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2월 21일 (금요일) 모세 최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마음의풍경 A12 ▲ E메일: ekoreatimes@gmail.com 여러분의의견을기다립니다 오피니언 시사만평 아낌없이 쏟아붓는 블룸버그 대릴 케이글 작 케이글 USA 본사 특약 사라져 가는 것들 첫눈 내리는 아침 ‘첫눈’(시인‘노천명’의시) “은빛 잠옷을 길게 끌어/ 왼 마 을을 희게 덮으며/ 나의 신부가 이아침에왔습니다. / 사뿐사뿐 걸어/ 내 비위에 맞 게조용히들어왔습니다. / 오래간만에 내 마음은/ 오늘 노래를부릅니다./잊어버렸던노 래를부릅니다. / 자 -잔들을높이드시오,/ 포 도주를 내가 철철 넘게 치겠소./ 이좋은아침 /우리들은다같이아름다운생 각을 합시다./ 꾸짖지도 맙시다./ 아기들도울리지맙시다.” 새해 첫눈이 내렸다. 함박눈이 소복이쌓여세상을은빛세계로 이루어놓았다. 하나님의놀라운 솜씨로 정화해 놓으신 아름다운 설경에탄성을터트리게된다. 눈이 내려 소복소복 쌓이는 아 침에 내면의 희열이 환상적인 음 악의선율이되어감미롭게흐른 다.첫눈내리는아침에세월의저 편으로멀어져간옛시절의노래 가 살아나는 가슴 벅찬 순간이 다. 시의 내용처럼, 아침의 눈부 신설경에도취되어삶의순수가 회복되는기쁨이넘친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길 을하염없이걷고싶은낭만적인 감정의물결이밀려오고있다. 영화‘Dr, 지바고’와영화‘러브 스토리’의 아름다운 설경의 명 장면이한폭의그림처럼생생하 게살아난다. 영화‘Dr, 지바고’에서 러시아 의 아름다운 설원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러브 로망의 스토리 와함께화면에잔잔하게흐르는 ‘Somewhere My Love’는 감미 로운테마뮤직이아닌가. ‘지바고’가 사랑하는 연인‘라 라’를찾아하염없이설원을걸어 가는모습과화면을가득채우는 설경의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기 억될명장면이다. 영화‘러브스토리’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설경의 명장면 이 떠오른다. 젊은 연인들이 눈 밭을 뒹굴며 눈싸움하는 장면에 서해맑은웃음이피어나는음악 ‘Snow Frolic’또한, 경쾌하고풋 풋한사랑의시정이넘치는환상 적인허밍은어떤가? 이 영화의 애절한 사연이 우리 의가슴을얼마나아프게했던가. 오랜세월이흐른지금도‘러브 스토리’주제가와 함께 심금을 울리던 안타까운 결말이 그때의 애잔한울림으로어필해온다. 우리의심금을울리던비극적인 결말의문학작품(영화)인일본의 전후 작가‘고미가와 준뻬이’의 전쟁소설‘인간의 조건’을 빼놓 을수없다. 일본 제국(군국)주의 만행으로 고통받는만주‘노호령’광산근 로자들을 위해 박애(인도)주의 정신으로 일하던 주인공‘가지’ 가일본당국으로부터징집영장 을 받고 아내와 이별하고 남지나 전선으로내몰리게된다. ‘가지’는 전선에서도 군국주의 만행에 치열하게 저항하며 싸우 다가일본의패전후,남지나전선 에서패잔병이되어귀향하는고 난의장정에오른다. 눈보라 치는 벌판에서 탈진해 비참한최후를맞는마지막눈물 겨운장면이가슴아프게한다. ‘가지’는생의마지막순간에서 도사랑하는아내‘미치코’에대 한사무치는그리움과희망이가 슴속에솟구친다. ‘가지’는 점차 희미해져 가는 기억속에서도아내에대한사랑 의 감정은 끊임없이 불타오른다. ‘가지’가쓰러진곳은아내가있 는 중국의 만주 탄광촌인‘노호 령’과는 너무나 먼 지역이었지 만,아내를그리워하는마음은자 신을애타게기다리고있을아내 ‘미치코’를향해달려간다. ‘저녁불빛새어나오는집앞에 도착한다’‘사랑하는 아내가 놀 라움과기쁨에방문을열고달려 나온다’ ‘가지’는쓰러진채사랑하는아 내를만나는기쁨을그려보며희 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점점 흐려져가는의식속에서도아내 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결코, 스 러지지않는다. ‘가지’가험난한귀향과정에서 죽음을 맞게 되지만, 포기할 수 없는사랑의마음에희망의불을 지피는숭고한순간이다. 사력을다하다쓰러진‘가지’의 몸 위에 많은 눈이 내려 쌓여 낮 은언덕을이루고있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의 생생 한 묘사에 가슴 아파 눈물 쏟았 던기억이새롭다. 한창, 감성이 풍부했던 시절의 독서체험에서벅찬감동을자아 내던여운이짙게남아있다. “나는블룸버그에게 투표할것같아.”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오랫동안우리에게친숙하고익숙 했던것, 주변의많은것들이광속 도로사라져가고있다. 