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5월 2일 (토요일) D6 기획 산업화추억‘미련한보수’밀어내고 정보화시대생산^소비중추로 재산^학벌등거대한기득권커넥션 자식세대에‘특권물려주기’단계로 대다수젊은이에겐‘민주화의위선’ 새로운‘해방서사’가필요한시기 터인가 그들은개혁의레토릭을 자신들의 비리를덮고기득권을지키는데에사용하 고있다. 이들은 벌써정계와 관계, 방송과 신문, 시민단체와 지식인층을 망라하는 거대한 기득권의커넥션을구축했다. 비리가터질 때마다 그 커넥션이조직적으로 움직이며 그압도적헤게모니를이용해감시와비판 의목소리를순식간에잠재워버린다.낡은 보수의나쁜모습을업그레이드한버전으 로체화한것이다.기득권을확보한그들은 그커넥션을활용해자신들이누리는특권 을자식세대에물려주는단계에이르렀다. 그들은이렇게바꿀것보다지킬것이더 많은보수층이됐다.그리고그들이살해한 나쁜 아버지보다 더나쁜 아버지가 됐다. 산업화세대는 적어도 그들에게일자리를 얻어주고,아파트도한채갖게해줬다. 하 지만 586세대는지금의젊은세대에일자리 도,아파트도주지않는다. 그저자기자식 들에게재산과학벌을물려주느라그검은 커넥션을활용해다른젊은이들에게서‘공 정’하게경쟁할기회마저빼앗아버린다. 보수화한 젊은이들 산업화서사와함께민주화서사도파탄 이났다.우리세대가아버지세대의전쟁이 야기에넌더리를냈던것처럼, 요즘젊은이 세대는아버지세대가늘어놓는민주화서 사를 냉소한다. 그 잘난 민주화가이뤄진 사회에서성공의지름길은 상속과 세습이 라는것을잘알기때문이다. 수저를잘물 외려생산의중추가됐다.2000년대에벤처 나인터넷기업들을세운것도이들이다. 생산에서만이아니다.소비에서도이들은 구매력이가장강한계층이다.그구매력에 힘입어광고를 먹고 사는언론매체에까지 자신들의막강한영향력을행사하고있다. 반면,과거의산업화세대는노령화로이미 구매력을잃은데다가,그수마저점점줄어 들고있다.과거의선거에서는진보와보수 가갈리는경계가 40대유권자층에서형성 되곤했다.어느새그경계는 50대로 올라 갔고,머잖아60대로진입할것이다. 이번선거결과를두고나이가들어도세 대의정체성을 유지하는 ‘코호트 효과’가 나이가들면서보수화하는‘에이징효과’를 압도했다는평이나온다. 하지만 그두효 과가중첩해나타났다고보는게옳을것이 다. 즉, 코호트효과로투표에서진영은바 뀌지않는상태에서에이징효과로아예진 영자체가보수화했다는얘기다.한마디로 ‘존재’는오래전에기득권층으로변했으면 서,의식으로는자기가진보라믿는것이다. 더나쁜 아버지 조국사태는존재와의식의이괴리를상 징한다. 민주화 세대가 그를 두둔한 것은 그것이한 ‘개인’이아니라한 ‘세대’의특징 임을시사한다.그들은진보가아니라실은 보수다.산업화의추억에갇힌미련한보수 를제치고정보화의흐름에적응한노련한 보수가등장한것이다.최근비리와성추행 사건은주로이들이일으키고있다.언제부 진보의이야기 산업화 세대의자식들은아버지를 살해 하려했다.배우지못한아버지들이힘들게 가르쳐놨더니,대학에간자식들은반공전 사와산업전사가되기를거부하고민주투 사와통일일꾼이되려했다.자식세대의투 쟁이야기역시아버지들의전쟁이야기못 지않게절절했다.이들의부친살해는 1987 년시민항쟁으로시작해30년만인2017년 대통령탄핵으로완료됐다.이번총선은그 사실을재확인한것에불과하다. 민주화세대는아버지세대가만든터부 에정면으로도전했다.임수경의방북은몇 년후남북정상회담으로이어졌다.선거때 마다 ‘북풍’이불까걱정하는것은 민주화 세력이었으나, 요즘은외려보수진영에서 ‘북풍’을걱정하는상황이다.산업화세대의 업적은역설적으로 반공의성채를 무너뜨 리는계기가됐다.체제대결에서남한의압 도적승리로북한이과거만큼위협적존재 로느껴지지않게된것이다. 그 사이에 공동체의 기억도 바뀌었다. 부모에게전쟁얘기를 듣고 자란 자식들 이이제는 부모가되어자식들에게반독재 무용담을 들려준다. 우리세대는어린시 절반공영화를 보고 자랐지만, 지금젊은 세대는 ‘변호인’ ‘1987’ ‘택시운전사’를 보 며자랐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롯해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도 북한의만행이 아니라 분단의비극을 강조한다. 그 사이 에할아버지세대는 ‘국제시장’을 내놨을 뿐이다. 