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0년 12월 9일 (수요일) D10 기획 2020년11월23일월요일 “진주에사건났다,빨리가봐라.” 지난해4월17일동이틀무렵,경남경 찰청소속프로파일러방원우 ( 39 ) 경사 는현장투입지시를받자마자바로진 주로 달려갔다. 몇시간 전인오전 4시 30분쯤진주시아파트에서화재가발생 했다. 그아비규환 속에서한 남성이대 피하던아파트 주민들을 향해흉기를 휘둘렀다. 사망자 5명, 부상자 17명. 바 로안인득방화살인사건이었다. 방화와 살인의증거가 명백하고, 수 많은목격자가있으며이미피의자까지 검거된상황이었다.언뜻프로파일링이 필요없는사건처럼보였다.하지만도대 체왜? 프로파일러는이질문에답을내 놓아야했다. 안인득의범행동기는무엇이었을까. 경찰에붙잡힌안인득은횡설수설하며 알아들을수없는말만되풀이했다. 수 년간 병원에서임상심리사로서환자들 의정신질환을진단하다경찰관으로전 직한 방경사가 나서야 할 상황이었다. 방경사는해답을얻기위해면담실에서 안인득과마주앉았다. 진술반복, 수사는 도돌이표 체포당시부터안인득과정상적인대화 는불가능했다.그는“내가바로피해자이 고,나는나를괴롭히는세력으로부터스 스로를보호하려고했다”는말만반복했 다.안인득이내뱉는말은대화보다는독 백에가까웠다.“기분이어떤가”“칼에베인 손가락은괜찮은가”라고물어봤지만,이 물음엔답을하는둥마는둥하고또“누 구도나를돕지않아직접나설수밖에없 었다”는말로되돌아갔다. 방경사는처음에안인득이거짓으로 진술한다고의심했다.감형을염두에두 고정신질환자인것처럼연기할수도있 겠다싶었다. 하지만안인득은 자기범 행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감형을 노린 다고 보기엔 상식적으로 납득이되지 않았다. 면담 30분 만에방 경사는안인득이 가진질환을망상장애 ( 실제사실과다 른잘못된믿음을고수하는것 ) 로진단 했다. 망상 증상이심해질경우질환자 는전혀연관성없는사회적갈등이나피 해사실을 자신의상황과 결부시킨다. 안인득이언론을 향해“국정농단은 나 를 해하려는 세력에의해일어났다”는 등말도안되는주장을한것이바로망 상 장애의증거였다. 객관적정보와 주 관적사고를접목시켜자신만의새로운 믿음을만들어내는것이다. 안인득은통상의조현병 ( 정신분열병· 인격의여러측면에서광범위한이상증 상을일으키는정신질환 ) 환자와는달 랐 다. 조현병환자는 개 인위생관리가 잘안 되거나 대화 방식이현실과 동 떨 어 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안인득 의경우엔손 톱 이 깔끔 하 게 정리되어있 는 등 위생관리가 잘 되어있는 편 이었 다.방경사는“안인득은 외 관상정신질 환자라기보다, 화가많이나있는사 람 으로인식 될 수있다”고지적했다. 범행장면까지 똑똑 히기 억 하는안인 득에 게 서 죄 의식과 윤 리의식은 찾 아 볼 수없었다.방경사는“안인득은 본 능적 으로노인,여성,어린이등자신보다 약 한사 람 만 공 격했다”며“피해자에 게잠 깐 미안 함 을 표 하고는다시10여년전 자신의이야기로 돌아간다”고 분 석 했 다. 안인득은처음부터 끝 까지자기안 의 폐쇄 적사고에 갇 혀있었다. 입을 열기시작한 안인득 이 튿날 두 번째 만남에서방 경사가 인사를 건 네 자 안인득은 처음으로 희 미한미소를보였다. 방경사는“이야기 를 들어주 니 자기 편 에서는 것처럼인 식했다”며“주 변 에서자신을 괴롭힌다 는 ‘ 세력 ’ 과나를다 르게 보았다”고되 짚 었다. 신 뢰 와 친밀 감 ( 라포 ) 이형성되자, 안인득은 감 췄 던 속마음을 꺼 내기시 작 했다. 세 번째 면담 때 안인득은 학창 시 절 일화들을 꺼냈 다. 운동을 배 우고 또 래 에비해정의롭 게 살려고노력했다는회 상부터, 중학 생 때 괴롭 힘 을 당하던 약 한 친 구를 위해대신나서기도 했다는 내 용 까지. 방경사는 “과거에는 증상이 없었다는 확 신이들만 큼 일상적인이야 기가가능했다”고회고한다.또한“정의 롭다는결론에말을 맞추 는 게 아 니 라, 겸 연 쩍 고 쑥 스러운 모습 을보였기에거 짓말이아 닐 수있겠다고 판 단했다”고 말했다. 4회 차 면담에 선 안인득이자기증상 을자세히 묘 사하기시 작 했다.“주 변 에 서당신을어 떻게 괴롭 혔느냐 ”는질문 에안인득은 “ 윗집 에서 뿌 린독 충 이 천 장과 벽 등 집 안 곳곳 을돌아다 닌 다”고 답했다.입원경 험 이있는정신질환자는 자신의증상을 묘 사하 길꺼 린다. 주 변 에서정신질환자로 취급 하고 더 는이야 기를들어주지않아서다.