도심한자리를차지했던넓은파 킹랏, 오래된 건물과 집들이 무너 지고 그 자리에 대규모의 럭셔리 콘도가여기저기에우후죽순생겨 나고 있어 도시의 이미지가 하루 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오랜만에 다른 도시를 방문하면 짧은 기간 에 급격하게 변화된 분위기에 놀 라서여기가그도시가맞나, 할정 도로놀라는경우가종종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좀처럼 변치 않던 미국사회가 최근 한국 못지 않게 역동적으로 변모해가고 있 다. 전통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던 아날로그 사회에서 스피드, 효율 성, 변신을 추구하며 인터넷과 스 마트폰, 인공지능 등으로 상징되 는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우리 사 회는 무섭도록 진보해가고 있다. 불과몇해전만해도일상에서큰 자리를차지했던물건들과가치들 이 이제는 새로운 시스템과 기술 에 밀려 추억이 되고 고물이 되어 간다. 오늘날우리삶의커다란영 역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물건 들도 머지않아 추억이 되고 말 것 이다. 때론두렵지만이변화는거부할 수도외면할수도없다. 몇년전북 가주의 한 한국어 일간지가 예고 도 없이 갑자기 폐간되어 가슴이 철렁했던 적이 있다. 마치 북가주 한인사회의쇠퇴를상징하는전주 곡 같은 느낌이어서 충격이 참 컸 다. 북가주의한국식당또한예전 의 맛과 우리 동포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하던 훈훈한 분위기가 상 실되어 간다. 양복 정장과 남자에 게유일한컬러풀액세서리였던넥 타이들이서랍장안에서사장되어 가고 있다. 요즈음은 정장을 입으 면 무언가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느낌이들곤한다. 몇년전만해도고객파일을담은 바인더가서재처럼쌓여있어서큰 방을가득차지했던것이페이퍼리 스(paperless) 시대가 되면서 폐기 처분해야하는신세가되었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고 객과지인들이정성스럽게손으로 쓴 편지와 함께 알록달록한 크리 스마스카드로안부인사를보내와 서 벽에 가득 걸어놓고 그들과의 추억과인연을감사하며음미하곤 했는데, 지난10년사이에매년숫 자가 줄어들더니 이제는 거의 아 무도 보내지 않는다. 전자 연하장 및 카드로 그런 전통이 대체되는 데, 미안하지만 전혀 감동적이지 못하다. 예전에는 매달 정기적으로 한번 씩 사업 고객들을 방문하며 서류 도픽업하고사업이나세상이야기 를 나누거나, 세금보고 시즌에 한 번씩 만나서 지난 일년의 삶을 교 환하곤 했다. 지금은 이메일로 서 류를 공유하고 카톡 등 온라인으 로 대화를 하다보니 고객이나 지 인들과 대면하는 일이 점점 줄어 가고있다. 가끔전망좋은새로운 사업체를물어보는고객들에게이 제는되도록“지금운영하고있는 사업체를이끌수있을 만큼 하시 다가은퇴하는것이좋겠다”고조 언한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해 결하는 세상의 변화로 인해 특히 나이든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체 를 창업하는 환경이 무척 제한적 이고열악해졌다. 나이가들어가니세상의변화에 수동적이 되고 나를 변신시키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 어 색하고자신감이차츰상실되어가 기만한다. 나도한때세상을앞서 간다는 평을 들었는데 이제는 젊 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의존해 야하는처지가되어버렸다. 평소책읽는것을무척즐겨했던 나도이제는스마트폰의편리함에 빠져서 시간만 되면 들여다보고 잠자기전까지스마트폰을만지작 거리곤한다. 사람을바로앞에놓 고도 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 는풍습이일상화되어간다.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세상이 편 리함은 주겠지만 행복을 주는 것 같지는않다. 개인간의교류와진 솔한 대화가 끊어지며 우리는 점 점 고독해지고 삶의 낭만과 인간 미가 차츰 사라져간다. 우리는 무 엇을얻고무엇을잃는가? 세상이아무리변해도우리가지 녀왔던 전통과 가치관을 지키고 가족및주변인들, 또사회의일원 들과 열심히 소통하고 교류하며 삶을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 삶과생각 성주형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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