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9월 8일 (화요일) D5 기획 14 2020년9월5일토요일 “나 (고종)는 프랑스가 그들이생 산하는예술작품들로 유명하 다고 자주 들었으나 이렇게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중략)나는 이선물을 조선에대한 당신의정부가 보여주는 우정의증거로여긴다. 귀국 대통령의호의에감사드린다고전하기 바란다.” - 빅토르 콜랭드 플랑시조선 초대프랑스 공사가 프랑스 외무부에 보낸정치서한 조선초대프랑스 공사 빅토르 콜랭 드플랑시 ( Victor Collin de Plancy· 1853~1922 ) 는조선부임과동시에양국 의수교를 기념하여도자기세점을 바 쳤다. 공사가프랑스외무부에보낸정 치서한에따르면, 붉은색비단천으로 싸인세점의도자기는가마에태워져왕 만이드나들수있는정전한가운데문 을 통해옮겨졌다. 고종은이도자기를 보고깊은감명을표하였다. 조선에서 서구와 조약을 체결하고 수교 기념도자기를 받은일은 전례가 없었다. 프랑스 사디 카르노 ( Marie Fran ¯ ois Sadi Carnot·재임1887~ 1894 ) 대통령이조선에선물한 ‘백자채 색살라미나 병’과 ‘백자채색클로디옹 병’ 한 쌍은 프랑스 국영세브르 도자 제작소 ( Manufacture National de Sevres ) 에서만든것이다. 세브르자기는문화강국인프랑스에 서도오래전부터전세계왕실과귀족들 의권력을대변하는최고의예술품으로 인정받아 왔다. 프랑스는 자국의우수 성과 강점이최대한 드러날 수있는예 술품으로첨단기술과프랑스의문화적 전통이융합된세브르의대형화병을선 택하였다. 이화병들은 1883년부터1895년까지 조선의대외교섭에관한 일을 관장한 문서에‘세교정묘 ( 細巧精妙 ) ’라고묘사 되어있을정도로섬세하고정교한작품 이다. 그중전체높이62.1cm에이르는 ‘백자채색살라미나병’은금안료로제 작연도인‘1878’과 ‘C - Carno$’가쓰여 있어프랑스공화국대통령명의의선물 임을알수있다. 화려한 꽃 장식그림은 세브르 소속 화가로 활동했던외젠알렉산드로 블 롯 ( Eugene - Alexandre Bulot·생몰미 상·세브르 활동 시기1855~1883 ) 의작 품이다. 전체모양은 고대도기형태에 서유래된것으로 그 리 스 문화를 숭 상 한 로마 시대에는 정 원 장식품으로 쓰 였고, 신고전주의태동과 맞 물려세브 르를 대표하는 양식으로 재 탄 생되었 다.여러모로이화병들은 국가적선물 에 걸맞 는 프랑스 대표예술품으로 손 색없다. 조선은프랑스와1886년 ( 고종23 ) 미 국,영국, 독 일,이 탈리 아, 러시아에이어 서양 열 강들 중여 섯번째 로 조약을체 결하였다.프랑스는병인년 ( 1866년 ) 자 국신부 9명이사형당한일을 빌 미로강 화도에서 격 전을 벌 이고 난 이 후 에도계 속하여천주교 포 교를 요 구하였다. 결 국 조선정부가 프랑스의 요 구를 우 회 적으로나마수 용함 으로 써 조약을 맺 을 수있었다. 프랑스는 병인양 요 에서비롯된 침 략 국의이미지를상 쇄 하고자국의예술적 자부 심 을 드러 낼 수있는 도자기를 봉 헌 하여조선의 환심 을 사고자 했다. 점 차 우호국으로 인식되면 프랑스의 입 장에서조선에 진출 하기 훨씬 유 리 한여 건 이마 련 되는것이 며 ,자연스 럽 게프랑 스의영 향 력을 확 대시 킬 수 있었기 때 문이다. 프랑스 외무부는 1888년조선에콜 랭드 플랑시공사를 파견 하면서최우 선적으로프랑스선교사들의신 분 을보 호하라는 훈 령을 하 달 하였다. 선교사 들은 직간접 적으로자신들의거점지 역 의수 많 은정보를 다양한 경 로를 통해 프랑스에제공하였다. 이정보는 프랑 스의국가정 책 수 립 과여러 학 문, 산 업 분야 에유 용 하게활 용 되었다. 프랑스는표면적으로선교사의활동 을지 원함 으로 써군 사·외교적 충돌 을 피 하고, 프랑스의문화와 언 어의 확 산을 꾀 하였다. 따라서초대프랑스 공사는 정치 경 제적의도는 드러 내 지 않 으면서 프랑스외무부가지시한 목 적을 달 성해 야 했다.이에따라세브르도자기를수 교예물로 봉헌 하자고 건 의한 것도 콜 랭드플랑시공사였다. 당시프랑스정부는외교사 절 을활 용 한 박 물관 소장품 확 대사 업 을전 개 하 였다. 콜랭드플랑시공사는프랑스의 동양어대 학 에서중국어를전공했을만 큼 동양 학 에관 심 이 많았 으 며 ,이미조선 에오기전부터세브르 박 물관 소장가 모임의일 원 이었다.여러면에서콜랭드 플랑시공사는정치, 경 제, 문화예술 등 조 불 관계전 반 의우호적인 협 력을전 개 하고프랑스문화정 책 을수 행 하는외교 사 절 로적임자였다. 도자기예물을 봉헌 하 며 구 축 하려했 던프랑스의이미지 메 이 킹 은어 느 정도 성공을거 둔 것으로 보인다. 