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2월 21일 (금요일) 화제 A11 술이란놈은캄캄한밤을휘황하고재미있 게 만들며 한순간에 나를 인류박애주의자 로바꿔놓는다.또한술은내안의악마를충 동시켜 나를 성깔 있는 여자로 변화시켜 말 싸움을하게만들고, 낯뜨거운무례를범하 게한다. 중대사고를친다음날아침, 난이를악물 고결심했다.“이제더이상은안된다”고. 수십년간술과드잡이질을해왔으면서도 나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알코올중독자로 생각한적이없었다. 음주 문제에 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40점짜리 AUDIT 퀴즈에서 나는 8점을 기 록했다.‘위험한’패턴을보이는‘중간(me- dium)’수준의 음주자에 해당하는 점수였 다. 그러나‘중간’수준은그다지나쁘지않 게 들렸고, WHO 웹사이트 역시 그 정도는 ‘큰 어려움 없이’음주패턴을 바꿀 수 있다 고평가했다. 게다가 나는 남편과 아이, 꽤 근사한 일자 리까지두루갖춘이른바‘3관왕’이었다. 그 러니내자신을그저놀기좋아하는평균적 파리지엥포도주전문가쯤으로생각하는것 도무리는아니다. 내가알코올의힘을알아챈것은10대후반 의일이었다: 술은자제력을잠재웠고, 거짓 친밀감을 만들어냈으며, 곧 잊어버리고 말 휘황한 계시를 촉발시켰다. 알코올은 자존 감이 떨어지는 나를 외형적인 인간으로 바 꿔놓았고, 정상적인 상태라면 결코 하지 않 았을말을주절주절쏟아놓게만들었다. 그렇다. 솔직히누군가와베갯머리를나란 히한상태에서눈을뜬적도종종있었고,그 때마다“어제밤엔왜이친구가그렇게귀엽 게 보였을까?”라는 격한 후회로 가슴을 쳤 다. 그래도나는친구들에게뻥을쳤다:“어 제밤내가어떤일을겪었는지한번맞춰볼 래?”라며불편한사건을흥미진진한일화로 슬쩍바꾸어놓았다. 술은 약이 되기도 한다. 때론 화를 삭이려 고,때론외로움을달래려술을마신다.사실 내가 우울증 때문에 술을 마셔댔다는 사실 을깨달을때까지꼬박몇년이걸렸다. 그러 나 우울증을 치료한 뒤에도 음주는 계속됐 다. 알코올은 스트레스 해결사였고, 현실에 맞서는파이터이자,인위적즐거움의수여자 였다. 40대에 내 인생은 변했다. 결혼을 했고 이 제 17세가된사랑스런딸을입양했다. 재택 근무를하며가족을위해저녁을만드는주 부로변신한것이다. 하지만옆집엄마와거 의매일와인잔을나누었고, 아침의숙취는 갈수록 심해졌다. 밤에 책을 읽거나 남편과 잡담을나누는대신술을마시고뻗기일쑤 였다. 알코올이 내 뇌세포를 망가뜨릴 것이 라는 두려움도 들었다. 술이 남성보다 여성 에더큰영향을준다는글을쓴적이있었기 에은근히걱정이됐다. 몇년전, 큰맘먹고술마시는일수를주당 5회로 줄였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 각해보라. 힘든하루를마감한뒤어찌술을 멀리할수있단말인가?매주이틀연속금주 를 실천하려 애썼지만 허사였다. 이틀간의 금주를실천하려면군사적전수준의전략을 짜야했다. 그러나주당 5회음주목표를달 성한 주의 일요일에는 가슴이 뿌듯했다. 진 짜알코올중독자라면단하룻밤도술을거 르지못했을터이다. 그러나나는해냈다. 이 정도면 나는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지 않을 까? ‘알코올 중독’은 실제 진단명이 아니다. 1980년,권위를인정받은미국심리학협회의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은 알코올 남용과알코올의존증등음주장애의두가 지유형을제시했다. 이어 2013년, DSM은 두 개의 범주를 묶 어‘알코올 사용장애’라는 새로운 진단명 을만들었다. 알코올사용장애는술을얼마 나많이마시느냐가아니라 11개의행동, 혹 은심리증상가운데몇개를갖고있느냐를 바탕으로장애의정도를경증에서중증까지 분류한다. 한편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음 주량에 초점을 맞춘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 했다. CDC기준에 따르면 여성은 1주에 7 잔미만, 남성의경우 14잔미만까지는안전 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 은 2016년에발표한보고서를통해이같은 가이드라인이국가별로큰편차를보인다고 밝혔다. 