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5월 15일 (금요일) D10 기획 예수는정죄말라했건만$성소수자희생양 삼은기독교언론 이태원클럽발코로나재폭발에 성소수자를방역망친주범몰아 이는방역당국지침에도위배돼 폭력적인희생양제의폐지하려 예수는스스로십자가를짊어져 반동성애는기독교본질어긋나 ( 字句 ) 해석에집착한다. 사실그들이하나 님의입에서나온말씀이라굳게믿는구약 성서에는 고대근동의관념이반영되어있 다.가령노아의홍수얘기는길가메시서사 시에거의원형그대로등장한다.동성애를 죄로 보는레위기의관념도 조로아스터교 에서유래한 것으로, 바빌론 유수 시절유 대교인들에게받아들여진것이다. 정작예 수는동성애에대해아무말도하지않았다. 근본주의자들은 고대의 관념을 그대 늘날여성혐오,장애인차별,동물학대로비 난받을 구절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미 구약에서전환은시작된다. 율법에희생자 의목소리가반영되기시작한것이다. 호세 아선지자는이렇게말한다. “나는인애를 원하고제사를원하지아니하며번제보다 하나님을아는것을원하노라.” ( 호 6:6 ) 종 교의본질은번제가아니라자비에있다는 얘기다. 이전환을완수한것이바로예수그리스 도다.레위기에는“대를끊으라”거나“회중 이돌로치라”는등잔혹한 명령이등장한 다. 심지어월경중에성관계를 하는 것도 당시에는대를끊어놓을이유가됐다.불륜 기독교와 희생양제의 인류학자 프레이저는 종교를 희생양 제 의의연장으로간주했다.실제로아브라함 이아들 대신양을 바쳤다는 창세기기사 에는인신공희의흔적이엿보인다. 요즘기 독교 일각에서벌이는 반 ( 反 ) 동성애캠페 인을 보면, 프레이저의말이맞는 것같기 도하다. 하지만, 르네지라르에따르면이 는기독교의본질을완전히오해한것이다. 기독교는외려공동체를유지하는데에폭 력을사용해온문화에종지부를찍었다는 것이다. 지라르에따르면 구약성서에는 여전히 가해자의시선이담겨있다. 레위기에는오 파르마코스 문명이시작되어도 이제의는 사라지지 않았다.원시사회는그나마희생자를신성 시라도했지만,문명사회는아예그들을범 죄자로여기게된다.희생자로꼽힌것은주 로저항할힘이없는약자들. 가령고대그 리스에서는 기근이나 역병이돌면 노예나 장애인수감자 중 하나를 골라 추방 혹은 처형하곤 했다. 그 희생양을 ‘파르마코스’ 라 불렀다. 가장 유명한 파르마코스는이 솝이리라. 꼽추였던그는절벽에서떠밀려 죽었다고한다. 그후로도마찬가지였다.중세의파르마 코스는 ‘여성’이었고, 나치시절에는 ‘유대 인’, 관동대지진때는 ‘조센징’, 희생양제의 에는대개희생자에게죄를전가하는이야 기가따르곤한다.그이야기속에서중세의 여성은마법으로흉작을불러온마녀였고, 나치시절의유대인은국가를좀먹는해충, 관동의조선인은일본인집에불을지르는 방화자로묘사된다.물론이이야기에서희 생자의목소리는철저히배제된다. 코로나19 사태에서는아시아인이파르 마코스가되었다.감염은폭발하지,생업은 힘들지,갇혀지내자니답답하지.그스트레 스는공동체안의폭력으로이어질수있다. 실제로 서구에서는 최근 가정폭력이증가 했다고한다.그들의평화를위해아시아인 이희생양이된것이다.남얘기가아니다.한 국에서는 동성애자들이파르마코스가 되 어,전세계가상찬하는K방역을망친주범 으로몰려끔찍한언어폭력을당하고있다. 사태의시작은기독교언론이었다.이들 은 ‘꼭 필요한 경우가아니면성정체성은 밝히지않는다’는기자협회의보도준칙을 어기고,처음부터이재앙의원흉으로게이 커뮤니티를지목했다.이는 방역당국의지 침에도위배되는행위다. 하지만워낙성스 러운분들이라‘혐오와차별은방역을방해 해사회를위험에빠뜨린다’는세속적비판 에는아랑곳하지않는다.이번이동성애자 를‘척결’할절호의기회라고본모양이다. 성서와 해석학 그러잖아도 몇몇기독교신문은평소에 도동성애자들을집요하게공격해왔다.심 지어성소수자를연쇄살인범과 동렬에놓 는끔찍한칼럼을싣기도했다. 왜그럴까. 한국교회의위기가곧세상의위기라는이 상한 종말론 때문이다.‘교회에신도가 줄 었다.지금이말세이기때문이다.그징표가 바로범람하는동성애다.고로교회와사회 가소돔과고모라처럼멸망하지않으려면 동성애자들을제거해야한다.’전형적인희 생양제의다. 종교적근본주의자일수록 경전의자구 역시당시엔죽음으로다스렸는데,신약성 서에는이와관련한장면이등장한다.