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5월 26일 (화요일) D2 기획 중동아시아에있는 사우디아라비아 ( 사 우디 ) 는가장먼저‘석유’가떠오르는나라 다. 조금 더관심이있다면 ‘축구’나 ‘사막’ 같은키워드가연상될지도모르겠다.그런 데경제나사회제도적으로볼때사우디라 는 나라는 매우이색적인 나라다. 21세기 에공존하는 다른 국가들 중 유사한 사회 제도나경제구조를찾아보기힘들정도다. 사우디를 제대로이해하기위해서는 적지 않은시간과노력이필요한이유다. 석유회사가유일한수익원…납세의무없어 먼저국가의운영체계부터여타 국가와 는전혀다르다.일반적인국가들은영리를 추구하는경제활동을개인이나기업과같 은 민간 부문에서수행하고, 국가는이들 의수익일부에세금을부과하여국가운영 에필요한자금을확보하는방식으로국가 살림이운영된다. 하지만사우디는경제활 동의주체가개인이나기업과같은민간부 문이아니라 국영석유회사가 국가의절대 적인수익원으로경제활동을 국가가직접 수행하고,민간은국가가벌어들인수익을 나누어갖는구조다. 이런까닭에사우디에서는정부와 국민 사이에세금문제를놓고신경전을벌이는 일이없다.국민들이세금을거의내지않기 때문이다. 사우디재정수입의80퍼센트이 상을 차지하는 원유를 판매한 돈을 바탕 으로국민들은광범위한혜택을누린다.교 육과의료서비스는물론이고전기등의에 너지도싼값에제공받을수있다. 석유를판매한돈의상당액은사우디왕 가로흘러들어간다.사우디국민들은정부 의연간예산편성에대한발언권이거의없 으며,정부또한국민에게지출의일부분만 을 공개하고, 원유를판매한 수익원중 왕 가할당분이어느정도인지는공개하지않 는다.대부분의국민들이국가에세금을납 부하지않았기때문에이런구조에대해크 게불만을표명하는분위기도아니다. 이처럼국가가경제활동의절대적인비중 을직접수행하고,이에대한과실을국민들 에게나누어준다고해서사우디국민들이 풍요로운생활을하고있다고 볼수는없 다.국민의40퍼센트가까이가빈곤층에해 당하며,적어도 60퍼센트가까운국민들이 집을구할능력이없는것으로알려져있다. 또한결혼적령기청년중절반정도는직업 이없거나결혼지참금을만들지못해결혼 을하지못하는형편이다.국민대부분의경 제상황이이렇다 보니,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가알고있는사우디왕자들의호화스 러운생활과달리2만달러초반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낮은수준이다. 경제활동도외국인노동자에의존 한가지특이한대목은사우디내부에서 왕성하게경제활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외국인노동자라는점이다. 사우 디에출장을 가 본적이있는 사람들은이 를 쉽게눈치챌 수있다. 공항에도착해서 호텔에들어갈 때까지마주치는대부분의 사람들이사우디현지인이아니라인근지 역에서일자리를찾아건너온외국인노동 자들이기때문이다. 예를들어공항의수화물관리자는인도 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가운데한 나라 출신인경우가 많다. 공항을 빠져나와도 사정은마찬가지다. 사우디택시기사대부 분은파키스탄사람들이며, 호텔에서손님 을맞이하는도어맨역시인도나파키스탄, 레바논출신이절대적인비중을차지한다. 실제로민간경제부문에서외국인근로 자가차지하는비중이90%에이른다는통 계도있다.사우디에도착해한시간이넘도 록 사우디사람을 한 번도 마주치지못했 다는말이결코과장이아닌것이다. 이때문에사우디정부는외국인들의입 국을제한하는비자제도를도입하기도했 다.외국인노동자들이사우디인들의일자 리를 빼앗고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자국국민을의무적으로고용하는목표치 를발표하고권장하는일도벌어지고있다. 문제는 사우디인들이이미외국인을 기반 으로한경제시스템에익숙해져있다는점 이다.외국인을채용하기위한비자자체가 매매되고있는현실이이를잘보여준다.외 국인을대거고용할수밖에없는국영기업 들에외국인을입국시킬수있는비자를몰 래사들여이를활용하는것이다. 복지제도는 ‘왕족들의자비’와같은말 사회제도와 법률 부문에서도독특한점 이많다. 사우디는세계주요국가중거의 유일한전제군주국가다. 왕이존재하거나 왕이통치에일부관여하는국가들은많지 만,대부분은법에의해군주의권력을일정 정도제약하는입헌군주제국가들이다. 