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6월 5일 (금요일) A8 오피니언 뉴스칼럼 박 록 고문 오늘과 내일 흑인과 경찰 “당신은 흑인이 아니지 않습니 까. 우린 흑인만 죽여요”2017년 여름 조지아 주에서 음주운전 단 속을하던백인경찰이손을잘못 움직였다가 총에 맞을까 겁내는 백인 여성 동승자에게 셀폰을 꺼 내 지인에게 알리라고 지시하며 태연히건넨말이다. 이장면의동 영상이 공개된 후 경찰은 사임했 으나등골서늘한그의말은2016 년여름미네소타주의비극을상 기시켰다. 자동차미등이나가교통단속에 걸린 흑인 청년 필랜도 캐스틸이 운전면허증을 보이라는 경찰 지 시에 따라 면허증을 꺼내려고 손 을 바지 뒷주머니로 가져가는 순 간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 이다. 2급살인 혐의로 기소되었 던경찰은1년후무죄판결을받았 다. 상당수흑인들은범죄피해보 다경찰의폭력에더공포를느끼 는것으로나타났다. 2019년이코 노미스트 조사에 의하면 63%의 흑인이범죄피해를당하는것보다 자신이나 가족이 경찰폭력의 피 해자가되는게더겁난다고답했 다. 미주리주퍼거슨에서비무장흑 인 청소년이 백인 경찰에 사살당 하고, 뉴욕에서낱개담배를팔던 비무장 중년 흑인이 백인 경찰의 ‘목 누르기’로 숨지면서 미 전국 이 분노의 시위로 뜨겁게 들끓었 던 2014년만해도이‘공포’의확 실한근거가될만한포괄적통계 가없었다. 지금은있다. 2015년부터워싱턴 포스트가 실시간 경찰 총격 데이 터베이스를시작한것이다. 4년반 동안4,400건의경찰에의한총격 사망추적결과를분석한포스트 는 흑인 사망이 불균형하게 높다 는 사실을 구체적 수치로 지적했 다. 미인구의13%에불과한흑인 이경찰총격희생의 26%을차지 했으며 비무장 희생자의 경우에 는더많아36%나되었다. 비무장 흑인이 경찰에 살해될 가능성은 백인보다4배나높았다. 오바마대통령시절퍼거슨총격 으로경찰폭력에대한논쟁이가 열되면서 다각도의 경찰 개혁이 추진되어왔다. 그러나열흘전미 니애폴리스에서백인경찰의잔인 한목누르기에의한비무장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과 그로 인 해미전국을휩쓸고있는분노의 항의시위 물결은, 경찰 개혁의 실 현이 얼마나 험난한 도전인가를 여실히드러내고있다. 이번 사태의 진앙지인 미니애폴 리스 경찰국이 대표적이다. 2017 년 미니애폴리스의 첫 흑인 경찰 국장으로 취임한 머데리아 아레 던도는대대적인‘변화’를약속했 다. 2016년캐스틸을사살했던경 찰에게 무죄판결이 나오고 소수 계에대한일련의경찰총격이이 어지면서 경찰과 흑인 커뮤니티 사이에 긴장이 고조될 때였다고 월스트릿저널은전한다. 아레던도국장은투명한운영을 통한 신뢰 회복을 다짐하면서 경 찰의 무력사용에 대한 제한과 바 디카메라 착용 의무화를 강화하 고흑인체포의가장큰혐의중하 나인 마리화나 경범 단속을 중단 시켰다. 전임국장이도입한‘생명 존엄성’정책도 이어갔다. 동료경 찰의 가혹행위를 목격했을 때 파 트너의 개입을 의무화시킨 것으 로, 플로이드를죽게한경찰데릭 쇼빈을현장에서저지하지않은 3 명의경찰을해고할때적용한근 거가이규정이다. 아레던도의 개혁은 지역사회의 적극 협조 속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가는듯했다. 그러나이번플 로이드사망은“미경찰이오래견 지해온 인종차별적 체계 속에 깊 게 뿌리내린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얼마나힘든가를다시한번 보여주었다고전문가들은지적한 다. 미니애폴리스뿐 아니라 변화 를 시도하는 모든 경찰국이 공감 하는이슈다. 무엇보다큰문제는부당행위경 찰에 대한 처벌의 어려움이다. 미 니애폴리스 경찰국의 경우 2012 년이후경찰에대한민간인의고 발은 2,600건이나되었지만관련 경찰 징계는 12건에 불과했으며 그중8건은서면징계였고가장중 징계는40시간정직이었다. 공무원에대한면책권과함께경 찰징계의가장큰장애는막강한 파워를 가진 경찰노조다. 경찰노 조의주요업무중하나가부당행 위 경찰을 처벌에서 보호하는 투 쟁이라고 LA타임스는 지적한다. 직권남용경찰의형사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검사에 대한 경찰노조 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윤 리규정필요성이강조되는배경이 다. 플로이드사망으로개혁의어려 움이또한번드러났지만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니애폴리 스의흑인운동가는“우리에게손 조차 내밀지 않던 경찰국이 이젠 한 테이블에 앉아 의논하기 시작 했다.이중대한진전이한백인경 찰의 부당행위로 좌절될까 두렵 다”고우려했다. 2015년 오바마의‘21세기 경찰 치안’태스크포스가90일동안다 각적 조사를 거쳐 작성한 보고서 는 인종차별 비판을 받는 경찰의 신뢰회복을위한‘정치적, 정책적, 전략적, 전술적, 도덕적로드맵’으 로 평가받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사실상폐기처분된상태다. 