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3월 11일 (수요일) D10 기획 외래어넘어외계어 뜻모를아파트이름 루센티아, 그라시움, 아르테온, 루체하임, 블레스티지, 리센츠, 트리지움… 무슨 뜻인지알 수 없어인터넷 검색을 시도해 봤지만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사전에도 나와 있지않은 단어들, 모두 3.3㎡(평)당 가격 2,500만원이넘는 서울 시내아파트 단지의이름이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있는 아파트 ‘래미안 DMC 루센티아’. 해석을 시도해봤다. ‘래미안’은 시공사인 삼성물산의아파트 브랜드이고 ‘DMC’는 디지털미디어시티(Digital Media City)의 약자다. 언론사와 방송국 등이모여있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주변을 뜻하는데남가좌동과는 거리가 상당하다. 가장 아리송한 부분은 세 번째 ‘루센티아(Lucentia)’. 삼성물산의설명에 따르면 은은하게 빛난다는 뜻의 ‘루센트(Lucent)’와 중심을 뜻하는 ‘센터(Center)’, 휘장을 의미하는 ‘인시그니아(Insignia)’를 결합한 신조어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중심에서은은하게빛나는 휘장’ 정도다. 이같은 ‘깊은 뜻’을 주민들은 알고 있을까. 입주 예정인정모(48)씨는 “2017년 분양광고를 통해 처음 봤을 때부터무슨 뜻인지정확하게알지 못했다”면서 “익숙한 단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뜻은 아닐 테니까 크게신경쓰지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뷰엔(View&)’팀이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2월 현재 서울에등록된 2,422개 아파트 단지명칭을 해석해 본 결과 그 의미를 명쾌하게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100여곳에달했다. 이들 단지명칭의공통점은 외국어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각각 좋은 의미를 지닌 단어들을 마구잡이로 조합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축복을 뜻하는 ‘블레스(Bless)’와 위신을 뜻하는 ‘프레스티지(Prestige)’를 합해 ‘블레스티지(Blesstige)’를 만들어 내는 식이다. 왕을 의미하는 ‘렉스(Rex)’와 성을 의미하는 ‘캐슬(Castle)’을 붙여 ‘렉슬(Rexle)’이되고, 강이라는 뜻의 ‘리버(River)’와 최고를 나타내는 ‘제니스(Zenith)’가 만나 ‘리버젠(Riverzen)’이탄생하기도 한다. 영어외에다국적언어가 소환되기도 한다. ‘루체하임’은 빛을 뜻하는 이탈리어 ‘루체(Luce)’에집을 뜻하는 독일어 ‘하임(Heim)’을 붙인 경우다. ‘그라시움’은 우아하다는 뜻의영어 ‘그레시어스(Gracious)’에공간을 뜻하는 라틴어접미사 ‘움(um)’이 결합됐다. 이같은 조합으로 탄생한 국적불명의단어들이사전에 나올 리없다. 그렇다면 대체이런 기상천외한 ‘작명술’은 언제부터시작됐을까? 아파트 단지이름과 규모, 입주 시기를 종합해 본 결과 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이본격화하던 2000년대초반부터붐이일기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송파구 잠실일대주공아파트 재건축이 추진됐는데, 1개 단지가 5,000세대가 넘을 정도로 대규모이다 보니 다수의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시공을 해야 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마다 아파트 브랜드를 각각 가지고 있었으나 단지가 하나이다 보니새로운 이름을 만들 수밖에없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트리지움(III-zium)’ ‘리센츠(Ricenz)’ ‘엘스(LLLs)’였다. 트리지움은 주공3차(III^트리) 아파트를 재건축했다는 의미에 쇼핑, 문화, 교육을 뜻하는 ‘뮤지엄(Museum)’과 기둥이라는 뜻의 ‘칼럼(Column)’을 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센츠의경우 ‘리버(River)’ ‘센터(Center)’ ‘제니스(Zenith)’를 조합했고, 엘스는 생활을 즐긴다는 의미의 ‘리빙(Living)’과 문화를 사랑한다는 ‘러빙(Loving)’, 시대를 리드한다는 뜻의 ‘리딩(Leading)’의앞 글자를 모았다고 한다. 그 후에도 이같은 작명방식은 꾸준히이어져왔다. 최근에는 래미안 DMC 루센티아처럼건설사의고유 브랜드 뒤에 단지마다 새로운 이름을 추가하는 방식이대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의경우 주로 조합에서이름을 결정하는데최근에는 공모를 거친 뒤조합원 투표를 거쳐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름을 정하는 데있어보유자(주민)의 만족도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아파트 단지이름이주택가격에미치는 영향에대한 국내연구는 아직없다.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입지조건과 교통, 학군이좌우하고 이름은 ‘기분’일 뿐이라는 것이업계의분석이다. 김주영^박지윤 기자 문소연^이동진인턴기자 서울 2422개단지명칭분석 영어+이탈리아어+라틴어등 좋은뜻단어들총집합 국적불명아파트이름다수 입주민들도무슨뜻인지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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