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3월 23일 (월요일) A6 책과 세상 17년 만에 재번역 출간된 1961년작 논란의 역사 고전 “장기전 치를 능력 없다” 판단 전쟁 준비하는 척 허세부렸지만 실제 군비에 쓴 비용은 적어 ‘히틀러에 면죄부’ 비난에 저자는 “역사적 진실 위해” ‘전쟁을좋아하는정치인’은형용모순에가까운표현이다. 아무래도안정된집권에전쟁이라 는변수가이롭기보다는해로운쪽으로작용할공산이크기때문이다.군비에는돈이들고전장에 서는사람이죽는다.궁핍과불안을국민이감내하게해야한다.한반도를보라.정도가다를뿐남 북모두병영국가다. 히틀러라고달랐을까.물론강력한독일제국을건설하겠다는욕망이약하진 않았다.정치지도자라면누구나품는야심이니까.그걸관철하려전쟁도불사하느냐는별개문제 다.정황들은히틀러가유별난호전광이아니라고말한다.여느정치인과마찬가지로히틀러역시 전쟁준비때문에국민의생활수준이떨어져자기인기가추락하는일이없기를바랐다. 대규모 전쟁을 준비하는 척하면서 실제로 는준비하지않는게히틀러가추구한정치 전략이었다. 그는 군비 지출 비용을 부풀렸 다. 전쟁발발전나치정부가재군비를위해 900억마르크를 썼다고 히틀러는 주장했지 만실제투입한비용은400억마르크에불과 했다. 전쟁 직전인 1938, 1939년에야 비로 소투입예산을본격늘리기시작했는데, 그 때는이미‘낙장불입’상태였다. 장기전을치를능력이독일에없다는사실 을히틀러는알고있었고, 그건내내고민거 리였다. 만약다른강대국들이독일에대항 해 연합할 경우 독일이 위태로워질 가능성 이 있다고 그는 판단했다. 허세의 배경이었 을것이다. 히틀러는 치밀한 전략가라기보다는 임기 응변에능한기회주의자였다.집권부터장기 적음모의결과가아니었다. 집권 뒤에도 독일을 대공황에서 벗어나게 할복안은없었다. 오로지신념과결심뿐이 었다. 주도면밀한 계획에 따라 행동하기보 다 주어진 상황과 일어나는 사건들을 최대 한 이용하는 정치인이 히틀러였다. 독일군 이오스트리아빈으로진격하던중수송수 단의 70%가 고장났다는 사실은 그의 무모 를단적으로증명한다. 교묘한술책으로승 승장구하던그가결국파멸한건진짜군사 력이승패를결정하게된때였다. 전쟁없이엄포만으로히틀러가원하는것 을계속얻어낸데에는‘파멸만은피해야한 다’는유화론자들의강박사고와히틀러의 전쟁의지에대한그들의오판이세게작용 했다. 오스트리아 합병(1938년), 체코 수테텐란 트병합및프라하침공(1938~1939년)등은 당한나라의자초(自招)와막아야할나라의 묵인에 히틀러가 편승한 결과였다. 회피 노 력이전면전을부추긴역사의아이러니이기 도했다. 제2차세계대전을히틀러가꾸며낸음모의 실현으로 간단히 치환해 버리는 주류 역사 가들을향해“히틀러에게모든책임을돌리 면책임을나눠야할모두가만족스럽기때 문아니냐”고일갈하는이책은, 1961년초 판이 나오자마자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당연한 일이었다. 히틀러에게 면죄부를 줬 다는비난이들끓었고 2년뒤인 1963년저 자가‘다시생각함’이라는제목의서문을덧 붙여해명하기도했다.“히틀러변호를위해 서가아니라역사적진실을위한수정”이라 고말이다. 영국옥스포드대교수를지낸저자가정의 하는역사는“사람들의구체적인사고와행 동이 빚어내는 돌발적인 사건들과 다시 이 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이다.역사에관철되는관념이나철학,역 사를 설명하는 일반론이 있다는 시각의 반 대편에저자는선다. 자국정부가하는행동 은 관대하게 해석하는 반면 히틀러를 악의 화신인 것처럼 몰아가는 식의 이기적인 태 도는바람직한게아니라는것이다.“인간의 사악함보다는 실수가 역사 형성에 더 많은 역할을한다”는게저자주장이다. 당위론도 배격한다.“역사가의의무는일어났어야하 는바를말하는게아니라무슨일이, 왜일 어났는지를밝히는것”이라고말한다. 책은이미 2003년에한번번역됐다. 17년 만의재출간이다. 역자는“참신한해석의이 면에 갖춰진 엄격한 사료 채택 방식과 논리 적완결성으로역사서술의모범이된건물 론 2차 세계대전 원인에 대한 본격 연구를 촉발한고전”이라며“특히젊은세대가편하 게읽을수있게쉽게옮기는데주력했다”고 했다. 저자사후1991년출간된증보판이원 본이다. 권경성기자 ■ 준비되지 않은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A. J. P. 테일러 지음 페이퍼로드 발행 1940년 6월파 리 입성 뒤 에 펠탑 앞에 선 히틀러 (가운 데). <페이퍼로드 제공> 2차세계대전, 히틀러의음모때문이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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