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6월 12일 (금요일) D10 기획 2020년6월11일목요일 “죽이지않으면죽는”$정치가게임이되는순간, 정치는죽는다 무장한이들은정치에서도 ‘팀플레이’를강 조한다. 거기서아군을 비판한다는 것은 있을 수없는일.이른바 ‘팀킬’을 하면우 리편에게보복당하고, 상대편에게는조롱 당한다. 합리적판단이무용한 곳에서사람들은 이성의스위치를 내려놓고 무공을 세우는 데에몰두하게된다. 그 결과인성에도 변 화가생긴다.이성은격정으로대체되고,개 인은집단에흡수된다.논쟁이전쟁으로바 뀌면논리보다무력이중요해진다. 논리로 견해를 반박하는 것은 귀찮은일이다. 팀 플레이로 그 견해의주체를 ‘킬’하면그만 이다. 정치의게임화는 현대인을 문명화의 성과를거슬러중세의호전적전사들로되 돌린다. 과연 21대총선도 ‘한일전’이라는이름의 증강현실게임으로치러졌다.최근그후속 편이나온모양이다.게임의이름은 ‘해방전 후사’.간첩잡는‘친일파’와왜구잡는빨갱 이들이붙었다. 양측의플레이어들은게임 에과몰입한나머지그허구가현실이라는 착란에빠졌다.친일파와빨갱이가서로죽 일듯싸우다가갑자기한목소리로외친다. ‘이용수는 가짜 위안부다.’ 허구가 현실이 되면,이렇게현실은허구가된다. 닝겐쇼기 게임과 놀이는성격이서로다르다. 게임 은놀이지만,정치는일이다.게임에서는승 리자체가목적이나,정치에서승리는그저 수단일뿐이다.정치의목적은그승리로얻 은권력으로공동체의과제를해결하는데 에있다.하지만정치가게임이되면이본연 의목적은뒷전으로밀린다.정치인과유권 자모두또다른승리를위해바로다음게 임에돌입한다. 그러니국회나정부가매번 ‘역대최악’의기록을경신할수밖에. 게임은 원래‘재미’로 하는것이다. 정치 - 게임의플레이어들역시거기서‘재미’ 외에 다른 보상을기대하지않는다. 반면, 정치 는물질적이해의문제. 정치인들은거기서 다른의미의‘재미’를본다.정치를게임으로 소비하는이들은일본에서행해지는 ‘닝겐 쇼기’ ( 人間將棋·인간이장기말모양의의상 을입고펼치는게임 ) 의말들을닮았다.언 뜻 보면말들이스스로행마를 하는 듯하 나, 사실그들은장기판밖의기사 ( 棋士 ) 의 지시에따라움직일따름이다. 제이해와 별 관계가없고, 남들의배나 불려주는게임에왜들그렇게광적으로몰 입하는걸까. 맨정신으로는현실이견디기 힘들어서그러는지도 모른다. 경제는어려 워지고,사회는위험해지고,개인의삶은날 로불안해지고있다.하지만놀이에몰입하 고있는동안에는그구질구질한현실을잊 을수있다. 더구나다른놀이와달리정치 는저모든문제를일거에쓸어버릴절대반 지를따는게임이아닌가. 게임으로 변한 정치에과몰입한이들을 보면, 18년동안 놀이로기근의고통을잊 었던리디아의백성들이떠오른다. 그들은 어떻게됐을까.헤로도토스에따르면전략 은실패로끝났다.아티스왕은결국나라 를둘로갈라,절반의인구를나라밖으로 내보낸다. 좌우애국자들이벌이는게임도 이나라를 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소 시 끄럽지만,저게다애들이크는소리다.애들 은저러면서큰다. 진중권미학자,전동양대교수 자체가 거대한 MMORPG (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게임·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 였다.그현장을인터넷으로생중계 했던나는시청자들의지시를받아움직이 는게임의캐릭터가되었다.영화와달리게 임은스토리의전개를플레이어들에게맡긴 다.그때대중은집단으로시위의스토리를 직접창작해나갔다. 정치게임화는 민주주의를 더생동적으 로 만들어준다. 그것은 수동적투표자로 머물렀던유권자를능동적플레이어로바 꾸어놓는다.오늘날대중은정치의서사를 스스로쓰고싶어한다.그들을포섭하려면 정당은그들에게‘미션’을부여하여그들을 플레이어로만들어야한다.별도의‘보상’이 필요한것도아니다.그들에게는선거의승 리를자신이직접만들어냈다는자부심.그 것이최고의보상이다. 착란으로서정치게임 물론거기에는심각한부작용도따른다. 성격이다른정치와게임을같은것으로혼 동할 때, 대중은착란에빠지게된다. 가장 민주당의 대선캠프에서이 기술을 유세 에적극 활용해왔다. 원리는 다른 게임과 다르지않다. 지지자들에게 캠프의 콘텐 츠를 퍼나르는 등 유세에도움이되는 다 양한 ‘임무’ ( mission ) 를 부여하고, 그 ‘보 상’ ( reward ) 으로참여자에게배지를부여 하거나,리더보드에그들의이름을올려주 는것이다. 한국의게이미피케이션은 차원이달랐 다.여기서는정치가게임을도입하는수준 을넘어정치가아예거대한컴퓨터게임으 로 변했다. 2008년광우병촛불집회는 그 큰 문제는 그 착란이사회를 두개의적대 적진영으로찢어놓는다는데에있다.