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3월 12일 (목요일) D10 기획 2020년3월12일목요일 코로나 패닉, 두려워하되정확히두려워하자 을전국적,전지구적규모로금방확산시킨 다.사회적패닉의발생에결정적역할을하 는것은왜곡된정보와 조작된뉴스다. 전 염병(epidemics)보다 무서운 것이바로 정보전염병(infodemics)이라지않는가. 문제는,이패닉이이성의성취를뒤엎고문 명사회에온갖종류의원시적감정과야만 적행동을다시불러들인다는데에있다. 공포의희생양, 인종주의적폭력 얼마전이탈리아한주유소에서는중국 인이“너는바이러스를가졌으니들어오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직원에게병으로머 다. 유럽의여러곳에서는아시아인들이바 이러스로여겨져기피당하고,캐나다에서는 아시아계아이들까지급우들에게놀림감이 되었다. 뉴욕의지하철에서는한 흑인청년 이아시아계청년을바이러스취급하며스 프레이를뿌리는일도있었다. 이모든 폭력의바탕엔 ‘바이러스=중국 인=아시아인’이라는부당한등식이깔려있 다.공포에사로잡힌마음이바이러스의역 학을이해할리없다.그래서이해하기힘든 ‘원인’ 대신에당장눈에띄는 ‘범인’을색출 하려원시적희생양제의를벌이는것이다. 그들에게감염의원인을제거하는것은곧 범인을제거하는일. 그리하여범인으로지 목된인간집합을배제하려다가,그게안되 리를얻어맞는일이벌어졌다. 호주에서는 중국유학생이현지인에게맞아 광대뼈가 함몰됐다. 런던에서는싱가포르 유학생이 현지인청년들에게얼굴에피멍이들도록 얻어맞았다.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를 타 고 가던한국인여성이두 남자에게“중국 인”이라는말과함께폭행을당했다. 독일 에서도두명의중국여성이길을가다가독 일여성에게폭행을당했다. 이런단발성범죄보다더무서운건보통 사람들이습관처럼행하는일상의폭력이 다. 프랑스의한일간지는기사에“황색경 보”(alerte jaune)라는표제를달았다.아 시아인들이유럽에화를가져온다는 19세 기황화론(黃禍論^péril jaune)의재판이 ’목신의오후’ 깨트리는 파니코스 드뷔시의교향시‘목신(牧神)의오후’에 나오는파우나(Fauna)는판의로마식이 름이다.이곡은스테판말라르메의시에서 얻은 감흥을 음악으로 옮긴것이라고 한 다. 시에서판은낮잠을자다가잠이덜깬 몽롱한상태에서요정들이목욕을하는광 경을목격한다.어떤알수없는힘에이끌려 그는두요정을끌어안고관능적희열에빠 져든다.순간환상의요정들은어디론지사 라지고, 그의무거운 육체는 “정오의씩씩 한침묵”앞에쓰러진다.그리고목신은“목 마른모래위에서”다시잠에빠져든다. 신화속의판은평소엔팬플루트를불며 조용히숲 속을 거니는 온순한 존재이나, 좋아하는낮잠을방해받아깨면버럭큰소 리를질렀다. 그럴때면새와짐승들이그 소리에소스라치게놀라떼를지어도망가 곤 했는데, 그 모습을 그리스의저자들은 ‘파니코스(panikos)’라불렀다고한다.그 런가 하면판이그 유명한 마라톤전투에 서아테네편에서서싸웠다는얘기도있다. 물론그를본페르시아병사들은다들겁에 질려줄행랑을 쳤다. ‘파니코스’는이렇게 현현한신과마주치는공포를가리키기도 했다. 이 ‘파니코스’에서 유래한 것이 ‘패닉 (panic)’이라는단어다.케임브리지사전에 따르면패닉이란“갑작스레찾아와이성적 사고나 행동을 방해하는 강한 공포감”이 다.패닉은개인적으로찾아오기도하고집 단적으로벌어지기도한다.건강한이도일 생에몇번은 패닉을겪는다고 한다. 물론 그일이너무자주일어나면병원에서‘공황 장애(panic disorder)’진단을받게된다. 한편,이런의학적맥락의밖에서‘패닉’이라 는말은대개갑자기집단적으로발생하는 사회적공포를가리키는데에사용된다. 도망 또는 싸움, 패닉의심리학 패닉은 사람의이성을 마비시켜논리적 사고를할수없게만든다. 공포에사로잡 힌이는극도의흥분에빠져원시적본능으 로상황에대처하기마련이다.그본능에따 른 행동의하나는 ‘도망’이다. 앞에서얘기 한 ‘파니코스’의두예화에서는 모두 ‘떼를 지어도망간다’는모티프가등장한다.전형 적인패닉의행동이다. 다른하나는 ‘싸움’. 일단패닉에빠지면극도의불안에빠져모 든것이제생존을위협하는존재로보이기 마련이다. 그 대상에서도망갈 수없을 때 할수있는것은그저공격뿐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은 바이러스로부터도망치기위해 마스크 사재기에 나섰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건강한사람의마스크착용 면그집합의원소들을공격하는것이다.