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1월 11일 (월요일) A8 오피니언 *모든 칼럼은애틀랜타 한국일보의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경석 (애틀란타한의대교무처장) 건강칼럼 에세이 어느 의사의 갑작스런 사망 앞서 걸어가는 노부부를 무심 코따라걸은적이있다. 오래도 록 함께 살아왔을 그들의 뒷모 습을통해나는상상속에서많 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생의 어떤우여곡절을겪었는지는몰 라도 은발의 나이에 이르도록 부부가함께걸을수있다는것 만으로도아름다워보였다. 그들의 발걸음은 무엇인가를 향해 앞으로 내딛는 게 아니라 그들 등 뒤로 멀어져간 시간을 향해 있는 듯했다. 나는 얼굴도 모르는 그들을 따라가며 미처 헤아리지못하고지나쳐버린,사 소하지만소중한것들이있던나 의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누 군가와 마주할 때 앞모습에서 가장시선이먼저가는곳은얼 굴이고,눈이다. 얼굴은한사람이살아온삶의 집적이므로잔주름하나도의미 를 지닌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 는 표정으로 마음 속까지 들여 다보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천 가지표정도담을수있다는얼 굴은, 좋은 의도에서든 아니든 자신의 의지대로 꾸밀 수 있고 상대의시선을의식한표정을지 어낼수도있다. 점잖고 온화한 얼굴로 자신을 관리하는사람이나만면에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사람은천성이그런줄 알기 쉽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본인의이해관계가얽힌일앞에 서는가면벗은속내를드러내며 등을돌리는경우도적지않다. 내가사람의앞모습만보고너 무 믿는다면서, 사람은 돌아설 때야비로소참모습이보이는거 라고조언해준지인이있다. 그 렇다고 떠날 때를 미리 추측하 며 인간 관계를 이어갈 수는 없 지않은가. 내인생의노트에아 름다운기억으로남은뒷모습이 더 많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 이다. 나는 열한 살이 넘으면서부터 방학이면 외할머니 댁에 갔다. 하루 이틀은 시골 생활이 신기 하다가도 사흘도 못 되어 집에 갈 궁리를 했으니 외가에 머무 는 건 고작해야 일주일이었다. 그런데도그일주일은이상한힘 으로외할머니와나를묶어놓았 다. 떠나는날에는눈물이쏟아질 것같아아예입을떼지도못했 다. 흙먼지 날리는 찻길에 서서 버스가보이지않을때까지손을 흔들며 작아지던 할머니 모습.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 소처럼 슬픈 눈으로 할머니 손을 바라 보면서도나역시돌아앉지못했 다. 그때우리는, 말은하지않았 어도무의식중에서로에게울고 있는등을보이고싶지않았는지 도모른다. 신혼시절, 주부 초년생인 내가 하는 요리는 다 처음 만들어보 는 거였다. 내가 찌개를 좋아하 는남편식성을맞추지못해고 민하는 걸 알고 가까이 지내는 선배 교사가 어느 날 퇴근길에 우리집엘같이가자고했다. 이 런저런재료를들고와서소매를 걷어부치고자기네부엌처럼들 어서더니두어가지찌개를후다 닥만들었다. 자기 살림만으로도 벅찬 처지 여서 찌개가 다 끓기도 전에 식 구들저녁이늦을세라허둥거리 며 돌아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 다. 