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5월 8일 (금요일) D7 기획 어용자처하고, 권력좇고$‘진짜지식인’멸종시대 명분없는비례위성정당만들고 지역차별적발언도서슴지않아 진정한앙가주망사실상사라져 ‘이익집단’으로서의진보만판쳐 숨진노동자위해꿋꿋이글써온 김훈이내가아는최후의지식인 자,즉‘유기적지식인’을말한다. 문제는이‘유기적지식인’이더이상존재 하기어려운상황이됐다는데에있다.이른 바‘포스트모던’의사조는진리의보편성과 객관성에대한믿음을무너뜨렸다. 사회적· 정치적발언의‘준거’가무너졌으니,지식인 의역할 자체가 사라질수밖에. 철학자 료 타르는이상황을‘지식인의무덤’이라묘사 했다.오늘날지식인이아무리객관성과보 서사회적발언을해야그저잔소리나늘어 놓는 ‘씹선비’, 사회를제작하는 데에아무 쓸모도없는‘입진보’로여겨질뿐이다. 그많던지식인은 어디에 세계를해석하는것을넘어세계를제작 해야한다는플루서의요청은언뜻유토피 아의비전처럼보인다. 하지만여기서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늘날 세계를 제작하는 데에는거대한 자본과 권력이요구된다는 사실. 다시말해지식인이세계의제작에참 여하려면시장이나정치와손을잡아야한 다는얘기다.이상황은결국 그나마 사회 에별로남지않은유기적지식인들마저다 시기능적지식인으로되돌려놓고만다. 실제로 우리사회에서도 그일이일어났 다.시작은김대중정권당시의‘신지식인’캠 페인.이른바 ‘지식기반경제’에서지식은상 품이되고학문은경제가된다.공학계열의 학자들은그러잖아도오래전부터자본과 손잡고‘산학협력’을실천해왔다.국민의정 부에이르러인문사회계열의지식인들마저 세계를만들겠다고권력과손을잡기시작 한다.‘비판’을사명으로알던진보적지식인 편성을 주장해도, 그 발언은 간단히어느 한‘편’의것으로매도당하고만다. 절대적진리는사라졌다.이제진리는 ‘발 견’되는게아니라 ‘제작’된다.이에따라사 회에서인문적사유는점차공학적사유에 밀려난다.매체철학자빌렘플루서에따르 면디지털기술은과거의역사적·진보적·계 몽적의식을 구조적·계산적·분석적의식으 로바꾸어놓는다.이런시대에지식인으로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 20세기지식인의전형을 만든것은에밀 졸라이리라.1898년그는국가반역죄로유 죄를선고받은어느유태인장교의구명을 위해대통령에게보내는편지형식의글을 써서발표한다.‘나는 고발한다’는제목의 이편지에서그는 드레퓌스대위의무죄를 주장하며,그에게억울한누명을씌운자들 을신랄히고발한다. 광적인반유태주의의 분위기속에서졸라는국가의공적으로몰 렸고, 군사법원을모욕한혐의로기소되어 징역1년을선고받는다. 한편 졸라의뜻에 공감하여마르셀 프 루스트는드레퓌스재판의재심을청원하 는서명운동을시작한다.이서명에는아나 톨프랑스, 루이파스퇴르,에밀뒤르켐, 클 로드모네등당대의지성들이참여했다.이 사건은지식인들이하나의‘사회집단’으로 서정치적개입을시도한최초의역사적사 례로알려져있다.한국의민주화운동시절 성명이나 서명을 통한지식인들의‘앙가주 망’도그원형은바로이사건에있다. 이전통이최근이상하게일그러졌다. 작 년 9월소설가황석영은 1,267명문인들의 서명을 모아 ‘조국 지지’ 성명서를 주도한 바있다.조국을졸지에한국의드레퓌스로 만들어버린것이다.며칠전엔문서위조와 불법투자,증거인멸등의혐의로기소된어 느여교수의구속연장에반대하는탄원서 가발표되었다.서명자명단에서조정래,임 옥상, 홍성담, 승효상 등그자리에있어서 는안될것같은이름들을본다. 이게요즘지식인들의앙가주망이다. 우 희종교수는민주당에위성정당을만들어 바쳤다. 그당에서조차도의적이지않다고 하는일, 거기명분이있을리없다. 시인김 정란과역사학자전우용은대구시민을향 해망언을퍼부었다.지역차별에보편적가 치가있을리없다.이렇게다들 ‘어용’이되 어버렸다.심지어‘어용지식인’임을자랑하 는이도있다.‘어용’이투사의가슴에달린 자랑스러운훈장이됐다.어쩌다이지경이 됐을까. 지식인의죽음 사회학에서는 지식인을 종종어느 계급 에도속하지않는부유층으로분류하곤한 다.