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8월 1일 (토요일) A8 오피니언 김정자 (시인, 수필가·애틀랜타 거주) 행복한 아침 민병임 뉴욕지사논설위원 시 론 코로나 블루, 이겨내기 마음 여백 시사만평 공룡 IT 기업들의 힘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이메일: ekoreatimes@gmail.com *모든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있습니다 여럿이둘레둘레어울렸던것보 다 조용하고 소박한 하루들을 오 붓하게보내는시간들에익숙해지 고 있음이 신비롭다. 고즈넉한 분 위기에젖어드는시간의윤택이일 상 속으로 자연스레 이입되고 있 다. 과잉방역후유증같기도하지 만 주변에 항상 사람이 북적거렸 던 것이 보람이요 가치있는 삶이 란 착각에서 깨어난 셈이다. 노년 의 존재 의미를 살피며 잔잔하고 단순한일상에서얻어지는마음의 여백을 찾아나선 걸음이 이렇듯 홀가분할 줄이야. 베풂과 호의의 극한점에서혼자이고싶었을때가 있었으니까. 신경 쓰이는 대상, 신 경 써야하는 관계의 굴레에서 서 로에게도움이되지않는한계상 황으로 벽에 부딪히곤 했던 번복 이없어지고심신의혹사가줄어든 것이다. 웬만한잡담이얼크러진하얀소 음 속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과민에서 벗어나고 있 다. 마음의 여백에 꺾자를 그리듯 정체성의질서가흔들리는주변을 투명하게 투시할 수 있는 담대함 도 자리잡아 가고있다. 마음의 여 백을누릴수있는평안의본질을 찾아나선 것이다. 여백은 그저 비 어있거나비워둔것이아니라서살 아가는노정에서비워낸빈자리에 서누릴수있는, 느껴지는아름다 움의구성력은삶의에너지원으로 절대적으로필요한것이었다. 힘껏 베풀었어도 관계가 버겁고 곤비해져 사람만나는 것 조차 설 겅거릴때신발뒤축을접어신고는 매무새도 다듬지 않은 채로 문을 노크할수있었던오랜친구가그 리워진다. 언제든 문을 두드리면 환하게 반기며 허물없이 따스한 안방 온돌에 다리를 묻고 마음의 추위까지 풀어냈던 시간들이 아 슴하다. 감출것없이풀어놓고나 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오랜 친구 가그립고아쉽다. 허물없고뒷담 화조차없는그런사람이쉬떠오 르지 않는 이국에서 여태껏 다듬 어온정(情)의주거지가겹겹이쌓 인 건초더미로 보인다. 방문의사 를알리고, 스케줄조정후에야만 날수있는, 거실이라는한정된공 간만이방문객에게허락되는낯선 문화가이국살이를고단하고정떨 어지게 몰고가는 건 아닌가 싶기 도하다. 서른다섯해를훌쩍보내버린그 즈음, 이민보따리를하나씩풀어 내던그때는그랬었다. 묵은아파 트이긴 했어도 김치 겉절이 한보 시기들고앞집옆집찾아다니며, 커피한잔에情을나누었고, 청국 장 끓여놓고도 어울리며 마실다 니던 이웃들이 그립다. 세월에 서 리가 내리고 관계의 각질이 두터 워지면서입술은친절한데눈동자 는싸늘해져가고있다. 하기사이 땅에먼저건너와터닦은같은겨 레끼리의정서가이질적으로다가 왔었으니까. 우리네 고유의 끈끈 한 情이 물에 기름처럼 겉돌았고 이국살이의 연조가 보이지 않는 눈금으로적용되었던터라배타적 이며 이기적인 면이 쉽게 받아 들 여지지않을수밖에.‘저들보다더 긴 시간을 이땅에 머물더라도 저 들처럼은 되지 말아야지’리며 다 짐을했었는데‘긴시간을지내다 보니이해가될것같기도하네, 어 찌 보면 그렇게 사는 것이 이성적 이겠다’까지 변천사를 겪게 되었 다. 합리적인것을앞세우는이땅 정서라서 어쩔 수 없음이라 누추 한 변명을 해보지만 분명히 우리 네情은피사의사탑마냥이미기 울어버렸다.언젠가는그情을아 쉬워하거나그리워하는심성이녹 슬어버리는건아닐까후려가저 어된다. 갈수록사람에대한무섬 증이 인다. 낭패롭다.‘기쁨을 나 눴더니 시기가 되고, 슬픔을 나눴 더니 약점이 되고, 배려를 했더니 권리인줄알고, 양보를했더니바 보인줄알더라’는말이어쩜내맘 같을까. 이러한말이수긍될만큼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져 가고 있 다. 이각박함앞에더는사람을만나 고, 사람을응대할용기가줄어들 것이라예감하게된다. 여전히세 상에는기쁨과슬픔을나눌수있 는 이웃이 있을 것이지만 다음을 기대하는 미욱은 범하지 않으려 한다. 나이듦이란 이름표가 오히 려 젊은이들 앞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모습들을저만치에서지켜보 게 되는 씁쓸함이 목에 가시처럼 걸린다. 이방인이란 자리 또한 더 없이휑한벌판이되어다가오더라 도더는번잡한주변을만들고싶 지가않다.오랜이방의삶끝에서 로 어깨를 기대며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지인이 지난 날처럼 그리 많 지않다는단순한사실만으로큰 물줄기에서지류를떠돌고있는것 으로 치부하거나 단언할 수는 없 는일이다. 어차피혼자서만살수없는존재 라서 이러 저런 연결고리를 습관 처럼 일삼아 찾아질 때도 있으려 나 싶지만 팽팽하게 앞이 가로막 히는 때가 수월찮게 많았기에, 함 께 있어도 이해 받지 못하고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불합리가 어차피 번복될 것이라서 마음의 여백을 넓혀가며 할배와 함께 그 리 불편하지 않을 만큼으로 유유 자적 평안을 고수하며 살아갈 예 정이다. 각자 저마다의 세계 속에 서 살아가는 것이라서 군중 속에 서지킬것은지켜가며, 예절에크 게 어긋나지 않는 사람으로, 느낌 좋은 사람으로 부부상을 그려갈 것이다. 