나는 그날 선배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의 등에 가벼운 깃털 하나도더얹으면안될것같았 다. 이십대에만나십년을같은직 장에서근무하던선배였다.멀리 떨어진학교로전근하여헤어진 후로우리는이따금전화나메일 로 안부를 주고 받으며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 그러다가 타국에 살고 있는 우 리를정년퇴직하고남편과같이 찾아왔다. 3주를 함께 지내며 그들과 마 주앉아나눈대화중에미래시 제는거의없었다. 먼과거와가 까운 과거를 드나들던 어느 날, 우리는 서로에게‘당신은 기 억못하는당신’에관한이야기 를했다. 내가먼저꺼낸신혼시 절찌개이야기에,“내가그랬었 나?”하며 멋쩍어하던 그녀. 할 머니가 된 선배의 굽은 등은 젊 었을적보다더푸근했다. 얼굴은 입술로 눈빛으로 수없 이말을하지만등은닿을때의 느낌으로 소통한다. 등을 쓸어 주면서러움도두려움도잦아들 던아련한기억속의시간이살 아난다. 손바닥이 등을 가볍게 툭툭치기만해도위로와격려의 온기가햇볕처럼번진다. 아기를업으면업은이의등과 아기의 가슴이 체온을 나누며 교감한다. 얼굴을 돌려 외면하 면무관심과앵돌아진표현이되 지만, 등은돌아앉았을때도말 없는 말을 걸어온다. 등과 등을 맞대고앉으면상대편심장의박 동을 통해 저편의 마음이 감지 된다. 등은 그렇게 침묵으로 주 고받는 언어의 터널이 될 수 있 다. 고개를 돌려 조금 더 먼 곳으 로시선을향해저만치지나가버 린등뒤의시간을돌아본다. 흘 러내리던땀방울과눈물방울들, 먼발치에 있는 그리움, 등에 붙 을듯가까이있는사랑도보인 다. 내등을가만히밀어주는사 랑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 었구나. 그 사랑의 힘으로 등이 울고 있을 때조차 따뜻했구나. 지금나의등은어떤모습일까. 미국은 의료종사자와 노인층을 대 상으로코비드19백신접종이한참시 행중입니다. 이미 4백만명이 1차 접 종을 마친 상태인데 그에 따른 부작 용사례들도접수되고있습니다. 그런 데지난주에플로리다주마이애미에 서 산부인과 의사로 재직중인 56세 그레고리마이클이파이저사코로나 백신을맞고16일만에사망했다는안 타까우면서충격적인내용이소개되 었습니다.그는평소기저질환이나면 역계이상질환도없었는데백신을맞 고혈소판수치가0까지떨어져치료 를 받다가 결국 출혈성 뇌졸중으로 사망했습니다. 혈소판수치가 0로떨 어진이유는면역세포가혈소판을외 부물질로간주해비장에서파괴시키 는자가면역질환의하나인특발성혈 소판 감소성 자반병(ITP: Idiopathic Thrombocytopeniapurpura)에걸렸 기때문입니다. 사실자가면역질환이 나염증성질환은모든백신에서나타 날수있는대표적인부작용중의하 나입니다. 의료진은비장을제거하는 수술을고려했지만혈소판이부족하 면수술자체가불가능하기때문에시 도조차 못했습니다. 그는 평소에 꾸 준히 운동도 하고 담배는 안 피우고 술은모임에서간단히마시는정도였 고카약과바다낚시를즐기는건강한 생활습관을지녔다고합니다.파이저 사는자세한조사가이루어져야하겠 지만백신과는직접적인관련이없다 는 입장을 내 놓았는데 그는 숨지기 전백신이원인이라고믿었고동료의 사들에게도알렸다고합니다. 제약사와 보건당국은 이미 임상실 험에서도 부작용사례가 일어났었지 만대부분경미한증상이었기때문에 일반인이접종을앞두고걱정할필요 는없다고권고하지만피해자당사자 에게는 100%입니다. 이기사를접하 며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56세의 건 강한 성인이 코비드19에 걸려 심각 한증상에시달리거나사망할위험성 이거의없는데왜백신접종을선택했 느냐하는점입니다.현재미국내에서 코로나백신접종은 의무가 아닙니다. 