간음 한여인을회중이돌로치려한것이다.그때 예수가그들에게말한다.“너희중에죄없 는자가먼저이여인을돌로치라.” ( 요8:7 ) 예수는이한마디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폭력에의존하던관습을폐지했다.실 제로그는세리나죄인등파르마코스가되 기쉬운이들과어울렸다.하지만희생양제 의를폐지하는결정적방법은역시희생자 의무결함을증명하는것이다.그래서그는 십자가에달렸다.군중은예수에게온갖죄 를뒤집어씌웠으나, 우리는그에게죄가없 음을안다.스스로마지막희생양이됨으로 써예수는이야만적제의에종지부를찍은 것이다. 거짓증언하지말라 안타깝게도 예수가 폐지한 그 짓을 일 부기독교인들이동성애자를상대로하고 있다.심지어그들은 ‘동성애가수간 ( 獸姦 ) 과소아성애로이어진다’는근거없는거짓 말로청소년들의영혼을오염시키고있다. 그들은 ‘에이즈의확산을막으려면동성애 를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에이즈 는동성애와양성애를구별하지않으며,감 염자의대다수는이성애자다. 미국의질본 ( CDC ) 은에이즈예방의방법으로 콘돔의 사용을권한다. 이번코로나사태로한국교회일각의문 제가 적나라하게드러났다. ‘기도로 코로 나를이긴다’며자제요청을무시하고집회 를강행하더니,이번엔광신에빠진일부기 독교 매체가 방역지침을어기고이태원잔 혹사를 연출했다. 오늘날 대부분의과학 자는동성애를신의창조질서에속한것으 로 본다. 선교사들은이땅에먼저병원과 학교부터세웠으나, 그 후예들은 구약으 로과학을대신하고,기도로병원을대신하 려한다. 진화론이등장했다고해서기독교가무 너지지는않았다.그것은교회가세심한해 석을통해사회의변화속에서도변하지않 는 말씀의본질을 보존해왔기때문이다. 해석학적무능은 성서에서미신과 편견만 읽어냄으로써기독교를 시대에뒤진 종교 로만들뿐이다. 다른것은몰라도타인을 ‘죄인’이라부르는것은외국에선처벌받는 범죄이며, 무엇보다성서에위배된다.예수 는타인을함부로정죄하지말라고가르쳤 다.그의말이다. “나는 자비를 원하고 제사를 원치아니 하노라 하신 뜻을 너희가 알았더라면 무 죄한 자를죄로정치아니하였으리라.” ( 마 12:7 ) 미학자,전동양대교수 원시사회는공동체의위기를희생양 제의로극복하곤했다.이해할수없는 재앙의 ‘원인’ 대신에 ‘범인’을찾고, 그를처형함으로써재앙의원인을 제거했다고믿어버린것이다.물론그 제의로재앙을막을수는없었을게다. 하지만적어도재해로인한 스트레스가공동체안의갈등이나 폭력으로번지는사태만은막을수 있었다.마이너스1의평화.희생양 제의는원시사회가 ‘하나’를 제거함으로써 ‘모두’의평화를 유지하는장치였다. <18> 2018년크로아티아이모트스키에서열린종려주일(예수부활축일의바로전주일)행사.예수가십자가 를지고피흘리는고난의길을재현하고있다. 이모트스키=로이터연합뉴스 일본지방지미야코신문의1923년 9월19일자 삽화. 관동대지진이후일본에서성행한 아이들의자경단 놀이를그렸다. 아이들이군인경찰 등역할을나눠조선인아이를죽이 는놀이를하자그림그린이가그런놀이는하지말라고말리는내용이다. 독립운동기념관제공 로 현대에옮겨놓으려한다. 하지만 예수 는고대의율법중에서시간이흘러이미시 효가 다한 것들은 적절히수정할 줄알았 다.예수는이를율법의‘폐기’가아니라 ‘완 성’이라불렀다.성경의본질은시대와지역 의특수성을 뛰어넘어여전히온인류에게 어떤 ‘보편적’ 메시지를 던진다는 데에있 다.성경의생명을이루는이보편적메시지 를정제하는데에는 세심한 해석의작업을 요한다. 사실성경의자구적읽기를강조하는근 본주의자들도 실제론 성경을 제편할 대 로 ‘해석’해왔다.예를들어그들은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 때문에 망했다고 말한 다. 성서는 분명히말한다. 소돔과 고모라 는의인10명이없어서망했다.소돔이동성 애때문에망했다는얘기는 실은 꾸란 ( 수 라 6 ) 에나온다.거기에도처벌규정은없다. 한국교회가망한다면,그건동성애자가있 어서가아니라,그안에의인10명이없어서 일게다. 24 2020년5월14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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