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4월 24일 (금요일) D7 기획 한국의음모론 우리나라에서음모론의대명사는 김어 준이다. 그의음모론은어느 감독의손에 서영화(‘그날 바다’)로 빚어졌다. 누군가 세월호를고의로침몰시켰다는얘기다.최 근 발표된 2탄(‘유령선’)에서는 상상력이 더대담해진모양이다.세월호항적을속이 려무려1,000여척의선박데이터를조작했 단다.상상의나래를펼치기에앞서이들이 대답해야할상식적질문이있다.‘대체박 근혜정부에서세월호를고의로침몰시켜 개표조작? 상대편이하면‘망상’우리편이하면‘합리적추론’ 과학적논증외양갖춘엉터리 추론 오류많지만대중선동에는효과적 김어준음모론비판하던우파들 사전투표결과두고‘조작설’띄워 박원순아들병역비리^檢쿠데타$ 여야안가리고공론의장까지침투 만들생각이없는모양이다. 이번총선에서는그일을반대편사람들 이하고있다.사전투표에서균일하게여당 후보가 13%내외로앞서는데, 결과가 그 렇게나올 확률은 수조분의1이라나? 사 전투표야 원래젊은층, 본투표는 노년층 이많이참여하는 법. 그 현상이전국적으 로골고루나타났다고보면될것을뭘그 리어렵게생각하는지모르겠다.게다가지 지층을향해‘사전투표는조작가능성이있 으니삼가라’고 말했던것이지금 음모론 을펼치는자신들아니었던가. 과학 이후의이야기 황당한 것은이민중창작을 종종전문 가들이거든다는것이다. 가령 2012년대 선의개표조작음모론은재미통계학자김 재광 교수의지원을 받았고, 이번총선의 개표조작 음모론은역시재미통계학자인 김좌진교수의지지를 받았다. 2011년선 관위홈페이지접속장애와관련해선관위 음모론을제시한것은고려대법학전문대 학원의김기창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아 들병역비리의혹을부추긴것은영상의학 의“세계적전문가”라는양승오박사였다. 음모론은‘과학이후’의이야기라,이처럼 과학적(?)논증의지원을받곤한다.전문 얻을이익이뭔가?’ 2012년대선후에도 그는 음모론을펼 친바있다. 분리기에서나온미분류표중 박근혜표가문재인표보다1.5배(‘K값’)가 나왔는데,이것이정권에서개표를조작했 다는 증거라는것. 역시영화(‘더플랜’)로 만들어진이황당한 음모론은 2017년대 선결과를 통해바로 반박된다.이번엔미 분리표 중 문재인후보의표가 홍준표의 1.6배나나온것이다.이렇게가공할 부정 선거(?)가이루어졌는데,이소재로는영화 그오류를일일이지적하는것은매우번거 롭고피곤한일이다. 하지만그보다더큰문제가있다.즉,현 실에서는가끔 ‘음모’가실제로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미국정부가 세 계적감시망을갖추고전세계인의통신을 감청하고있다’는얘기는얼마전까지만해 도할리우드영화에나나올법한 음모론 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스노든의폭로 로이음모론은사실로드러났다.이사 례가보여주듯이어디까지가합리적추 론이고어디부터음모론적상상인지 가르는기준이늘명확한 것은아니다. 원인대신에범인을 음모론이란소수의사람혹은집단이은 밀한공모로이세상을움직인다고보는이 론이다.하지만어디이세상이인간의뜻대 로움직여지던가.인간이어떤행동을하든 그행동은대개의도하지않은결과로이어 지곤한다.이렇게인간의행동이의도를벗 어나종종예상하지못한결과를낳기에,변 수를통제하려고사회과학이존재하는것 이다.포퍼에따르면음모론은사회에대한 이과학적인식을방해한다. 포퍼가주창하는 ‘열린사회’는의견의자 유시장을통해이음모론들을성공적으로 걸러내곤한다.전체주의국가에서는사정 이다르다.가령‘시온의정서’(1903)를생각 해보자.이책에따르면세계곳곳의유대 인들이각국에서권력을장악해세계단일 정부를 수립할 음모를 꾸미고있다고 한 다. 황당한이야기지만, 이음모론이나치 독일에서는사회과학을대체했다. 그결과 는다알다시피홀로코스트라는끔찍한사 태였다. 우익만이아니다. 당시엔좌익들도 즐겨 음모론을유포하곤했다.대중선동에는복 잡한 사회이론보다음모론이훨씬효과적 이기때문이다. 칼 포퍼는이들을 ‘속류 마 르크스주의자’라부르며,정작그들의원조 칼마르크스가최초의음모론비판자였음 을상기시킨다. 