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7월 31일 (금요일) A8 오피니언 뉴스칼럼 맥 빠진 스포츠 기고문 오리야 말해다오 (애틀랜타거주) 김대원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이메일: ekoreatimes@gmail.com *모든칼럼은 애틀랜타한국일보의 편집방향과다를수 있습니다 친구따라강남간다는옛말이 있듯이우리부부는플로리다에 서10여년살다가지난2월말애 틀랜타로 이사를 왔다. 아내와 함께살아갈아담한보금자리를 사기로 결정하고 클로징은 했으 나 집주인이 두달 후에나 집을 비워줄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부득이 친구집에서 두 달을 먹 고자며신세를졌다. 그런데친구집뒤에는긴호수 가 있는데 매일 아침 10시 정도 되면호수의오른쪽어귀로부터 오리들이20~30여마리씩떼를 지어 마치 해군 순양함들이 바 다에서줄지어항해하듯이오리 중에 제일 힘센 놈이 대장이 되 어앞장서고모든부대원들이일 렬종대로 친구의 집 쪽을 향해 서 북상하다가 어느 날은 옆집 으로또어떤날은친구의집뒤 뜰로한놈한놈씩나무로방벽 을 쌓아놓은 울타리를 뚫고 상 륙을한다. 그리고는 집 주인의 허락도 없 이 풀을 실컷 뜯어먹고 또 뒤처 리까지점잖게하고는줄지어유 유히어디론가사라지곤한다. 그런데 친구 집에서 정 중앙에 있는호수의한가운데는원형의 분수대가우뚝솟아있는데정확 하게 매일 10시45분부터 저녁 늦게까지 분수가 솟구쳐 나온 다. 우리가 그 집에 머물고 있었던 때는 친구 부부가 주로 뉴욕에 체류하고있었기에나와내아내 는친구집을마치우리집처럼독 차지하고수시로창문을통해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멋진 물의향연을감상하면서지루한 줄모르고두달을보냈다. 나는 평소에 저 푸른 창공을 날아다니는새들에대해서호기 심이 좀 많은 편인데 그 중에서 도 특히 수륙 양용으로 대지와 창공 그리고 물의 경계를 자유 롭게 넘나들 수 있는 오리는 마 치 이카루스의 날개와 같이 평 소에내가그리던선망의대상이 기도 했다. 그러나 한 생명은 모 든걸다가질수는없듯이오리 는 뒷걸음질을 할 수 없다는 핸 디캡이있다고한다. 그런데 어제는 아내와 함께 친 구집을방문했었는데친구의장 모님으로부터아주흥미로운이 야기를들었다. 며칠 전에 일어난 사건인데 아 침 10시40분쯤창가에있는의 자에 앉으셔서 평소와 같이 밖 을 내다보며 자신의 지나온 긴 인생역정을기억속에서더듬으 며스케치하고있었는데오리한 마리가 분수대 꼭대기에 앉아 서 좌우를 돌아보며 무슨 생각 을 하고 있었던지 자리를 뜨지 않고있는장면이포착되었다고 한다. 바로그순간분수가엄청난압 력을 뚫고 하늘을 향해서 마구 솟구쳐 올랐다. 분수가 오리의 똥구를정조준해서솟구치는그 위력이마치핵폭탄이터지는것 과 같은 충격을 받았는지 오리 는기절초풍하여비틀거리고날 갯짓을하며호숫가의숲속으로 사라져버렸다고한다. 그런데 그 다음 날부터 이변이 발생했다. 거의하루도예외없이 매일찾아와서장모님에게위문 공연을 해주던 그 많은 오리들 이며칠째오리무중이되어버렸 다는것이다. 얼마나 경천동지할 만큼 충격 을 받았으면 오리가 아예 얼씬 도 하지 않는 것일까 하고 우리 들은갖가지해학적인추리를해 보면서폭소를터뜨렸는데장모 님 왈, 아마도 저희들끼리 회의 를 했거나 소통을 했는데 대장 으로부터위험금지구역으로선 포되는긴급명령이발동된것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추측을 하 시는게아닌가. 추측은 자유이지만 문제는 96 세 되신 장모님이 더 이상 매일 즐기시던멋진공짜위문공연을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비극 인것이다. 오리야 똥을 싸고 좋고 매대기 를 쳐도 좋으니 제발 다시 돌아 와 주기를 바란다. 오리야 말해 다오... 애틀랜타에서 김대원 jkim730@gmail.com 지난주 한국 프로축구와 관련 한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다. 