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3월 16일 (월요일) A8 오피니언 민병임 뉴욕지사논설위원 발언대 문화의 삶 성주형 공인회계사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이메일: ekoreatimes@gmail.com *모든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편집방향과 다를 수있습니다 시사만평 문 닫은 디즈니랜드 데이브그랜런드작 케이글USA 본사특약 그다지춥지도그렇다고날이좋 지도 않은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그러나 봄은 화창하지도 않 고 맑지도 않다. 코로나19가 눈부 신봄날마저집어삼켰다.이맘때면 새로이 한국민의 자주와 결의를 다지는 3.1운동 기념일도 흐지부 지지난지오래다. 그래도 아직 3월인데 이 시만은 한 번 더 읽고 지나가자. 곽재구의 시‘해란강이야기’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리해산이/ 부친 이야기를 했어/ 삼십년을 서 전벌에서 땅벌처럼/ 일제와 싸운 어깨튼실한그아바이/ 마지막숨 을거둘때/훈툰국물이야기를했 다지/ 한모금만, 너무추워.....눈은 계속 내리고/ 한모금만 따뜻한 훈 툰국물한모금만/ 어디선가/ 끝없 는외침소리가/ 눈덮인서전벌을 울리고있었지…” 그런데왜조선사람이국밥국물 한 모금보다 훈툰 한 모금을 외쳤 을까. 원래조선서민들의대표음 식은국밥, 돼지머리나돼지갈비를 푹고운국물에밥을말아먹는음 식이다. 훈툰은만둣국의일종으로만두 보다는 교자에 속한다. 피가 얇고 국으로 먹는 음식으로 담백하여 한국사람들도별거부감없이먹 을수있다.그저뜨거운국물이가 득하니 허기를 달래고 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안성맞춤이었을 것이 다. 만주땅에서고기를폭고운국물 로 밥을 만 국밥집을 찾기가 힘들 었을 것이고 돈 없는 독립운동가 들이 먹기에는 가격도 비쌌을 것 이다. 그러니중국어딜가나있는 물만두는 가격도 싸니 죽어가는 순간에도 비싼 국밥 대신 늘 먹어 왔던 훈툰 한 모금을 소원했을 것 이다. 1,500년의 역사를 지닌 훈툰은 새우 혹은 생선이나 야채를 넣어 만들며 국빈 요리에도 빠지지 않 는 중국 대표 만둣국이다. 얼마 전에는 코스코에서 새우 훈툰 박 스를 발견하고는 얼른 사갖고 왔 다. 반이 조리된 이 새우 훈툰은 일 회용 용기 6개가 한 박스에 포장 되어 있는데 내용물은 소금간이 살짝 된 새우와 시금치뿐이다. 맵 지도 얼큰하지도 짜지도 않은 이 훈툰을 먹을 때면 동토의 칼바람 만겨우막은남루한움막의조선 인 소작인, 독립도 못 본 채 죽어 간 헐벗은 독립운동가, 그들이 간 절히원했던뜨거운훈툰한모금 이떠올랐다. 최근우당이회영의아내이은숙 회고록‘서간도시종기’를읽었다. 책 안에는 우당 이회영을 찾아온 독립운동가들이노상굶는이야기 가나온다. 조선 최고 명문가인 우당의 6형 제는 1910년나라가망하자전재 산을 팔아(현재 800~1,000억원 이상 추정)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 관학교를 세웠다. 의열단을 비롯 1920년대 독립운동을 이끌어간 주역들, 1930년대 만주지역의 무 장투쟁, 1940년대 한국광복군을 창설하고 주요 간부로 활동한 이 들 모두 신흥무관학교 출신이었 다. 독립운동에모든재산을다바치 고 이회영 일가가 베이징에서 살 때의 생활은 곤궁하기 짝이 없었 다. 이은숙의회고에의하면‘하루 에점심한끼먹는것만해도다행 이다. 한달에절반은밥을짓기위한불 을피우기가어려워살아있는것이 죽은것만못한그런상태였다’고 한다. 이런 형편인데도 일제에 대 항하여 독립운동을 쉬지 않았던 그들, 존경스럽기보다는놀랍기만 하다. 이은숙은 1910년만주서간도로 이주하여이회영의뒷바라지를하 다가 1925년 홀로 조선으로 돌아 와 삯바느질을 하면서 생활비와 독립운동자금을마련했다.‘서간 도 시종기’는 서간도로 가기 직전 의삶부터한국전쟁때까지의경험 을담은자전적회고록이다. 