그러나안인득 은“독 충 의 종류 가다 양 하고,빨리 움 직 여서명 확 하 게 말하기어렵다”는식으로 눈 에보이는 것들을 설명했다. 기나 긴 면담 끝 에안인득이망상장애와조현병 은물론, 환시 ( 실재하지않는것을마 치 보이지않는것처럼 느끼 는것 ) 증상도 가지고있다는 걸밝 혀 냈 다. 한 창 분풀이를 하다가, 가 족 이야기 로 넘 어가면안인득의말수는 급 격히 줄 었다.안인득은“부 친 과 함께 살다가문 제가있어 떨 어 져 살 게됐 다”“형 님 과는 연락을자주하지않는다”는등객관적 상황만 묘 사했다.가 족 과의 친밀 감이나 정서적 교 감을전혀 표 현하지않았다. 프로파일러가바라 본 안인득은 ‘ 현실 을검증하는능력은 떨 어지지만일상생 활 에적 응 하는 능력은 충 분한 사 람’ 이 었다. 범행전다른 집 을방문해 항 의하 거나, 현관문에오물을 붓 는 등위력을 과시했다는 점 으로 볼 때 자기불만을 표출 하고대화를시도하는능력은있었 다.반면다른사 람 의감정과상황을파 악 하는능력은 떨 어진상 태 였다. 5번의면담, 굳어진 확신 5일연속이어진진술 끝 에방경사는 안인득이정신질환자가 맞 다고결론내 렸 다. 자기증상에 매몰돼 일반적대화 는불가능하지만,진술에일관성이있었 고 거짓을 말하는 것은아 니 라고 판 단 했다.안인득은진심으로자신이피해를 입었다고생 각 하며자신을방어하기위 해남을 공 격했다고믿고있었다. 이사건 판 결문에 따르 면안인득은경 제적형 편 이어려 워 체 육 고등 학교 진 학 을포기하고일 찌 감 치 생 활 전 선 에 뛰 어 들었다. 친 형의진술을 보면안인득은 2 00 8 년상 차 ( 上車 ) 일을하다 허 리를다 쳤 지만일 용 직하청 업 체소속이라 산업 재해로인정받지못했다고한다.안인득 의망상은그 때 부터시 작됐 다. 시간이지 날 수 록 안인득의증상은 점 점더 심해 졌 다. 2 010년안인득은“자신 을감시한다”며다른사 람 에 게 칼을휘 둘러상해를입 혔 다. 치료 감호소에서조 현병진단을 받고이 듬 해 강 제로입원 당했다. 9 개 월 후퇴 원하고는 굴삭 기기 능사 자격증을 취 득하고 잠 시경제 활 동도했다.한달에한 번 진 료 를받기도 했으나 2 01 6 년 7월이 후 엔병원에가지 않았다. 범행직전의행적을보면행동의 공 격 성이 점점뚜렷 해 졌 다. 2 01 8 년아파트 내에여러 차례 오물을 투 척 했고, 사건 3 개 월전인지난해1월에는“ 약 을 탄커 피를 줬 다”며자 활센 터직원을 폭 행하 기도했다.지난해3월안인득은흉기를 구입했고,범행3시간전주 유 소에서휘 발 유 를 구 매 하며범행을 계획 했다. 방 경사는 “피해망상이있으면 공 격성을 띠 기 쉽 다”며“관리되지않은기간도 길 고, 망상증상도있어범행할환경이 맞 아 떨 어 졌 다”고안 타 까 워 했다. 창 원지 법 1심은안인득에 게 사형을 선 고했다.하지만 2 심은심신미 약 을인정 해무기 징역 을 선 고했다. 재 판 부는 “피 고인을사회로부터 영 구히격리시 킬 필 요가있어보이지만,범행을오 롯 이피고 인만의 책 임으로보기는어렵다”고 양 형 이 유 를 밝혔 다.안인득의무기 징역 형은 지난달 2 9일 확 정 됐 다. 김진웅기자 “내가피해자”되뇌던안인득, 다섯번면담 끝에속을드러냈다 <8>안인득방화살인사건 방원우경사 과학수사의첨병 프로파일러의세계 두번째만남서희미한미소 속마음을꺼내기시작했다 세번째만남서학창시절일화들 일상적인이야기가가능해졌다 4회차만남서자기증상묘사 망상장애조현병에환시까지 5일연속으로이어진진술끝에 정신질환자가맞다고결론내려 2019년4월25일오후진주방화·흉기난동피의자안인득이경남진주경찰서에서검찰로송치되며취재진질문에답하고있다. 연합뉴스 방화살인범안인득이 범죄를저지르기까지 } 2008 공장에서다쳐허리디스크(망상시작추정) } 2010 5월 흉기휘둘러상해 8월 치료감호소에서조현병진단 } 2011. 1~10 월 가족이강제입원조치 } 2016.7 마지막병원진료 } 2019 1월17일 자활센터여직원폭행 2월28일 주민에게계란던지고폭언 3월3일 현관문에오물투척 3월10일 호프집에서쇠망치로손님들폭행 3월12일 현관문에오물투척 4월2일 “위층에서벌레내던진다”며고성 4월17일 진주아파트방화살인 11월27일 1심사형선고 } 2020 6월24일 2심무기징역선고 10월29일 대법원무기징역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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