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4월 11일 (토요일) A8 오피니언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주 소: The Korea Times (오피니언 담당자앞) 320 MALTBIE Industrial DR. LAWRENCEVILLE, GA 30046 ▲팩 스: 770-622-9605 ▲이메일: ekoreatimes@gmail.com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한국일보의편집방향과다를수있습니다 뉴스칼럼 시사만평 그때와 지금 김정자 (시인, 수필가·애틀랜타 거주) 행복한아침 ‘자택격리령’발령 이후 집 가까 이에 있는 공원을 찾기 시작했다. 옥외수영장과테니스, 축구, 농구 장과놀이터, 파비리온, 야외탁구 장까지 갖추고 있어 가족이 함께 산책을 나선 한가로운 모습들을 간간이보게된다. 나란히줄을서 듯 안전거리를 지키며 걷고있는 모습들을 바라보면 왜그런지 어 째 마음이 뭉클해진다. 신선한 숲 기운이 방역에 지친 시민들을 무 던히감싸주고있다. 밤새내린비 로하여꽃가루가말끔히씻겨지고 시야가 선명해지고 바람 감각도 산뜻해서봄날생기가청명하다. 어느새 연록 잎새들로 무성해 진 나무들이 촉촉한 물기를 머금 고있다. 가슴깃털이빨간새가푸 드득 날아오른다. 물소리, 바람 소리에 마음이 젖어든다. 연장된 ‘shelter-in-place’를 지켜내기 위해 자연의 소리에 마음을 기울 이다보면평정을누릴수있을것 이란 소중한 나눔을 보탬해드리 고싶어진다. 깊은숲을가르고흐 르는 개울이라서 물살이 투명하 다. 물소리가 마치 돌돌거리는 소 리를들어달라는듯흘러간다. 유 순한 흐름의 개울을 바라보며 삶 의속도를생각하게된다. 세상흐 름새에 누락되지 않아야 한다는 책무감이 무서운 속도로 달리게 했던것같다. 지름길을찾느라굼뜬편이될수 없었기에 삶의 속도를 제어할 수 없었던 터였는데 할머니 호칭을 얻게되면서느림의값어치를주시 하게 되었다. 서행을 택하고 하이 웨이보다는 오솔길로 접어들고, 느긋이 지켜보는 쪽으로 여지를 비켜주었더니시야도넓어지고다 양 함을 접하게되는 진가를 선호 하게되었기에 긴급조치에도 어려 움없이적응하게된듯하다. 나 목들도 앞다투듯 새순을 내 밀기 시작하더니 푼푼하니 연록 의 화사함을 입은 나무들이 수더 분하게 눈에 뜨인다. 희망을 알리 는 계절이라서 새 꿈을 마련하기 도하고새삶을추구하기도하며 한층 더 높이 뛰어보려는 생동감 이 솟구치는 계절이다. 한결 한가 해진노년의일상들이라지만살아 낸 삶의 근육들을 유지해내느라 하루하루가분주했었는데칩거해 야한다는 마음 저변에 조바심이 란것이엔진을끄지않은오토바 이 발동소리처럼 온 몸을 흔들어 댄다. 일상의 고마움을 깨달아가 는 와중이라 넉살좋게 너스레를 피우는지도 모를 일이다. 방역에 돌입하게 되면서 평범한 일상의 감사가 도드라져 보이기 시작한 다. 건강을잃게될때에야건강의 감사를 깨우치듯. 떠나고 싶으면 거리낌 없이 여행길을 나서고, 만 나고 싶으면 시간과 장소만 정하 면 되는 것이었고, 맛있는 커피집 을찾고, 필요한것은무시로구입 할수있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가 무심코일상의소중함을절감 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얼마나 행 복한 시간들이었는지 깨닫게 해 주는시간앞에세워주었다. 아무리반가워도손을잡으면무 서운 결례가 되고, 엘리베이터도 두사람이상은함께승강하지않 는예의를지켜야한다. 개스스테 이션주유기도1회용장갑을끼는 것으로, 드라이브 스루로 받게되 는 커피잔도 바이러스 유무가 우 려되는, 안온했던 일상에 긴장과 불안이 끼어들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적 거리가 마음문까 지닫게만들것같은, 감정고갈로 확산되는정신적바이러스까지이 겨내야할 또 하나의 언덕임을 염 두에 두게된다. 사회적 격리가 가 져올 수 있는 심리적 불안과 단절 감의조장이길어지다보면정서적 염려 수위가 더해갈 수도 있겠다 싶다. 사회적 조치라는 관점이 일 상의 모든 영역에 변화가 요구되 고 있다. 격리되고 집안에 상주한 다는 것이 어쩌면 참아내기 힘든 어려움이겠지만, 정신력을침해하 는부조리한모순바이러스에까지 우리를내주어서는아니될일이다 못말리는 책 욕심 탓에 기회가 닿이는대로 모아왔던 책들이 읽 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첫장을 열고 작가의 포플로그와 에필로 그를 읽고는 쌓여있는 책들에게 늘미안해했던차였는데역지사지 의 기회로 삼고 책을 여는 장부터 찬찬히 읽어가기로 했다. 책을 손 에 잡게되면 정독을 해왔던터라 남은 책들을 계수하지 않으며 잉 여될위기에놓인시간동안을맺 음말까지 차근히 읽어가고있다. 