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1월 15일 (금요일) A8 오피니언 발언대 손경락 변호사 어디까지 믿을 수 있으세요?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양질의 법률 서 비스를제공하기위해서는무엇보다사 건의 내막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 제 일중요하다고할것이다.그러려면의뢰 인은상담과정에서자신의수치스러운 비밀이나약점,재판에불리한정황까지 모두변호사에게솔직하게알려줄수밖 에없는데대신변호사는이렇게업무상 얻게된의뢰인의비밀을지켜줘야할의 무가생긴다. 이처럼변호사의비밀유지는의뢰인에 게는직무상의무에해당하지만,형사사 건에서의뢰인의방어권과묵비권을지 키기위해국가기관이나제삼자에대해 서는 그 비밀을 공개하지 않을 변호사 의권리가되기도한다.법정에서무죄를 주장하는피고인이변호사에게범죄사 실을자백한경우에도그비밀은보장되 어야한다. 비밀에 관한 정의는 나라별로 차이가 있으나대부분의뢰인의신분을비롯한 가족관계,질병,재산,유언장의내용,범 죄사실, 반윤리적인 행위 등 변호사와 의뢰인사이에서법적인조력을얻기위 한과정에서알게된정보를포괄적으로 포함한다고보면되고,비밀유지의주체 는변호사와사건수임을상담한의뢰당 사자이다. 설혹 가족이나 타인은 수임 료를대신지불했다고하더라도주체가 될 수 없고, 수임계약 체결까지 이르진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담내용도 비밀로 보호되어야한다는것이일반적인이론 이다. 비밀유지 의무는 법으로 정해진 특수 상황이나의뢰인의동의가없다면수임 이 종료되거나 사건의 종결, 심지어 의 뢰인의사망이후까지도이어진다. 단적 인 예로 애리조나 주에서 있었던 한 살 인사건에서 진범이었던 제삼자가 죽기 전자신의변호사에게자기가살인의진 범임을자백한일이있었다. 이사람이사망후그변호사가살인사 건의누명을쓴피고인에게유리한진술 을 해주려고 했으나 법에 예외 조항이 없고의뢰인의동의도없었다는이유로 재판장은변호사의증언을허락하지않 았다. 이때문에결국무고한피고인빌 맥엄버(Bill MacUmber)는2건의1급살 인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37년간을 복역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였 던것이었다. 이처럼산사람의억울한사연보다죽 은사람의권리를더중요하게까지여기 는비밀유지의무는무언가형평에맞지 않고,비상식적으로느껴질수도있겠지 만법치주의사회의근간이되는법리여 서거의절대적이라고보면된다.그렇기 때문에미국뿐아니라영국, 한국등대 부분의민주국가에서이를법제화하여 실행하고있다. 따라서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변호 사는자격정지나자격박탈같은중징계 를받을수있고, 또비밀유지의무를위 반해얻어진정보는재판에서증거로서 의효력도인정받지못한다. 비밀유지 의무의 면제는 매우 제한적 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그중 하나는 변 호사가의뢰인과의분쟁에서자신을보 호하기위한경우와,의뢰인이범죄또는 부정행위를저지르는데변호사가도움 을 주는 경우(법률용어로‘범죄-사기 의예외’, crime-fraudexception)이다. 최근들어후자의‘범죄-사기의예외’ 를 이유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 검찰도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일이 잦아져변호사와의뢰인간비밀의사교 환권이심각한위협을받고있다. 한국검찰은 2016년롯데그룹의탈세 의혹을수사하면서대형로펌으론처음 으로 법무법인 율촌을 압수 수색한 데 이어 2018년양승태대법원장의‘사법 농단 사건’수사에서도 한국최대 로펌 김앤장까지압수수색을실시했다. 미국에선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을 수 사하던연방검찰이트럼프의개인변호 사마이클코헨의사무실과호텔방에서 수색영장을집행함으로써미국법조계 를떠들썩하게만들었다. 의뢰인과 변호사와의 신뢰를 위해선 숨김없는 의사소통이 전제되어야 하는 데 이같은 신뢰를 깨트릴 수 있는 검찰 의 잦은 압수 수색도 문제지만 의뢰인 의범행을때로는부추기기도하는변호 사들의윤리의식제고또한절실해보인 다. 탄핵안이 2번째로 연방 하원에서 가결됐다. 의회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에게 내란 선동의 책임을물었다. 평소“트럼프가무슨구세주도 아니지만 바이든 보다는 100배 낫다”고 믿고 있는한사람에게전화를했다.