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9월 26일 (토요일) A8 오피니언 뉴스칼럼 김정자 (시인, 수필가·애틀랜타 거주) 행복한아침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 이메일: ekoreatimes@gmail.com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편집방향과다를 수있습니다 어쩌다가 책갈피 속에 전화번호 가 적혀있는 메모지를 우연히 발 견했는데 어느 분의 전화번호인지 는기억이가물가물이다.전화번호 에깃들어있을기억들이궁금해진 다. 전화번호의주인은나라는사 람을어떻게기억하고있을까.함께 했던기억의심연에어떠한질감의 행복이숨겨져있을까. 뜻밖에라도 기억이 되살아나기를 기다려볼 수 밖에. 기억은 추억을 품는 힘이 있 어생을풍요롭게도하고생을나락 으로밀어넣기도하지만언제나미 화되고 윤색되거나 과장되기가 마 련인것같다. 영화나 연극 분야에서 문학화의 각색과정에서다른문헌의소재를 작품의줄거리로나부분적으로삽 입하기위해채택하는작업에서각 색의 절대성이 필수적임을 인정받 은범주임에반해일상중의평범한 기억도 심심찮게 각색되는 경우도 더러있다.인생여정에서만난풍경 들이나때로는관계에서번져나는 사소하고 미미한 크고 작은 에피 소드들이중간중간재생된필름처 럼떠오르는기억들마저도무의식 중에윤색되는까닭은어인연유일 까.기억의저장고가과장되기도하 고 생략되기도 해서인지 고수하고 싶은기억이라해서특혜는없는것 같다. 스틸 한 장면들로 저장된 기 억들이라서특수편집이필요할것 같다.자기최면같은방법으로. 방역 차원에서 덤으로 얻어진 시 간의부피로하여추억을건져올리 기시작하면서묵은사진들을꺼내 보게되었다. 기억의 심연은 기억의 흔적들을 불러들이나 보다. 여고 졸업 앨범 까지 열어보게 만드는 것을 보면. 지금은 어디메서 어떻게들 지내고 있는지 그리운 친구들을 만난다. 이름맞히기게임이라도하듯사진 아래 있는 이름을 가리고 친구들 이름을불러본다.이상하리만치대 학친구들이름은어렴풋하지만여 고시절의 같은 반 친구들은 거의 기억하고있었던것이다. 기억의조 각들이퍼즐맞추듯추억이란상자 에 보관되고 있었나 보다. 젊음 가 운데를가로지르며좌충우돌에겨 를 없는 삶과 마주했던 동안에는 남기고싶은추억보다앞날을향한 구상과생의터전을,기틀과기저를 만드는 일에 동분서주했던 기억들 로채워져있다. 황혼녘에야찬찬히 거두어보는기억들은심한바람에 나부끼는 이파리들처럼 이리저리 흐트러지고 조각보 모양새로 종잡 을수없이변환해있음을본다. 이 웃들과나누었던정분도짬짬이연 출되었던틈새사연들의메모들은 용량초과였는지건망증수치가불 투명한한계선에서서성이고있다. 신기한 것은 아이들이 커가던 과 정과정들은윤이나도록매만져서 인지 윤택한 빛이 흐를 만큼이다. 여하간의과장도미화도없이,엉뚱 한 상상이나 윤색의 가미도 없이, 넘치는수식이나손질됨이없는원 형을유지한각색없는기억으로잘 보존되고있다. 간추리거나다듬을 여력없이앞만보고달려온흔적이 기억으로, 삶의 흔적으로, 역사가 되어 남겨져 있다. 인류의 역사가 있듯가족의역사로보존되고있다. 지금이란 시간이 있기까지의 결과 가현재요현재의이음줄의결과가 내일이라서가족이란울타리의바 탕위에추억과지금과미래가있는 것이라서누구에게나가족의소중 함은각별한것이다. 기억력이란 뇌의 전두엽 역활이 지대하다는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어쩔 수 없다기 보다 받아들일 수 밖에없는현실이되어버렸다.육신 도군데군데서서히퇴행하기시작 하는데정신줄인들별수있으랴싶 다.구절구절암기했던성경도이제 금은까무룩으로가고있다. 냉장고 문을 열고는 왜 문을 열었지 한참 을생각하는현상은이미고전이되 어버렸다. 시간의 물살에 실려가다보면 아 마 젓가락을 들고 국을 퍼먹을 날 도머지않은것같다. 이러다가내 가살아가야할이유도꽃잎이낙화 하듯하나하나잊혀질지도모를일 이다. 내가 나를 기억해주기를, 내 가 나를 두고 바깥 나들이를 갔더 래도잊지않고다시나에게로돌아 오기를기도하고있다. 기억은 때로는 우리를 저버리고 배역하기도 하지만 윤색된 착각은 우리네를 행복으로 이끌어 주기도 한다.억지스럽지만결국인류는모 두 젊음에 머물러 있지 않음이라 는카테고리로일관된다는전제를 깔고천연스럽게걸어가고있다. 행 복의 척도 또한 얼마나 기억을 가 감하고 윤색해내고 잔가지를 제거 하느냐에 관건이 달려있다해도 그 리 억지는 아닐 것이다. 행복 또한 내가 만든 기준에 준하는 것이리 라.‘기억호’배를타고생의여정을 시작한항구에서여러기항지를들 리며 긴 기억의 여행을 다녀왔다. 다시금 기억이라는 크루즈를 타고 멀리로보이는등대불빛을따라마 지막으로 도착할 항구를 향해 출 항을시작했다. 