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3월 19일 (목요일) D10 기획 文팬덤욕보인죄, 쓴소리금태섭버려지다 냥‘정서적으로’용납이안되는것이다. 팬덤은‘상상의공동체’다.팬에게는팬객 체만이중요하지만, 팬덤에게는그대상을 사랑하는이들의공동체에속한다는느낌 이더중요하다.이집단정체성이야말로팬 현상과구별되는팬덤의본질이다.‘정체성’ 은본디배타적인것.그옛날H.O.T.의팬덤 이젝스키스나 god 팬덤과치열한 사이버 대전을치렀듯이, 문재인팬덤은 ‘달빛기사 단’,‘문꿀오소리’의정체성을 가지고적들 과패싸움을벌이는보람에살아간다. 나르시시즘이과대망상으로 팬덤은일종의나르시시즘현상이다. 나 르시스트는연인에게하듯이제몸을어루 만진다. 프로이트에따르면나르시시즘은 유아기의자기성애에서타자성애로옮아가 는 과도기현상이란다. 즉 아이는 그것을 통해타인을사랑할준비를시작하는셈이 다.하지만나르시스트의리비도가저아닌 외부를 향할 수도있다. 나르키소스가 물 위에투사한자신의완벽한미모에반하듯 이,팬덤은팬객체에투사한제이상적자아 노사모는 ‘지지’ 문팬덤은 ‘사랑’ 문팬덤의기원은 2002년대선의‘노사모’ 에있다. 하지만노사모활동은 ‘팬에기초 한(fan based)’ 정치였을 뿐 팬덤정치는 아니었다.노사모는다른커뮤니티와싸우 지않았다.남의커뮤니티에들어갈때는예 의를 지켰고, 들어가서는 그곳 사람들을 ‘논리’로설득했다.당선된후보가“이제뭐 하실겁니까?”라고 물었을 때그들은 “감 시,감시!”라고외치며,그를감시하려고모 임을 해체했다.(그때해산을 거부한 남은 소수가문팬덤의또다른줄기를이룬다.) 문재인팬덤은다르다. 노사모의토대가 후보의철학에대한 ‘이성적지지’라면,문팬 덤의토대는 후보의이미지에대한 ‘정서적 유착’이다. 그러니그를 ‘감시’한다는것은 있을 수없는일. 그들은 대통령을지지하 는게아니라 사랑한다. 그러니그가 무슨 일을 하든 그를 옹호할 게다. 지지는철회 해도 사랑은철회할 수없는것.이것이팬 덤정치다.대통령도이를안다.그래서팬들 의패악질을“경쟁을더흥미롭게만들어주 는양념”이라미화한것이리라. 문팬덤이본격적으로 존재를 드러낸것 은지난지방선거때.당시이재명을공격하 는 ‘달빛기사단’과 그를방어하는 ‘손가락 혁명군’,두팬덤사이에치열한결전이벌어 졌다.문팬덤은대선후보경선때자기들의 팬객체를공격한이재명을용서할수가없 었다. 그가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자 그들 은새누리당후보에게표를던지기로했다. 이처럼팬덤은정당의이해와관계없이자 기들의쾌락원리에따라 움직인다.이것이 팬덤정치다. 조국은 무엇이었는가 이제그들이왜조국을놓지못하는지알 수있을게다. 조국은 그들에게시효가 다 해가는팬객체대신에자신을투사할새로 운팬객체였기때문이다.팬객체의요건은 ‘호감성(likeability)’이다.훤칠한외모,쌔 끈한학벌,강남사는좌파.조국은팬객체 에필요한 요건을두루갖추고있다. 문팬 들은 그에게서자신들의나르시시즘적과 대망상을계속유지시켜줄새로운팬객체 를 본것이다.‘노무현의꿈 문재인의운명 를사랑하는것이다. 팬객체에대한 그들의사랑이유난스러 운것은그때문이다. 그사랑은글자그대 로 광적(fanatic)이다. 그들이사랑하는 것은투사된자아이기에애초에그것과비 판적거리를취할 수가없다. 그팬객체가 아이돌이라면별문제가없을것이나,그것 이정치인일때에는아주피곤한일이벌어 진다. 팬덤의사적기호가정치에필수적인 공적비판을막아버리기때문이다.이나라 기자중에문팬덤에게‘양념’당해보지않은 이는별로없을게다. 프로이트에따르면나르시시즘 단계의 유아는자기를투사한객체를제몸처럼지 배할 수있다는 과대망상에빠져있다. 아 득한유년기의인류가주술로세계를통제 할 수있다고 믿었던것은 그 때문이리라. 이유아적망상이현실의정치인을만나면 꽤현실성을띠게된다. 대통령에겐권력이 있지않은가.그래서그들은대통령을지키 기만하면세상의모든문제가해결된다는 주술적믿음에빠진다.“우리이니하고싶 은거다해.” 지난1월광주의지하철역에광고판이등 장했다. 대통령의 68회생일축하 광고란 다.그분의사진옆에는이렇게적혀있었다. “밝은달은우리가슴일편단심일세.”새로 운일이아니다.작년67회생일에는서울역 옥외전광판에축하광고가 등장했다. “그 대와함께만드는미래에단한번도등돌 린적없음을.”재작년 66회생일축하광고 는뉴욕의타임스퀘어까지진출했다.“당신 을지켜드리기로맹세합니다. 우리를믿으 세요.” 아이돌 능가하는 정치인팬덤 이런광고는우리를당혹하게만든다.