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8월 14일 (금요일) D10 기획 욕조안 자물쇠잠긴‘가방 속스파이’시신$셀프감금사고사? 적대국암살?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이집에사 는남성개러스윌리엄스 ( 당시32세 ) 는 이미싸늘한 시체로 변해있었다. 경찰 은단순한변사 ( 變死 ) 사건이아님을직 감했다.시신형태가문제였다.윌리엄스 는 화장실 욕조의붉은색스포츠가방 안에서알몸으로발견됐다.더욱이상한 건가방 지퍼는 완전히닫혀바깥으로 작은자물쇠까지채워졌는데,정작열쇠 는가방안,윌리엄스시신아래깔려있 었다는점이다. 극단적선택을 한 것인 지,타살인지도무지종잡을수없었다. 집안도열기로 후끈했다. 당시바깥 기온은 21도로 포근했지만, 윌리엄스 자택내부는보일러가최고온도에맞춰 져있었다.시신의부패가상당히진행된 것도이때문이었다. 누가 봐도 증거를 손상시키려한흔적이역력했다. 놀라움은끝이아니었다. 윌리엄스의 신분이영국대외정보기구인MI6 분석 요원으로 밝혀진것. 영국일간 텔레그 래프보도를보면웨일스북부앵글시에 서나고자란그는어려서부터‘수학영 재’로소문이자자했다. 13세에영국수 학능력시험격인‘A 레벨’을통과해4년 뒤뱅거대에서학사학위를받았을정도 다.케임브리지대대학원에재학할때이 미영국 3대정보기관 중 한 곳인정보 통신본부 ( GCHQ ) 에스카우트돼암호 분석전문가로일했다. 2008년부터는 MI6에서파견근무를했다.내성적성격 에사이클광이었다는주변평판도덧붙 여졌다.비밀업무를수행하는첩보원의 미스터리한죽음은단박에대중의호기 심에불을붙였다. 의문투성이사건, 벽에부닥친수사 수사는 시작부터난관에부닥쳤다. 통상 경찰이변사를 처리하는 관행과 달리,초기수사는대테러대책본부가맡 았다. 조사 과정에서기밀정보가 새어 나갈지모른다는, 망자의직업특수성 이반영된결과였다.실제사망직전까지 윌리엄스는미국국가안보국 ( N S A ) , 연 방수사국 ( FB I ) 과 협 업중이었다. 미국 무부도 그가 다 루던 업무 내 용 이일 절 알려지지 않게 해달라고MI6 측 에요 청 했다. 그러나수사가거 듭될 수 록 사건은점 점더미 궁 에 빠 졌다.부 검 결과윌리엄스 는발견일주일전 쯤숨 진것으로 추 정됐 다.다만사체부패가심해정 확 한사인은 알수없었다. 게 다가시신이 담겨 있 던 가 방지퍼,자물쇠는물 론 욕실어 디 에서도 지문은 커녕 , D NA조 차 나 오 지 않 았다. 제3자의 침입 흔적역시 찾 아 볼 수없었 다. 유족 은경찰이진 입 했을때 현 관문과 자물쇠가 뜯겨 져나간점,집안이이상하 리만 치깨끗 하 게 정 돈 된점 등 을 들 어증 거 훼 손가능성을제기했다. 모 든게 수수 께끼 였지만 그중에서도 최대의문은윌리엄스가어 떻게 가방에 들 어 갔느냐 에모아졌다. 제발로 가방 에 갇혔 는지타인이집어 넣 은것인지, 또 죽기전에 들 어 갔 는지사후에 옮겨 졌는 지의문 투 성이였다.시신발견직후 피오 나 윌 콕 스 검 시관은 “ 윌리엄스의몸에 는부상이나 저항 흔적이없었다 ”며“ 알 코올 이나 마약 성분도 검출되 지 않 았 다 ” 고밝 혔 다.사인과사건정 황 을 유추 할만한단서는전무했다. 수사가 얼마 나진 척 이없었 던 지 런던 경찰 청마저“ 의 문스 럽 고 설명 하기어려 운 사건 ” 으로 규 정했다. “결박 즐기고 여성복 쇼핑” 사고사인가 얼마 후경찰은 ‘사고에의한 질식 사’ 로 수사 방 향 을잡았다. 