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1월 9일 (토요일) A8 오피니언 뉴스칼럼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한국일보의편집방향과다를 수 있습니다 김정자 (시인·수필가, 애틀랜타 거주) 행복한아침 산책길에서 “모두 나쁘진 않았다” 아침산책길을나선다. 새소리높 이뜬오솔길을열며걷는다. 순항 하는계절이겨울옷을입느라낙 엽을 흩뿌릴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꿈꾸는 시간으로 들어갔 다. 나목마저도 쓸쓸할 틈도 없이 꿈꾸는 중이다. 계절을 꽃피우는 야생초의 철없는 열정이 잉얼대 고, 그리움같은연록의여린잎들 이기지개켜는소리, 순수무구한 꽃피움까지, 리듬 따라 탈바꿈을 이어가느라분주했던봄, 여름, 가 을을 보낸 후 기억을 정리하는 시 간을가진것이다. 한시도멈춤없는산책길의소란 스러움은 언제 만나도 정겹고 새 롭다. 돌돌거리며 흐르는 개울 따 라 안개가 서리고 오솔길 고요가 허공으로 번져난다. 인간의 조언 이나 간섭을 거절한 자연 스스로 의 환경적 요소라며 우기지도 않 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예 쁨을 보아달라고, 즐겨달라는 부 름과 손짓을 만나기 위해 산책길 을 나서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함께 어우러지며 서로의 환경이 되어지기를자처하게된다.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이 깊어가 고 가을이 빠져나가면 나이 듦에 도 주눅들어 세월을 가두고 싶어 지지만 아직 마음은 젊음과 어깨 를겨누며잃어버린줄알았던꿈 조각들을모으고있다. 바람이나 목을 흔들어 대나보다. 가장 낮은 저음으로나목의연주가시작되는 걸보면. 소나무 숲은 세한(歲寒) 추위인 데도 푸르기만하다. 마을에서 가 까운 공원으로 여러갈래 트레일 코스가있고아득한키높이를자 랑하는 소나무 사이로 나있는 숲 길이 울창하다. 바람이 거센 날은 숲이흔들리는위세에압도되기도 하지만 묵묵히 바람 소리에 젖다 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바람기 소통으로 숲 공기가 한층 신선하고상쾌해진다. 산자락이만든숲길은그리숨가 쁘지않을만큼완만한경사도갖 추어져있어시니어를위한산책길 로는 제격이다. 계절을 분간키 어 려울 만큼 소나무로 에워싸여 있 어아늑하다. 늘푸른소나무향연 과 발길에 닿이는 소나무 낙엽송 잎갈나무 갈비의 감촉을 함께 즐 길 수 있다니. 나목에 머물러있는 겨울 햇살이 포근하게 쌓여가고 방금비가그친것같이소나무숲 은 청청하기 이를데 없다. 무모하 리만치 외골수로 곧게 곧게 뻗어 올라간 거침 없는 생명력으로 인 고의 시간을 견디는 강인한 결기 가 겨울 절기라서 더욱이 돋보인 다. 소나무 숲길에서 문득“진정한 여행이란새로운풍경을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있다”라고말한프랑스작가(마 르셀프루스트) 말이떠오른다. 낙 엽송잎갈비를밟으면서예년새해 맞이와는 다른 눈뜨임을 얻게 되 었다. 독야청청푸른소나무의꼿 꼿한 기상이 오롯이 운치와 기품 으로 드러나고 있음에 비해 발걸 음에서 느껴지는 촉감으로 와 닿 는 울림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낙 엽송 잎갈비 잔해가 새로운 시야 를 열어가라는 전언을 던져주었 다. 새해라해서새로운꿈과계획에 집중하며 새로움을 바라보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있어 왔던 것에서새로운시야를가져보라는 명언이다. 새해가 되면 무턱대고 새로운 태양이라 새롭듯 반기며 희망으로 들뜨기도 했던 것인데 실은 새해를 맞을 때마다 살아온 연식의 숫자는 하나씩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남은 날이 짧다는 뜻이 될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새 것이란 없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 각도 촉각을 세우듯 되새기게 된 다. 남은 날을 지혜롭게 다스리며 후회없는시간으로살아가는것이 최선일 것이다. 평소에 낙엽에 섞 여있던낙엽송이었는데문득사그 락 거리는 깔비 소리가 새롭듯 느 껴진다. 눈에보이는유형의자산보다무 형의 자산에 긍지를 갖는 새해로 열어가라한다. 더디오는봄을기 다림하기 보다 나목의 미학을 즐 기는것으로무형자산을적립해가 라 한다. 구태의연함을 버리고 본 질을 향한 뚜렷한 목표를 붙들라 한다. 자각몽처럼 직감적인 지시 문을 받는 느낌이다. 산책길이 사 명이듯 숲에서 걷고 마음으로도 걸어왔기에날마다의회복의피난 처가 되어주었다. 깊은 숲에 몰입 의 순간을 맡기다보면 그렇게 평 온할수가없다. 이평온함으로삶 에서 누락된 부분들을 새롭게 단 장해내기도했었으니까. 