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3월 7일 (토요일) A10 특집 CIA와 BND, 그리고 크립토AG 는암호장비와구입처의특성상철 저히비밀이유지돼야함에도,판매 된장비의사양을수시로공유함은 물론,장비를반복적으로조작하거 나때로는사용설명서를실제사용 법과다르게표기해자신들이암호 를해독해내기수월하도록하는기 만도서슴지않았다. 이로 인해 1970~80년대 각국의 주요정보들이이들손에넘어갔으 며, 이중에는 △1978년 캠프 데이 비드에서 이집트, 이스라엘, 미국 이중동평화협정을맺을당시안와 르사다트이집트대통령이본국과 나눈기밀통신내용△1979년이란 의미대사관인질사태때비밀협 상채널이었던 알제리가 이란과 벌 인 협상내용 등이 포함됐던 것으 로전해진다.또한국과관련해서는 1976년박정희대통령이재미사업 가박동선을시켜미의회를상대로 벌인 로비사건인‘코리아게이트’ 에대해서도미국은조작된장비를 통해당시청와대와중앙정보부,외 무부의일거수일투족을낱낱이파 악하고있었다는주장도나왔다. 이번 암호장비 조작 의혹사건으 로동맹이동맹을속이고조작과기 만과 난무하는, 첩보 영화에서나 볼것같았던음모적커넥션이현실 세계에서도 작동하고 있음이 드러 났다. 그러나미정보기관과크립토AG 의비밀스럽고은밀한거래는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으며, 특히 미국에서 신호정보(SIGINT, 첨단 전자통신장비를활용해신호를포 착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 체 계가구축되는과정과도밀접한관 련이있는데, 그시작은 20세기초 로거슬러올라간다. 이번에 언론들은“CIA가 크립 토AG를 설립했다”고 보도했으 나, 실상크립토AG는꼭 100년전 인 1920년 스웨덴의 암호기 발명 가인 아비드 게르하르트 담(Arvid Gerhard Damm)에의해스톡홀름 에서설립돼됐다.이시기암호기들 은대부분‘회전로터방식’을택해 보안성을 강화했으며 2차 세계대 전에서나치독일이사용해맹위를 떨친암호기‘에니그마’(ENIGMA) 도 이때 탄생해 여러 차례 개량화 를 거쳤다. 당시 담도 회전로터 방 식의 C-36 암호기를 내놓으며 야 심차게시장을두드렸고투자자인 러시아계 스웨덴인 보리스 하겔린 (Boris Hagelin)이 합류하면서 사 세를 확장했다. 초창기 담의 암호 기는에니그마를능가하는판매량 을기록하며승승장구한다.그러나 1927년담이갑작스럽게사망했고 대주주가된하겔린은담이개발해 놓은 A계열암호기시리즈를연이 어시판하며성공을이어갔다. 얼마뒤나치독일은하겔린의암 호기를외면하고자국발명가가개 발한에니그마를군용암호기로채 택해대량매입하면서업계판도는 순식간에바뀐다. 하겔린은백방으 로돌파구를찾아나섰는데, 그사 이히틀러에의해포성이울리자회 사를미국으로옮겼다.하겔린이회 사를미국으로옮긴표면적이유는 나치가 스웨덴과 인접한 노르웨이 를침공한것이었으나,진짜목적은 미군에자신의암호기를팔려는데 있었다.마침미군은신형암호기를 찾고 있었고, 하겔린은 전쟁 기간 미군에 휴대가 용이한 M-209(제 조명C-38)암호기를약14만대보 급하는개가를올린다. 하겔린이 미국에서 거둔 성과는 이것만이아니었다.영업대상을군 에서정보기관으로확장하는동시 에훗날전지구적신호정보체계를 좌우하게될운명적거래가그를기 다리고있었으니,그것은바로미국 신호정보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윌 리엄 프리드먼(William Friedman) 과의 협력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암호기 판매업자와 암호해독가로 1930년대부터익히알고지내던사 이였고전쟁을거치며관계는더욱 돈독해진다. 이 협력관계는 장차 하겔린의 사 업에‘음모적요소’가가미되는계 기가되기도한다.하겔린이미국으 로건너갈당시프리드먼은미군에 서도가장비밀스런조직이었던육 군통신정보국(SIS, 일명알링턴홀) 을 이끌며 대 일본 통신망을 감시 하는‘매직 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민간인이지만드물게일찌 감치 신호정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1929년육군에SIS를창설한프리 드먼은, 2차대전개전을전후로독 일의에니그마와함께당대최강의 암호기로이름난‘퍼플’(PUPPLE) 을복제하는발군의역량을과시했 고 결국에는 태평양전쟁을 승리로 이끄는숨은공로자중한명이된 다. 프리드먼이이끈SIS는전후확 대를 거듭해 1952년 국가안보국 (NSA)으로 개편되면서 현재는 전 세계대부분의신호정보를감시,혹 은관리하는막강한정보기관으로 성장했다. 