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6월 19일 (금요일) D7 기획 2020년6월18일목요일 김대중·노무현연설엔있고, 文대통령연설엔없는‘그것’ 대통령의연설 전설적인연설들이있다. “국민의, 국민 에의한국민을위한정부.” 미국이라는국 가의민주적정체성을천명한링컨의게티 스버그연설.“나는베를린시민입니다.”소 련으로부터자유국가를수호하겠다는미 국의약속을전세계에발신한케네디의베 를린장벽연설.그리고“군산복합체”의위 험을경고한아이젠하워의마지막연설.이 때그가경고했던많은것들이훗날현실로 드러난다. 우리에게도 한때시대정신을 상징하는 연설가들이있었다.김대중전대통령은혹 독한군사정권시절독재에신음하는국민 에게언젠가실현될민주국가의비전을보 여주었다.재임중에는 ‘지식기반경제’의표 어로디지털경제의방향을제시했다. 퇴임 후 보수정권아래서는민주주의의후퇴를 목도하고 국민의역할을 촉구했다.“행동 하는양심이됩시다.행동하지않는양심은 악의편입니다.” 노무현전대통령은수사학의대가였다. “그럼아내를버리란말입니까?”장인의좌 익경력이문제가됐을때그는이한마디로 전세를일거에역전시켰다. 현장의감동을 살리려고그는종종원고를무시하고즉석 연설을즐겼다.격식을깨는투박하고솔직 한어법은청중을매료시켰고,거기서아직 도인용되는 수많은 명언이탄생했다.“민 주주의최후의보루는깨어있는시민의조 직된힘입니다.” 철학의빈곤 지난주전현직청와대참모들과 가벼운 ( ? ) 설전이있었다. 발단은어느 강연에서 한나의발언.얼마전대통령이‘위안부운 동을흔들어서는안되며시민단체의회계 는투명해야한다’고말한바있다.한달을 기다려들은 대통령의발언이실망스러웠 나 보다. 질의응답 시간에누군가가 내의 견을물었다.‘대통령이라면사회정의를위 이나라의정신적대통령 대통령의답답함은 “고구마” 화법의문 제가아니다.말을더듬어도연설은감동적 일수있다. 그러려면말에에토스 ( ethos ) 가 실려야 한다. 그런데대통령은 그것을 내버렸다.에토스빠진문장은시인을데려 다예쁘게치장해도그저공허할 뿐. 그많 은발언중인용할게없는것은그때문이 다.“기회는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결 과는정의로울것이다.”한때감동적이었던 이말도요즘은비아냥에나인용된다. “깨어있는 시민의조직된힘”이라는 노 무현의꿈은 ‘달빛에취한깡패들의조직된 폭력’으로실현되었다. 그들이동료시민을 해코지하고다녀도,대통령은말리지않고 이반민주적행태를 외려“양념”이라 축성 했다.격려에고무된그들은정권을닮아갔 고, 급기야나라의로고스는음모론 ( “냄새 가 난다” ) 으로,에토스는비리의옹호 ( “그 럼나경원은?” ) 로, 파토스는 싸구려신파 ( “뭉클,울컥” ) 로대체됐다. 이모두가 통치철학의부재에서비롯된 일. 그래서그가 내게는 ‘의전대통령’으로 느껴진것이다. 대통령에게철학이있었다 면제식구의비리에는더날카로운칼을들 이대라했을것이다.그비리를알린기자들 이수난당하는일을제정부의수치로여겼 을 것이다. 문뜩문뜩이나라가 “죽창” 전 사들의왕국처럼느껴지는 것은, 빛 바랜 ‘대통령윤리’아래로운동권참모들의색채 가배어나기때문일게다. 대통령이비운 자리는 유시민의날조와 김어준의선동으로채워졌다. 그동안대중 의윤리의식을 형성한 것은 대통령이아니 라이들의말이었다.