하 지만사우디는왕가가국가의통치권을장 악하여자율적으로행사할수있으며,국가 기관은오로지사우디왕가의권력을집행 하는기관에불과한,진정한의미의전제군 주국가라할수있다. 종교가 지배하는 국가인데 왕가의 자 율성이얼마나있겠냐고의구심을제기하 는경우도있다. 하지만 사우디왕가는종 교적율법까지탄력적으로해석하게만들 정도로 종교계까지장악하고 있다. 일례 로 1990년 사우디국왕이사담 후세인과 맞서기위해미국군대를성지인근에배치 하는것을허용한바있다.이때사우디종 교지도자들은성지인근에이단을배치하 면안된다는종교적율법을제시하기는커 녕순순히국왕의의견에동의해논란이된 바있다. 사우디는복지제도또한전혀다른관점 에서접근하고있다.엄밀히말하면사우디 의복지제도는‘왕족들의자비’와같은의미 다. 사우디국민중누군가가 도움이필요 한 사안이있다면왕족들집앞에줄을 서 서기다리다도움을요청하면된다.해외에 나가 공부를 하고싶은 국민이있다면, 직 업이필요한사람이있다면,부모님이아파 도움이필요한사람이있다면이들모두사 우디왕가의자비를통해자신들의어려움 을극복할수있는것이다. 사상첫남녀공학…확산되는개혁의바람 이쯤되면‘21세기에도이런국가가있나’ 의구심이생기는게사실이다. 현시대에존 재하는국가라고보기힘든면이너무많으 니말이다.흥미로운것은사우디내부에서 도이같은제도들이구시대적이라는인식 이확산되고있다는점이다.기존의제도를 탈피하려는시도도점차늘고있다. 대표적인것이여성의경제활동이다. 사 우디여성들은종교적전통때문에가족에 게전적으로예속되어있다.혼자서운전을 하거나 경제활동에참여하는 것이철저히 제한돼대부분여성들이자신의재능을발 휘하지도못하고,사회발전에기여하지못 한다.하지만국가차원에서여성들에게다 양한직업교육과고등교육이제공되는추 세다. 석유의가채연수 (( 可採年數^부존량 을 생산량으로 나눈 값 ) 가점점줄어들면 서인구의절반인여성의경제활동참여가 중요해졌기때문이다. 이를위해종교적율법도탄력적으로변 화하고있다. 2009년압둘라 사우디국왕 은열악하기로악명높은왕국의교육제도 를개선하기위해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 ( KAUST ) 을 설립했다. 하버드 다음으로 높은기부금을자랑하는이대학은사우디 최초의‘남녀공학’이었다. 종교지도자들은 남녀공학 대학이이슬람 율법에위배된다 고비판하고나섰는데,사우디국왕은이를 주도한종교지도자들을즉시해임하는조 치를 단행했다. 그러자 다른 종교 지도자 들은오히려남녀공학대학설립을지지하 는성명을발표했다. 작년말에는‘공공장소남녀부동석 ( 不同 席 ) ’이라는 금기도 깨졌다. 사우디실권자 인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사회전반 에걸쳐추진중인대대적인개혁의바람속 에서가장보편적인규율중하나였던남녀 분리의원칙이허물어지고있는것이다. 또한비슷한시기에국가의유일한수입 원이라 할 수 있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 ARAMCO ) 를주식시장에상장해세계의 이목을 끌기도했다.아람코의영업이익은 2018년기준으로 2,240억달러에달하는데, 우리나라돈으로약 254조원규모다.이는 애플과 삼성전자, 구글의영업이익을 합친 금액인1,998억달러보다많은금액이다.사 우디가왕실의자금줄인아람코를주식시 장에상장한이유는 상장을 통해외부 투 자자금을 확보하여사우디아라비아의신 규투자를적극추진하기위함이다.이과정 에서사우디왕실은 자신들이실질적으로 소유하고있는아람코의재무제표를 80년 만에최초로공개했다. 사우디왕실의이같은 파격행보는 그 자체로사우디가놓인환경을상징하는것 이라할수있다.수십년넘게지탱해온그 들만의사회^경제구 조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않다는것 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박정호명지대학교 특임교수 거의유일한왕정국가 여성을앞세우기시작했다 국영석유회사가절대적수익원 대부분경제활동국가가수행 민간은그수익을나눠갖는구조 수하물관리자^도어맨^택시기사 90%이상이외국인노동자들 국가의복지는왕족의자비같아 첫남녀공학^아람코상장등 서서히여성비중이높아지는시대 과연어디까지올라갈수있을까 글로벌 경제유람 <4>가장보수적인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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