윌리엄스의행 적에서 겨 우포 착 한특이점이단초가됐 다.그해12 월 경찰은 “ 사망자데스 크톱 에서‘본 디 지 ( 자신이나남을 묶 음으로 써 성적만 족 을 얻 는행위 ) ’ 전문 사이트에 접속 한기 록 을 확 인했다 ” 고 공표 했다. 그의 옷 장에서 2만파 운드 ( 약 3,000만 원 ) 상당의 명품 브 랜드 여성 복 과여성 화 26 켤 레가나 왔 고, 긴머 리가발과화 장 품 도 다수 발견됐다. 전부 윌리엄스 에 게딱 맞는 치 수였다. 별 난성적 취향 을 입 증하는근거 들 인 셈 이다. 윌리엄스가 과거 첼 트 넘 에서10년간 세 들 어살았 던 집주인부부의증 언 도 사고사에무 게 를실었다. 200 7 년어 느 날 한 밤 중에 “ 도 와 달라 ” 는 다 급 한 목 소리가 들 려윌리엄스의방을 찾 았더니 그가 속옷 차림 으로 침 대기 둥 에손을 묶 은 채 버둥 거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부는 “ 윌리엄스는 결박 상태에서 탈 출 할수있는지시험해보기위해서였다 고 둘 러 댔 으나성도 착 증때문인것으로 보였다 ” 고 말 했다. 유족 은 강 하 게 반발하고 조 목 조 목 반박했다. 유족 측 변호사 윌리엄 오 툴 은 “ 부부가 증 언 한일은윌리엄스가 MI6에 합류 하기직전발 생 했다 ”며“ 정 보요원 선발에 필 요한 준 비과정의일 환” 이라고 주장했다. 본 디 지사이트 접 속 에대해서도 “ 전체인터 넷접속 시간 중극히일부에불과했다 ” 는경찰의 추 가발 표 가나 왔 다. 또 그의 친 구 들 은집 에서발견된여성의 류 역시체형이비 슷 한여 동생 에 게줄 선물로 보는 게합 당 하다고수사기관에진 술 했다. 사고사가 맞다 쳐 도 윌리엄스가 제 3자의도움없이가방에 들 어가지퍼를 잠 그고자물쇠까지채우는일이가능하 냐 는 난제는 남는다. 키1 7 0 ㎝ , 몸무 게 60 ㎏ 의윌리엄스 와 체구가비 슷 한요가 전문가가 같 은 규 격의욕조안에 동 일 모 델 가방을 놓 고 400 번 가 량 ‘ 셀 프감 금 ’을시도했지만 모 두 실패로끝 났 다. 한전문가는 “ 윌리엄스는사망후, 혹 은 의 식 이없는 상태로제3자에의해가방 에 옮겨 졌을것 ” 이라 며“ 스스로 들 어가 잠 그는 것이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 탈출마법 의 황 제 ) 후 디 니가 와 도 애먹 었을것 ” 이라고 사고사 확률 을 낮게 점쳤다. “러시아·범죄조직개입설” 살해인가 윌리엄스 사망사건은 ‘가방 속 스파 이 ( spy in the bag ) ’로불리 며 영국에 서화제를 몰 고다 녔 다.그러나그의특 수한신분 탓 에2년가까이제대로된심 리가열리지 못 했다. 2012년 5월 우여 곡 절 끝에열 린검 시심리에서윌 콕 스 검 시 관은 “ 윌리엄스의비정상적인죽음은 범 죄 에 연루 됐을 가능성이 높 다 ”며 살해 가능성이 높 다고결 론 내 렸 다.그러면서 “ 누 군 가가 윌리엄스의시신이 든 가방 을 욕조에 옮 기고 자물쇠로 잠 근 시나 리 오 가 유 력하다 ” 고했다. 물 론 근거는 없었다. 지지부진한 수사는적대국정보기관 에의한암살 설 을 더욱 부채 질 했다. 