산책길에 선좀처럼음악을듣거나깊은생 각에 빠지지 않는다. 들꽃이며 초 목이며 구름에 까지 시야를 넓힌 다. 숲길을 걷다보면 마음도 숲길 이 되고, 오솔길을 걷다보면 마음 도 오솔길로 접어든다. 세상 길이 끝간데없듯마음길도끝간데없 이 열린다. 옛적 추억들을 불러와 서같이걷기도한다. 지금여기서 살고 있음이라 확인시켜주듯이. 세상을두르고있는모든길은종 국에는자신에게로돌아오는것이 라서 오늘 하루 이 시간에만 집중 하는 산책길로 만들어가려 한다. 산책길에서만나지는무형의자산 을채집해가며. 시위대는 의사당에 난입했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부끄러 운 일이다.“미국, 당신들 일이 나 잘 하시오.”비아냥에 할 말 이없다. 그럼에도바이든 정부 출범을 위한 마지막 법적 절차 는 마무리됐다. 우려는 됐지만 예상에서 크게 빗나간 시나리 오는아니다. 코로나는최악이다.지금분위 기에선끝이언제일지 까마득하다.하지만마 지막 고비인 듯 하다. 이 고개만 넘으면 여 름쯤에는코로나공포 에서완전히벗어날수 있지않을까.“잘버텨 요!”. 어렵고 부끄러 운 때지만 서로 격려 하는 것이 새해 첫 주 의다짐이되고있다. 도전에 응전을 거듭 하며 역사는 발전해 나간다고 한다. 어려움에 대응하고 극복 하는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새 세계가 문을 열게 된다. 어렵 지않았다면필요가없었고, 미 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100% 좋거나, 100% 나쁘기만 한일은드물지않은가. 생각해 보면 지난해라고 모두 나빴던 것은아닐것이다. 줌사용이보편화됐다. 학교, 직장, 교회, 동호인, 가족모임 에서도 줌은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서툰 세대 중에도줌은익숙한이가적지 않다. 필요했기때문이다. 원격 만남은미래사회의 한부분이 다. 코로나로시간이앞당겨졌 다. 원격 만남의 테크놀러지는 더 편리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 다. 팬데믹기간에옷감가게는성 황을누렸다.가게앞에줄을서 본적이 없는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한 구석에 치워져 있던 재봉틀이 재가동되기 시작했 다. 마스크를만들어쓰는집들 이생겨났다. 녹슬었던재봉솜 씨가되살아나고, 내친김에앞 치마, 집에서입을옷정도는스 스로만드는사람도늘었다. 코 로나는 재봉 솜씨 향상을 이끌 었다. 요리 솜씨도 늘었다. 집밥이 많아졌기때문이다. 뭐좀새로 운 것은 없을까. 새로운 요리법 도개발됐다. 일부유명식당들 은 비밀로 해왔던 레서피도 공 개했다. 요리매니아들의환영을받았 다. 덕분에 오랜만에 화상으로 보는 사람 중에는 통통하게 살 이오른이가적지않다. 무엇보 다식구들이한식탁에 둘러앉 게됐다. 대화가늘어났다. 식당 영업이 제한되고, 바쁘던 사람 들도갈데가없어지자식탁에 모여앉게된것이다. 정원과 텃밭을 가꾸는 사람이 늘 었다. 식물의 세 계도 찬찬히 들여 다 보게 됐다. 버딩 (birding), 새 관찰 에 재미를 붙인 사 람도 늘어났다. 새 를 보면서 평화를 느끼게 된다. 세상 이 슬로우 모드로 돌아서자취미생활 도차분해졌다. 독서인구도늘 었다고한다. 외롭다보니반려 동물에대한관심은커졌다. 입 양의 손길을 기다리던 보호소 의 유기견들이 새 가족을 찾게 됐다. 의료진과마켓과패스트푸드 점 등에서 일하는 필수업종 종 사자들이 고맙게 느껴진 것도 팬데믹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며 집에만 있 게 되자 새삼 교사들의 노고를 깨닫는 학부모도 있다. 당연하 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에 감사 하고, 마음한구석에미워했던 사람들마저 그리워 하게 된 것 은코로나덕분이다. 음악회 등 공연과 전람회, 문 화행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마 련할 수도 없고, 힘들게 열려도 막상찾아갈 여유가없었다.대 신 온라인 공연이나 전람회가 줄을 이었다. 준비에 시간과 수 고가 드는 작업이지만 바뀐 환 경에 적응하면서 덕분에 노하 우도많이축적됐다. 전에사라 진드라이브-인극장과콘서트 가되살아난것을반기는이들 도있다. 많은것을잃었지만,많은것을 얻기도했다.새술은새부대에, 행정부와 상하 양원을 석권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새 정 부가열흘뒤출범한다. 한세기만에닥친팬데믹과역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치 상황은 새로운 도전의 밑거름 이될것으로믿는다. 시사만평 트럼프의 반란 법과질서!!! 트럼프보드카 팻배글리작 케이글USA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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