생들의시위 였다. “대리시험이오픈북”이라던유시민은그 전엔 “주어가 없다”던 나경원이었다. “문 프께모든 권리를양도해드렸다”는 공지 영은그전엔“나라를팔아먹어도 1번”이라 던어느경상도아낙이었다.“강남에건물 을소유하는꿈을꾸는게유죄냐”는안도 현은그전엔“강남이일궈온성공과가치를 무시하는사람들이정권잡는끔찍한상황 을피하려악착같이투표장에간다”던어느 대치동사내였다.서초동조국기부대는그 전엔헌재앞태극기부대였고,그보다훨씬 전엔이승만박사의출마를청원하던우마 차부대였다. 진보적으로 사유하는이들에게이상황 은당혹스럽다.진보주의자들은사회가선 형적으로발전한다고믿기때문이다.진보 사관에따르면시간은과거에서현재를거 쳐미래로흐르며,사회는나날이나아져언 젠가최종목표(텔로스),즉완전한자유와 평등의유토피아에도달한다. 그렇게믿어온이들에게사회가 과거보 다나아지지않았거나심지어더나빠졌다 는느낌은견디기힘든고통이리라.진보적 으로사유하는이들은이때참담함속에세 상이무너져내리는패닉에빠지게된다. 수많은 사람과 촛불을 들고 광화문을 걷고, 탄핵소추가이루어지던국회를에워 싸고, 탄핵이인용되는장면을 TV로지켜 볼 때만 해도 희망이있었다. 그때탄핵당 한대통령은‘비정상의정상화’를외치며나 라를비정상이정상의행세를하는곳으로 바꿔놓은바있다. 그래서촛불후보는장미대선에서“이게 나라입니까?”라고 외쳤고, 당선되어서는 ‘적폐청산’의이름으로그비정상을청산하 는일부터시작했다.그런데그렇게청산된 국가의국민은벌써이렇게묻고있다.“이 건나라입니까?” 주류의교체 앞만보고걸었는데사회는제자리로돌 아왔다.어쩌다이렇게됐을까.사실탄핵을 기점으로이사회에는 우리가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큰 변화가있었다. 그새한 국사회의‘주류’가보수주의세력에서자유 주의세력으로교체된것이다.탄핵이후보 수는 휘날리는 태극기와 함께지리멸렬해 졌고,아직도그상태에머물러있다. 그사 이에자유주의세력은날로지배를공고히 했고,지금도승리하기를멈추지않고있다. 그들의교만한자신감은하늘을찌를것처 럼보인다. 과거에진보는한국정치의‘변수’였다.진 보정권이란그저스쳐지나가는현상일뿐 이었다.국민의정부는IMF 사태라는 ‘예외 적상황’에서자민련과의연합으로가까스 로탄생했다. 참여정부역시노무현이라는 ‘예외적개인’의인기로 탄생해탄핵역풍으 로 겨우 유지됐다. 잠시정권을잃었을 뿐 ‘상수’로여겨진것은 보수였다. 그러나지 금한국정치의‘상수’는자유주의세력이다. 보수는특별한 ‘변수’가없는한복귀할가 망이없어보인다. 과거의386들은어느덧 586이되어사회 의주류로 똬리를 틀었다. 1990년대호경 기때사회에나온 그들은아파트를 가진 중상층이되었다.반미전사이석기는아들 을‘철천지원수’미국으로유학보냈고,‘구 국의강철대오’전대협‘의장님’의딸도미제 의대학에다닌다.사노맹의은수미는성남 조폭에게자원봉사(?)를받았다하고,같은 조직에있던조국은아내와함께강남에건 물사는혁명적꿈을공유한다.그런586을 젊은세대는이미새로운기득권세력으로 바라본다. 지난정권에서낙하산태워내려보낸수 많은사람의자리에는지금이정권에서내 려보낸수많은사람이앉아있을게다.진 보가과거의보수가되었다는불편한진실 은가끔검찰의공소장을통해서나알려진 다.‘드루킹이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 했다’ ‘민정수석딸에게장학금을 준 의사 가어디의료원장이됐다’‘대통령친구에게 후보자리를내준이에게공기업네자리중 하나를권했다’ 등. 모든게바뀌었는데하 나도 바뀐게없다.아무리올라도제자리 로돌아오는에셔의계단에갇힌느낌이다. 후안무치 물론 바뀐게전혀없는것은아니다.