유가족에게는위로의말씀을드리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음은 그의 아내인 헤이디 니컬맨이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올린포스팅내용입니다. 내 인생의 사랑이자 남편인 그레고 리마이클(GregoryMichaelMD). 마이애미비치의시나이메디컬센터 에서일하고있는산부인과의사인남 편이어제코로나19백신의강한이상 반응으로사망했습니다.그는지역사 회의모든사람들로부터존경과사랑 을받는 56살의신체건강한남자였 습니다. 팬데믹상황가운데에서수백 명의건강한아기들의분만을도우며 열심히일했습니다. 남편은12월18일시나이메디컬센 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뒤 발 과 손에 일련의 강한 점상출혈 반응 (petechiae)이 나타나 시나이 메디컬 센터 응급실로 향했고 도착 시 받은 일반혈액검사(CBC)에서혈소판수치 가 0이었습니다.(정상혈소판수치는 혈액 1마이크로리터 당 15만~45만 개) 남편은코비드19 백신에대한이 상반응인급성면역성혈소판감소증 (ITP)을 진단받고 중환자실(ICU)에 입원했습니다. 전문의료팀은혈소판 수치를올리기위해2주동안노력했 습니다.전국에서많은전문가들이남 편의치료를위해참여했습니다.그러 나어떤조치도혈소판수치를올리지 못했습니다.남편은치료과정동안의 식도있었고활력도있었지만마지막 수술이틀전에혈소판부족으로뇌졸 중이발생해서몇분만에숨을거두 었습니다. 남편은백신옹호자였기때 문에직접백신접종을선택했습니다. 저는 백신접종으로 부작용이 발생 할수있고, 백신이모든사람에게좋 은것이아니며저희가정의경우아 름다운삶과완벽한가정이파괴되었 고이사건이지역사회의많은사람들 에게영향을끼쳤다는사실을모든사 람들이알아야만한다고믿습니다. 남편의죽음이헛되지않도록이정 보를통해더많은생명을구해주세요. 뒷모습에서 읽는다 뒷모습에서읽는다 따라 왔을 에서 떤우 나이 다는 앞으 어져 굴도 리지 한것 었다. 가 고, 눈 의집 닌다. 마음 하다. 굴은, 지대 식한 리하 음을 은 천 런사 앞에 등을 무 믿 로소 지인 추측 지 않 기억 다행 학이 은시 골 생활이 신기하다가도 사흘도 못 되 어 집에 갈 궁리를 했으니 외가에 머무 는 건 고작해야 일주일이었다. 그런데도 그일주일은이상한힘으로외할머니와 나를묶어놓았다. 떠나는날에는눈물이쏟아질것같아 아예입을떼지도못했다. 흙먼지날리는 찻길에 서서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흔들며작아지던할머니모습. 버스 맨뒷좌석에앉아소처럼슬픈눈으로할 머니 손을 바라보면서도 나 역시 돌아앉 지못했다. 그때우리는, 말은하지않았어 도무의식중에서로에게울고있는등을 보이고싶지않았는지도모른다. 신혼시절, 주부 초년생인 내가 하는 요리는 다 처음 만들어보는 거였다. 내 가 찌개를 좋아하는 남편 식성을 맞추 지 못해 고민하는 걸 알고 가까이 지내 는 선배 교사가 어느 날 퇴근길에 우리 집엘 같이 가자고 했다. 이런저런 재료 를 들고와서 소매를 걷어부치고 자기네 부엌처럼 들어서더니 두어 가지 찌개를 후다닥만들었 . 자기살림만으로도벅찬처지여서찌 개가 다 끓기도 전에 식구들 저녁이 늦 을 세라 허둥거리며 돌아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그날 선배의 뒷모습 을 며 그녀의 등에 가벼운 깃털 하나 도더얹으면안될것같았다. 이십대에만나십년을같은직장에 서 근무하던 선배였다. 멀리 떨어진 학 교로 전근하여 헤어진 후로 우리는 이 따금 전화나 메일로 안부를 주고 받으 며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곤 했 다. 그러다가 타국에 살고 있는 우리를 정년퇴직하고남편과같이찾아왔다. 