방역에 열중한 보상으로 진솔한삶의여백에눈뜨임한것이 다. 아무래도방역후유증이나부 작용은아닌것같다. 크리스토퍼웨이안트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내가 방금아마존에서 책 을한 권샀는데구글검 색후에페이스북에서 광 고를 본책이야. 거대테 크기업들이너무많은권 력을 가졌나? 코로나19가언제끝날지모르 는 위기 속에 답답하다, 불안하 다. 화난다, 이모든감정으로마 음이 병들어가는 사람들이 많 다. 최근 미국인 3분의 1가량 이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 다. 미질병통제예방센터(CDC) 의 2020년 5월7~12일 조사에 따르면 불안증이 18~29세가 42%, 60~69세가 22%, 우울증 이 18~29세가 36%, 60~69세 가 18%로 나타나 젊은 층일수 록 심리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것으로나타났다. 재택근무, 취업난, 일상생활중 단에따른알코올, 약중독, 실직 등으로힘들다보니젊은층이삶 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미 리 죽음을 준비하는‘생애정리 서비스(end-of-life service)’를 이용하는비율도높아지고있다 고한다. 재산정리, 장례절차, 유 언 등 죽음 관련 서비스를 종합 적으로제공하는업체들에20대 ~40대도상담의문을두드린다 는 것,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태의한단면이다. 코로나19와 우울감의 합성 어인‘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호소하는이들이점차 늘고 있는데 잠도 못 자겠고 정 기검진이나치료를위해가야하 는 병원도 감염 공포로 갈 수가 없다고 한다.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 또는 임상실험 중이지만 실제백신을맞기까지얼마의시 간이걸릴지도모른다. 이코로나블루에대한여러대 책이나오고있다. 전화·문자· 이메일로 자주 소통하기, 햇볕 노출된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 과도한뉴스시청금지, 식물키 우기, 자전거 타기, 코미디영화 나 로맨틱드라마 보기 등등 다 들 어떻게든지 스트레스와 불 안, 무기력증을 이겨내려고 애 쓰고 있다. 그런데 산다는 것이 만만치가않아서코로나19장기 화에도 힘든 일들이 계속 들이 닥치고 있다. 하나 해결하면 또 하나가 온다, 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짜증이 몰려오 고 다 받아들이자니 힘에 부친 다.그럴때는내몸의불안을폭 싸안고 스스로에게 응원을 보 내는방법도있다. 그중하나로 문학치료가있다. 한국문학으로는박지원의‘열 하일기’에‘우울증과불면증을 치료한 민옹 이야기’가 이야기 치료의 효시이다. 글쓰기를 통 해무의식속갈등을꺼내코로 나 블루를 이기는 방법도 있지 만 글 쓰는 것이 어렵다면 남이 써놓은책을읽어도된다. 우울증회복에도움이되는책 으로 앤드류 솔로몬의‘한낮의 우울’, 파울로코엘료의‘연금 술사’. 펜실베니아 대학 아론 벡교수의‘우울증인지치료’가 있다. 이 책들은 항우울제가 아 닌 자기 자신을 재건해 나가도 록생각을바꿀것을권한다, 현 재 상황과 미래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기분에 악영향을 계속 미친다는 것이다. 고전명작으 로 허먼 멜빌(1819~1891)의 장 편소설‘모비딕( Moby Dick)’ 을 읽는 것은 어떨까.‘모비딕’ 은 1851년소설로전설의흰향 유고래와 인간의 처절한 3일간 의 사투를 그려냈다. 19세기 매 서추세츠 주 뉴베드포드와 낸 터킷을중심으로포경업이성행 하던시절, 이고래에게한쪽다 리를잃은에이허브선장이피쿼 드 호의 선원들을 이끌고 대서 양, 인도양, 북태평양을 떠돌다 적도부근에서모비딕과맞닥뜨 린다. 그 거칠고 험한 혈투에서 유일하게살아남아기록을남긴 이스마엘. 우울감, 그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으 로배를탔었다. 선원들이힘들게고래한마리 를 잡아 처치하고 나면 또 다시 다른 고래가 나타나 위협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바다 위의 삶 을 작가는 인생이 바로 그런 것 이라고 했다. 인간 능력의 한계 를 넘어서 고래와 싸우는 불굴 의 정신. 우리는 코로나19와 싸 우는의료진과환자들에게서그 것을보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송창식의 노 래‘고래사냥’을큰목소리로부 르고싶어진다.“자, 떠나자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 래잡으러....”참고로, 피쿼드호 의 스타벅(Starbuck), 고래를 발 견하면보트를내리고제일먼저 작살을 던지는 믿음직스런, 불 굴의의지력을지닌일등항해사 다,매일아침마시는커피’스타 벅스‘에서그의이름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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