특 히러시아가 배 후로지 목 됐다. 2006년 블 라 디 미 르푸틴 러시아대통 령 을비판 한 뒤영국으로 망 명 한 알 렉산 더리트 비 넨코 가 런던 에서 독 살당한 사건이나 2018년발 생 한러시아이중스파이부 녀 공 격사 례 도러시아 배 후 설 에 힘 을보 탰 다.일부전직정보요원 들 은 “ 다른요원 이나 배 신자에 게 경고 메 시지를보내는 차 원에서윌리엄스를죽였을것 ” 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하원도 2018년 공 개한 보고서 에서윌리엄스죽음뒤에러시아대외정 보국 ( SVR ) 이있을수있다고 추 정했다. 보고서에는 윌리엄스가 GCHQ 내러 시아스파이의신원을알아 챈 뒤러시아 측 의이중첩자제안을거 절 해살해됐다 는 주장이소개됐다. 더불어그의업무 와연 관된해외 범죄 조직이나 갱 단이보 복 에나 섰 을가능성도거 론 됐다. 2013년11 월 영국경찰은 “ 윌리엄스가 직 접 가방에 들 어 갔 다가불의의사고를 당한것으로보인다 ” 는모호한 입 장문 만내 놓 고, 3년여에 걸친 수사를종결했 다.과정은 잘 모 르 지만어 찌 됐 든 사고사 가맞다는것이다. 훈련 된전문가는 혼 자 가방에 들 어가 잠금 장 치 를채 울 수있다 는점을실험을통해 확 인했다는면 피 성 설명 이 곁들 여졌다.하지만 마틴휴잇 당 시 런던 경찰 청 부 청 장은 “많 은의문이해 결 되 지 못 한채 묻 히 게 됐다 ” 고 말 했다. 경찰스스로도개 운치않 은 마 무리를인 정한 셈 이다. 억울 한죽음인지,호기심이 부른 참 사인지는윌리엄스만이알고있 을것이다. 강유빈기자 깨끗이정돈된집침입흔적없고 타인의지문^DNA조차안나와 옷장에여성가발^의류^신발$ 몸결박별난성적취향증언불구 혼자가방속들어가기거의불가능 증거없이“러시아가살해”추측만 콜드케이스 <8>영국MI6 정보요원사망사건 2010년8월25일오후 4시40분영국런던남부핌리코에위치한한주택 앞으로경찰관들이속속모여들었다.거주자와며칠째연락이닿지않는다는 직장동료의신고가접수돼 ‘안전점검’ 차들른것이었다.하지만문을세차게 두드리고이름을여러차례불러봐도아무런인기척도느껴지지않았다.결국 경찰은현관문을통째로들어내고집안으로들어가기로했다. 2010년8월개러스윌리엄스가욕조에놓인가방속에서주검으로발견됐을때그의자택욕실모습을 컴퓨터로재구성한사진. 런던경찰청제공 2010년8월14일개러스윌리엄스가식료품쇼핑을마치고런던홀랜드파크지하철역에들어서는모습 이폐쇄회로(CC)TV에포착됐다.생전그의마지막행적이다. 런던경찰청제공 81㎝ 48㎝ 개러스윌리엄스사망사건일지 2010년8월25일 런던핌리코자택에서사망 일주일지난것으로추정되는개러스윌리엄스시신 발견. 2010년10월29일 부검결과발표. “약물이나 알코올,독극물검출되지않았다” 2012년5월2일 검시심리서피오나윌콕스 검시관 “살해당한것으로판단된다” 발표.경찰 재수사착수 2013년11월13일 런던경찰재수사 종결. “윌리엄스 스스로가방에 들어갔고제3자 개입은없어보인다” 발표. ●개러스 윌리엄스 가방에들어가는 과정 ●스포츠가방 신장170㎝ 영국경찰이공개한영상중한요가전문가가개 러스 윌리엄스의시신이발견된것과 동일한 스 포츠가방에스스로들어가가방을닫고있는모 습. 런던경찰청제공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