캐나다, 혹은프랑스에서는주당음 주량이 CDC 기준치를 초과해도 여전히 알 코올 사용장애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간주 한다. 더구나영국의의학잡지랜셋은최근발표 한연구보고서에서알코올이건강에큰타 격을주기때문에안전한수준이란존재하지 않는다고결론지었다. WHO 웹사이트는 중간 위험 수준의 애주 가인 나의 경우‘큰 어려움 없이 술을 끊을 수있다’고했지만금주는내가맞닥뜨린일 생최대의도전이었다. 음식점벽에붙은광 고속병맥주의진갈색‘이슬방울’들은신성 한생명수를떠올리게했고, 운동을마친후 의갈증은시원한한잔의맥주를간절히원 하게만들었다. 그건그렇다치더라도맨정 신으로 비즈니스 교제를 한다는 게 가당키 나한일인가? 그럼에도불구하고난죽을힘을다해금주 를 시도했다. 우아하게 피노누아를 홀짝이 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비알코올성 맥주를 들이키기란쉽지않았다. 하지만셀처(selt- zer: 탄산수)에 맛을 들이면서 상황이 조금 씩개선되기시작했다.처음부터의도적으로 배제한것은아니나AA(익명의알코올중독 자모임)에는가입하지않았다. 그대신내음 주습관의 피해자인 남편과 딸, 친구들에게 도움을청했다. 마음을다잡은뒤내가처음한일은서브- 레딧사이트에올라오는알코올중독자들의 절절한 경험담과 관련 영화들을 닥치는 대 로읽고,보는것이었다. 그러나금주결심을유지하게만든최대요 인은‘술취한나와멀쩡한정신의나’사이 의 현저한 차이였다. 무의식적인 수치심이 내 인생을 얼마나 독하게 흔들어 놓았는지 금주를하기이전에는미처알지못했다. 이 제 그 수치심은익숙지 않은 자긍심으로 교 체됐다. 금주기간이 길어질수록 기분이 좋아졌고 그효과는결혼생활과직장생활, 육아, 우정 으로번져갔다. 내가술을끊은사실을모르 는사람들은“몰라보게젊어졌다”며놀라워 했다. 이전보다 인내심도 많아졌다. 두통의 빈도가 줄었고, 에너지는 급상승했다. 이는 홍콩과 미국의‘안전한’수준의 음주가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이 금주를 할 경우 웰빙개선효과를누릴수있다는캐나다의 학협회저널의최근연구보고서내용과도일 치한다. 나는 이제 스스럼없이“내가 알코올 통제 능력을 상실한 재발성 만성 뇌질환 환자였 다”고털어놓는다.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 구소(NIAAA)는 미국인 성인의 6.2%에 달 하는1,500만명이알코올사용장애증후군 을앓고있다고전한다. 그러나금주이전의 나처럼스스로를알코올사용장애자로생각 지않는만성중독자들이이보다훨씬많을 것이라믿는다. 금주상태를유지하기는어렵다. 나역시술 을 끊은 뒤, 성공적인 금주를 자축한답시고 세번술을마셨다. 그때마다약간의어지럼 증과 숙취, 그리고 지독한 열패감에 시달렸 다. 요즘나는매일아침맑은정신으로깨어난 다. 그어느때보다엄마이자아내인동시에 누군가의 친척, 혹은 가까운 친구로서의 역 할에충실하게되었다. 그건정말기분좋은 일이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기분 좋은 아침을 맞으려한다. (필자인 낸시 와티크는 뉴욕타임스커뮤니티부소속이다.) <ByNancyWartik> <삽화: Bianca Bagnarelli/뉴욕타임스> ‘알코올 사용장애’ 극복하려면 술 취한 나 vs 멀쩡한 나 비교를 2018년가을의어느날,나는지독한숙취와함께잠에서깨어났다.그전날,친구들과어울려꼭 지가돌정도로맥주를마셨고,그자리에참석한한여성동료가내게조심스레털어놓은고민 을소리높여‘생중계’했다. 물론주변사람모두가극히사적인그녀의고민을알게됐고, 여성 동료는내게심한배신감을토로했다. 바로그며칠전에도민망스런짓을저질렀다.앞서간친구의추모식이있던날이었다.추도식이 끝난후가진술자리에서나는‘꽐라’가됐고,급기야그날의여주인공인미망인과심한말싸움 을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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