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2월 20일 (목요일) D10 기획 2020년2월20일목요일 28 진실이은폐된선동$ 자유주의정권, 본질을잃어가다 진중권의 트 <Truth: 진실> 루스 오디세이 <6>선동의기술 플라톤의‘고르기아스’에는이후의역사 에서자주반복되는사건의원형이등장한 다.거기서고르기아스는감히소크라테스 에게제말솜씨를 뽐낸다. 목숨이위태로 운데도 수술을 안 받겠다고 버티는 환자 가있었단다.의사도설득못한그를자신 이설득해수술을받게만들었다는것이다. ‘그러니나와 그 의사가 공직에출마하면 민회에서누구를뽑겠습니까.’우쭐대는그 에게소크라테스는이렇게대꾸한다. ‘고르기아스여,의사는의술에관한참된 지식(에피스테메)이있지만, 그대에게는지 혜가없다오. 그런데도 남을 설득했다면, 그보다위험한일이있겠는가.’ 진리없는설득 의사와 고르기아스가 선거에출마했다 고하자.사람들은누구를뽑을까.예나지 금이나대중은아마고르기아스를뽑을게 다. 문제는고르기아스에게는참된지식이 없다는데에있다. 그런그가진실없는설 득의솜씨로 폴리스를이끈다면, 나라 꼴 이어떻게되겠는가. 허위에설득당한대중 에좌우되는국가는궤도에서이탈할수밖 에없다. 그런 ‘진실없는설득’의위험성을 보여주는대표적인예가바로나치독일이 었다. ‘프로퍼갠더’라고하면흔히전체주의선 동을떠올리곤하나,실은모든정치체제에 서사용하는대중설득의기술이다.실제로 히틀러가모범으로삼은것도일차대전당 시영국의선전술이었다. 히틀러는선전술 의열세를패인의하나로보고집권후선전 술에국가적역량을집중하게된다.얼마나 지독했던지종전후연합군사령부에서“우 리가독일의저항의지를꺾은것은군사력 이아니라 그들의선전기구를 무력화시켰 을때였다”고회고할정도였다. 프로퍼갠더는 모든 주의자가 사용하나 체제에따라 그 특성은 다소 차이를 보인 다. 예를 들어마르크스주의자들은 선전 (propaganda)과선동(agitation)을구 별한다.선전은이성에호소하는논리적설 득의방식,선동은감정에호소하는정서적 설득의방식이다. 반면나치의선전에는이 런구별이없다.그들은이성적^논리적설득 을아예포기하고오직감정적^정서적선동 만을사용하기때문이다.나치에선전은곧 선동을의미한다. 적어도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제이념이 인류보편을대변한다고믿는다.비록허위 의식일지라도제이념이객관적진리라고믿 고,그것을인식하도록대중의지적수준을 끌어올리려한다(‘의식화’). 반면나치이데 올로기에는애초에보편성이없다. 그이념 이란게한갓인종주의편견에불과하기때 문이다. 독일인이세상에서제일우수한종 자라는주장을어떻게이성으로논리로정 당화할 수있는가. 따라서그헛소리를믿 게하려면대중을멍청하게만들어야한다. 선동의기술 ‘나의투쟁’에서히틀러는이렇게말한다. “모든 선전은 대중적형태를 취해야 하며, 그지적수준은가장멍청한이들의머리에 맞추어야한다.”나치는이렇게정치적의식 의가장후진적층위에눈높이를맞춘다.히 틀러는대중이이성을가졌다고보지않았 다.“국민의대다수는 그성격이너무여성 적이어서그생각과 행동이냉철한이성보 다 감정에좌우된다. 그 감정은 복잡하지 않고단순하다.”그단순한감정이란물론 호오(好惡),특히증오의감정이다. 바로여기서나치선전의기본방침이얻 어진다. “대중의두뇌용량은 매우제한적 이고,그들의이해력은미약하다.다른한편 그들은빨리잊어버린다.그러므로모든효 과적인선동은몇개의기본적인것만골라 되도록상투적인공식으로표현해야한다. 그리고그슬로건들을끊임없이반복해마 지막 한 사람까지받아들이게해야 한다.” 많은얘기가필요없다. 그저몇가지얘기 만상투어구로압축해끝없이반복하면언 젠가모두가그것을믿게된다는것이다. “다른편에유리할경우진실을객관적으 로탐구해서는안된다.” 선동을방해하기 에진실은억압해야한다.괴벨스의말이다. “충분히큰거짓을하고계속반복하면사 람들은 결국 그것을 믿게된다. 거짓말은 오직국가가국민을그거짓말의경제적,군 사적후과로부터차단시키는동안에만유 지된다. 고로 국가가 모든 권력을 동원해 이견을억누르는것이매우중요하다.진리 는거짓말의치명적인적이며, 따라서국가 의가장큰적이기때문이다.” 미전략사무소의보고서는 나치선전의 ‘기본규칙’을이렇게요약한다.