요즘그의생각 은어떨까.탄핵표결얼마전이었다. “우선 의사당에 난입한 것은 트럼프 지지자 들이아니예요. 의사당을부순것은안티파(급 진좌파)와BLM추종자들이었어요. 경찰이에 스코트해들어갔어요.”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약속했지만 그 대상 이바이든은아니예요.트럼프2기에넘긴다는 말이죠.두고보세요.트럼프가가만히있지않 을거예요.” “바이든이 들어서게 된다면 경제는 엉망이 돼요.엄청난인플레이션에다은행이나은퇴구 좌에있는돈은소용이없어요.금이나은을사 두세요. 유튜브에서 크리스틴 오스틴 피츠라 는사람의말을꼭들어보세요.” “메인미디어는정말엉터리죠. 거의안봐요.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은 순식간에 삭제되요. 코로나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구요. 언론검열 과가짜뉴스가너무심해요.” 이런생각을전하는그는북가주의 1.5세치 과의사, 의료관계 세미나를 열심히 찾아 다니 며공부하는학구파이기도하다. 그는여전히 이번 선거가 도둑맞은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연방과각주법원이잇달아트럼프진영의이 의신청을기각한것은상관이없어보였다.“제 주위에서는다믿는데,그쪽은안 믿으세요?”. 그는 반문했다. 똑같은 사태를 접해도 생각은 이렇게다를수있구나. 지난20~30년새한인사회에확연하게변한 것중 하나는 살인사건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일주일이멀다하고벌어지던리커마켓무장강 도사건에다, 한인끼리의살인극도많았다. 가 족관계의갈등으로5명이한꺼번에목숨을잃 는 참극도 벌어졌었다. 비즈니스 다툼과 치정 이원인인경우가많았다. 살인사건이나면우선피해자쪽부터가게된 다. 가해자쪽보다이야기듣기가용이한데다, 숨진사람의사진도구해야하기때문이다. 소 셜미디어가없거나활용도가미미하던때여서 가족이 아니면 주 차량국에 등재된 운전면허 사진밖에는없었다. 피해자쪽이야기를듣고, 경찰확인을받으면사건의윤곽은잡힌다. 가 해자쪽은지나쳐가기쉽다. 대부분접촉이어 려울뿐아니라시간에도쫓기기때문이다. 하지만어렵사리가해자쪽이야기를듣게되 면 거짓말처럼생각이바뀌게된다. 그림이완 전히뒤바뀌는데걸리는시간은30분미만. 가 해자는‘나쁜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간 다. 무엇보다사람을죽였지않은가. 하지만주 변이야기를듣다보면그게아니다. 피해자야 말로진즉어떻게됐어야할사람이다. 이런극 적인반전이너무자연스럽게일어나스스로에 게 놀라게된다. 이런경험이반복되면습관하나가생긴다.어 떤분쟁이든한쪽말은반만믿게되는것이다. 상대는 열심히 말하는데 반은 에누리해서 듣 고있다는것은미안한일이지만그나마그게 사실에가까울때가많다. 말하는사람의잘못 이아니다. 그는그것만알기때문에그것만이 야기했을뿐이다. 그걸전부인양주장하는것 이문제이긴하지만. 어느쪽정보에노출되느 냐는그래서중요하다. 승부는일단거기서난 다. 양심에따라하겠다? 양심은아는것에만 작동하는것이다. 인식의 공장에서는 주어진 재료들을 가지고 상품처럼 확신을 찍어낸다. 하지만 재료의 한 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가래떡만 사서 떡볶이 를만들면어묵이들어가지않은밋밋한떡볶 이만만들수밖에없다. 종말론에빠져드는사람은평소신앙이좋다 는말을듣던사람들이다. 건성건성믿는사람 에게는종말론도없다. 이단사설에빠진사람 들중에는순수한사람들이의외로많다. 까탈 스럽고, 의심많은사람들이아니다. 어쩌면저 허황된 늪에 빠질까 의아하지만 그들은 괴물 이아니다. 한쪽정보에만노출되고, 거기에다자신의이 해관계,성향,믿음등이더해지면이건넘사벽, 철옹성이된다. 인간정신의위대한승리도있 지만 한없이 허약한 것이 인간 정신이기도 하 다. 일격에무너지기도한다. 취약성은순식간 에드러난다. 특히일방적인정보가소셜미디 어에서폭포처럼쏟아지는요즘같은때는. 이른바음모론의현상과원인을분석하는글 들이봇물을이루고있다. 사람은자신의선입 견을만족시키는것만믿는경향이있다는말 은전혀새롭지않다.팬데믹속에서홍수를이 루고있는검증되지않은정보들. 지금은인포 데믹(infodemic), 잘못된 정보의 대유행 시대 이기도하다. 당신은당신이알고있는것, 믿고 있는것들을어느정도신뢰하는가. 그것은어 디까지사실인것일까. 자문해볼때라는생각 이다. <미주본사논설위원>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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