음모와밀약, “암호기를조작하라 하겔린과 프리드먼은 전후에도 자주 서신을 주고받으며 암호기와 신호체계에관한의견을나눴다.이 때하겔린이회사를스위스로옮긴 상태였다.이들은특정기종의암호 기를특정기관이나국가에판매할 지를놓고보다내밀한논의를진행 하기도했다. 그러던 1955년두사 람은 당시 크립토AG가 개발해 판 매하던 C/CX-52 암호기의 보안 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거나 매뉴얼 을 조작해 다른 국가(아마도 동맹 국이 포함된)에 판매하는 방안을 집중 협의했고 묵시적 비밀협약까 지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도하겔린은다른국가에판매한암 호기의 사양을 꾸준히 NSA에 제 공했으며, 같은 정보를 NSA의 전 략적파트너인영국정부통신본부 (GCHQ)에도 건네 암호해독이 수 월하도록도왔다.이는최근불거진 CIA와크립토AG의암호장비조작 판매의혹과상당부분닮아있다는 점에서,의혹이모두사실임을가정 한다면사실상‘음모의시작’인셈 이다. 1958년 프리드먼이 건강 문제로 첩보계를 떠나면서 두 사람의 관 계는 종말을 고한다. 하겔린은 이 후에도 프리드먼의 업무를 이어받 은NSA의고위인사하워드바로우 (Howard Barlow) 등과 꾸준히 접 촉하며밀약을성실히이행해나갔 다. 그는 70대 고령에 접어들자 회 사 매각을 위해 프랑스 서독 등과 협상을 벌이기도 했는데, 1970년 때마침 CIA가 BND를 끌어들여 약 570만달러에인수의향을밝히 면서비로소반세기만에회사의주 인이바뀌게된다. BND는 1993년 암호장비 조작의혹이 제기돼 발각 위기에직면하자서둘러손을뗐으 나CIA는이에아랑곳않고작전을 지속한것으로추정된다. 덩달아소환된에셜론프로그램 크립토AG 암호장비 조작의혹이 불거지자덩달아주목된것이이른 바‘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즉‘에셜론프로그램’(ECHELON Program)이라는신호정보체계다. 전후 미국과 영국 주도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참여해 전 지 구적통신망을감시관리하는첩보 프로그램이다.전대륙각비밀거점 에서적대국은물론,동맹국이생산 하는막대한신호정보를빠르게감 청하며, 이정보는 5개공동체간에 공유된다.이런이유로조작된암호 장비를통해누설된기밀들을이들 공동체가사용해온것아니냐는의 심을 받는다. 이와 함께 초창기 에 셜론을설계하고구축한인물이바 로 암호기 조작의 주역 중 한명인 윌리엄프리드먼이라는점,또에셜 론의핵심기관역시프리드먼이창 설에 공을 들인 NSA라는 점에서 두사안의연관성을단순우연으로 보기는힘들것이다. 우리 입장에선 동맹에 의한 기밀 누설에 더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 다. 바로 일본이 이 에셜론 첩보공 동체에들어가기위해부단히노력 해왔고부분적으로성과를거두고 있기때문이다.지금은한미일동맹 으로묶여있지만,일본이스스로를 우위라고판단했을때어떤불행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뼈저리게 경험 한 만큼 상시 긴장을 늦추지 말아 야할것이다. <박상민프리랜서저널리스트> 007 작전은 영화가 아니었다, 동맹에 판 암호기 속의 음모 암호기판매업자하겔린 암호해독가프리드먼 2차대전겪으며운명적교감 지구신호체계좌우할음모싹터 미국 CIA가 40년넘게 해독쉽게조작된암호장비 120여나라에팔았는데... 한국 1981년기준 8위우수고객 CIA 암호장비 조작 의혹으로 본 첩보의 역사 미국중앙정보국(CIA)이40년넘게한국,일 본,사우디아라비아등동맹국을포함한세 계각국에해독이용이하도록조작된‘암 호장비’를팔아,이를통해정보를빼내는 이른바‘루비콘 작전(Operation RUBICON) ’을벌여왔다고워싱턴포스트(WP)와독일 공영방송ZDF가최근보도해파문이일었 다.보도에따르면CIA는1970년부터서독 연방정보국(BND)과공동으로스위스에본 사를둔암호장비전문업체‘크립토(Crypto) AG’를설립했고, 2018년 CIA가회사지분 을매각할때까지이업체의장비를각국 정보기관및정부주요기관에판매했다.이 기간크립토AG는,한국일본등확인된62 개국을포함해세계120여개국에장비를 판매했다.특히한국은1981년기준으로8 번째로많은장비를매입한소위‘우수고 객’으로이름을올리기까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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