대개가진집출신이라존재는지배계급 에속하나,학문과예술은객관성과보편성 을지향하기에적어도의식은제계급의특 수한이익에서얽매이지않기때문이다.이 렇게 ‘사회적부유층의지위덕에존재구 속성을초월해사회의전체연관에대한통 찰’을 제공하는 지식인들을, 사회학자 칼 만하임은사회의‘파수꾼 ( W ¢ chter ) ’이라 불렀다. 들이정부기관에진출한것도그때부터다. 혁명을외치던386세대도돌아보니그새 용케다들 교수가되어있다. 수도권웬만 한 대학의교수연봉이1억원이넘는단다. 한국에서교수는기능이아니라신분.그신 분의유지를위해그들은자기들끼리도안 읽는 논문을 써가며, 그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줄 궁리를하고있다. 물론 그들이누 리는 특권은희생양인시간강사의노동에 대한착취를통해유지된다.이양들에침묵 하는데에는진보나보수나차이가없다.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들은지배층이되 었다. 그들이조국일가의일을 제문제로 느낀것은,같은상류층으로서계급적이해 를공유했기때문이리라.물론이는보편적 이해를대변하기위해제계급의이해를초 월한다는‘지식인’의상과는거리가멀다.이 제그들은그저자기계급을대변할뿐이다. 그새획득한권력을가지고그들은이제세 계를, 즉 날조와 허위와기만을재료로 자 기들만의대안적세계를제작하고있다. 헤게모니전술 그들은 더이상 ‘비판’하지않는다. 비판 해야할그현실을자신이만들었기때문이 다. 그들은학계,언론계, 문화계등사회전 반에‘헤게모니’를구축하고, 그막강한영 향력으로대중을장악해얼마남지않은희 미한 ‘비판’의목소리마저잠재우려한다. 자기들이만든 세계의허구성이폭로되는 것을참을수없기때문이다.그들에게세계 란 ‘언급’되고 ‘비판’될것이아니라 ‘제작’되 고무조건‘긍정’되어야할어떤것이다. 전통적지식인은멸종했다.제계급의구 속성을초월해보편적이해를대변하는지 식인은더이상 ‘계층’으로서는존재하지않 는다. ‘이익집단’으로서진보는 승리했다. 하지만‘가치집단’으로서진보는죽었다.이 른바‘진보적’문인들이전직대통령보다호 화로운변호인단을거느린강남사모님의 석방을위해서명운동이나벌이고있자,돈 없고힘이없어죽어간이들의목소리를대 변하는일은정작 ‘보수’에속한어느문인 이맡기로한모양이다. 자칭‘진보’가권력의비리를덮으려고검 찰음모론이나유포하며한패거리가되어 검찰총장제거할 궁리나하고있을때,‘우 익’을 자처하는 소설가 김훈은 고독하게, 그러나꿋꿋하게산업재해로숨진노동자 들을위해글을써왔다. 내가아는한이것 이지식인의올바른 ‘앙가주망’이다.이‘최 후의’지식인에게고마움과미안함, 그리고 무엇보다수치심을느낀다.저징그러운진 보의무덤에이보다더고상하고우아하게 침을뱉을수는없을것이다. 진중권미학자,전동양대교수 언제부터인가 ‘지식인’이라는말을듣기 힘들어졌다.왜그럴까.간단하다. 실제로지식인이사라졌기때문이다. 제 계급의이익을떠나보편적가치위에서 민중을위해발언하던지식인은 사라졌다.물론아직 ‘지식인’을 자처하는이들이더러남아있긴하다. 이혹독한빙하기에그들만살아남은 데에는독특한비결이있었다.즉 이마에 ‘어용’이라는글자를써붙이는 것이다.오늘날 ‘어용’ 아닌지식인은 거의멸종했다. <17> 2019년10월7일황석영(가운데)소설가,안도현(맨오른쪽)시인등이서울여의도국회정론관에서기자회견을열고검찰개혁촉구및조국법무부장관지지를선언하고있다. 뉴스1 부유하는 계층으로서지식인은 자기가 속한 지배층을 위해일할 수도있고, 계급 을배반하고피지배층을위해일할수도있 다.지식인들은대개‘테크노크라트’로서지 배체제에복무하나,그일부는앙가주망을 통해제지식을기꺼이민중을위해사용하 려한다.정치학자안토니오그람시는전자 를‘기능적지식인’,후자를‘유기적지식인’이 라불렀다. 흔히말하는 ‘지식인’은이중후 2020년5월7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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