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5월 4일 (월요일) C6 스포츠 모든스포츠가강한중독성을갖 고있지만골프의중독성은유별나 다. 다른스포츠의중독성에비하면 치명적이다. 골프에한번발을들여놓으면웬 만해선벗어나기어렵다.이제갓골 프를시작한걸음마든,골프특유의 불가사의한묘미에가까이가지않 았든, 기량이일정수준에이르지못 해미스샷과나쁜스코어로스트레 스를받으면서도골프와결별하지 못하는이유는무엇일까. 그이유를꼽으라면수도없다. 내의지와희망을쉽게저버리는배 반성,느슨하면서도승부욕을자극하 는경쟁구도,깊은자연과의친화성, 아침에깨달았다가도저녁이면지워 지는골프근육의짧은기억능력,신체 조건이나체력으로변별되지않는결 과의의외성,언제라도천국과지옥을 오갈수있는예측불허성,목표에도 달하면또다른목표가나타나는신 기루같은속성,그리스신화의시지프 스처럼목표에도달해도그곳에머물 수없는형벌같은특성등등. 그래서골프가태동한이래수많 은사람들이골프의불가사의성(不 可思議性)를언급했다. “골프의가장큰결점은그것이너 무도재미난다는데있다.골프에대 한그칠줄모르는흥미는남편으로 하여금가정, 일, 아내, 그리고아이 들까지잊게한다.” “골프란아주작은볼을, 아주작 은구멍에, 매우부적합한 채로쳐 넣는게임이다.”(윈스턴처칠) “골프는남녀노소를막론한만인 의게임이다.걸을수있고빗자루질 을할힘만있으면된다.” “골프코스는머물지않고가능한 한빨리지나가야할덧없는세상살 이모든것의축약이다.”(장지라두) 골프가왜불가사의한운동인가 를주제로대화를나눈다면밤을지 새워도끝나지않을것이다. 골프는말하자면상식과통념을 거부하는희한한운동이다.이때문 에많은사람들이한번골프채를잡 으면지팡이에의지할때까지골프 채를놓지못하는것이다. “60세노인이30세장년을이기 는골프게임이어찌스포츠란말인 가!”(버드쇼탠,작가) 이한마디가 골프의불가사의성 을대변해준다. 나는이런전통적인시각에서비 껴나걷기에서골프의중독성을발 견한다.아기나개나고양이등의움 직임을보면서힌트를얻었다. 아기는걸음마를시작하면서, 개 나고양이등동물들도태어나스스 로일어서걸으면서세상과만난다. 자라면서걷는반경이넓어지고삶 의폭도넓어진다. 미국의인류학자 마빈 해리스 (1927~2001)가그의저서‘문화인 류학’에서‘태초에발이있었다’며인 류진화의원동력을걷기로본것은 혜안이다. 그는약600만년으로추정되는 직립보행의역사가바로인류진화 의역사라고봤다. 인류의도구개 발, 두뇌발달,언어창조, 수명연장 등의동인을직립보행에서찾았다. 골프의기원을살펴보면걷기가골 프의핵심이고골프채나공은걷기를 도와주는하나의도구에불과했다. 11세기전후스코틀랜드대서양 연안의황량한들판에서양떼를몰 던목동들이심심풀이삼아돌멩이나 털뭉치를토끼굴에처넣는게임을즐 기거나,마을의어부들이고기잡이를 끝내고집으로돌아갈때재미삼아 막대기로돌멩이를치며걸었다는골 프기원설은걷기가없는골프는존 재할수없음을시사한다. 18세기프랑스의대사상가장자 크루소가갈파했듯낭만적인걷기 는철학과시의산실이었다. 동서양 의수많은철학자시인들은산책,산 보,도보여행,탐험등다양한형태의 걷기를통해사상을심화시키고시 를짓고자연과학을연구했다. 현대인들이아침저녁으로 근처 산이나 들판, 강가를걷고 험준한 산악이나성지를찾아트레킹에나 서고순례길에오르는것도정신적 육체적활력을얻기위한본능적행 동인셈이다.이런시각에서보면골 프야말로인간본능에기초한가장 낭만적인걷기가아닐까. 골프코스는제한된공간이긴하 지만코스자체가다양한자연을압 축한공간이기도하다. 인공이가미되긴했지만양탄자 같은초원,연못과개울, 모래밭, 황 무지,바위와절벽,덤불과수목이어 우러진골프코스는일상에쫓겨자 연속으로의탐험기회가없는사람 들에겐4~5시간동안다양한자연 환경을경험하며대화하고사색할 수있는최적의공간이다. 이런공간에서‘가장불가사의한 운동’인골프를한다는것만큼매혹 적인일이또어디있을까. ‘지팡이짚을힘만있으면골프를하 라’는골프속담이있는것도단조롭고 무미하기쉬운보통오솔길의걷기와 차원이다른골프코스에서의걷기가 안겨주는위안과즐거움때문이리라. 골프는누가뭐래도걷기에골프 도구를보탠것이상일수없다. 골프에서걷는즐거움을제거한다 면결코지금과같은인기를누릴수 없을것이다.골프가불가사의한진 짜이유는걷기에있다. 방민 준(골프한국 칼 럼 니 스트) news@golfhankook . com golf 골프가불가사의한진짜이유 골프장. 골프한국제공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의 견으로 주간한국의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밝힙니다. *골프한국소속칼 럼니스트에게는주간한국지면과골 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등의매체를통해자신의 글을연재하고알릴기회를제공합니 다.레슨프로,골프업계종사자등골 프칼럼니스트로활동하고싶으신분 은이메일(news@golfhankook. com)을통해신청가능합니다. 34 2020년5월 4 일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