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7월 3일 (금요일) A8 오피니언 뉴스칼럼 사회심리학자인 필립 짐바르도 가 지난 1971년 실시한‘스탠포 드대학감옥실험’은인간의본성 에관한고전적관찰로꼽힌다. 짐 바르도는심리검사를통해선발한 24명의대학생을무작위로간수와 죄수등두그룹으로나눈뒤스탠 포드대학에만들어놓은모의감 옥에서2주동안부여받은역할을 수행하도록했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보이며 멈칫 하던 간수 역할 참가자들은 이내 자신들의일에빠져들었다.그러더 니 죄수들을 때리거나 기합을 주 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 작했다. 죄수들은 잠깐 저항하는 듯하다 곧 체념하는 모습이었다.일부참가 자는우울증세를나타 내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2주로 예 정됐던 실험은 6일 만 에 중단됐다. 그러자 간수 역할을 맡은 참 가자들은화를내기까 지했다. 무엇이평범하기짝이없던사람 들을 이처럼 완전히 다른 얼굴로 변하도록 만든 것일까. 이와 관련 해서 다양한 해석들이 나왔다. 그 가운데 하나는 간수들의 제복과 선글래스의역할이컸을것이라는 분석이다. 제복과 선글라스는 익 명성과권위를상징한다. 연구진은 이를 계산해 간수 역할을 맡은 사 람들에게 제복을 입고 선글라스 를끼도록했다. 물론제복이부정 적인효과만갖는것은아니다. 제 복은 조직의 통일성과 동질감을 높여주고보는사람들에게신뢰감 을 안겨준다. 군복의 경우처럼 제 복은 그 자체로 명예와 자부심의 원천이되기도한다. 문제는스탠포드대학감옥실험 처럼제복이우월적지위를상징하 는 경우들이다. 이것이 상대를 동 등한 인간이 아닌, 열등하고 하찮 은존재로여기는생각과결합하면 대단히위험해진다. 실질적지위와 심리적우월감은제복이안겨주는 권위의힘을빌려학대와폭력으로 나타나기쉽다. 지난 2004년 세계를 경악케 했 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의 죄수 학대사건도 그런 경우였 다. 미군 병사들이 이라크 포로들 을상대로비인간적행위를서슴없 이자행했던이사건으로7명이군 법회의에서유죄판결을받았다.아 마도이병사들은입대전아주평 범한젊은이들이었을것이다. 하지만이들은거미줄에걸린파 리처럼무기력한이라크죄수들앞 에서 다른 얼굴로 변했다. 이들에 게군복은안에숨어있던악마성 을 드러내면서도 스스로를 숨길 수있다고착각하도록만드는가면 이 돼주었다. 감옥에서 학대사건 들이 끊이지 않는 것 은우연이아니다. 군인을 제외하고 가 장 대표적인 제복 착 용 집단을 꼽으라면 경찰이라 할 수 있다. 경찰관들에게도 제복 은시민들에게봉사한 다는자부심과명예를 일깨워주는 자랑스러운 상징이다. 대부분의 경찰관들에게 그렇다는 말이다. 인간에 대한 존중심이 부 족한 사람이 제복을 입고 물리력 을 쥐게 되면 인권 침해와 폭력으 로이어지기쉽다. 결론은 명확해진다. 제복을 입 히고 물리력을 쥐어줄 때는 인간 의 선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경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격한 심사 를 통해 애초에 부적격자를 걸러 내는 것은 물론 제복을 입혀준 후 에도 끊임없는 평가와 관찰을 통 해계속거르고또걸러내야한다. 어떠한사소한조짐도허용하지않 는 불관용이 원칙이 돼야한다. 지 속적인교육또한기본이다.사회적 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 경찰관들 을 보면 예외 없이 사고가 터지기 전 이미 여러 차례 조짐을 보였다. 이때 필요한 조치들이 제대로 취 해졌더라면조지플로이드케이스 와 같은 비극들은 발생하지 않았 을것이다. 경찰이땅에떨어진신 뢰와명예를되찾기원한다면시민 들이입혀준제복의의미를수시로 되돌아봐야할것이다. 제복의 두 얼굴 트럼프와 로버츠 대법원 2016년대선에서“개인적으로는 트럼프가 싫어도 그를 찍어야 한 다”며공화당표를결집시킨주요 이슈중하나가‘연방대법원’이었 다. 9명대법관중 5대4의보수우 위를 유지하기 위한 그 전략의 성 과는기대이상이었다. 선거전에사망한보수대법관앤 토닌 스칼리아의 빈자리에 더해, 주요이슈에서종종진보에합류하 는스윙보트로보수진영의신경을 긁던 중도 보수 앤서니 케네디의 은퇴로 트럼프 대통령은‘확실한 보수로검증된’ 2명의젊은대법관 을대법원에입성시켰다. 같은5대4구도라도보수성향더 강해진 대법원에서 드라마틱한 ‘우향우’판결이속출하는획기적 변화를기대했던보수진영에게,그 러나 지난달은‘우울한 6월’이었 다. 대법원회기의클라이맥스인6월 후반 2주 동안 낙태. 이민, 성소수 자권리의핫이슈3건에서진보승 리의 판결이 잇달았다. 정통 보수 존로버츠대법원장의진보파합류 가결정적이었다. 각판결의법적근거는명확했다. 