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3월 31일 (화요일) D6 기획 “중도층은미신”이라는민주당의착각 “금태섭의원의공천탈락을계기로중도 층의마음이떠날것이라는분석은안해봤 나?”한겨레신문성한용기자의질문이다.이 물음에민주당의후보경선을관리하는담 당자는이렇게대꾸했단다.“중도층은미신 이다.쟁점마다다른투표를하는(스윙보터) 층이있을뿐이다.중도층은존재하지않는 다. 조지레이코프의프레임이론에따르면 그렇다.영향이별로없을것으로본다.” 요즘민주당에서핵심지지층에만기대어 마구폭주하는근거가레이코프의‘프레임 이론’이었던모양이다. 프레임을 선점하라 정말 중도층은 없을까. 사실을 말하 자면 레이코프는 중도층이“존재하지않 는다”고 말한 적이없다. 그 역시미국에 는 35~40%의 보수층, 35~40%의진보 층, 그리고 20~30%의 중도층이있다고 말한다. 그의얘기는 보수적관념과 진보 적 관념만 있을 뿐, 그 중간 어딘가에어 정쩡한 ‘중도주의라는이념’은 없다는 것 이다. 레이코프에따르면이른바 ‘중도층’ 은 특정사안에서는진보적정책, 다른 사 안에서는보수적정책을지지하는 ‘이중관 념’(biconceptualism)을가진사람들이 라고한다. 결국선거의승부는이이중관념을가진 층을 누가 사로잡느냐에달려있다.이대 목에서레이코프는중도층의표를얻겠다 고이념과정책의방향을어설프게중간으 로 옮겨서는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럴경 우 자신의메시지가 희석되어거꾸로지지 를잃기십상이라는것이다.고로진보라면 진보로서제가치관을뚜렷이드러내는가 운데자신과몇몇가치를공유하는스윙보 터들의지지를끌어내려고해야한다. 하지 만어떻게? 레이코프에따르면비결은 ‘프 레임을선점’하는데에있다. 가령보수주의자들은 ‘감세(relief of taxes)’라는 말을 즐겨사용한다. 그로써 그들은 프레임을 선점하게된다. 왜? 영어 로감면(relief)이라는말에는 ‘뭔가안좋 은 것을 덜어낸다’는 뉘앙스가 깔려있기 때문이다.그리하여그말을쓰는이는저도 모르는 사이에‘세금은 나쁜 것’이라는 부 당전제를받아들이게된다.그프레임에끌 려들어가면당연히승산이없다.실제로진 보세력들이그덫에빠져‘제3의길’이나 ‘신 중도’를표방하며보수와감세경쟁을하다 가전통적지지층만잃고말았다. 프레임을 왜곡하라 ‘중도는없다’는말은, 한마디로 ‘진보로 써자신의도덕적정체성을뚜렷이하라’는 뜻이다.그런데이를민주당에서는 ‘중도층 을무시하라’는뜻으로해석한모양이다. 그럴 만도 하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과도한진영정치로 스윙보트 층이실제로 매우엷어졌다.조국사태때시민사회는심 판을보는대신아예선수로운동장에뛰어 들어방어전을치렀다.이반칙에휘슬을분 이들은극소수.그들에게는‘무시해도좋을 양’일수밖에없다.그래서중도층이졸지에 “미신”이되어버린것이다. 설사 중도층이있더라도 그 표가 향할 곳이없는한두려워할이유가없다.구심점 을잃은표는어차피허공으로흩어질것이 기때문이다.중도가정치적무게를잃었으 니,민주당으로서는굳이그들의마음에들 려고애써도덕성을갖출이유도,섬세한언 어전략을마련할필요도없다.보수는여전 히지지부진하지않은가.그러니‘촛불혁명’ 이라는빛바랜프레임으로고정지지층만 묶어놓아도충분히이길수있다. 바로이 자신감에서“중도층은 존재하지않는다” 는듯이행동하는것이다. 원래진보에도덕성은 ‘생명’과같은것이 었다. 노무현전대통령과 노회찬전의원 은거기에흠집이났을때자신의생명을내 놓아야했다.하지만현재의민주당은도덕 성을 그저승리에방해가 되는 ‘걸림돌’ 정 도로여기는 듯하다. 그뿐인가. 원래차별 받는소수의편에서는것은진보주의자의 ‘의무’에속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통진당 의후신인민중당과트랜스젠더후보를낸 녹색당을 비례연합정당 논의에서배제했 다.“이념문제나성소수자문제로소모적 논쟁을일으킬정당과의연합에는어려움 이있다.” 진보의가치를실현하는 데에는 당연히 “어려움”이따른다. 바로그“어려움”을극 복하라고 레이코프는 섬세한언어선택에 기초한프레임전략을조언한것이다.그런 데그의말을민주당에서는엉뚱하게이해 한다.진보의가치를실현하는싸움을이제 그들은“소모적논쟁”이라부른다. 관철할 진보적가치를 내다버렸으니섬세한언어 전략따위가어디에필요하겠는가. 그래서 레이코프의이론을가져다기껏 ‘촛불세력 대토착왜구’라는프레임을만들어사회를 갈라치기하는데에써먹는것이리라. 대안적사실을 창조하라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은 그릇된 가치 를 관철시키는 데에 프레임전략을 악용 해왔다. 