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7월 20일 (월요일) A6 책과 세상 ‘미래 소년 코난’이 말하지 않은 현대 과학기술의 ‘선한 얼굴’ 아직‘20세기소년’이었을때,가장좋아했 던애니메이션은단연코미야자키하야오의 ‘미래소년코난’이다. “푸른하늘저멀리~”로시작하는주제가 와코난, 라나, 포비를떠올리면지금도가슴 한곳이뭉클하다. 그래서였을까. 10년전쯤 펴낸 책의 제목에 호기롭게‘코난의 시대’ 라는말을만들어서집어넣기도했었다. 코난을‘명탐정’이 아닌‘미래 소년’으로 기억하는사람이라면이애니메이션의줄거 리도 기억할 것이다. 끔찍한 전쟁으로 인류 의대부분이죽고지구도격변을겪고나서, 살아남은소수의인간은‘인더스트리아’와 ‘하이하버’라는 두 개의 섬으로 나뉘어 지 낸다. 인더스트리아의 독재자는 다시 한 번 세계정복을꿈꾸고코난은친구와함께그 에맞선다. 사실‘미래소년코난’은미야자키의순수 한창작물이아니다. 미국작가알렉산더케 이의SF‘거대한해일’에서인더스트리아와 하이하버의 대립 같은 주요 설정을 가져왔 다. 하지만 미야자키는 원작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인더스트리아를‘인류몰락을낳은’ 낡은기계문명의유산으로, 하이하버를새 로운 생태 문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간 으로재해석했다. 하이하버를 지지하는 미야자키의 시각은 1960년대루이스멈포드같은지식인의현 대 과학기술 비평과도 맞닿아 있다. 멈포드 는‘독재적기술’과‘민주적기술’을구분하 고, 국가 권력과 거대 자본이 좌지우지하는 전자가 득세하는 모습을 경고했다. 그가 독 재적기술의예로든것이바로핵폭탄, 우주 로켓, (숙련노동자를일터에서몰아내는)컴 퓨터등이다. 그렇다면, 21세기에도 멈포드나 미야자키 의 시각이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 김명진은 ‘할리우드 사이언스’(사이언스북스 펴냄) 에서이렇게지적한다.“‘미래소년코난’이 취했던 현대의 기술을 모두‘악’으로 간주 하고전통적인기술을‘선’으로이상화시키 는이분법의한계”에주목해야한다고. 왜냐하면, 이런 식의 이분법은“한편으로 현대기술에대한비판적사고를고양”하지 만,“다른 한편으로 기술의 민주적, 생태적 ‘재구성’의 모색을 어렵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예를들어,‘미래소년코난’에서인류 를 멸망시킨‘나쁜 기술’로 묘사되는 태양 에너지는인류의선택과실천에따라서기후 변화를 막고 화석 연료로부터 벗어나게 하 는대안일수도있다. 현대과학기술을옹호하는측이나비판하 는 측이나 은연중에 선악의 이분법을 따르 고 있다는 김명진의 비판은 의미심장하다.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 생명공학하면곧 바로‘4차산업혁명’의장밋빛미래를연상 하는 사람과 그런 과학기술을 떠올릴 때마 다 몸서리치며 파국적 결과를 예상하는 사 람은사실이런이분법을공유한다. 김명진의‘할리우드 사이언스’는 한국에 서 본격적인‘과학 비평’의 가능성을 모색 한책이다. 비교적친숙한할리우드SF영화 부터 생소한 다큐멘터리까지 30편의 영화 를 소재로 현대 과학기술의 이모저모를 짚 고 있다. 학교에서‘영화로 보는 현대 과학 기술’같은과목의교재로써도손색이없을 정도로잘쓰인책이다. 강양구지식큐레이터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처음 감 독한TV만화‘미래소년코난’. <한국일보자료사진> ■ 읽어본다,과학 ■ 할리우드사이언스 김명진 지음 사이언스북스 발행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태양광·풍력 발전 비용 떨어지며 친환경 녹색 산업 경쟁력 높아져 단소세 인상·전기차 세액 공제 등 ‘그린 뉴딜’위한 23개 안건 제안 “화석연료를태워환경을망친인류가지구생 명체를멸종위기로몰아넣을지모른다.”한반 도면적의 85%에이르는땅을잿더미로만든호 주산불같은실제사례에서보듯, 지구멸망이라 는 무시무시한 예언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 다. 하지만대다수사람들은기후위기를신종코 로나 바이러스보다 가벼이 여긴다. 지구 멸망은 너무와닿지않는표현이라그런걸까.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지구 멸망까진 아니어도8년뒤인2028년쯤이면화석연료 문명이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석탄을 때만든전기로휴대폰은충전하고, 휘발유 넣은차를타고다니며, 가스보일러로난방 을하는우리의일상이 8년후끝난다는얘 기다. ‘한계비용제로사회’이후 6년만에신작 을내놓은리프킨은‘지구의평균기온이산 업화이전보다섭씨 1도올랐고앞으로 0.5 도 더 올라 한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엄청난 기후 이변으로 지구의 생태계가 되돌릴 수 없는수준으로훼손될것’이라는,유엔산하 과학위원회‘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 체(IPCC)’의경고로글을시작한다. 더워진 바다때문에더많은태풍이불어온지난해 우리나라 사정을 떠올리면 괜한 엄포가 아 니다.‘그린뉴딜’은 1930년대미국루즈벨 트 대통령이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 원한뉴딜정책처럼지구적비상사태에대비 할대책을뜻한다.방점은친환경(탈탄소)녹 색 성장에 찍힌다. 전기 생산은 100% 청정 재생 가능 자원에 맡기고, 에너지ㆍ교통 등 한국가의인프라를여기에맞춰고치며, 친 환경기술개발에연구비를집중투자하라는 게주요내용이다. 석유와석탄을펑펑써온 미국의기성세대가앞장서야할일인데, 유 럽이나중국에비해서도한참뒤떨어져있다 고꼬집는다. 천연가스파이프라인, 가스화 력발전소를만드는미국을비판한다. 화석연료문명이끝났다고주장하는근거 중하나는태양광과풍력발전비용이급속 히떨어지고있다는점이다. 녹색에너지기 반 산업이 화석연료 기반 산업과의 결전에 서승리할날이멀지않았다는얘기다. 승부 가갈린뒤화석연료기반산업에관련된자 산은‘좌초자산’으로 남게 된다. 리프킨은 미국의좌초자산을100조달러로추산했다. 리프킨은 책 끝부분에 그린 뉴딜을 위한 23가지안건을덧붙였다. 탄소세 인상, 화석연료 보조금 삭감,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에 대한 인센티브 및 세액 공제, 전기차세액공제및내연기관차세금 인상 등이다. 리프킨은 스마트 산업과 녹색 산업이결합한것을,이미4차산업혁명을부 르짖어온우리가당황스럽게도,‘3차산업혁 명’이라부른다. 고경석기자 ■ 글로벌 그린 뉴딜 제러미 리프킨 지음 민음사 발행 제러미리프킨. <민음사제공> “8년 뒤 2028년이면 화석연료 기반 문명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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