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4월 18일 (토요일) D6 기획 발달된디지털기술은구술문화를더강화하고있다. 페이스북등소셜미디어는문자를사용하는소통방식이지만,입에서나오는말을대화체, 구어체로그대 로받아적는다는점에서구술적성격이강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검찰총장을둘러싼여권의시각은조국사 태이후180도바뀌었다.박근혜정부당시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을열심히수사했을때는그의대쪽 같은성품을치켜세우더니, 수사의칼날이현정권 을 겨냥하자 태도를 바꿔 윤석열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모습이다. 뉴시스 진중권의 트 <Truth: 진실> 루스 오디세이 한입으로두말을하는사회$말 통하는사람이드물어졌다 디지털기술과함께되돌아온 구술문화의특징은‘항상성’ 현재를중심으로삼아 불편한과거기억들은삭제 검찰총장청문회때 윤석열을옹호했던사람들이 이젠외려장모의혹을제기 에병합되고,또한지역은국경조정으로사 라진다. 그 후 노래로전승되는 부족의역 사가달라졌다.부족사람들이작파에게는 원래아들이다섯이었다고 노래하기시작 한 것이다. 과거에대한 쓸 데없는 호기심 보다그들에겐현재의상황이훨씬더중요 했던것이다. 구조적망각 구술사회는이렇게‘현재’를살기위해늘 ‘구조적망각’을실천한다.이구술문화가 디지털테크놀로지와 더불어되돌아온 모 양이다. 유튜브는말할것도없고, 문자를 장모는기소도안 했다며? 동영상 증거가 있어도김학의는무죄. 한국에서법이란검 사를위한끼리끼리해먹는것?” 이밖에도사례는많다.“장모하는일을 사위가알아야하냐?”고따지던이가지금 은그를“김선달보다더사기꾼”이라부른 다.“윤석열이있어검찰의앞날을밝게본 다”던이는“수십곳압수수색하던놈이수 백억잔고증명위조한것은모른척하냐?” 고타박이다.“장모를공격한다는것자체 가본인흠결이얼마나없는지”보여준다던 이가 지금은 “잔고증명조작이불법인걸 모를리도없거니와설사몰랐더라도처벌 의대상”이란다. 영원한 현재 이모두는어느 포털사이트에서사용자 댓글이력을공개하는바람에드러난사례 다.이렇게과거에했던발언이드러나도,저 들은아마 자기들은 말을 바꾼적이없다 고 우길게다.이항상성이바로 구술적의 식의특징이다.아니나다를까.저댓글들을 캡처해페이스북에올리자이런댓글이달 린다.“두글이그렇게도반대되는글인가. 같은입장이라도상황에따라서저렇게쓸 수있는것아닌가.” 악플러들만의일이아니다. 그의혹을직 접취재해봤다는 주진우 기자의말이다. “제가이문제를제기하는사람에게자료도 받고정리도하고취재를해봤다.깊게해봤 는데신빙성이하나도없다.문제제기한사 사용한인터넷과SNS 소통역시그성격이 구술적이다.입에서나오는말을대화체·구 어체로그대로받아적는것에가깝기때문 이다.“매체는의식을재구조화한다.” 그래 선지요즘많은사람들의의식이구술적으 로바뀌어가는모양이다. 일례로 작년검찰총장인사청문회당시 ‘뉴스타파’에서후보의장모에관련된의혹 을보도한적이있다. 그기사밑엔이런댓 글이달렸다.“장모가무슨짓을하는지사 위가 어떻게알아. 기자들은 너그들 장모 사생활을다아니?”그런데이글을올린이 가최근에는이런댓글을 올렸다.“윤석열 구술문화의의식 루리아가 마을사람들에게이렇게물었 다.“눈덮인먼북쪽지방의곰은모두색깔 이하얗습니다.노바야젬블라도먼북쪽지 방이며눈이덮여있습니다.그곳의곰은무 슨색일까요?” 문자와더불어살아온우리 는질문 속에이미답이들어있음을안다. 하지만평생구술문화속에서살아온이들 은 당혹스러운 듯 물음에이렇게답했다. “잘모르겠는데요.검은곰은봤지만,색깔 이다른곰은본적이없어서.” 동그라미를그려보여주며뭐냐고도물 었다. 우리라면 ‘원’이라대답할것이다. 하 지만그들은그저접시,체,양동이,시계,달 등구체적인사물의이름을댈뿐,‘원’이라 답한이는아무도없었다. ‘당신의성격을 어떻게판단하느냐?’는 물음에는 벌컥화 를내며‘우리는잘하고있어요!’라고쏘아 붙이거나, 혹은 겸연쩍게 ‘그걸 왜나한테 물으세요? 다른 사람에게물어보지’라고 대꾸했다고한다. 이는우리에게익숙한추론과추상,반성 능력이타고난것이아니라문자사용을통 해인공적으로구축된습관이라는것을보 여준다.우리눈엔어리석어보일지모르나, 사실저들의반응이야말로자연스러운것 이다.생각해보라.경험에의탁해살아가는 이들이가본적도없는곳의곰의색깔을어 떻게알겠는가? 