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7월 25일 (토요일) 24 기획 2020년7월16일목요일 화가에게서직접구입했다고 한다. 그 후알수없는경로로친구인거숌숄렘 의손에넘겨져,지금은예루살렘의이스 라엘 박물관에소장되어있다. 베냐민 은 저천사를 자신과 동일시한 것으로 보인다.이그림에대한그의해석에는역 사를바라보는그의멜랑콜리한시각이 담겨있다.글은이렇게이어진다. “그는그자리에머물러죽은자들을 깨우고패한 자들을모으려한다. 하지 만낙원으로부터한줄기폭풍이불어와 그의날개에부딪치고, 그 바람이너무 강해그는날개를접을수가없다.그폭 죽음을비판하기 성폭력피해여성을 지켜주는인권변 호사,참여연대를설립해주도한시민운 동가,혁신적정책을입안하고실행한행 정가로서그가 남긴업적은 이루 헤아 릴수없을정도다. 최장수 서울시장임 에도불구하고남긴것이라곤빚밖에없 을정도로청렴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내게그는운동의헌신성의상징이자진 보의순수성의증명이었다.그래서그의 몰락이내게는한사람의죽음이아니라 진보전체의죽음으로느껴진다. ‘페미니스트’ 를 자처하던이가 하필 성추행혐의로고소당했다.공들여써온 삶의서사가일거에무너진것이다.그는 대체어떤인물이었을까.겉과속이다른 위선자? 아니면 성추행을 성추행으로 인지하지못한어리석은사람?알수없 다.하지만한가지는분명하다.즉그의 한계가그의개인적한계만은아니라는 것이다.그의위선은우리세대의위선이 고,그의어리석음은곧우리세대의어리 석음이다. 그동안우리는‘진보’를표방해온한 세대의위선과어리석음이이사회를폐 허로만드는과정을지켜봐왔다.나또 한그세대에속하기에그들의위선에서 나 자신의위선을 보았고, 그들의어리 석음에서또한나자신의어리석음을깨 달았다. 그를보내는것은그와우리가 공유하는이위선과어리석음을떠나보 내는 과정이어야 했다. 그리고 그가 실 패한 곳에서새롭게거듭나는과정이어 야했다. 그러려면그의죽음마저도비판했어 야한다. 그의자살은피해자에게또다 른 고통을 안겨주었다. 유서에서도 정 작 사과를 받아야 할이에게는 사과의 말을남기지않았다. 그의큰삶에비해 보잘것없는 삶을 살아온 우리는 그의 위선과어리석음을우리것으로끌어안 고그와함께비난을받았어야한다.아 울러그의무책임에책임을지기위해그 가 버려두고 떠난 피해자를 지켜줬어 야했다. 피해자 지우기 하지만 진보는 그렇게하지않았다. 외려그에게성대한장례를치러주었다. 풍이그를 등 뒤의미래로 날려보내는 사이에,그의눈앞에서폐허는하늘을찌 를 듯 높아만 간다. 우리가 ‘진보’ 라고 부르는것은바로이폭풍이리라.” 천사는 낙원으로 날아가려하나, 거 기서불어오는거센바람이그를낙원으 로부터점점멀어지게한다. 그 바람이 ‘진보’라는것이다.숄렘에따르면이글 은 스탈 린 - 히틀 러동 맹 ( 독 소불가 침조 약 ) 의 충격 과 좌절 속에서 쓰였 다고한 다.자신이신 봉 하는공 산 주의가자신이 증오하던 파 시 즘 과손을 잡 았으니세계 가무너지는느 낌 이었으리라.그 파국 을 바라보는멜랑콜리 ( 우울 ) 가글에서그 대로 배 어난다. 박원순의여성되기 요즘 비 슷 한 심 경을느 끼 는이들이 많 을것이다.‘진보’라는이 름 의 광 풍이우 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데 려가는게아 니라,외려그곳으로부터 더 멀어지게한 다는 느 낌 . 그 자리에라도있고 싶 어도 바람이너무 거세날개를 접지못한 채 계속뒤로 밀 려나는느 낌 . 사실 20년 전 에도이주 제 로글을 쓴 적이있다.’