하지만 격리되는 시간을 일종의 돌파구나 피난처로 대하지는 않 으려한다. 어려운 시기를 온 인류 와 함께 극복해가야 한다는 결단 의 실현이라서. 강요받는 칩거라 는췌언은삼가야할것이다. 이러 한 시기일수록 허탄과 직결된 발 상은차갑게외면하려한다. 오리무중인 전염병을 향한 거세 지는 질문들을 풀어내기 위해 숲 속에서 숲 내음과 햇살과 바람과 들꽃을 마주하며 느끼고 호흡해 가며 늪같은 시간들을 통과하자 고마음을다진다. 자연만큼억지 나거짓없는, 의도적행위가없는 것이 어디에 있으랴. 자연이 베풀 어주는 무상의 면역력을 누리고 치유받도록 하자. 자연 본연의 섭 리에 집중해 가노라면 몹쓸 전염 병도 어언 저만큼 물러날 것이다. 인류에게 닥친 거대한 재난 앞에 한없이 연약해 보이기도 하지만 막강한정신세계를지닌위대한창 조적 존재이지 않은가. 자연을 가 까이하며내면세계를가다듬다보 면 분명 모진 전염병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기여코 견디어낸 인류의 힘찬 환희와 탄성이 터져 나올그날을기대하며자연의소 리에 마음을 기울이며 행복한 은 거(隱居)를도모해가려한다. “지옥을 초청하지 마세요” 자연의 소리에 바닷가주차장도, 자주가던등 산로도, 골프장도, 체육관도 다 막혔다. 주택가를산책하는데건 너편에서사람이오면그것도부 담스럽다. 어디로 갈 것인가. 앞 으로 2주는 마켓 출입도 자제하 라는데-. 뒤뜰이나 있고, 가꿀 정원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것 도아니라면. 팜스프링스에서 오스트리아 산 셰퍼드 한 마리와 사는 81세 노인은 주 3~4회골프를치는게 유일한 낙이었다. 하 지만100개가넘는팜 스프링스 인근 골프 장이 모두 문을 닫았 다. 이제무엇을할까. 세 상을떠난아내가 3년 전 그에게 선물했던 플레이스테이션이 문 득 생각났다.‘골프가 그렇게 좋 아매일골프장에출근해야한다 면,집에서골프게임을하는것도 재미있을것’이라며아내가선물 한게임기였다. 먼지를뒤집어쓴 채차고구석에있던게임기를꺼 내연결시켰다. “타이거우즈골프게임을하는 데 재미있어요. 세계 곳곳의 골 프장을 누비고 있어요. 골프장 에나가는것만큼재미있더라구 요.” 그는“노인도이정도는창의적 일수있다”며소식을나눴다. 북가주한인들이많이사는서 니 베일과 스탠포드 대학이 있 는팔로알토사이의작은지역인 마운틴 뷰. 이 동네의 이웃들은 골목을아트뮤지엄으로만들었 다. 학교를 가지 못해 집에서 몸살 을앓는아이들과재택근무로역 시가택연금상태인부모들이합 작해서집앞드라이브웨이와사 이드웍에 색색의 분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고흐의 ‘별빛 찬란한 밤’이 탄생하는가 하면 칸딘스키나 몬드리안의 작 품을연상케하는추상화가그려 지기도 했다. 한 주민은‘사회적 거리? 그래도우리는함께’라는 뜻의글귀를보도에남겨이웃간 의연대를표하기도했다. CNN은이에피소드를전하며 50여 가정이 힘을 모으니 거리 의 화랑이 만들어졌다고 보도 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 으로이격절의시대를보내고있 다.“집안에서밥만챙겨먹다보 니 소화도 안돼”하던 사람들이 오랜 세월 잊고 있 던국민보건체조를 생각해 낸다.“막상 해보니 그게 꽤 운 동이 되데-”하며 만족하는 이도 있 다. “요즘은 유 선생 (유튜브)과 구 박사 (구글)가 온갖 걸 다 가르쳐 줘서 12 분짜리 운동 하나 를찾아내집에서내외가하고있 어”라고 근황을 전하기도 한다. 기구 대신 자신의 몸을 이용해 하는 운동이 부상 염려도 적고 가장 바람직한 근력운동이라는 말이 있다. 스쿼트, 런지, 플랭크 등집안에서가능한근력운동을 하면 땀도 나고 코어 근육이나 허벅지도단단해진다. 드문드문 찾아오는 투고 손님 을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타운의 한 카페 매니저. 밤중에 갑자기친구의전화를받았단다. “커피한잔만줘”하기에카페로 오라고했다. 트레이닝복차림으 로나타난이친구,“부부싸움했 어. 24시간붙어있으니맨날싸 울 일만 생겨”라며 하소연을 하 더란다. 스트레스 강도 높은 요즘은 지 혜로워야 한다. 가정폭력 신고 와 상담 요청이 늘고 있다고 한 다. 요즘같은때부부싸움을하 는것은지옥을초청하는일이다. 싸울 일이 생기면 일단 목록을 적어놓고‘가택연금’이풀릴때 까지 기다린 후 날을 잡아 한번 싸울일이다. 물론그때전투목록을다시들 여다보면“뭘이런걸갖고-”하 며피식웃고말겠지만말이다. 빌 데이 작 케이글 USA 본사 특약 무료급식 라인 실업자 라인 대공황 코로나팬데믹 1930년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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