또 접시와 시계와 달에서 굳이원을떠올릴이유가뭐있으며,자기에 대한평가는원래타인이하는거아닌가? 구술사회의항상성 월터옹은구술문화의또다른특성으로 ‘항상성’(homeostasis)을꼽는다.“구술 사회는‘항상적’이라는특징이있다.구술사 회는늘현재에살기에,이제는필요없게된 기억을지움으로써평형혹은항상성을유 지한다.” 구술사회는 현재를 중심으로 과 거의기억을재편한다는것이다. 그들이지 금필요없는기억을지워버려도되는것은, 물론글과 달리말은발화되는순간 사라 져버리기때문이리라. 일례로영국 통치하에있던나이지리아 티브족사이에법적분쟁이일어났다. 그런 데법정에증거로제시된부족의족보가 40 년전소송에기록된것과 달라진것으로 드러난다.구전과정에서그때그때상황에 맞춰불필요한기억을지워왔기때문이다. 그럼에도 티브족은 자신들이태고로부터 늘같은족보를 사용해왔다고주장했다. 과거의법정기록도소용없었다.“기록이잘 못됐다”는것이다. 가나 곤자국의시조 작파는 나라를 일 곱지역으로분할해일곱아들에게나눠다 스리게했다.훗날그중한지역은다른쪽 람은대법원에서벌금1,000만원유죄확정 을받았다.그러니까장모에대해막이야기 하는것은굉장히위험한일이다.자동으로 명예훼손에걸릴사안이다.”이발언역시그 의머리에선지워졌을것이다. 요즘 “식물총장”이라 조롱하는 재미에 사는유시민작가. 그런그도 2016년박영 수 특검때는 그를 ‘명언제조기’라 극찬했 었다. “저는 조직에충성하는 사람이지사 람에게충성하는 사람이아닙니다.” 그가 ‘명언’이라평가한이발언도지금은제업무 엔별관심없어보이는어느정치검사에게 “조폭논리”취급을당하고있다.왜들그러 는걸까. 그게다과거에얽매이지않고 ‘현 재’를치열하게살려는몸부림이다. 개인에서분열자로 추미애법무부장관은 7년전이렇게말 했다.“열심히하는채동욱검찰총장을내 쫓고 국정원대선개입수사책임자인윤석 열팀장을내쳤다.”그랬던그가지금수사 검사내치고총장마저내쫓으려한다.그의 전임자도그때한마디보탰다.“채동욱윤 석열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장관의의 중은명백히드러났다. 국정원개입수사를 제대로하는검사는어떻게든자른다는것. 무엇을겁내는지새삼알겠구나!” 검찰총장을 공수처의‘제1호 수사대상’ 으로삼겠다고공언하는전직청와대공직 기강비서관. 그는총장임명시인사검증을 담당한게자신이라는사실을기억에서벌 써지웠다. 그뿐인가.심지어대통령까지이 ‘구조적망각’을실천한다.“우리청와대든 정부든집권여당이든만에하나권력형비 리가있다면그점에대해서는정말엄정한 자세로임해주시길바란다.”이발언도애 초에없었던것이돼버렸다. ‘개인’을의미하는영어단어는‘나눌수없 다(in-dividual)’는뜻을갖고있다.즉개 인이란정신의통일성과일관성을갖춘사 람이라는얘기다.그런의미에서‘개인’은문 자문화가이룩한 위대한 성취라 할 수있 다.‘개인’은 ‘A=not A’ 따위의실없는소리 는 하지않는다. 반면구술적의식의소유 자들은그모순을안고살아갈수있다.특 유의항상성으로지금불편하거나불필요 한기억을지우는데에익숙하기때문이다. 한입으로 두 말을 할 때정신은 분열된 다.되돌아온구술문화는부르주아개인을 분열자(dividual)로 해체시킨다. 현재를 살기위해늘구조적망각을수행하는분열 자들의집단속에서,애써사유의일관성을 유지하려는개인은 당연히고독할 수밖에 없다.실제로요즘말통하는사람을찾기 가참힘들어졌다. 진중권미학자,전동양대교수 1917년혁명직후만해도러시아에는평생 ‘문자’라는것을접해보지못한이들이 많았다고한다.러시아의심리학자루리아가그런이들이모여사는촌락을찾아가 설문조사를했다.결과는놀라웠다.글을모르는이들의의식이글을쓸줄아는 도시사람들의그것과너무나달랐기때문이다.말이냐글이냐.이에따라의식 자체가달라진다.이발견을영문학자월터옹은이렇게요약했다. ‘매체는의식을재구조화한다.’ [입 구 ] <14>구조적망각 3월19일네이버는악성댓글을방지하기위해사 용자가 뉴스기사에쓴 과거댓글이력을 모두 공 개하기로했다.댓글실명제까지는아니지만, 사용 자들이좀 더본인의의사 표현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조치다. 한국일보자료사진 2020년4월16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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