패 닉에빠지면이렇게아득한 고대의원시적 행동양식으로퇴행하게된다.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권 남의일이아니다. 우리사회에도바이러 스를막으려면‘중국인’이라는집단을배제 해야한다고주장하는이들이있다.‘바이러 스=중국인’이라는이원시적편견을, 정치 권에서는‘전문가’의견해라며덜컥받아안 았다.대중의공포를정치적공격의무기로 활용하기위해서였다.결과는처참했다.그 당의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코로나의범인 으로지목된중국인과조선족에대한사이 버공격이시작됐다.공당에서인증해준이 인종적차별과혐오는최근‘차이나게이트’ 라는음모론으로까지진화했다. 중국에서는 반대의일이일어났다. 난징 에서는 중국인주민들이아파트에들어오 려는한국인들을막아섰고,안후이성에서 는한국인이사는집의대문을각목으로봉 쇄하는일도있었다.극소수의중국인이벌 인일이나,이소식이한국에알려지자중국 인혐오는더욱더거세게불타올랐다.중국 의공안이한국인이사는집에딱지를붙이 는등차별을일삼는다는도시괴담도떠돌 았다.대중의공포에편승하여일부언론에 선중국인유학생집단을‘바이러스’의온상 으로지목하는기사를내보내기도했다. 패닉은국경만가르는게아니다.대구에 서왔다는이유만으로셋집이나 셰어하우 스에서쫓겨나는이들도있었다.‘중국인= 바이러스’나 ‘대구시민=바이러스’나 바탕 의심리적기제는동일하다.그바탕에깔린 대중의공포역시정치적으로악용되었다. 민주당의한청년위원은“대구는손절해도 된다”고썼고,부산의한민주당원은이사 태를보수당만찍는“지역민의무능” 탓으 로돌렸다.소설가공지영은트위터에대구 확진자그래프와함께“투표를잘합시다.” 라고 썼고, 김어준은 코로나 사태를아예 ‘대구사태’라명명했다. 패닉을어떻게멈춰야할까.해법은있다. 아산^진천의주민을 생각해보자. 그들도 처음엔우한교민막겠다고바리케이드치 고밤샘농성을벌였다.파니코스를멈춘것 은 ‘연대의정신’이었다. 그들은 도착한 우 한 교민들을 위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우한형제님들,생거진천에서편히쉬어가 십시오.” 마스크 대란의와중에마스크를 필요한이에게양보하는 운동이벌어지고 있다.마스크에관한정확한사실이알려진 덕이다. 그렇다, 오직‘올바른정보’만이파 니코스를 막아준다. 그러므로 ‘두려워하 자.하지만정확히두려워하자.’ 진중권미학자,전동양대교수 <9>공포와혐오부추기는 ‘정보전염병’ 고대그리스에는 ‘판 (Pan) ’이라는존재가있었다.지금이야지구위에인간과 짐승만살지만, 고대그리스인들의세상에는그외에도다양한거주자가 있었다. 제우스나헤라와같은신들도있었고,에로스처럼신과인간의 사이에서태어난반신반인 ( ➂ ) 도있었으며,켄타우르스나 미노타우르스와같은반인반수 ( ➂桊 ) 도그들과섞여살았다. ‘판’은그 형상으로만보면영락없이반인반수이나, 그리스인들은인간의상체와염소의 하체,머리에뿔이달린그를목축과음악의신으로여겨졌다. 패닉은그리스신화에서유래 반인반수‘판’을마주한공포 도망가고$싸우고$극도의불안 왜곡정보도패닉발생에결정타 중국인^대구시민=바이러스 정치권은공포를공격무기로 올바른정보만이공포차단책 마스크양보운동으로이어져 코로나19로중국우한에서입국한교민들이격리기간을채우고떠나던지난달 16일충남아산경찰인 재개발원에서지역주민들이손을흔들며일상복귀를축하해주고있다. 오대근기자 을권하지않으나, 사람들은약국앞에긴 줄을늘어섰다.그줄에는심지어확진자까 지끼어있었다. 생존의본능에따른 행동 일터이나,이는바이러스의확산을더욱부 추겨외려제생명을더위태롭게할뿐이다. 공포는사람을공격적으로만든다.호주와 일본에서는 마스크와 화장지를 사려던이 들사이에난투극이벌어졌다는소식도들 린다. 패닉과 바이러스는서로닮았다. 패닉도 바이러스처럼전염성이강하여한 사람의 패닉이순식간에집단으로번지기도한다. 발달한IT기술은원자화한한개인의패닉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방호복을입 은 사람아래 ‘코로나바이러스는메이 드인차이나’라고표시한독일주간지 슈피겔의2월호표지. 슈피겔홈페이지캡처 Ӝ 지난달28일공적마스크판매처로지정된서울양천구목동행복한백화점앞에 마스크를구매하기위해몰려든시민들이길게줄지어서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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