보 통저런데서우리는 60대후반의노인이아 니라 20대초반남녀아이돌의얼굴을기대 하기때문이다.영화나대중음악,스포츠의 영역에존재하던팬덤이정치로 옮아온것 이다. 한국만이아니다. ‘정치의팬덤화’는 소셜미디어가발달한곳에서는어디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2004년미국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는 하워드 딘후보, 2008년 대선에서는 오바마 후보가팬덤의지원을 받은바있다. 맘카페에둥지를튼문재인팬덤의다수 는20년전엔아마H.O.T.,젝스키스,god 팬 클럽중하나에속하여활동했을게다.‘팬 덤’은 그냥 ‘팬’이아니다. 팬이개인으로서 제공된문화콘텐츠를수동적으로소비한 다면,팬덤은그콘텐츠를팬픽이나팬아트 의형태로스스로생산하고가공하고공유 한다.제작사의‘굿즈’를구입하는것은물 론이고, 그것을 스스로 생산해팔기도 한 다. 문재인팬덤역시팬아트를 창작하고 ‘이니굿즈’를제작해판매한다. 팬덤은자신들의‘팬객체(fan object)’, 즉팬질의대상이되는 사람(이나 사물)과 강력한정서적유착관계를맺는다. 따라서 팬객체에대한비판은일절허용되지않는 다. 그비판을 그들은 자신에대한 비난으 로받아들이고,비판자를향해공격적인태 도를 드러내곤 한다. 문팬덤도 다르지않 다.그들은대통령에대한비판을일절허용 하려하지않는다. 논리를떠나 그일이그 조국의사명.’ 팬덤은지지자가아니라구축자다. 그들 은팬객체를통해자신들의상상계를실현 하려한다.그들에게정당이란리비도적나 르시시즘의수단일 뿐. ‘너희는 현실을연 구하지만우리는새로운현실을창조한다. 그현실을너희들은나중에연구하게될것 이다.’이것이팬덤의멘털리티다. 조국일가 의비리가 드러났을 때그들은 ‘그안에서 조국이완전무결한’ 상상계를실현하려서 초동에모였고, 팬덤을 쫓던민주당은 그 망상에들러리를섰다. 금태섭의 ‘죄’ 이제금태섭의원이무슨죄를지었는지알 수있을게다.청문회에서자기들의이상적 자아가훼손당할때그들은자신의전(全)존 재가부정당했다고느꼈을게다.그모욕과 상처를잊지않고그들은기어이그‘배신자’ 를공천에서탈락시켰다.검찰을향한그들 의광적인증오도마찬가지다.윤석열은그 들의상상계를파괴했다.자기들을살아있 게해주는나르시시즘의쾌락을부정한죄. 그죄는죽음으로도다갚지못할것이다. 팬덤은 그저자신의이익을대변하는정 치인을 ‘따르는’ 데에만족하지않는다. 그 들은자기들의나르시시즘의욕망을실현 하기위해정치인을직접‘만들려’ 한다. 김 남국과강선우는그렇게만들어졌다.팬덤 은자기들의이해를대변하는정당을지지 하는게아니다.팬덤은자기들의이해를대 리하는정당을‘지지’하는데에만족하지않 는다.자기들의망상을유지시켜줄정당을 스스로 ‘제작’하려한다.열린민주당은 그 렇게만들어졌다. 금태섭의지역구에서벌어진일은 실은 모든지역구에서벌어지는일이다. 팬덤은 민주당의원들에게‘친문’이나‘친조국’이아 니면그 당에서살아남을 수없다는 교훈 을가르쳐주었다.당이그들에게휘둘릴수 록현실이자신들의바람대로움직인다는 팬덤의망상은더욱더심해질것이다.민주 당은팬덤의쾌락을만족시키는자위도구 가되었다. 팬덤을 쫓아 그들의망상 속으 로따라들어가버렸다. 진중권미학자,전동양대교수 노사모는이성적지지였지만 문팬덤은정서적유착강해 감시기능없는일방적인사랑 망상의새대상조국모욕당하자 팬덤의존재자체에도상처 배신자낙인찍어공천탈락시켜 2018년미국뉴욕타임스퀘어에문재인대통령의 66번째생일을축하하는광고가걸렸다. 유튜브캡처 2017년3월광주광산구광주여대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열린더불어민주당대선후보 경선에서문재인지지자들이열띤응원을펼치고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10>팬덤의정치 2002년대선당시노무현민주당후보가강원원주시장에서열린거리유세에서지지자들의환호에화 답하고있다.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모임)회원들이노란풍선을흔들며그의옆을지키고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문재인정부출범2주년을기념해더불어민주당이 출시한 문재인 대통령 미니어처가 들어간 ‘스노 볼’. 더불어민주당제공 2020년3월19일목요일 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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