15일의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금 지 판결은 민권법의 직장 내 성차 별 금지조항을 확대 적용한 것이 었고, 18일트럼프의다카폐지패 소는연방행정절차법위반때문이 었으며, 29일의루이지애나주낙 태규제법무효화는4년전거의동 일한 텍사스 주법에 무효화 판결 을 내린 대법원의 판례를 존중한 ‘선례구속의원칙’에따른것이었 다. 동시에 로버츠는 트럼프와 보수 의 승리판결에도 적극 합류했다. 소비자금융보호국에대한대통령 통제권을확대시켰고, 밀입국자들 을재판없이신속추방시킬수있 는 대통령 권한을 인정했으며, 기 독교사립학교에대한정부혜택을 정당화시킨판결에도결정적표를 행사했다. 그러나 대표적 이념대결 소송에 서잇달아패한보수의분노는‘배 신자’로버츠를향해폭발했다. 공 화당 연방의원들도 로버츠가“자 신이 원하는 정책결과를 얻기 위 해정치게임을하고있다” “차라리 사임하고 출마하라”며‘대법원의 정치화’라고비난을쏟아냈다. 전에도두차례나오바마케어합 헌판결을내리고트럼프의센서스 시민권 질문 추가 계획을 막았던 로버츠에게좌절한보수일각에선 대법원장의 행보가“최소한 부분 적으로는트럼프에대한혐오감에 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제기됐다. 트럼프 자신도 다카 판 결후트윗대응을통해“당신들생 각에도 대법원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것같으냐?”라고물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하버드 법대 노아 펠드먼 교수는 말한다. 그가블룸버그뉴스기고 를 통해 전하는 로버츠와 트럼프 의관계악화과정이흥미롭다. 트럼프집권초기로버츠는대통 령 권한을 존중하며 트럼프와 무 언의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 했다고전제한그는“만약트럼프 가법원을존중하고자신의정책을 적절한법적방법을통해실현시키 려고 했다면 로버츠는 스윙 보트 로대통령의결정을지지했을것이 다. 그러나 트럼프는 로버츠가 제 시하는 암묵적 협상에 순순히 응 한적이없었다”라고지적했다. 사법부 비난을 계속하던 트럼프 가 2018년 자신의 반이민 행정명 령을막은연방판사를‘오바마판 사’라고 공격하자 로버츠가 공개 성명을통해“오바마판사, 트럼프 판사, 부시판사, 클린턴판사란없 다. 동등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 판사들만 있을 뿐이다”라 고 강력 반박하는 이례적 사태가 빚어지기도했다. “그 후 로버츠는 트럼프의 법치 공격엔사법부감독으로대처해야 한다는것을깨달은듯했고다카 판결은 그 감독 권한의 전형적인 예”라고 설명한 펠드먼은 탄핵재 판주재등을통해“트럼프가법치 자체를 존중하려는 뜻이 전혀 없 다는것”을계속보아온로버츠의 한표는이제“트럼프행정부의합 법성을 감독하는 법원의 역할 관 련재판에선트럼프행정부의반대 쪽에 던져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 며 그것은 트럼프가 자초한 불신 때문”이라고결론지었다. 민주당 대통령 오바마와는 사소 한 이견 대립에 그친데 비해 같은 공화당대통령트럼프와는격렬한 충돌로 치닫고 있는 로버츠의 의 도를 해석하는 시각은 여러 갈래 다. 정치적문화적압력에너무민감 하다는 비난도 있고 진보파로 변 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그러기엔 투표권법축소에서선거자금규제 완화,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령 합헌에 이르기까지 그가 이끌 어낸 선명한 보수 판결이 너무나 많다. 그의보수합류는앞으로도 계속될것이다. 보다설득력있는해석은그가일 관되게강조해온사법부의독립성 옹호다. 양극화의 정치 환경에서 ‘불편부당한 대법원’의 이미지를 지키기위한노력의반영이라는시 각이다. 실제로 정부 3부 중 여론 이 가장 신뢰하는 것은 사법부다. 지난 10월 마켓법대 여론조사에 의하면 57%가 연방대법원을 가 장신뢰한다고답했다.연방의회는 22%,대통령은21%에그쳤다. 지난회기부터드러난로버츠대 법원장의 스윙 보트 입지는 앞으 로 더욱 굳어지고 그는 미국 중대 이슈 상당수의 향방을 최종 결정 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재선으로 연로한 진보 대법관 중 한명이라도 강경 보수로 대체된다면 로버츠의 스 윙보트는힘을잃게된다.조바이 든이당선될경우엔 5대4 보수우 위구도그대로로버츠의영향력이 지속될것이다. 그건, 정치화를지 양하고공정한대법원의독립성을 지키려는그의노력이계속되는한 이민과 소수계 등 미 사회의 약자 들이기댈수있는힘이다. 박 록 고문 오늘과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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