보수의이야기 과거에우리사회를지탱하는 큰이야기 는 박정희정권이쓴 반공과 ‘산업화 서사’ 였다.1960년대까지만해도북한의국력이 남한보다우위에있었고,북한은이를토대 로적화통일을추구했다.끝없는남침의위 협속에서시민들은반공전사와 산업전사 로서‘싸우면서일하는보람’에살았다.전 쟁의기억이아직생생하던시절정권은국 민의레드콤플렉스를자극하는것만으로 쉽게독재체제를유지할수있었다. 산업화는 눈부신업적이었다. 농경사회 였던한국사회는단기간에산업사회로변 모한다. 고도성장은독재체제에대한시민 의염증을성공적으로무마했다.박정희정 권이장기집권할수있었던것도시민들사 이에이국가발전전략에대한암묵적지지 가있었기때문이리라.농사를짓던사람들 에게기계와 결합한 산업생산력은 기적으 로보였을것이다.이놀라움은지도자에대 한종교적외경에가까운숭배로이어졌다. 박정희모델은 1979년그의시해와더불 어막을내린다.하지만박정희식고도성장 의신화는 3저(저유가·저금리·저원화가치) 호황에힘입어그의사후에도지속되다가, 결국 1997년국가부도 사태와 함께막을 내린다.하지만한국의보수는이를대신할 대안서사를만드는데에실패했고,아직도 실패하고있다.이명박정부는박정희식고 도성장의서사를재활용했고,박근혜정부 는 통치방식마저유신시대로 되돌렸다가 탄핵을당하고만다. 고 태어난 소수를 제외하고, 수저를 잘못 문대다수젊은이들은민주화의위선을경 멸하며,민주화한사회의현실에절망한다. 최근 20대의정치적성향이노년층과동 조하는경향을보이는것은그와관련이있 다.하지만이를 20대의보수화로해석해서 는안된다.아버지세대를불신한다고해서 그들이할아버지세대를신뢰하는것은아 니기때문이다.그저뭘어떻게해야할지모 르는상태에서무당층으로남아부유하고 있을뿐이다. 부친을 살해하려면이야기가있어야 한 다.민주화세대에는정치적‘집단’으로조직 하는데에필요한 서사, 즉민주주의와 사 회주의라는이야기가있었다. 하지만민주 주의는이뤄졌고,사회주의는몰락했다.자 본주의서사가통하는것도아니다.세계적 양극화속에서경제적불안정은날로심화 하고있다.젊은세대는이모든상황을고 립된 ‘개인’으로 받아들이고있다. 불만은 있지만표출할수가없다. 양당혹은1.5당의기득권체제속에서젊 은이들은고작선거용홍보물로쓰이다버 려질뿐이다. 대안이없을 때남는것은 냉 소적태도뿐.그나마희망이있다면이들이 ‘공정’과 ‘정의’라는 화두에민감하다는것 이다.이들은결과의불평등은용인해도과 정의공정성만은지켜져야한다고믿는다. 진보가아직도가능하다면거기서출발해 야한다.사회가젊어지려면이제우리가그 들에게살해당해야한다. 진중권미학자,전동양대교수 2019년 9월 19일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서울대학교관악캠퍼스학생회관앞에서조국법 무부장관의사퇴를촉구하는촛불집회를진행하 고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진보의종언 사실민주화세대는그동안꾸준히보수 화해왔다.사회주의몰락이후혁명을꿈꾸 던이들은급속히체제에포섭돼아파트를 가진중산층으로변모한다.산업화세대는 이들을데모만하느라 ‘직접돈을벌어보지 못한 세대’라고 매도하곤했다. 하지만 새 로이도래한정보사회에서는 80년대에운 동을하거나,그분위기에동조했던이들이 한국정치는그동안두개의큰이야기로움직여왔다. ‘산업화’와 ‘민주화’ 서사.이두서사는동시에두세대를대표한다. 산업화를이끈할아버지 세대와민주화를이룬아버지세대.이번총선을통해사회의주류는전자에서 후자로교체됐다.하지만이것이산업화에대한민주화서사의승리를 의미하는것은아니다. 586세대가새로주류로등극함으로써민주화서사 역시해방서사로서생명력을잃었기때문이다. <16>부친살해의드라마 ‘노련한보수’민주화세대, 4^15 총선으로주류의권력을쥐다 1968년12월21일서울-인천간 (23.4km) 경인고속도로개통식에참석한 박정희대통령내외가개통테이프를끊고있다. 1987년6월26일부산문현로타리에집결한시민과학생들을향해경찰이 최루탄을발사하며시위를저지하자한시민이온몸으로저항하고있다. ● 한국일보자료사진 2020년4월30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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