고종은정 교한 도자기예물을 직접본 이 후 프랑 스를기술적 진 보를이 룩 한나라로인식 하였다.비 록협 상이결 렬 되기는했지만, 1897년고종은조선의공 업 을 발 전시 키 고자 프랑스에사기기술 공장 초 빙 을 요청 하였다. 콜랭드 플랑시공사에게 프랑스 건축 가고 용 은물 론 , 삽 화가들 어있는프랑스 건축 서적을 요청 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 로 예술품으로 무장 한프랑스의전략은소기 의성과를거 둔 것이다. 세브르 화병에대한 답 례로 고종은 그해1 0월 프랑스대통령에게 청 자대 접 두 점과왕실공예품 ‘ 반 화 ( 盤花 ) ’ 한 쌍 을보 냈 다.콜랭드플랑시공사는카르 노대통령에게이우수한 청 자대 접두 점 의소장처로 세브르를 추 천했고, 카르 노대통령이이를받아들여1889년 3 월 세브르 박 물관에기증하였다. 이 청 자대 접두 점외에다 른 선물들은 카르노대통령 개 인이 갖 고있었던것으 로 보인다. 프랑스 국 립 기 메 동양 박 물 관에소장되어있는‘ 반 화’한쌍은 박 물 관 근 처에살던카르노 대통령 후손 이 1945년에기증한 것이다. 박 물관의유 물카드에는 ‘한국의왕 ( roi de coree ) 이대통령에게선물했다’는기 록 이있다. 이 분 재장식품은여러 측 면에서 궁 중에 서쓰였을것으로 짐 작되지만, 정작 국 내 에는이러한실물이 남 아있지 않 아 매 우귀한문화재이다. 조선과프랑스의수교예물에는양국 의동상이 몽 이 담 겨있다. 프랑스가 조 선에세브르 도자기를 수교예물로 봉 헌 한 것은 표면적으로양국 간 우 애 를 공고 히함 과 동시에조선 내 자국의 입 지를다지기 위 한고도로전략화된정 책 의일 환 이었다. 고종이보낸‘ 반 화’는표 현방 식을일 컬 어‘금지 옥엽 ( 金枝玉葉 ) ’이라고도 불 린다. 금으로 된 가지와 옥 으로 된 잎 이라는 뜻 으로,임금의가족을 높여부 르고 귀한 자 손 을 이르는 뜻 이다. ‘ 청 자 앵 무 새 무 늬 대 접 ’에 새 겨 진 두 마 리 의 앵 무 새 는 화 목 을 상 징 하는 길 상 무 늬 이다. 국가의운명이 풍 전 등 화에처 했던 19세기 말 , 프랑스 대통령 가족 의화 목 과 대대 손손 번창 을 빌 어주 며 고종이 꿈꿨 던미래는 희망 적이었을지 모 른 다. 개항 이 후 조선은 밀 려드는외세에 더 이상 군 사적으로 맞 서기보다는 국제 사 회 가 인정하는 근 대국가로 거 듭 나 기 위 한 외교 관계변화를 모색하였다. 서양 각 국과 근 대적조약을 체결하고, 프랑스와 수교기념도자기예물을 주 고받은 것도 이러한 노력의연장선상 이었다. 조선왕실에서는 철저히 제도에 맞춰 백자를사 용 하였고,이는 5 00 년 간 이어 졌다.왕실기물의변화에있어보수적이 었던조선에서서양과 수교를 맺 고 궁 중에서양식도자기를수 용 하였던것은 어 쩌 면그들에 겐 국운을 건 도전이었을 지모 른 다.국 립 고 궁박 물관에는이시기 서양과일 본 ,중국에서수 입 된서양식도 자기가다수 남 아있다. 조선왕실의유 산으로 남 아있는 도자기예물과 서양 식도자기는단 순히 화려한사치품이아 니 라,조선왕실이처했던도전의 역 사와 우 리 가 맞닥뜨릴 미래의수 많 은도전을 동시에 담 고있다. 곽희원 문화재청국립고궁박물관학예연구사 조불수호조약체결을기념해 세브로의대형화병3점선물 고종은청자대접^반화보내 수교기념도자기는전례없는일 개항이후밀려드는외세에 군사적으로맞서기보다는 근대국가를향한외교관계변화 국운을건도전이었을지모른다 조선과프랑스의동상이몽 전례없는‘도자기외교’ <26>고종이사랑한프랑스도자기 1904~1905년경빅토르콜랭드플랑시공사. 콜랭드플랑시는총13년간조선에머무르며 한국의다양한도자기를수집하였다. ● 프랑스외교문서보관소제공 조선19세기후반제작된높이 47cm반화.고종이화답으로 보낸 ‘진기한보물을담은’ 두 상자에는고려청자두점과 더불어조선왕실공예품 ‘반화’ 한 쌍이담겨있었다.당대왕실 공예의정수를보여주는 ‘반화’는 놋쇠받침위에각종보석류로 나무와꽃을만들어꽂은 조화장식품이다.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소장. ●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1878년프랑스국립세브르 도자제작소제작한높이 62.1cm백자채색살라미나병. 조불수호 조약 (1886년) 체결을 기념하여프 랑스대통령이 조선에선물 한것이다. ● 국립 고궁 박물관 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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