코로나19 시국을맞았어도현재 우리는삼시세끼를착실히챙겨먹 고있다. 3.1독립만세를외치던그 때에 비하면 우리는 가진 것이 많 다. 지금의고난과어려움, 곧극복 할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내 여행 버킷리 스트에담고있었던,음악을테마 로한미남부도시여행을지난늦 가을에다녀왔다. 세계 대중음악의 수도라는 텍 사스의 오스틴, 재즈의 탄생지 뉴올리언즈, 블루스 음악의 성 지인 미시시피강 델타지역, 록 큰롤의 발상지이자 유명한 엘비 스프레슬리의생가가있는멤피 스, 미 컨트리 음악의 메카라 불 리는내쉬빌등여러음악도시를 자동차로 방문하는 로드트립이 었다. 미남부지역은흑인영가, 가스 펠 송, 재즈, 소울, 불루스, 로큰 롤, 컨트리 뮤직 등 우리가 알고 있는거의모든미대중음악의발 상지이다. 현대대중음악의주류 에 있는 재즈, 소울, 록, 펑크, 힙 합, 디스코, 테크노등의댄스뮤 직,요즘한국아이돌로대표되는 K-POP, 모두 흑인음악의 유산 으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장르들이다. 아프리카출신흑인들은남부지 역에노예로끌려와서목화밭, 농 장등온갖허드렛일로혹사당하 며살아야했던고통과한을노래 로표출했다.노예들이그나마자 유롭게갈수있었던곳이교회였 고, 거기서가스펠송및흑인영 가가탄생하게되었다. 소울음악 도그들의한을은유적으로표현 한것이었다. 그들이농장에서집 단으로부르던노동요는차츰블 루스음악으로발전하게된다. 이 후대도시의신식악기들과결합 하여흑인특유의리듬감이대방 출되면서 리듬&블루스(R&B)로 발전하게되고, 재즈라는장르도 뉴올리언즈를 중심으로 탄생하 게되었다. 로큰롤은 미시시피에서 태어나 흑인특유의감성을익힌엘비스 가새장르를열었던것에기원하 며비틀즈를통해서전세계적으 로퍼져나갔다.컨트리음악은영 국아일랜드등유럽에서남부로 온이주민들이고향에의그리움, 개척지에서의 고단한 삶, 자연에 대한동경등을읊조리며시작되 었다고알려져있다. 첫방문지였던텍사스오스틴은 250개 이상의 라이브 음악바가 있어서밤이되면도시전체에음 악이 넘쳐흐르는 것 같았다. 두 번째 기착지 뉴올리언즈에서는 재즈음악의성지인유서깊은공 연장에서 뮤지션들의 재즈 음악 을바로앞에앉아서들었던순간 이무척강렬한추억으로남아있 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뉴 올리언즈에서 미시시피 강을 따 라 테네시 멤피스라는 도시까지 북쪽으로 약 300마일을 드라이 브하는 여정이었다. 일명‘블루 스 하이웨이’라고 불리며, 대중 음악을사랑하는사람들에게일 생에한번은자동차여행을떠나 보고싶은순례지역이다. 블루스 음악의 대부였던 B.B. 킹의 고향 인디애놀라에 머물며 B.B.킹뮤지엄,델타뮤지엄을방 문하였고,동네바에서로컬뮤지 션들이연주하는음악을감명깊 게듣기도했다. 다섯째 날, 로큰롤의 황제 엘비 스프레슬리의생가‘그레이스랜 드’를 둘러보았다. 자가용 제트 기, 클래식 자동차 전시관 등을 포함한 어마어마한 양의 수집품 과가수의위대한족적에우리일 행은 압도되고 말았다. 블루스, 록등의음악거리로유명한멤피 스의 야경은 마치 라스베가스처 럼화려했으며몇블럭사이로라 이브뮤직바가줄줄이있어서몇 시간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생 음악에빠져들기도했다. 마지막행선지인테네시동부에 위치한 내쉬빌은 활기 넘치는 전 형적인남부백인도시였다.시전 체가컨트리음악의메카이며일 년내내도심에음악이흐르는매 력적인도시로, 유명한브로드웨 이거리를거닐면서그명성을실 감할수가있었다. 8박9일 여행 기간 동안 풍요로 운미국대중음악세계에푹빠졌 다돌아온기분이었다.우리가한 국에서 즐겨 듣던 7080 노래나 트롯의음률이항상가슴에와닿 는것처럼, 미국사람들에게대중 음악은 시대의 소산이고 역사의 흐름이었다. 필자도 이번 여행이 미국사회와 음악을 좀더 친숙하 게이해하게된귀중한시간이었 다. 남부 음악여행 ‘훈툰, 한 모금만’ “그래, 얘들아… 유령의 집보다 더 무섭구나!” 출구 코비드 19사태로 디즈니랜드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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