진보’ 가 승 리했다는지금이외려그 때 보다우 리가가려고했던사회로부터 더 멀어진 느 낌 이다. 역사의천사는 ‘진보’ 라는바람에실 려날아가면서눈앞에폐허가 산 처 럼쌓 이는 장면을 목격 한다. 우리도 그동안 비 슷 한 광 경을봐왔다.’진보’의 광 풍이 공정과정의를무너 뜨 려사회를 논 리와 윤 리의폐허로 바 꾸 어 놓 는 파국 의드 라마.이 번 에정말로거대한 파국 을 맞 았다.그주인공은내가그 런 일을할수 있으리라 생 각했던마지 막 사람이었다. 그래서이상 황 은내게비 현 실적이다.대 체 왜 그 랬 을까. 여성을위해그보다 더 헌신적이었던 남자를나는알지못한다.그는 1980년 대권인 숙 성고 문 사 건 의변 론 으로 사 회에이 름 을알 렸 다. 1993년 에는성 희롱 을당한 우 조교 의무 료 변 론 을 맡 아 6 년 의긴소 송 끝 에 승 소를이끌어 냈 다. 그 덕 에가 벼 운 농 담으로치부되던 ’성 희롱 ’ 이이사회에 심 각한 범죄 로 등 록 될 수있었다. 2002년 에는우 근 민 제 주 지사성추행사 건 의민간진상 조 사위원 으로 활 동하기도했다. 2011년 서울시장이 된 후 그는 서울 을 ‘여성행 복특별 시’ 로 만들기위해친 여성적정책을 폈 다.지금도성 평 등정책 에서서울시는전 국 의지자체들 중 가장 앞 섰 다고 평 가 된 다.지난지방선거에서 는 캠프 를 ‘성 평 등선거 캠프 ’ 로 꾸렸 다. 시청안에는 성 희롱· 성폭력 문제 를 담 당하는부서를설치했다. 그는 ‘ 82년생 김 지 영 ’을 읽 으 며 눈물을 흘렸 고,“저는 사실여성”이라고수 줍 은고 백 을하기 도했다. 역사의천사 비 평 가 발 터베냐민의‘역사에관하여’ 에나오는구 절 이다.이글은 1940년파 리에서작성 됐 다.이글을 쓴 직후 파 리 가 독 일 군 에점 령 당한다.미 국 으로 망 명 하려면스페인 국 경을넘어야했지만,유 태 인이었던그는 국 경에서입 국 을거 절 당한다. 프 랑 코총 통하의스페인은당 시나치 독 일과 돈독 한 관계를 맺 고있 었다. 절망 에 빠 진그는 결국묵 고있던 호 텔 에서다 량 의아 편 을마시고스스로 목숨 을 끊 는다. 글에 언급된 그림은베냐민이 1921년 피해자는 “ 50 만명이넘는 국 민들의호 소에도바 뀌 지않는 현 실앞에서 좌절감 을느 꼈 다”고했다.여기서 50 만은‘서울 시장 ( 葬 ) 반 대 국 민청원’에서명한이들 의 숫 자다. 성추행으로 고통받고 가해 자의죽음으로 다시고통을 받아야했 던피해자. 저성대한 장례 식 으로인해 그는또다른고통을 겪 어야했다. 우리 에게그 럴 권리가있었던가. 장례를 우아하게 치르기위해 민주 당이해 찬 대표는 ‘피해자’를 ‘피해호소 여성’ 으로바 꿔 불 렀 다.이해 괴 한표 현 을정의당 심 상정대표가이어받았다.마 지못해 낸 민주당여성의원들의성명에 도 같 은표 현 이등장한다. 그들 중 에는 ‘여성운동의대모’ 라불리는이도 포 함 되어있다.‘피해자’가사라지면‘가해자’ 도 사라진다. 실 제 로있었던성추행은 사실의 영 역을떠나미지의 영 역으로실 종된 다. 박원순을위해성추행피해자의지위 는 ‘피해호소여성’ 으로변경 됐 다.‘피해 호소여성’이라는표 현 은곧 ‘나는너의 말을 믿 지않 겠 다’ 는 결 연한 집단 적의 지의표명이다. ‘성추행은 너의주관적 주장일 뿐 아직사실로 확 인 된 게아니 다. 우리가 사실로인정하는것은 그저 네 가 성추행피해를 호소하고 다 닌 다 는 것 뿐 이다.’ 대체우리가 언제 부터성 추행피해자를 ‘피해호소여성’ 이라 불 렀 던가. 박 시장은 늘 피해자의말에 귀 를 기 울이라고말하곤했다.