마르크스는사회변혁을위 해서는자본주의사회의숨은조종자들을 ‘적발’하는게아니라, 그 사회를 움직이는 구조적모순을‘인식’하는것이중요하다고 보았다. 과학에서이야기로 ‘음모(conspiracy)’라는 말에는 ‘함께 (con)+숨쉰다(spirare)’는 뜻이담겨있 다. 음모란 소수의사람들이숨 닿을거리 에서끼리끼리속닥인다는 뜻이다. 사회란 개인들, 계층, 계급들의욕망이필연적법 칙이나 우연적계기와어우러져만들어내 는 합력(合力)에의해움직인다. 하지만 고 대에는아직사회과학이없었기에, 그시절 사람들은자기들이이해하지못하는 사회 현상을 신화로, 즉 신들이끼리끼리속닥 거려세상을움직인다는 ‘이야기’로설명하 곤했다. 그런의미에서음모론은인간의의식을 과학에서이야기의시대로 되돌려보낸다. 하지만이는단순한퇴행이아니다.현대의 음모론은 ‘과학이후’의이야기라, 고대의 신화와달리나름합리적추론과과학적논 증의‘외양’을 갖추고 나타나기때문이다. 물론합리적으로사유하는이들에게그것 들은그저사이비논증과엉터리추론에불 과하나,거기에빠진대중을설득하기위해 가들의개입은사실과상상이뒤섞인이허 구에과학의외관을입힌다.그전문가들의 권위에기대어시민들은자기가합리적으로 추론한다는착각에빠진채미신을믿게된 다. 음모론에동원될때과학은신화의도 구로전락한다. 위험한징후가아닐수없 다. 우리는그극단적사례를안다. 나치독 일에서과학은아리안인종주의신화를증 명하는도구로사용되곤했다. 문제는 음모론이공론의장에까지침투 하고있다는 데에있다. 듣자 하니개표조 작음모론이제1야당의의원총회에의제로 까지올라왔다고한다.집권여당의인사들 역시온통음모론적사유에갇혀있는듯하 다.검찰총장이측근들을데리고 “쿠데타” 를 하려한다는 것이다. 그들의음모론적 상상은최근‘검찰총장이유시민을잡기위 해종편기자를통해감옥에있는이철과검 은거래를시도했다’는시나리오로까지발 전했다. 음모론적상상의특징들 음모론은일견합리적추론의외양을띠 나, 그것과 구별되는 몇가지특징을갖고 있다.첫째,음모론은대개비경제적이다.그 리하여설명해주는것보다설명해야할것 을더많이남긴다. 개표조작 음모론은득 표율에보이는이상현상을설명해준다.하 지만그가정을받아들이면설명해야할것 이너무많아진다.투표함을언제어디서어 떻게바꿔치기했으며, 거기동원된수많은 이들의입을어떻게그토록완벽히틀어막 을수있었을까. 둘째, 음모론은 편집증적이어서고려해 야할수많은요인중에서특정한것에집착 하는경향이있다. 예를 들어양승오 박사 는MRI 사진하나에꽂혀서박주신의병역 비리를확신했다.민주당인사의자제가이 명박정권의병무청으로부터특혜를받는 게어떻게가능한가.공개검증을수행한세 브란스병원의의사들전원을매수하는게 어떻게가능한가.오직사진에만꽂힌머리 에는이런상식적인물음들이떠오를자리 가없다. 셋째, 음모론은 망상적이다. 즉 음모의 효과를과대평가하는경향이있다.생각해 보라.십알단의댓글공작이없었다고2012 년대선결과가달라졌을까.드루킹일당이 산채에서매크로를돌리지않았다면 2017 년대선결과가 달라졌겠는가. 또, 댓글 조 작을한중국인들이실제로있다치자.유입 량 1%도안되는그들이그짓을안한다고 이번총선의결과가달라지겠는가.이세상 은 소수의몽상가들이움직이기에는 너무 나거대하고복잡하다. 진중권미학자,전동양대교수 <15> “이이론은그어떤유신론보다더원시적인것으로호메로스의사회이론과 유사하다.호메로스는이땅에일어나는모든일들이올림푸스의신들이 벌이는공모의결과라믿었다. 사회의음모론은이유신론, 즉신의변덕과 의지가모든것을지배한다는믿음의한변종이다.그것은거기서 신을떼어내고대신이렇게물을때성립한다. ‘신이아니면누가?’ 신의자리는 이제여러유력자혹은 유력집단들로채워진다.” (칼포퍼) 지난2015년1월27일홀로코스트기념일을맞아독일베를린홀로코스트기념관의 콘크리트기념물에꽃이놓여있다.유대인의세계지배야욕이라는음모론이 홀로코스트로이어졌다. 베를린=AP연합뉴스 Ӡ tbs라디오 ‘김어준의뉴스공장’ 방송모습. ▼지난2012년2월22일서울신촌연세세브란 스병원에서윤도흠 교수 등 세브란스 의료진이 박원순 시장의아들 주신씨의MRI가병무청제 출본과같은것이란점을설명하고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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