예 를들어과거에비리를저지른정치인은그 래도머리숙여사과는했다. 비록 잘못은 했어도 ‘윤리기준’은 존중하여, 그기준에 서벗어난 자신을 탓하거나 혹은 탓하는 척했다. 문재인정권의사람들은다르다.그들은 잘못을해놓고외려적발한사람들에게성 을낸다. 그냥비리만저지르는게아니라, 그 행위가 잘못이라고 말해주는 ‘윤리기 준’을건드린다.아예기준자체를바꿔버림 으로써자신들은하나도잘못한것이없는 대안세계를만들어내는것이다. 그 결과 ‘아빠 찬스’는 기회의평등함이 되고,‘문서위조’는 과정의공정함이되고, ‘부정입학’은결과의정의로움이되었다.가 치는전도됐다.비리를저지른자들이외려 피해자행세하며그것을적발한검찰과그 것을 알리는언론을 질타한다. 이적반하 장이문재인정권하에서는일상의풍경이 되었다. 왜들이렇게뻔뻔해졌을까.가장기가막 힌것은, 부르주아 중에서도질나쁜 축에 속하는이들의방식으로살아온장관후보 가여전히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칭하 는대목이었다. 어쩌면여기에그뻔뻔함의비밀이있는지 도모른다.부패한기득권층이된지오래지 만그들은여전히자기들이진보운동을한 다는환상에빠져있다.종로에전셋집까지 얻었던임종석은한때정계를떠나며‘앞으 로 통일운동에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괴 물과 싸우다 괴물이되는악마의‘원환’에 빠졌지만 머리로는여전히자기가 사회의 진보를 위해싸운다고 믿고있는 것이다. 보수세력의낙후성은 ‘그래도이들이상대 적으로는진보’라는착시를일으킨다. 여전히운동가라는착란은 ‘나를지키는 게곧운동의대의를지키는것’이라는독선 으로이어진다.운동가는순결하다.혁명가 는 고결하다. 그런내가 부도덕하다고 말 한다면, 그것은 도덕이잘못된것이다. 고 로도덕부터청산해야한다.그리하여부도 덕한자들은도덕적인간이되고,도덕을지 키며사는이들은세상물정모르는바보가 된다.그리고“내가조국이다!”라는슬로건 과더불어이뒤틀린도덕은만인의것이된 다.‘포스트-진리’의시대는 ‘포스트-윤리’ 의시대이기도하다. 무능하나순결했던진보는어느새유능 하나 부패한 보수로 변신했다.이는 ‘예외’ 가아니라새로운‘정상’이다.정권은바뀌어 도권력은바뀌지않는다.불편한기시감은 여기서나온다. 상상인은그전엔부산저축 은행이었고, 환경부블랙리스트는그전엔 문화부블랙리스트였다. 추미애의아들은 그전엔황교안의아들이었고, 방송에서하 차당한양희은과박미선은그전엔김미화 와 김제동이었다. 심지어이기시감마저이 미본듯하다.사실이글의첫문단은 2005 년황우석사태때쓴 글에서가져온 것이 다.조국은그전의황우석이었던것이다. 그리고선거개입공소장에35번이나등 장했다는‘대통령’이란단어도불편한예감 을 준다.얼마전에봤던장면마저도 순환 의고리를돌아기어코회귀하고야말것인 가. 진중권미학자^전동양대교수 드루킹의매크로는십알단댓글 윤석열의수난은채동욱의수모 조민의표창장은정유라금메달$ 모든사건이과거와판박이 예전과달라진점이있다면 지금은비리저지른자들이 피해자행세하며되레적반하장 정권은바뀌었지만권력은그대로 네덜란드초현실주의작가마우리츠코르넬리스에셔의그림.끊임없이오르내리기를반복할뿐,출구를 못찾는계단은정권이바뀌어도달라지지않는부패하고오만한권력의속성을연상케한다. 정권은바뀌어도권력은비슷하다. 조국딸 조민의부정입학의혹당시고려대학생들(아래사진)이, 최 순실딸정유라의특례입학당시이화여대학생들이진상규명을촉구하는집회를열고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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