“성 희롱 이냐,아 니냐의판 단 은피해자관점에서봐야한 다.” ‘피해자 중심 주의’ 의원 칙 을 세우 는 데 에 결 정적역할을한것도그 였 다. 1993년 우 조교 사 건때 그는 법 정에서 ‘피해자’가느 끼 는수치 심 을성 희롱 의기 준 으로 관 철 시 켰 다. 그렇게그가 애 써 세 워놓 은원 칙 을그들은그를위해무너 뜨렸 다. 그로써그가이세상에다 녀 간 흔 적마저지 워졌 다. 거대한 폐허완벽한 파국 그들이치러 준 성대한 장례 식 이그에 게는또다른죽음이었다. 그를위한 답 시고 그의지지자들은 그가 평생 에 걸 쳐 없 애 려했던그 짓 을 골 라서하고있 다. 성추행폭로자의 배 후를 의 심 하고, 피해자를 꽃뱀 으로 매 도하 며 , 열심히 피 해자와그주변의신상을 캔 다.이를위 해날 조 와 조 작도서 슴 지않는다. 그가 쌓 아온업적을그의지지자들이무너 뜨 린 다.이보다 더완벽 하게그를죽일수 있을까. 도대체‘진보’ 를 자처하는이들이저 숭 고한 사명 감 으로 얼 마나 좋 은 세상 을 만들려고 저러는지는 모르 겠 다. 내 가아는 것은, 우리가 세우려는이상세 계는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이미구 현 되어야한다는것 뿐 이다.거 꾸 로저들이 보여주는저 광 적인 열 정속에서우리는 그들이구 축 하게 될 세상의모 습 을미리 엿볼 수있다. 그들이 짓 는아방 궁 에서 나는 그저거대한 폐허, 완벽 한 파국 만 을 볼뿐 이다. 그림으로 돌 아가자.천사의머리는 몸 통과날개를 합 친것보다 크 다. 세상을 움 직일 힘 없이머리만비정상적으로자 란 지 식 인의상징이다. 그가 할 수있는 일이라곤 ‘진보’ 라는 광 풍에떠 밀 려날 아가 며 눈앞에 펼쳐 지는 파국 을 놀 라서 벌 어진입으로그저 응 시하는것 뿐 이다. 베냐민은아직 메 시아라도기대할수있 었지만,이 빌 어 먹 을시대는우리에게 메 시아의 희망 마저허 용 하지않는다. 진중권미학자,전동양대교수 <27 ۮ 끝>진보의종언 “저는사실여성”이라던그의죽음 그것은진보전체의죽음이다 Ӡ 파울클레 ‘앙겔루스노부스’ “파울클레의그림이있다.앙겔루스노부스라고하는.천사하나가그려져있다.자기가응시하는 곳으로부터막떠나려는모습으로.그의눈은째졌고,입은벌어졌고,날개는활짝펼쳐져있다. 역사의천사는아마이런모습이리라.그의몸은과거를향하고있다.거기에서일련의사건들이 눈앞에모습을드러내고, 그속에서그는단하나의파국만을본다.폐허위에폐허를쌓으며 그것들을그의발앞에내던지는파국을.” 발터베냐민 여성위해헌신한남자박원순 사과받을여성에겐한마디없이$ 진보는오히려성대한장례식을 피해자엔해괴한“피해호소여성” 그들의아방궁엔폐허만보일뿐 낙원서멀어지는파울클레의그림 빌어먹을지금시대엔희망마저없다 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의시민분향소가 설치돼있다. 50만명이넘는 국 민이청와대국민청원을통해반대의사를표했지 만, 서울시는 서울특별시장( 袯 )으로 치러논란을 키웠다. 뉴시스 매주목요일연재된 ‘진중권의트루스 오디세이’가이번회로연재를 마감합니다.관심과성원을보내주신 독자께감사드립니다. 30 매주 연재된‘진중권의 트루스 세이’가 이번 회로 연재를 마갑합니다. 관심과성원을보내 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D6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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