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2월 29일 (토요일) D10 기획 2020년2월27일목요일 재난 때마다 ‘이세상의신’ 노릇하는 중세적목자들 눈에보이는 신 ‘이단’만이아니다. 기성교단의목사들 도 비슷한얘기를 한다. 창원의어느 목사 는 “중국 시진핑이하나님눈에악한 정책 을 만들었다”며“전염병은 범죄한 백성들 과그시대에대한하나님의징벌로하나님 이지금중국을때리고시진핑을때리는것” 이라 주장했다. 낯설지않은 장면이다. 큰 재해가있을때마다빠지지않고등장하는 것이대형교회목사들의주옥같은망언들. 그들에따르면 동남아 쓰나미는 “이교도 에대한 하나님의심판”, 뉴올리언스 홍수 는“동성애에대한하나님의징벌”이었다고 한다. 이렇게재해를 ‘신의징벌’로해석하는것 은명백히중세적이다. 중세인은신이자연 의운행에직접개입한다고믿었다.이믿음 이얼마나 끈질겼는지근대에들어와서도 과학논문에신이등장하곤했다.태양계의 운동을역학으로설명한뉴턴마저도이운 동의‘원동자’로서신의존재를가정하지않 았던가.과학에서신이사라진것은 19세기 의일.태양계형성에관한라플라스의논문 을읽은나폴레옹이저자에게‘왜논문에신 이빠져있냐’고물었다. 대답은간단했다. “제게신이라는가설은필요없습니다.” 그후신은구약의말씀대로 ‘숨은신’이 되었다.“진실로 주는 스스로 숨어계시는 하나님이시니이다.”(사45:15)오늘날 우리 는자연의설명에신이라는가설을사용하 지않는다.창세기는빅뱅이론으로,창조론 은진화론으로대체되었다.코로나19도발 생의원인부터확산과정, 나아가치료법까 지과학의힘으로얼마든지밝혀낼수있다. 그현상을설명하는데에도굳이신이라는 가설을끌어들일필요가없다.자연의모든 현상은이미과학으로설명이가능하거나, 언젠가설명이가능해질것이다. 그럼신은존재하지않는가.그렇지않다. 그저“숨어계시는”것뿐이다. 최초의우주 비행사유리가가린은지구궤도를돌며‘여 기우주에신은없다’고 한 것으로알려져 있다.하지만이는소련정부의프로파간다 일뿐이다. 실제로 그는 세례를 받은 독실 한정교회신자였다. 아폴로11호의비행사들도 달에서신을 만나지는못했다.하지만암스트롱과함께 월면차를탔던올드린은교단의허락을받 아달위에서혼자성만찬식을올렸다.지금 도신은존재한다.그저보이지않게숨어계 실뿐. 숨은 신을 끌어내는 사이비종교 우주비행의시대에도 여전히신이살아 있는이유는 뭘까. 과학이답하지못하는 물음들이아직남아있기때문이리라.가령 죽음의공포를어떻게극복할것인가.이물 음앞에서과학은완벽히무력하다.이때종 교는인간에게부활과영생을약속한다. 삶의근원적부조리는어쩔것인가.천하 의악당이부귀를 누리고, 선한 자들은 고 통스러운생을마감한다.인간의정의를피 한자들은신의심판에맡길수밖에.그래서 종교는 천국과 지옥을 발명한 것이다. 그 일을과학이할수는없지않은가. 게다가인간의과학이나기술에는 한계 가있다. 그 한계너머의일들을 우리연약 한인간들은신에게맡긴다.때문에진화론 을가르치는생물학자,빅뱅이론을가르치 는 물리학자가 교회에나와 “천지를 만드 신 하나님아버지”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은전혀이상한일이아니다.외려‘창조과 학자’들이야말로 뿌리깊은 무신론자들이 다. 성경에믿음이“보지못하는것들의증 거”(히11:1)라했거늘,온갖궤변으로신앙의 눈에뵈는 증거를 찾는 것은 신보다 과학 을더신뢰하기때문이리라. 사이비종교일수록 숨은신을 끌어내사 람들에게현시하려는경향을보인다.“여러 분 중 바이러스 걸린사람이있느냐. 그럼 다음 주에예배에오라. 주님이다 고쳐주 실것이다.” 직접하나님의목소리를 듣는 다는전광훈목사의말이다.“대구목사님 들, 정부가예배두지말라고 해서그렇게 하는 당신들이목사들이냐.” 흑사병이돌 던시절중세인들은역병을 하나님이내리 신징벌이라믿고교회에모여집단적으로 회개의기도를 올렸다. 결과는 참혹했다. 신은이들을고쳐주시지않았다. 신의 ‘존재하심’을 믿는다는 것이, 고작 하얀 수염달린이가 저하늘에우리를 늘 내려다본다는유치한판타지를믿는것일 까. 신의‘역사하심’을믿는다는것이고작 그영감이수틀리면이땅에역병을내린다 는 황당한 스토리를 믿는 것일까. 하나님 을인간이과학이나기술로해결해야할영 역에까지개입하는주책없는존재로만들 어버리는것이야말로신을희화화하는독 신(瀆神)일뿐이다.