기억의 심연은 깊고 깊어 건져올 리는시간이한참씩걸리겠지만윤 색되지 않은 순수한 기억들을 수 집할 수 있을 것이란 여망을 아직 은품고싶다. 기억의발화점이폭 죽처럼한줄기빛으로뻗어올라와 부풀듯찬란하게타오를지도모를 것이라며 바램하고있는 것일지도 모를일이다. 기억의 심연(深淵)에 서건져올려질추억들이기대된다. 릭매키작케이글 USA 본사특약 시사만평 금성에 생명체가 있다길래… “금성에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 서 재빨리 이곳에 왔죠.” 플랜드 페어런트후드 (미국 가족계획협회) 더 낮은 곳 기억의 심연(深淵) 요즘 대학생 자녀들이 집에만 있는가정이꽤될것이다. 칼스테이트를 예로 들면, 지난 봄학기부터 여름을 지나 새학기 에도온라인강의만한다. 학교에 갈 일이 없다. 오히려 외출을 하 면엉뚱한데나나다니지않는지 불안하다. 집에만 있으니 스트레스도, 가 족간에부딪힐일도많다.갈등이 심해진한인가정이한두집이아 니다. 10대를 지나며 졸업한줄알았던부모 자녀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이주먹을휘두르는등 부자관계가위험수위 라고호소하는가정도 있다. 부모가 마음을 돌려 먹어야 한다. 지 금애들이집에있는것만해도얼 마나고마운일인지-. 이달초현재미국의코비드-19 핫 스팟으로 꼽힌 25곳 중 19곳 이 대학촌이었다. 확진자가 인구 1만명당 수 십명이던 곳이 개학 후1,000명이상으로확늘었다. 예컨대 제임스 매디슨 대학이 있는 해리슨버그 시는 지난 7월 말확진자가1만명당71명이었으 나 개강 후 9월 첫주에만 700명 이 새로 발생했다. 2주 새 1,500 명이넘었다. 워싱턴 주립대가 있는 위트만 카운티도 7월말 1만명당 70명에 서9월초에는1,300여명으로급 증했다. 대학들이 출석 강의만 하고 있 는것은아니다.대면과원격을병 행하는곳도있고, 온라인으로만 하는곳도있다. 워싱턴주립대는 지난7월말학생들에게통지문을 보내집에머물러원격수업을들 을 것을 권했다. 하지만 많은 학 생들이 개학과 함께 대학촌으로 왔다. 집에만있으려니갑갑해개학을 핑계로대학으로돌아온것이다. 학생들의 렌트비에 의존해 모기 지페이를하던집주인들도내심 반갑다. 대학생들이 주민들과 어 울리는일은많지않지만캠퍼스 에만갇혀있는것은아니다.같은 동네 식품점을 쓰고 주유소에서 개스도넣는다. 대학촌의주민들은되도록마켓 도일찍가고한다지만생활공간 이겹치는것은어쩔수없다. 일리노이 주립대 노멀의 경우 기숙사 수용인원도 40%를 줄이 는등대학도확산방지에나름의 노력을하고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강의실에서 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저녁에 바에도 가고, 파티도 한다. 이 대 학이있는맥린카운티는최근확 진자의반이상이 18~29세젊은 이로집계됐다. 가장 걱정하는 것 은 대학이 팬데믹 초 기의 양로원처럼 되 는 것은 아니냐는 것 이다. 자칫 바이러스 가 들불처럼 캠퍼스 를 중심으로 확산되 는 사태를 우려하는 것이다. 전국각처의 대학이 이런 상황이니 차라리 집에만 있어주 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물론 외 지에나가있는자녀들도방역에 최선을다하고있겠지만. 자녀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우선있을집이있다는것부터고 마워해야한다. 자기방은고사하 고 실질적으로는 홈리스인 대학 생이얼마나많은지자녀들은잘 모른다. 칼스테이트 재학생 10명 중 한 명은갈곳이마땅찮은상태라는 조사가지난해발표된적이있다. 커뮤니티 칼리지까지로 범위를 확대하면 그 비율은 더 늘어난 다.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집에와이파이가없어대학을그 만둬야하는학생이많다. 테네시 의한18세여학생은가족중에서 처음대학생이됐으나대학이원 격수업을하는바람에가족중에 첫대학중퇴자가됐다. 와이파이 를잡으러도서관과동네맥도날 도주차장을찾아다녔으나온라 인수업을따라갈수없었다. 아이들의 기분이 괜찮을 때 이 런이야기가화제가됐으면한다. 집에인터넷이되는것만해도얼 마나 감사한 일인지-. 어려울 때 는더낮은곳을바라봐야한다. 아이들이 부모의 뜻대로 되는 것이아니라서부모라도더낮은 곳, 상황이 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며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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