3주를 함께 지내며 그들과 마주앉아 나눈대화중에미래시제는거의없었 다. 먼 과거와 가까운 과거를 드나들던 어느 날, 우리는 서로에게‘당신은 기억 못하는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내 가 먼저 꺼낸 신혼시절 찌개 이야기에, “내가 그랬었나?” 하며 멋쩍어하던 그 녀. 할머니가된선배의굽은등은젊었 을적보다더푸근했다. 얼굴은입술로눈빛으로수없이말을하 지만등은닿을때의느낌으로소통한다. 등을쓸어주면서러움도두려움도잦아들 던아련한기억속의시간이살아난다. 손 바닥이등을가볍게툭툭치기만해도위 로와격려의온기가햇볕처럼번진다. 기를 업으면 업은 이의 등과 아기의 가슴이 체온을 나누며 교감한다. 얼굴을 돌려외면하면무관심과앵돌아진표현이 되지만,등은돌아앉았을때도말없는말 을걸어온다. 등과등을맞대고앉으면상 대편심장의박동을통해저편의마음이 감지된다. 등은그렇게침묵으로주고받는 언어의터널이될수있다. 고개를 돌려 조금 더 먼 곳으로 시선 을 향해 저만치 지나가버린 등 뒤의 시 간을돌아본다. 흘러내리던땀방울과눈 물방울들, 먼발치에 있는 그리움, 등에 붙을듯가까이있는사랑도보인다. 내 등을 가만히 밀어주는 사랑이 있어서 여기까지올수있었구나. 그사랑의힘 으로 등이 울고 있을 때조차 따뜻했구 나. 지금나의등은어떤모습일까. 주말에세이 두대 미국 치안 다. 줄 부르 남 스프 정상 서 북 최고 안산 일의 0리를 에 그 지판 드디 각만 이커 이커 로부 사이 AT드루하이킹은주말산행이나며칠 간의 캠핑여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30파 운드가까이되는무거운배낭을메고반 년간매일15마일이상험한산길을걷는 다는것은여간한의지력과체력이뒷받 침되지않고서는할수없는일이다. 산길을 가다보면 곰이나 뱀 등 야생 동물들과맞닥뜨릴때도있고라임병을 옮기는 틱의 위협에도 항상 노출되어있 다. 거의 혼자 걸을 때가 많으니 외로움 과도싸워야한다. 매년 2,000명정도가 AT완주에 도전하고 있으나 대부분 중 도포기하고다섯명중한명만이완주 에성공한다고한다. 드루하이커들이가장신경을많이쓰 는것은배낭의무게이다.먹고,자고,입는 모든것을배낭하나에넣고장기간등에 지고다녀야하니단1온스의무게차이도 몸으로느끼는하중이다르다.하이커들은 배낭무게를줄이기위해물병대신주먹 만한작은정수기하나를가지고다닌다. 가다가개울이나연못을만나면물을걸 러서마시는것이다. 오랫동안 산길을 혼자 걷는 것이 힘 들고 외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야생화들이 눈부시게 피어있는 아름다 운 고원 지대를 지나가기도 하고 높은 곳에 오르면 발아래 펼쳐진 산해만리 장관을 내려다보며 호연지기를 키운다. 그림 같은 노을빛 속으로 해가 지면 밤 하늘에총총히떠있는별들 바라보며 대우주의신비와경이로움을느끼고천 막 안에 피곤한 몸을 누이면 코요테와 부엉이가자장가를불러준다. AT 드루 하이킹을 하기 위해서는 사 회를 떠나 반년 가까이 산에서 지내야 하기때문에드루하이커들의연령층은 대개 60대 이상의 은퇴자들이거나 아 직직장생활을시작하지않은젊은층이 많다. 또한 하이커의 거의 전부가 백인 들로 인종 편차가 심한 편이나 최근 한 인사회에서도 AT에 관한 관심이 높아 지면서 한인 드루 하이커들도 일 년에 몇명씩나오고있다. AT 드루 하이킹은 산을 좋아하는 필 자의 버킷 리스트 1호이기도 하다. 더 늦기 전에 새해에는 한번 도전해볼 생 각이다. 나의새해소망-AT완주 김영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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