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6월 27일 (토요일) D6 기획 2020년6월26일금요일 누구에게든 시간을거슬러돌아가고싶 은 ‘그때, 그순간’이있다.‘다른선택을했 었다면’이라는 후회,‘그일만없었어도’라 는 원망과 함께말이다. 특히 ‘중독의늪’ 에빠져허우적대는,또는그곳에서벗어나 려몸부림치는 마약 중독자들은 더욱 간 절하다.필로폰투약 3년만에삶이붕괴된 황철환 ( 가명·41 ) 씨도 그렇다. 지난 5일경 기남양주에서만난황씨한테그런순간은 ‘2015년부산여행’이다.아는형과 커피숍 흡연실에들어갔을 때였다. 형은 “한번해 봐. 좋아”라면서황씨담배에뭔가를집어 넣었다. 담배를피웠더니갑자기‘붕 뜨는’ 기분이들었다.어지럽기도했다.“이게뭐냐 고묻자 ‘그런게있어’라고만하더군요.나 중에알고보니허브였더라고요.” “합성대마 허브와의만남, 중독의시작” ‘허브’는 합성대마를 가리키는 은어다. 대마초와는성분이전혀다르지만,비슷한 환각효과를내는화학물질을깻잎이나쑥 등에뿌린뒤말려서만든것으로2010년대 중반 크게유행했던신종 마약이다. 일반 대마보다환각효과가최소 5배더강한것 으로알려져있다. 황씨는허브를접한이때를‘중독의시작’ 이라고표현했다.“마약은원래은밀한곳 에서나하는줄알았는데공개장소에서하 다니, 꽤충격이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좀구해볼까’ 하는생각으로이어졌 습니다.”그무렵,‘A클럽에서약을구할수 있다’는말을들었다.평소자주찾는단골 클럽이있었던황씨는 A클럽으로 발걸음 을돌렸고,그곳에서도친한직원이생겼다. 말을꺼낼까말까수개월을고민하다은근 슬쩍물었다.“허브라는게있다던데….”의 외로쉬웠다.클럽직원이마약딜러였던것 이다.1년가량허브를사서피웠다. 그리고이듬해, 황씨는필로폰으로넘어 갔다.“허브를하면서‘대마초도이정도인 데, 흔히말하는필로폰은얼마나 좋은걸 까’하는호기심이들었어요.딜러한테물으 니그것도구해주더군요.”이렇게접한필 로폰은황씨인생을송두리째뒤흔들었다. 교도소를 다녀왔고,안정적이었던직장도 잃었다. 무엇보다 하반신마비등 장애까 지생겼다.지난해8월단약 ( 斷藥·약을끊는 것 ) 에들어간지10개월째,그는의료기관과 치료공동체의도움을받으며새삶을위해 힘겨운사투를벌이고있다. ‘경계심덜한’ 신종 마약, 급속도로 퍼져 이같은 사례는이른바 ‘신종 마약’의위 험성을 보여주고있다. 황씨의인생을 망 가뜨린결정타는분명필로폰이지만,스스 로 ‘중독의시작’이라고했듯그길을터준 건허브였기때문이다.그가별다른경계심 도없이허브에손을 댄 데에는이유가있 다.“당시 ( 2015년 ) 는허브가우리나라에들 어온지얼마안됐던때라,검사키트가없 었어요.‘이건해도안걸려’라는말이돌아 서구하기도쉬웠어요.” 문자그대로 ‘새로 운마약’이었던탓에, 소변·모발검사로투 약사실이꼼짝없이드러나는기존마약들 과는달리형사처벌에대한두려움을거의 느끼지못했다는얘기다. 신종 마약은필로폰, 코카인, 헤로인, 대 마초등전통적인마약들과의구별을위한 실무상의개념으로,비교적최근‘시장’에풀 린마약류를통칭하는용어다.합성대마인 허브를비롯해액상대마카트리지,대마젤 리,대마오일,속칭‘러쉬’ ( 알킬니트리트류 ) 등이대표적이다.지난해초큰파문을일으 킨‘클럽버닝썬게이트’로이슈가된엑스터 시와GHB ( 일명‘물뽕’ ) 도신종마약이다. 