숨은신은하늘‘저높은 곳’이아니라우리안의‘저깊은곳’에계신 다.그리고거기서역사하신다. 기독교, 중세적광신에서벗어나야 25년전유학중에다니던교회의성도가 내게고민을털어놨다.어느대학에서‘교수 를시켜줄테니1억을내라’는제안을받았 는데어떻게하면좋겠냐는것이다.바로며 칠전그가교회에서눈물을흘리며신앙간 증을하는장면을목격했던터라그에게퉁 명스럽게되물었다.“예수님이라면뭐라고 하셨을 것같아요?” 말리셨을 것같단다. 그럼하지말라고 했더니‘남들 다 그렇게 사는데, 그럼나는어떻게먹고사느냐?’고 걱정이다. 걱정하는 그에게마태복음의말 씀을들려주었다. “공중의새를보라심지도않고거두지도 않고창고에모아들이지도아니하되너희 하늘아버지께서기르시나니너희는이것들 보다귀하지아니하냐.($)들의백합화가어 떻게자라는가생각하여보라.수고도아니 하고길쌈도아니하느니라.그러나솔로몬 의모든영광으로도입은것이이꽃하나만 같지못하였느니라.오늘있다가내일아궁 이에던져지는들풀도하나님이이렇게입히 시거든하물며너희일까보냐.그런즉너희 는먼저그의나라와그의의를구하라.”(마 6:25-34) 그러니걱정할것없이“먼저그의의”를 구할일이다.공중의새와들판의백합까지 돌보시는 분이하물며우리를외면하시겠 는가.정말로신이‘존재’한다고믿는사람 이라면이약속을믿어야한다.신비체험은 신앙의본질이아니다. 방언의은사를입었 다 한들 사는 방식이바뀌지않았다면, 그 는아직신을안믿는것이다. 곤궁과핍박 이예상되더라도 말씀을 믿고 “먼저그의 의”를구할때비로소이땅에“그의나라” 가세워지는것이다.신은이렇게숨어서세 상에‘역사’하신다. 성서와우리사이에는엄청난지역적^시간 적간극이존재한다.때문에신이고대이스 라엘민족에게하신말씀을오늘날의한국 인을위한메시지로번역하는데에는정교 한해석의작업이필요하다. 하지만사이비 목자들에게그런해석학적능력이있을리 없다.그래서그들은성서를축어적으로(글 자 그대로)읽는다. 그결과 고대인의세계 관이현대를사는신도들의머리를지배하 게되고, 맹신과 광신에빠진신도들은 종 교적상징과비유를그대로물리적현실로 받아들이게되는것이다. “예수의이름으로명하노니코로나여물 러가라.” 방역이심각 단계로 올라가던날 한기총회장은광화문에신도들을모아놓 고이렇게외쳤다.파도를꾸짖어잔잔케한 예수의기세다.신천지와한기총은서로적 대하나,두단체의총회장사이에는공통점 이있다.즉“이세상의신”(고후4:4)노릇을 한다는점이다.전광훈목사는한국의기독 교가아직종교성의현대적수준에이르지 못했음을말해준다.개신교일각의이중세 적광신이야말로이땅에횡행하는수많은 이단들의밑거름인지도모른다. 미학자^전동양대교수 진중권의 트 <Truth: 진실> 루스 오디세이 <7>코로나19사태와 종교 교주이만희“금번병마사건은 마귀가신천지급성장저지하려” 광화문에신도모아놓은전광훈 “예수이름으로코로나여물러가라” 숨은신현시하려는중세적해석 흑사병돌던시절중세인들은 “하나님의징벌”회개하려고 교회에모여집단적으로기도 그결과는참혹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대량확산사태진원지로대구대명동신천지대구교회( )가지목 되면서신천지에대한비판이쏟아지고있다. 하지만이만희( Ύ ) 신천지총회장과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 부(범투본)를이끄는전광훈( Ώ )목사의화법은놀랍도록유사하다.지난23일서울광화문광장범투본집회 에서 ‘주와함께라면병들어도좋아’( ΐ )라는노래가사가눈에띈다. 대구=뉴스1 ^ 한국일보자료사진 신천지교단이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의슈퍼전파자로 떠올랐다.좁은공간에서밀착식 예배를드리고신도들이거의매일 교통 ( ❛ ) 하는독특한문화 때문이란다.방역당국은이들이 신분과행적을감추고있어감염원 추적에애를먹고있다.이들이 잠입시킨 ‘추수꾼’으로인해애먼 제도교회들까지행여바이러스에 전염되지않을까우려하고있다. 그러는가운데교주인이만희씨는 신도들에게메시지를보내 “금번 병마사건은신천지가급성장함을 마귀가보고이를저지하고자일으킨 마귀의짓”이라고주장했다. 2 3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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