조국청문회를 보자. 인사청문회 는 원래 후보자의도덕성을 검증하는 제 도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처음부터사 안을 ‘합법-불법’의문제로 프레이밍해들 어갔다. 이전략은빗나갔고조국은낙마했다.결 과는참혹했다.그릇된프레이밍은민주당 에‘법의한계가 곧 도덕의한계’라는야쿠 자윤리를 남겼고, 그지지자들 또한 당을 따라 ‘불법만아니면모든게허용된다’는 왜곡된도덕을내면화하게됐다. 요즘에는검찰음모론을퍼뜨리느라분 주한 모양이다. 이를 주입하는 데에는 사 극의프레임이동원된다. 세상에, 조국이 조광조이고, 윤석열이윤임이란다. 5공 프 레임도 애용된다. 그에따라 청와대의감 찰무마와 선거개입에대한 수사는 “검찰 쿠데타”로 명명됐다. 반란을일으킨 14명 검사의리스트가 공개되었고, 그들에게는 “검찰하나회”라는이름이붙여졌다. 인간 은개별적사실을 프레임속에서인지하기 마련이다. 머릿속에그릇된프레임이심어 질때대중의세계인식은심각하게왜곡될 수밖에없다. 민주당의프레이밍전략은실은 트럼프 의것이다.‘러시아스캔들’로위기에처하자 트럼프는“스파이게이트”라는말로프레임 전환을시도했다. 오바마행정부에서자기 대선캠프에첩자를심어놨다는것이다. 물론 근거는없다. 하지만언론에서“스 파이게이트”라 받아 적는 순간 사람들은 그의프레임에갇히게된다. 허위도진실게 임속으로들어가면‘절반의사실’로인정받 는법. 그절반의사실을끝없이반복해듣 다보면어느새사실로들리게된다.이른바 ‘대안적사실’이만들어지는것이다. ‘쿠데타’라는 프레임 “검찰쿠데타”라는 프레임도 마찬가지 다.이는원래‘검찰이대통령의인사권에개 입하려고조국일가를내사했다’는유시민 씨의주장에서출발했다. 아무 근거도 없 는이“추측”이진실게임속에들어가절반 의사실이되더니끝없는반복을통해결국 사실로굳어졌다. 법원에서허위라고확인 해주었지만,지지자들은머릿속의‘대안적 사실’을절대포기하지않을게다.프레임은 ‘사실’로깨뜨릴수있는게아니다.아니나 다를까.법원에서그렇게말했다면,그것은 “판사가미친것”이란다. 이미친프레임으로물론중도층의마음 을살수는없다. 하지만가끔은이갈라치 기전략이효과를발휘할때가있다.실제로 트럼프는노골적인반(反)외국인선동으로 백인하층계급의지지를결집시킴으로써대 선에서승리하지않았던가. 민주당은지금 이그런때라고 보는게다. 그래서도덕과 가치와 원칙을 버리고 왜곡된프레임으로 골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에전념하는 것이리라. 자유주의정당이우익포퓰리스 트의선동에의존한다는것은그새당의성 격에중대한변화가생겼음을시사하는불 길한징후다. 레이코프는프레임왜곡에‘올바른프레 임’으로맞서라고주문한다. 문제는그 ‘올 바른 프레임’을 설정할 주체가 누구냐는 것. 미국에서그 주체는 민주당일 터이나, 한국에서는민주당이트럼프짓을하고있 다. 그리고 ‘올바른프레임’을지지해줄중 도층은난무하는진영정치속에서날로설 자리를잃어간다.이경향은앞으로더심 해질것이다. 폐해는 벌써나타나고있다. 한국의정치는어느새승리를 위해서라면 모든짓이허용되는거대한난장판으로변 했다. 사회의나머지부분도곧그뒤를따 를것이다. 진중권미학자,전동양대교수 빛바랜‘촛불혁명’프레임으로 골수지지층만묶어놓아도 총선에서이길거란자신감에 ‘중도층은없다’는듯행동 조국인사청문회땐 합법-불법문제로프레이밍 요즘엔“검찰쿠데타”로갈라치기 러시아스캔들→스파이게이트 트럼프의프레이밍악용보는듯 거대한난장판으로변한정치 사회나머지도곧뒤따르게될것 황희석전법무부인권국장(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이22일오전서울여의도국회본청앞계단에서열린열린민주당비례대표후보자출마자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있다.황전국장은이날사회관계망서비스(SNS)자신의계정에‘검찰쿠데타세력명단’을올려논란을불렀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스캔들’관련탄핵조사에서전^현직관료들의‘폭탄증언’이계속되고있는가운데19일마 이크펜스미부통령의유럽·러시아담당특별보좌관제니퍼윌리엄스가의회하원정보위에서열린탄 핵조사공개청문회에서증언한뒤나가는동안트럼프탄핵요구시위자가플래카드를들고서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진중권의 트 <Truth: 진실> 루스 오디세이 <11>프레임전쟁 2020년3월26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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