사실상이들이이나라 의‘정신적’ 대통령역할을 해온 것이다.이 는공화국대한민국의품격이걸린문제다. 부재하는‘대통령윤리’는원고를수정하는 대통령사진으로 가릴문제도아니고,‘싸 가지’니‘꼴값’이니상스러운 욕설로 덮일 문제도아니다. 이는그동안대통령이회피해온 ‘대통령 직의윤리적기능’의문제다.언제부턴가이 나라에정의와상식이무너졌다.국가가아 노미에빠졌을 때‘기준’을 세워국가의품 격을 살린것은철학을 가진지도자의말. 그 말을,이미있는기준마저허무는이나 라대통령에게들을수없기에딴나라지도 자의말을인용한다.연출된싸구려감동에 물린백성은 감동마저외국에서빌어먹어 야한다. “지금우리가당면한것은 ( $ ) 무엇보다 도덕적이슈다.이는세세한정책의문제가 아니라사회정의의근본원리와우리나라의 성격이걸린문제다.” ( 버락오바마 ) 진중권미학자,전동양대교수 대통령의연설에는철학과비전이담겨야한다. 2000년12월노르웨이오슬로시청에서노벨평화상수상직후연설하고있는김대중(왼쪽부터)대통령, 2007년 개헌관련연설을하고있는노무현대통령,지난5월취임3주년특별연설을하고있는문재인대통령. 오슬로=연합뉴스·한국일보자료사진·연합뉴스 조지6세는훌륭한연사가아니었다.그는말을심하게더듬었다.그런데도 1939년에행한그의대독선전포고연설은사상최고의연설중하나로꼽힌다. 더듬지않으려고때때로문장을끊고숨을고를때,거기서우리는국가를위해 능력을넘어선,거의불가능한임무를떠맡아제한계에맞서는한인간의고투를 본다.그의사명감은연설을듣는영국의국민에게고스란히전해졌을것이다. <23> 해더적극적인역할을했어야하는거아닙 니까?’ 그지적에동의하며나는“문재인대통령 은김대중·노무현대통령과달리철학이없 다. 남이써준원고나읽는의전대통령같 은느낌”이라고답했다.이말에전직청와 대참모들이일제히발끈했다. 내말을 반 박한다며대통령이원고를교정하는사진 을올렸다.‘철학의부재’를고작 ‘교정의존 재’로 반박하는걸보니, 내심김대중·노무 현이아니라박근혜를경쟁자로여기고있 었던모양이다. 이히스테리는징후적이다. 만약내가 ‘김 대중·노무현전대통령에게는철학이없다’ 고했다면어땠을까? 다들 웃어넘겼을것 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문 대통령은 철학 이없다’는말은그렇게우습게들리지않는 다.김전대통령은남북화해의신념을지키 려‘빨갱이’ 누명을무릅썼고, 노전대통령 은지역주의와싸우려확정된패배를각오 했다.문대통령에게는그런도덕적추진력 ( virtus ) 이보이지않는다. 야쿠자의도덕 철학의빈곤은 통치에반영되기마련이 다.이번대통령의발언에는정작국민이듣 고자했던얘기가 쏙 빠져있었다.‘윤미향 의거취를어찌할 것인가?’ 여당은 범법만 없으면문제없다며판단을검찰에맡겼다. 반면국민대다수는 생각이달랐다. 그들 은이용수님과의갈등은차치하고회계부 실,안성쉼터,개인통장등드러난사실만으 로도윤미향이의원직에필요한 도덕적자 격을잃었다고보았다. 판단의기로에서대통령은여당편에섰 다.그냥회계를개선하는선에서마무리하 자는인식이다.문제는그가따라간여당의 윤리관념이‘법만지키면모든것이허용된 다’는야쿠자 도덕이라는 데에있다. 법은 윤리의극히일부만규제한다.위법이아닌 부도덕도수없이많다. 사업을합법적으로 한다고야쿠자가어디윤리적이던가? 그런 데이야쿠자 도덕을공직임명의원칙으로 추인해준것이다. 국민의70.4%가윤미향의원의즉각 사 퇴를원했다.