정치 에는중도층이존재한다. 하지만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토트넘이대결하는경기장에 어느편도아닌이를위한 좌석은없다. 정 치에는스윙보터가존재한다. 하지만경기 도중응원하는팀을바꾸는팬은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의게임화는 진영논리를 강화한다. 골대앞에서우리편이넘어지면무조건‘페 널티킥’이고,상대편이넘어지면무조건‘할 리우드액션’이다. 상대편에게휘슬을불면 ‘공정한 심판’이고, 우리편에게휘슬을 불 면 ‘매수된심판’이다.이운동장 마인드로 “아티스왕의치세에리디아전역에 기근이들었다.리디아인들은한동안 이고통을이겨내려했지만여의치 않음을깨닫고,이악의치유책을찾기 시작한다.주사위,허클본, 공놀이등 여러사람이여러방편을고안해냈다. 기근에대항해그들이취한계획은 하루는완전히게임에몰두해식욕을 잊어버리고,이튿날은식사는하되 게임은삼가는것이었다.이런식으로 그들은18년을버텼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나오는얘기다. <22> 놀이하는인간 “우리의문명은놀이속에서탄생하여,놀 이로서전개됐다.”요한하위징아의말이다. 그에의하면철학은원래지혜를겨루는현 자들의수수께끼놀이에서탄생했다고 한 다.전쟁도과거에는스포츠와비슷해서신 사적인규칙에따라수행됐다. 사법이나정 치에는편을갈라겨루는놀이의흔적이여 전히남아있다. 멀지않은과거만해도노 동에는춤과노래가따랐고,공동체의삶에 는축제와놀이가동반됐다. 하지만놀이하던인간들이언제부터인가 놀줄을모르게됐다. 오늘날공장에는노 동요가들리지않는다.스포츠마저요즘은 진지한 비즈니스가 되어버렸다. 전쟁에마 지막으로 남은 스포츠적요소가 ‘선전포 고’인데, 한국전쟁이나 태평양전쟁은그마 저도생략해버렸다.근대이후에삶은과도 하게진지해졌다.놀이는삶의주변으로밀 려나아이들의것이되었다.그나마한국에 서는아이들도놀지못한다. 그렇게사라졌던놀이가최근다시삶으 로 복귀하는 모양이다. 그징후 중의하나 가바로 ‘게이미피케이션’ ( gamification ) 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놀이의특징인 ‘재 미’를게임이아닌영역에적용해문제를해 결하는기술로오늘날교육,연구,훈련,비 즈니스등다양한영역에활용되고있다. 로베르토베니니감독의영화 ‘인생은아 름다워’에는이렇게현실을게임으로바꿔 놓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기발한 예 가 등장한다. 아들과 함께유대인수용소 로끌려간귀도. 그는다섯살먹은아들에 게그혹독한현실을게임이라속인다.“저 독일군들에게이기면상으로탱크를받는 거야.” 오랜수용소생활에지친아이가 ‘게 임그만하고집에가자’고 조르자, 귀도는 주섬주섬짐을싸는척하며이렇게말한다. “아깝다.거의다이겼는데.”이말에아이는 게임을계속하기로하고,결국수용소로진 주한미군의탱크에올라타게된다. 거대한 매직서클 ‘매직서클’이라는개념이있다.매직서클 은마법이나놀이의공간으로,그안에서는 일상의것과는특수한 법칙이나 규칙이적 용된다.예를들어‘오징어’놀이가벌어지는 공간에서아이들은깨금발로다녀야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현실위로거대한매직 서클을드리운다.언젠가속초라는도시위 로포케몽의세계가내려앉은것처럼말이 다.디지털시대에는현실자체가거대한VR 과AR게임으로바뀌어간다. 정치도거기서예외는아니다. 하워드딘 이 2004년대선후보 경선에게이미피케이 션을처음 도입한 후, 오바마와 클린턴등 놀이특징인재미를정치에접목 수동적유권자를팀플레이어로 적대적양측진영게임과몰입에 허구가현실이라는착란에빠져 합리적판단보다는승리에몰두 매번‘역대최악정치’기록경신 영화 ‘인생은아름다워’의한장면.유대인수용소로끌려간귀도는아들조슈아에게끔찍한현실을들키지 않으려캠프에서살아남는게임이라속이며안심시킨다. 한국일보자료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대선캠페인 사이트 ‘버락오바마닷컴 (Barack Obama. com)’. 지지자들을결집시키고, 자발적으로기부금모금및선거운동을진행하는선거플 랫폼역할을수행하며대선승리를이끌었다. 홈페이지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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