문제는신종 마약이국내에서급속도로 퍼지고있다는사실이다.대검찰청의‘2019 년 마약류 범죄백서’에따르면, 지난해전 체마약류 압수량은 전년 대비 14.6% 줄 어든 ( 415㎏→362㎏ ) 반면, 신종마약류는 71.8%나증가 ( 48.2㎏→82.7㎏ ) 했다. 특히 대마계마약류와 ‘러쉬’의압수량은 61.9㎏ 으로,전년 ( 23.2㎏ ) 과비교해167%나치솟 았다. 대검은 “대마 오일은 마사지오일처 럼몸에바르고, 러쉬는 향수처럼코로 흡 입하는 등기호식품처럼친숙하게투약할 수있어젊은이들을중심으로계속확산되 는 추세”라며“아주 위험한 단계”라고 설 명했다. 법의사각지대… “분석기법개발해야” 게다가마약범죄의암수율 ( 드러나지않 은범죄비율 ) 이실제적발건수의20~30배 라는걸감안하면,국내에서유통되는신종 마약은훨씬더많을것으로 추정된다. 한 마약전문가는 “버닝썬사태로 드러난 것 처럼클럽에서신종마약의투약,거래가활 발히일어난다는건수년전부터공공연했 던이야기”라며“단속과수사를대폭강화 할필요가있다”고지적했다. 이와 관련, 형사정책연구원은 ‘신종마약 류범죄발생실태와통제정책’ 보고서 ( 2017 년 ) 에서“신종마약에대한데이터축적, 모 니터링강화와함께신속한분석·확인을위 한시험법의개발이필요하다”고제언한바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해외사례를참 고해 ‘하수역학 기법’을이용한 신종·불법 마약류사용행태모니터링기반을구축하 는 사업을수행할계획”이라고밝혔다. 도 시내하수처리장에모이는하수에서마약 성분이검출되는지분석해,보다정확한마 약류사용실태를파악해보겠다는것이다. 당국의‘진짜 고민’은 감시의눈을 피하 려는새로운마약류가앞으로도계속등장 할 것이라는 데있다. ‘규제의사각지대’에 있는신종마약이먼저사회곳곳에퍼지게 되고,단속및적발은이를포착한이후에야 가능한 ‘사후적조치’라는얘기다. 때문에 선제적인안전관리정책을세우는건한계 가있을수밖에없다.“ ( 지금은불법이지만 ) 10년전일본에서허브는합법이었고,자동 판매기에서도팔았다.도쿄로놀러간친구 가대량구입해귀국하면다같이모여서피 웠다”는김은희 ( 가명·29 ) 씨의경험담은법 망의빈틈을파고드는신종마약의속성을 단적으로보여준다.마약과의전쟁은끝이 나지않는 ‘영구전쟁’일수밖에없는셈이 다. 김정우^박주희기자 젤리로먹고 오일로 바르고$ “해도 안 걸려” 단속 힘든 신종 마약 <1>합법탈쓰고일상침투 <2>치료받으려다중독돼 <3>브레이크없는신종마약 <4>재활치료에힘겨운사투 글싣는순서 <3>브레이크없는신종마약 한국사회에서마약문제에대한 사회적 논의가벌어질때빠지지않고등장했던논 쟁거리는대마초합법화여부다.미국과네 덜란드, 포르투갈 등일부 국가가 의료용 에한해, 아니면기호용도 포함해서‘합법 화’또는‘비 ( 非 ) 범죄화 ( 형사처벌은하지않 음 ) ’하는차이만있을뿐,대마초를수용하 고있는 세계적추세를 따라야 한다는 목 소리가 끊이지않았던 탓이다. 게다가 우 루과이 ( 2017년 ) 와 캐나다 ( 2018년 ) 가 ‘전 면허용’을택하면서이런주장은더욱힘을 얻었다. 그결과,한국도1년여전일부의료용대 마의사용이법적으로허가되기시작했다. 2018년11월‘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개 정안이국회를통과,지난해 3월시행에들 어간것이다.