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6월 1일 (월요일) A6 책과 세상 ■ 글로벌위험사회의도래 위험사회(risk society)란 사회학 자울리히벡이만든말이다. 벡은 1986년‘위험사회’를 발표해 현 대사회에서의위험의중요성을계 몽했다. 위험사회란 위험이 사회 의 중심 현상이 되는 사회를 말한 다. 벡이말하는것은현대사회가전 통사회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이 아니다. 벡이 주목하는 것은 우리 인류가직면한위험의현재적성격 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이전의‘오래된위험’은자연 재해, 전염병, 전쟁 등에서 비롯됐 다. 그런데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새로운위험’은과학기술에기반 한사회발전이낳은결과라는것이 다. 지구적 기후 위기와 일본 후쿠 시마원전사태는구체적인사례들 이다. 벡에따르면, 위험사회는다섯가 지특징을가진다. 첫째, 위험은전 염성이 강하다. 둘째, 위험은 어디 서든발생할수있다. 셋째, 과학의 발전에비례해위험에대한인식이 높아진다. 넷째,‘안전’의 가치가 ‘평등’의가치보다중요해진다. 다 섯째, 시민들의 불안이 증가함에 따라안전은이제물이나전기처럼 공적인소비재가된다. 이러한 위험사회론을 벡은 글로 벌위험사회론으로심화시켰다.위 험은세계화의물결을타고지구적 차원으로 확장된다. 벡이 주목하 는세가지글로벌위험은기후변 화등생태적위험, 금융위기등경 제적위험, 자살폭탄등테러의위 험이다. 21세기에 들어와 우리 인 류가 직면했던 9ㆍ11테러, 금융위 기, 기후 위기를 지켜볼 때 글로벌 위험사회론은21세기적변화를읽 어낼 수 있는 탁견이다. 사회학자 홍찬숙이 지적하듯, 이러한 글로 벌 위험사회의 도래에 맞서 벡이 강조하는 세계시민주의의 정치적 상상력과실천은갈수록중요해지 고있다. 이러한 위험의 세계화에서 최근 큰문제가된것이신종코로나바 이러스사태다. 글로벌위험사회에 서는 질병 또한 빠른 속도로 세계 화되고있다.전염병이원전이나기 후위기처럼새로운위험은아니다. 중세시대의가장큰재앙중하나 였던 페스트는 오래된 위험이다. 그러나 도시화, 교통수단 혁신, 과 학기술 발전, 그리고 이런 변동으 로 인한 사회적 관계의 양과 질의 증대는오래된위험또한세계화시 켜왔다. 지난20세기이후역사를돌아봐 도 스페인독감, 사스(중증급성호 흡기증후군), 돼지독감 등 질병의 세계화가갖는위험과위력을생생 히목격할수있다. 1918,19년유행 했던 스페인독감은 제1차 세계대 전에서 죽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2003년에 나타 난 사스는 750명을, 2009년에 등 장한돼지독감은1만8,500명의생 명을 빼앗아갔다. 그리고 현재 신 종코로나바이러스폭풍이세계사 회를뒤흔들고있다. ■ 2020년대와위험의세계화 2020년대에 글로벌 위험사회의 미래는 그렇다면 어떠할까. 2020 년대 벽두에서 만난 신종 코로나바이러 스폭풍은위험이세 계화된 사회의 현주 소를 그대로 보여준 다.‘지구촌’이라는 말이함의하듯, 우리 인류에게 이제‘위 험의 바깥’은 존재 하지 않는다. 이 부 정할수없는사실은 위험에 따른‘공포 의세계화’를강화시 킨다. 특히 전염병의 세계화는 건강과 생 명에직결돼있는만 큼, 일단 위험이 발생하면 지구 전 체를 으스스한 공포의 세계로 몰 아넣는다. 위험의세계화에서주목할또하 나의 사실은 오래된 위험이든 새 로운 위험이든 이 위험이 평등하 지않다는점이다. 환경위기가국 가ㆍ계급ㆍ세대에 따라 불평등한 영향을미치듯,위험은경제적으로 빈곤한나라의국민,독거노인이나 미취학 아동 등과 같은 사회적 약 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 다. 위험사회가 가져오는‘위험의 불평등’현상이다. 이러한 위험의 세계화에 그렇다 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네 가지 를주목해야한다. 첫째, 위험의세 계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글로 벌거버넌스가중요하다.