국민대다수는법으로규제할 영역과윤리로규제할영역이따로있다고 본다는얘기다. 그런데대통령에게는이구 별이없다.대통령은집권여당이아니라국 민전체를대표해야한다.여당이윤리의궤 도에서벗어났을 때에는 국민의편에서서 공공선을수호했어야한다.하지만대통령 은‘윤리적개입을포기하고제편지키기’를 택했다. 이번뿐인가? 조국전장관도 범법만아 니면된다는참모의건의에따라임명을강 당에서위성정당의꼼수로 스스로약속 한 ‘정치개혁’의대의를 파괴해도대통령의 윤리적개입은없었다.이중대한사안을놓 고의원들사이에토론조차없었다.통치의 철학은양정철의손에들린시뮬레이션시 나리오로대체됐다.노무현이라면당장윤 리적개입을해당에‘원칙있는 패배’를 주 문했을것이다.그에겐철학이있었기때문 이다. “선거제개혁이우리가 권력을 한 번 잡는것보다더중요한개혁이다.” 철학의부재는심각한 문제로이어진다. 원래공화국은 ‘공무 ( res publica ) ’를뜻 한다. 그런데“마음의빚이있다”는 말은 사적감정의표현으로, 공화국의대통령 이공식석상에서할수있는발언이아니다. 국가 공동체의가치를 세워야 할 대통령 이윤리적판단의영역을없애고,그공백을 ‘내식구’ 철학으로채워넣은것이다. 민주 공화국은 그렇게친문세력의사화국 ( res privata ) 이되어갔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여성혐오 발언으 로 비난받는이를 청와대로 부른다. 공동 선의표상이어야할공화국대통령이제식 구 챙기는 가장으로 행동한다. 그 식구들 도 똑같다. 선거개입까지해가며아버지의 친구를챙긴다. 윤리의영역을치워버린것 으로도모자랐나?최근에는정의의마지막 보루까지흔들고 있다. 검찰총장을 공격 하고,확정된판결을뒤집으려든다.이렇게 국가의정의는무너져간다. 행했다. 야쿠자 도덕이이나라 공직임명 의기준이된것이다.뒤늦게조국을내친것 도 도덕의명령에따른 윤리적행위라기보 다는하락하는지지율에대한물리적반응 에가까웠다.더절망스러운것은그이후의 발언.그는낙마한조국전장관에게“마음 의빚이있다”고했다.이게참모만의문제 가아니었던것이다. 대통령윤리 법이작은원이라면,윤리는그것을포함 한큰원이라할수있다.큰원에서작은원 을뺀여집합이법적판단과별도로존재하 는윤리적판단의영역이다.바로거기가지 도자의도덕역량이발휘되는영역이며, 거 기서우리는대통령의통치철학을엿본다. 하지만 ‘법=윤리’라는 야쿠자 등식은 그 영역을 증발시켜버린다. 설 곳을잃은 통 치철학은이제지지율의정치공학으로대 체된다. “대통령윤리는그가자기를위해일하는 이들에게정해주는 ‘기준’을통해, 혹은의 회와법원이그들에게정해주는‘기준’을통 해가장잘알려진다.” ( T.S.질먼 ) 즉대통령 은 ‘기준’을정해주는행위로써국가공동 체의성격을결정한다.그렇게중요한임무 를대통령은남에게내준채윤리를포기한 대통령이되었다.대통령직의윤리적기능이 망가지자,인사청문회라는의회의윤리감 시기능마저무력화됐다. 행동하는양심^깨어있는시민힘 두前대통령, 신념위해평생싸움 범법없으면괜찮다는윤미향보호 ‘법=윤리’라는야쿠자도덕과같아 혼란에‘기준’잡는건리더의철학 제식구비리에더엄격한칼대는 대통령의‘윤리적추진력’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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