다만치료목적으로사용이가 능한대마성분의약품은일단 4종으로제 한됐다. 더불어민주당남인순의원실이식 품의약품안전처에서제출받은 자료에따 르면,지난 1일까지대마성분의약품의실 제처방사례는총849건으로집계됐다. 이중절대다수인847건은중독성이없는 대마성분인칸나비디올 ( CBD ) 이들어간의 약품‘에피디올렉스’였다.나머지2건은환각 효과와중독성이있는테트라하이드로칸나 비놀 ( THC ) 성분과CBD성분이함께포함 된‘사티벡스’였다.현재로선‘안전한’대마성 분위주로처방이이뤄지는셈이다. 하지만의료용대마의사용폭을더넓히 자는요구는여전하다.지난 4월23일청와 대국민청원게시판에오른‘의료용대마사 용확대와대마초비범죄화’라는청원글이 대표적인경우다.“CBD를의사처방없이 건강기능식품으로쉽게구매하도록해주 고,THC 처방가능질병범위를확대하며, 대마초사용자처벌을점진적으로완화해 달라”는내용이다.총1만3,973명이청원에 참여했다. 강성석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 대표는“지금은특정외국제약회사의일부 의약품만 허용하는데, 턱없이비싼가격에 환자부담만크다”고주장했다. 반면의료용대마합법화를계기로‘마약 으로서의대마초’에대한빗장이조금씩풀 릴지모른다는우려도만만치않다.현재로 선대마성분의약품이난치성뇌전증환자 등에한해제한적으로처방되고있지만,그 범위를더넓힐경우약물중독자를양산할 공산이크다는얘기다.강훈철연세대세브 란스어린이병원소아신경과교수는“ ( 처방 범위확대는 ) 결국중독성이있는 THC 성 분을더쓸수있게해달라는얘기로귀결 될것”이라며“불면,통증등다른증상에까 지의료용대마를사용하자는주장엔동의 하기힘들다”고밝혔다.THC는환각작용 은물론,함량이12%를초과하면정신질환 을유발하는것으로알려져있다. 특히의사처방을 받도록 해도, 오·남용 가능성을 배제할 순없다는 견해도있다. 이해국의정부성모병원정신건강의학과교 수는 “미국에서의료용 대마가 허용된주 ( 州 ) 와그렇지않은주를비교했더니, 합법 화지역에서불법적인대마 사용이증가했 다는 조사결과가있다”면서이같이말했 다.의사는형식적인진료절차만밟아처방 전을 내주고, 환자는 대마초에대한접근 성만높아지는쪽으로귀결될수있다는경 고인것이다. 채지선기자 “의료용대마 사용더확대해달라”“오남용땐중독자생겨안 돼” 대마보다환각효과강한‘허브’ 클럽등공공장소서손쉽게유통 대마카트리지^대마쿠키^러쉬등 젊은층사이기호식품처럼투약 포착후에나단속, 규제사각지대 “모니터링강화^분석기법개발을” 작년부터대마의약품 4종허가 대마초합법화요구도꾸준 ● 자료 대검찰청 ‘2019년마약류범죄백서’ 4.8 19.1 23.1 61.9 2016 2017 2018 2019 신종마약류중대마계열ㆍ러쉬 등의압수량 (단위: ऍ ) 대마젤리 대마크림 대마쿠키 대마오일 마약러쉬 대표적인신종마약류 서울시내한클럽에서젊은이들이흥겹게춤을추고있는모습.마약전문가들은 “클럽에서신종마약류투약및거래가빈번히일어나고있다”며우려의목소리를 내고있다.사진속클럽과인물들은기사내용과직접적인관련이없다. 한국일보자료사진·대검찰청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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