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5월 1일 (금요일) D7 기획 설 정나이13세,얼굴은앳된소녀지만몸은성인이다.신 체대부분이드러나는선정적인옷을입고“복종할테니 길들여달라”는대사를서슴없이내뱉는다.롤플레잉게임‘클 로저스’의소녀캐릭터‘레비아’의모습이다. 그뿐만이아니다. 국적과 장르, 형식을 불문하고 게임 속 여성캐릭터의외모는 하나같다. 총탄이날아들고 유혈이낭자하는 전투에서조차 과도하게큰 가슴과 엉덩이를 뽐내는 여성캐릭터, 좀 더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설정으로 흥행을 좇는 게임의 ‘나쁜’ 법칙이다.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유포한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면서근절 법안까지마련됐지만 게임이라는 가상의현실에선이처럼소아성애, 여성의성적 대상화가 아무런 제재없이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여자는일단 ‘벗겨라’? 지난 2016년 넥슨이 300억을 들여제작한 ‘서든어택2’는 남성의성적환상을 집대성한 여성캐릭터가 전면에 등장했다. 사연이나 서사는 없고 주인공 ‘미야’의탄력 있는 가슴을 강조하기위한 고도의그래픽기술만 동원됐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선 ‘소아성애적’ 모티프까지 등장한다. 스마트조이의 ‘라스트오리진’에등장하는 소녀는 어린아이의얼굴에풍만한 몸매를 지녔고,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에선 민족 구성원 전체가 열 살 미만인여아의모습을 지녔다. 일본 게임사 소닉 팀의 ‘언리쉬드’는 어린 소녀가 짧은 교복을 입고 신체 부위대부분을 노출하는, 성인물 수준의캐릭터 일러스트를 선보인다. 상황이이렇다 보니여성 유저들은 만성적인 불쾌함을 호소한다. 조모(21)씨는 “‘12세이용가’ 게임에서소녀 캐릭터가 신음 소리같은 성적인 대사를 내뱉는다”며 “재미있게플레이를 하다가도 홀딱 벗다시피한 여성 캐릭터들이우르르 등장하거나 남성을 겨냥한 ‘서비스성’ 대사가 나오면언제나 수치심이든다”고 말했다. 게임 캐스터김경우(31)씨역시 “16세짜리소녀의치마를 들추면서 ‘실은 100세가 넘은 인물’이라는 설정을 내세우는 걸 보고 남성으로서도 상당히불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외국 게임중엔인종^소수자^젠더등의 다양한 메시지를 스토리에담는 경우가 보이는데, 한국 게임은 그런 ‘문화적코드’라고 할 만한 게거의없다”고 지적했다. 윤김지영건국대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소아성애적 게임과 n번방 사건의근간은 닿아 있다”며 “시청각적자극을 통해 여성이대상화되는 건 즐거움이자 놀이다라는 식으로 여성소비를 무의식중에 당연시하게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김교수는 또, “n번방 사건은 어려서부터접한 게임 문화를 현실에서좀 더 하드코어적으로 실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별구분 없애고 서사 부여… ‘바뀌는 게임판’ 최근 업계내부에서이같은 맹목적인 ‘벗기기’ 문화에 반기를 들기시작했다. 변화의 바람은 해외에서먼저불었다. 미국 블리자드가 제작한 ‘오버워치’는 여성캐릭터로선 이례적으로 장애를 가진 60세백발 노인 ‘아나’를 선보였다. 비디오 게임의고전 ‘툼레이더’ 역시 달라졌다. 1996년 처음 등장할 당시핫팬츠 차림으로 두 다리를 그대로 노출했던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는 시즌을 거듭하며탐험에최적화된 작업용 긴 바지로 갈아입었다. 최근 인기를 끄는 닌텐도 스위치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아예캐릭터의성별 구분을 없애버렸다. 이전 시리즈에서여성은 원피스 차림의소녀로 남성은 짧은 머리의소년으로 묘사됐지만, 올해 새롭게발매된 에디션에서는 얼굴, 머리모양, 옷차림등을 성별이나 인종의경계없이유저가 직접설정할 수 있게했다. 국내게임업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말 출시된 클로버게임즈의모바일 게임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성적으로 대상화되지않은 입체적설정의여성캐릭터를 다수 선보여유저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가슴이나 엉덩이가 부각되는 의상 대신 캐릭터의성격에 맞는 전투복을 착용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대적변화 속에서도태하지 않으려면 더많은 여성창작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발자 김모(28)씨는 “최근 신입사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예게임내에서성별 구분을 없애 버리자’는 파격적인 주장이많다”며 “다양성이라는 시대의가치를 게임속에녹여내기위해서라도, 20대 청년과 여성창작자의목소리가 제작에고루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업계를 떠나 해외게임업계에서일하고 있는 여성개발자 A(34)씨는 “지금까지통용되어온, ‘벗겨야 팔린다’는 룰은 사실 가장 쉽고 저급한 방법”이라며 “성상품화 없이게임자체의재미, 캐릭터의매력만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게힘들기때문에 선택한 길”이라고 꼬집었다. A씨는 “당장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캐릭터들을 모조리없애야 한다기보다 누군가의시선으로 ‘대상화’되지않는 여성캐릭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지윤^김주영기자 문소연^이동진인턴기자 누가 봐도아이인데 옷과표정은야릇 게임의‘나쁜법칙’ 한국^일본등동아시아권게임속 짧은교복‘소아성애적’女캐릭터많아 12세이용등급불구그림^멘트자극적 “여성을놀이대상으로$ n번방과근간닿아” 노출전혀없는옷입거나성별없애는등 시대적변화에맞춰캐릭터변화움직임 일본소닉팀이개발한 ‘언리쉬드’의캐릭터이미지컷. 어린소녀들의신체와 속옷이그대로노출돼있다. 여성을지나치게상품화했다는비판에출시100일만에서비스를 중단한넥슨 ‘서든어택’2의게임트레일러. 속옷만입은여성캐릭터를내세운스마트조이의 ‘라스트오리진’. 여성캐릭터를매춘부나스트립댄서설정으로묘사한미국 비디오게임 ‘GTA5’(왼쪽부터). 캐릭터간의성별경계를없애고유저가직접옷차림, 피부색, 성정체성등을설정할수있게해호평을받는닌텐도 스위치의 ‘모여봐요동물의숲’( 왼쪽 ). 클로버게임즈의 ‘로드오브히어로즈’는노출없는의상에입체적인성격을지닌 여성캐릭터 ‘아나’로인기를끌고있다. 이해못할 게임캐릭터 나딕게임즈의 ‘클로저스’에등장하는 13세캐릭터 ‘레비아’. 인간과다른종이라는 설정이지만 사람의모습을하고있고, 얼굴은앳된소녀인데몸은성인여성이다. 가슴과엉덩이등특정신체부위가강조된의상을입고 “복종하겠다”는대사를 서슴없이한다. 이캐릭터는아동을성적으로상품화했다는비판을받았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에등장하는 ‘린족’은 10세미만 여아의외모를지닌다( 왼쪽 ). 스마트조이의 ‘라스트오리진’에는 특정신체부위가비정상적인비율로강조된여성캐릭터가다수 등장한다. 모두국내업체에서개발한게임이다. 12 기획 2020년4월30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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