위험사회 의 대응은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 의 이중적 전략을 요구한다. 위험 이 세계화된 만큼 지구적 차원의 사전예방및사후대처를위해각 종 국제기구들과 개별 국가 간 협 력을통한글로벌거버넌스는더욱 강화돼야한다. 둘째, 정부의정확한판단과신속 한 결정이 중요하다. 체르노빌 원 자력발전소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글로벌위험사회에서정보전달이 늦어질수록 그 위험은 증폭된다. 위험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일은 국민과 다른 국가들에게정확한정보를신속히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에기반해과도한공포감 이 확산되지 않을 수 있는 대책들 을과감히추진해야한다. 셋째, 위험대처에대한지원을아 끼지 말아야 한다. 전염병과 같은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있 는 것은 결국 의학ㆍ생물학을 위 시한 과학이다. 2001년 4월부터 2002년 8월까지 9ㆍ11테러 등 테 러로인해 8,000명이목숨을잃었 지만, 2009년 4월부터 2010년 8 월까지돼지독감으로는앞서지적 했듯 1만8,000명 이상이 사망했 다. 상황이 이러했는데도 대다수 선 진국들은전염병대처보다테러방 지에더주력해왔다. 2020년대에 예견되는위험의세계화에적극대 응하기위해서라도정부와공공기 관은 과학 분야에 대한 적극적 관 심과재정적지원을아끼지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의‘위험 판 단능력(risk literacy)’또한 중요 하다.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 프는‘바이러스폭풍의시대’에서 충고한다.“판데믹(세계적으로 전 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 예방을 위해서는 대중의 위험 판단능력 이 반드시 필요하다. (...) 자연 재 앙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무 엇보다대중이침착성을유지하며 지시를충실하게따라야한다. (...) 모두가 위험을 정확히 인지하고, 여러 형태의 재앙들이 어떻게 다 른지평가할수있어야하며, 각재 앙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 야한다.” 다이아몬드가‘문명의 붕괴’에 서예견하듯, 환경파괴등으로미 래에 우리 인류 문명이 붕괴될 가 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험의 세 계화는 인류가 안고 가야 할 묵시 론적미래풍경의하나다. 이묵시 론적 위협과 공포에 맞설 수 있는 최고의방책은무엇보다미래를내 다보는정부정책과글로벌거버넌 스에있다고나는생각한다. <김호기연세대사회학과교수> 비행기 타고 퍼진 코로나…“인류에게 위험의 바깥은 없다” 위험이 사회의 중심현상 자연재해·전쟁·전염병 뿐 아니라 전지구적 기후 위기·원전사태 등 과학기술이 새로운 위험을 낳아 공포의 세계화, 대책은 글로벌 거버넌스·정부의 판단 위험대처 위한 아낌없는 지원 국민들의 위험판단 능력이 중요 위험사회 우리시대에누구나한번쯤 읽어보는책가운데 하나는문명학자재레드다이아몬드 의저작이다.‘제3의침팬지’에서‘대변동’까지그는빅히스토리의대가다.특히‘총, 균,쇠’는세계적베스트셀러다.무기,병균,금속이바꾼인류문명의역사를다룬야심 만만한책이다.‘총, 균, 쇠’는우리인류의과거와현재, 그리고미래를돌아보고고민 하게한다. ‘총, 균, 쇠’를여기서떠올리는것은균의무서움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잉카등라틴아메리카원주민을죽음으로몰아넣은가장중요한원인으로유럽에서건 너온천연두등전염병을꼽았다. 만일현대문명이급작스럽게붕괴한다면, 그붕괴는 기후위기또는전염병같은자연의복수이거나핵전쟁과같은과학의복수일가능성 이크다.우리인류는여전히허다한위험속에살아가고있다고봐야한다.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