코 로나19로 관중 없이 리그가 치러 지고있는가운데선수들이매경 기당뛰는총거리가지난시즌보 다 확연히 줄어들고 홈팀의 승률 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경기 당 평균 122.08km를 뛰었 던한팀은올시즌현재까지평균 100.21km로 총 거리가 크게 줄 었다. 120.44km을 뛰었던 또 다 른 상위 팀의 거리도 100.30km으로 떨어 졌다. 관중이없는가 운데 치러지는 경기 에서 선수들은 예전 만큼 열심히 뛰지 않 고있다는얘기다. 팬들이 외쳐대는 응 원의 함성은 홈팀에 게더할수없는힘이 된다. 이런함성을등에업은선수 들은 더 열심히 그리고 악착같이 뛴다.“관중은 말로 표현할 수 없 는힘을전해준다. 이기고있을땐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고, 점수를 따라붙어야할땐초인적힘을내 게 한다”는 한 선수의 말은 왜 축 구에서 홈 관중을‘12번째 선수’ 라 부르는지 잘 설명해준다. 그러 니 사라진 홈팬들의 함성은 당연 히 경기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프로축구리그의올시 즌홈팀승률은정확히 50%이다, 지난시즌54.2%보다떨어졌다. 무관중이선수들의경기력과자 세에 미치는 영향은 국가와 리그 에 관계없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특히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다. 코로나19가 한창 이던지난5월중순세계4대축구 리그 가운데 처음으로 시즌을 시 작한분데스리가의지난6주간경 기 내용을 분석해보니 무관중이 승패와선수들의경기력에미치고 있는 영향이 당초 예측보다 훨씬 큰것으로밝혀졌다. 특히무관중상태에서의홈팀승 률은관중이꽉들어찬경기의승 률보다 무려 10%포인트가 떨어 졌다. 홈팀들의 경기당 골은 관중 들이 있을 때의 평균 1.74골에서 1.43골로 줄어들었으며 슈팅 수 역시 10%가 적었다. 패스는 경기 당 16번이더늘어난반면상대를 제치며 치고 들어가는 드리블은 줄었다. 관중들의함성을들으면아드레 날린이 솟구치고 그만큼 적극적 인 플레이를 하게 되지만 함성이 사라진경기장에서는패스돌리기 같은 면피용 플레이를 많이 하게 된다. 경기의 박진감이 사라지고 재미가 없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 축 구전문가는“축구 역 사상 처음으로 원정경 기 치르기가 홈경기보 다더쉬워진것처럼보 인다”고지적한다. 스포츠는 단순히 승 부만을 겨루는 이벤트 가 아니다. 승부를 떠 나 관중들과의 교감을 통해 만들 어가는대규모엔터테인먼트라할 수 있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부터 터져 나오는 관중들의 함성을 들 으며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한 다. 여기에 관중들은 더욱 환호하 게 되고 이것은 또 다시 선수들의 투혼을 자극한다. 이러한 스포츠 의작동방식이코로나바이러스로 교란되고있는것이다. 바다 건너 얘기지만 한국 프로 야구가 이번 주부터 일부 관중입 장을 허용하고 프로축구 역시 곧 그렇게 할 예정이라는 소식은 그 래서 반갑다. 지난 주 단축시즌으 로 개막한 메이저리그와 오늘부 터 재개되는 NBA는 잔여 경기를 관중없이치르게된다. 두나라의 방역 성과 차이가 스포츠에까지 영향을미치고있는것같아씁쓸 하다. 역시스포츠는록콘서트처럼시 끌벅적해야 제 맛이다. 소리 없는 마임공연처럼돼버린경기는온 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스포츠 를 스포츠답게 완성시켜 주는 것 은 팬들의 환호와 함성이다. 너무 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일상 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관중이 사라진 스포츠를 보면서 다시한번깨닫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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