앞으로도 미 전국 곳곳의 조지 플로이드들이 경찰에 의해 숨지 는비극은멈추지않을것이다. 한 발내딛었다두발되밀리는느린 속도라도개혁이꾸준히계속되어 야하는이유다.깊게뿌리내린인 종편견도 법적·제도적 규제가 강 화되면 따라서 조금씩 퇴색하지 않겠는가. 흑인과 경찰의 관계도 부정적 인것만은아니다. 갤럽조사에의 하면 흑인 응답자 61%가 경찰의 커뮤니티 보호에 신뢰를 표했고 72%는 대부분의 경찰은 커뮤니 티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답했 다. 꾸준한경찰개혁이역시정답 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희망적 측면이다. 미국은 지금 미증유의 혼돈에 빠 져있다.코로나19팬데믹과그에따 른 경제 붕괴로 수많은 국민들이 불안과고통속에신음하고있는가 운데경찰공권력에의한흑인사망 으로촉발된폭력유혈시위가격화 되면서한치앞을내다보기힘든대 혼란이지속되고있다. “모두가 화약고 안에 살고 있다” 는표현까지나온다.세계최강국의 모습이라고는믿기지않을정도다. 이런국가적혼란은오랜세월누 적돼온 사회경제적 문 제들이 한꺼번에 곪아 터진결과다.하지만이 것들만으로 현재의 혼 란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사태가이지경에 까지이른데는갈등을 수습하고 봉합하려 하 기보다오히려이를부 추기는분열적행태를지속해온대 통령의책임이크다. 트럼프는격화되는시위를진정시 키려하기보다 군대를 동원하겠다 는 으름장으로 시위대를 자극하면 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대항시위 를부추기는발언을서슴지않았다. 시위배후에민주당이있다는식의 근거없는주장도되풀이했다.모든 걸정파적으로만보는그의이런인 식이미국의통합과치유에전혀도 움이되지않음은물론이다. 과연 트럼프에게 현재의 국가적 위기를수습할능력이있는지,그럴 의지가있기는한것인지묻지않을 수없다. 통합이 아니라 갈등과 분열을 통 해정치적이익을도모하는것은트 럼프가정치입문이후구사해온기 본전략이다. 그는대권도전에서부 터백악관에입성한후에이르기까 지일관되게이런전략과스타일을 보여 왔다. 지난 열흘간의 혼란을 통해 그의 이런 스타일이 다시 한 번확인되고있는것뿐이다. 국민들에게 통합을 호소해야할 대통령이‘법과 질서’를 앞세우며 강경한발언을계속하고있는데는 바로 이런 계산이 숨어있다. 그는 소요사태를 코로나19로부터 국민 들의시선을돌리는기회로여기고 있는 것 같다. 또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상황에서연방군투입을시사 해‘힘’이라는가치를신봉하는자 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 또한엿보인다. 그의 핵심 지지층은 백인우월주 의자들이다. 몇 년 전 버지니아 샬 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폭력시위를벌였을때트럼프는이 들에 대한 비판을 회피했다. 트럼 프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우호 적이라는 건 비밀이 아니다. 이들 은트럼프의가장견고 한 지지층이자, 불가능 해보이던그의백악관 행을 견인해준 공신세 력이다. 당시 샬러츠빌 테러는 누가 봐도 명백 한 범죄행위였다. 그럼 에도 트럼프는 자신의 ‘집토끼’들을 자극하 지않겠다는정파적판단에매몰돼 국가지도자로서의 도덕적 책무를 저버렸다 트럼프는어차피자신이국민들의 폭넓은지지를얻을수없다는사실 을잘알고있다. 제한된골수지지 층들을 결집시켜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이들의 충성심을 바탕으 로재선을모색하겠다는게그의의 중이다. 그래서트럼프는시위사태 에따른불안정을자신에게유리한 사안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비상 한통합의리더십이요구되는역사 적순간에도그는정치적이익을우 선하고있는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의 정치적 계산 과맞아떨어질지는지켜봐야한다. 국가적치유가필요한시점에현실 과동떨어진채자신이설정한적들 과의싸움에만몰두하는대통령을 국민들이얼마나더용인할지의문 이다.미국이직면한근본적위기는 팬데믹이나경제붕괴, 혹은폭력소 요가아니라분열의토템으로볼썽 사납게 서있는 대통령의 리더십일 지모른다. 이런 리더십을 걸러내지 못하는 한 미국의 영광을 되찾고‘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드는’것은 요원한일이될수밖에없다. 조윤성논설위원 볼썽사나운 ‘분열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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