“절대로대 중의흥분을 가라앉히지말 것. 절대로 자 신의결점이나오류를인정하지말것.절대 로적에게도뭔가좋은점이있다고인정하 지말 것. 절대로 대안의여지를 남기지말 것.절대로비난을용인하지말것. 한번에 하나의적에집중하여그에게잘못된것의 책임을뒤집어씌울것. 사람들은작은거짓 말보다큰거짓말을더잘믿는다.”이상황, 왠지낯익지않은가. 자유주의정권의전체주의선전 이정권도 큰 거짓말을 한다. 자신의잘 못을 인정하지않고, 자신을 비난하는이 는 바로 고발한다. 대안도인정하지않는 다. ‘그렇다고 저쪽찍을 거야?’ 세상을진 영으로 갈라친구의잘못은 덮고, 상대는 절대악으로 만든다. 하나의적(가령윤석 열)에집중해그에게만악의책임을뒤집어 씌운다. 지지자들은 ‘적폐청산’ ‘토착왜구’ ‘4^15는한일전’ 등상투어만 반복한다. 그 들의극성에이견을낼수도없다.페이스북 에‘좋아요’를 눌러도 그들의눈치를 봐야 한다. 물론 21세기의한국을 1930년대독일과 단순비교할수는없다.일단민주당은자 유주의를표방하는정당이다.정권에서나 치처럼체계적인선전선동 기구를 가동하 는것도아니다.민주주의의시스템은여전 히작동하고,반대편에는견고한견제세력 도 존재한다. 때문에이정권을 ‘파시스트 정권’으로 규정한다면, 그것은 부당한 선 동일것이다.하지만최근민주당정권의소 통양식이강한전체주의적특성을드러내 는것만은누구도부정하지않을것이다. 왜이렇게됐을까. 그새민주당의성격이 바뀌었기때문이다. 김대중과노무현은민 주주의에대한확고한신념을갖고있었고, 그철학으로당이자유주의의궤도에서벗 어나지않게관리했다.문재인은다르다.그 는실현해야할정치적‘이상’을위해서가아 니라‘운명’에이끌려정치무대로불려나왔 다.젊은 386을영입해민주주의이념아래 놓았던두전직대통령과 달리, 그는 자기 철학없이이미주류가된 586에옹립당하 고관리당하는처지에가깝다. 민주당은어디로가는가 문제는나라를쥐고흔드는이들 586 세 력이민주주의를학습한적이없다는데에 있다.학창시절‘국가주의’교육을받은그 들은독재정권에맞서민족주의색채를띤 또다른전체주의이념으로무장했다.상대 의존재를인정하고대화를통해이견을해 소하는것이정치에대한자유주의적관념 이다. 하지만 586에정치는여전히‘적폐세 력’과 ‘토착왜구’를 때려잡는 민족해방 전 쟁의연장이다.이성전에시비를거는이는 변절자로 몰려인터넷반민특위(?)에회부 된다. 지지자를설득하는데에도이들은 운동 권시절의전체주의선동을사용한다.새빨 간 거짓말, 부분적거짓말, 맥락을일탈한 진실등다양한거짓말로그들은대중의의 식속에정치를일종의전쟁으로각인시킨 다. 세뇌의결과지지자들은 “되도록 많은 아군과 되도록 많은 적군의시체”를아예 정치의이상으로삼게된다.전쟁터에서유 일한정의는승리다. 승리를위해적에게이 로운진실은은폐되고,아군의범죄는용서 된다.비판자는 ‘내부총질러’로군법회의에 넘겨진다. 문제는,이낡은운동권서브컬처가어느 덧주류가된586을통해정부와공당의운 영원리까지왜곡시킨다는데에있다. 그러 다 보니자유주의정권의커뮤니케이션이 전체주의적특성을 보이는 해괴한 사태가 벌어지는것이다. “민주당에는 민주주의자가없다.” 홍세 화선생의지적이다. 20년전그가 ‘톨레랑 스’의정신을 외쳤을 때그 표적은 한국의 극우세력이었다. 그런데지금그의외침은 자유주의를표방하는정권을향한다.민주 당,도대체어디로가는가. 진중권미학자^전동양대교수 감정보다논리적설득방식 마르크스주의자의‘선전’과달리 나치주의는정서적‘선동’사용 “국민은이성보다감정에좌우” 다른편에유리한진실을감추고 큰거짓을반복해믿게만들어 민주주의학습이없던 586들엔 정치도민족해방전쟁의연장 비판자는‘인터넷반민특위’회부 ‘톨레랑스’외침,이젠민주당으로 2017년대선직전광주충장로유세장에서문재인당시더불어민주당후보가선물받은김대중 · `노무현 전대통령의사진을들어보이고있다(왼쪽사진). 지난해서초동대검청사앞에모여 ‘조국수호’를외친 시위대(오른쪽위)뿐아니라민주당비판해시태그를다는이들(오른쪽아래) 모두문재인정부가품어야 할국민이다. 한국일보자료사진 · 페이스북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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