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1월 22일 (금요일) A8 오피니언 뉴스칼럼 *모든 칼럼은애틀랜타 한국일보의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마음의 풍경 최 모세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페르소나(Persona: 가면적인)의 삶 ‘화이트 워싱’ 색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는 그 사 회의가치가투영돼있다.색에따라 숭배와우월감의표현이되기도하 고편견과차별이배태된상징이되 기도한다.특히검은색은거의모든 문화권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색으로받아들여진다.대체로죽음, 부정, 저항 등 어두운 느낌을 담는 데사용되곤한다. 종교에서는지옥 을상징하는색으로많이언급된다. 아주 오랫동안 역사를 관통해온 색에대한편견은알게모르게오늘 날 우리의 의식에까지 여 러모습으로영향을끼치 고있다. 대표적인사례로 들수있는것이이른바‘ 검정개신드롬’이라는현 상이다. 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을기다리는많은개 들의입양속도를관찰해 보면다른색의개들에비 해 검은 색 개들의 입양이 가장 늦 거나아예입양이되지않는경우가 많다. 지난수십년동안실시된여 러조사들에서한결같은결과로나 타났다. 고양이들의경우도마찬가 지였다. 검은색에대한무의식적인 기피와거부감이개를입양하는결 정에까지영향을미치고있는것이 다.문재인대통령이입양해한국의 ‘퍼트스독’이된토리는검정색믹 스견이라는 이유로 2년 동안이나 가족을 만나지 못하다가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견생역전’을 이뤘다. 그만큼검은색에대한편견은알게 모르게널리퍼져있다. 검은색과 가장 대비되는 색은 흰 색이다. 흰색은 검은색과는 너무나 도다른대접을받아왔다.깨끗함과 신성함, 그리고순수함을상징하는 이미지로많은사람들의뇌리에각 인돼있다.이런이미지때문에종교 에서도 흰색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다. 그러다보니 검은색 등 다른 색 들보다흰색을선망하는조류가여 러문화권에깊은뿌리를내렸다.여 성들이희고뽀얀피부를갖고싶어 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인도 는여성들의흰피부선호가유달리 심한나라이다. 인도여성들의흰피부선호는‘과 대 집착증’이라 부를 만할 정도다. 신문에실리는결혼광고를살펴보 면‘흰 피부’를 자랑거리로 내세우 는 신붓감들이 적지 않다. 인도는 흰피부와높은코를우월한신분의 상징으로여겼던역사를가지고있 다. 그런데다 영국의 식민지시기를 거치면서흰피부색에대한선망과 사회적인가치는더욱커진것으로 보인다.알게모르게흰색을더우월 하고중요한색으로여기는의식은 세계 영화업계를 지배하는 할리웃 을아주오래지배해온배타적관념 이기도 하다. 그것을 상 징해주는단어가‘화이 트워싱’(whitewash- ing)이다.‘화이트워싱 ’은 유색인종 캐릭터를 백인으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다른나라와타 인종을 무시하면서 오 로지 백인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는 차별행위다. 백인우 월주의가 팽배하던 시절 할리웃의 이런행위는당연한관행으로여겨 졌다. 하지만할리웃영화시장이전 세계로 확대되고 인종편견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점차 달라지 고있는것이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2월호 보그 표 지모델로선정된카말라해리스부 통령사진을두고‘화이트워싱’논 란이벌어졌다. 지나치게밝은조명 을 써 자메이카·인도계 유색인종 인해리스를마치백인처럼보이도 록했다는지적이일고있는것이다. 비판이 이어지자 보그 측은 일부 러피부색을밝게한것이아니라고 밝혔다. 보그 측 해명의 진위는 확 인할길없지만해리스의표지사진 이그녀의진짜피부색보다희게보 이는것은사실이다.이런논란이계 속된다는것자체가피부색에대한 우월의식과 피해의식이 여전히 존 재한다는것을의미한다. 표지사진논란을지켜보면서앞으 로해리스가해야할역할이그만큼 중요하다는것을새삼깨닫게된다. 그녀가 얼마나 훌륭하게 부통령의 역할을수행해내느냐에따라 인종 적배경과피부색,그리고여성의능 력에대한일반의인식도달라지게 될것이기때문이다. 인간의바른삶의기준에는절 대적인 윤리의식과 도덕(률)적 규범이 있다. 인간 삶의 품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신세 계와 내면의 뜰을 풍요롭게 할 인성의훈련이필요하다. 인간이 평생에걸쳐추구할보편적인도 덕적원리와가치의실현은고결 한인품을지니게한다. 고결한 인품이 인간관계에 있 어서진실함과사랑의감정에의 한 인간 이해를 깊게 하는 원동 력이 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표 면적으로인간의도덕적인근엄 한모습이내면적으로는생명력 을 잃은 가식과 위선의 모습이 자리하고있다면얼마나부끄러 운일인가. 페르소나(Persona)는 무도회, 축제 때 쓰는 가면이다. 페르소 나는“정신의외면, 세상을향한 얼굴이다”(칼 융) 인물(Person) 인격(Personality)도 같은 어원 이다.“페르소나는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건강한 인격을 지향 하는삶의순수한모습이다. 그러면 인간의 가면 뒤에 감추 어진실제의모습과삶의모순이 어떻게나타나는가. 대인관계에서 그릇된 생각과 잘못된태도가진부한모습으로 나타난다는점이다. 스위스의저명한심리학자‘칼 구스타프융’(1875~1961)의페 르소나이론의핵심은내면에깊 숙히감추어진인간의가식과이 중성을예리하게분석하고있다. 위선의 실체의 심리적인 고찰 에의하면이러한가식적인모습 을인격의장애로여기고있다. 본래의 순수한 자신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중성을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면에 지닌 사람다운 성품과진실한모습이자신의신 념을나타낸다. 그러나가면적인 삶은자신이지녀야할도덕의식 과 덕목, 예의가 전혀 다른 모습 으로나타난다는사실이다. 실례로 가면적인 삶(페르소나) 은인간관계에있어서겉모습따 로 속 사람 따로 이중성을 보여 주는모순된인격의모습이기도 하다. 자신의이중성을나타내는 거짓자아가참자아의모습처럼 멀쩡하게행세한다면사실은자 기기만의교활한모습이아닌가. ‘융’은 개인의 페르소나(가면 적) 팽창의위선이‘자신의역할 을타인에게투사하여무리한요 구’로 이어지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있어서진정성 의 결여가 드러나면 아무리 현 란한 수사로 외면을 포장할지라 도아름다운관계가아닌위선일 뿐이다. 어느 한순간에 인간관계가 자 신의기대치에못미치면화석처 럼굳어져비정하게돌아서버리 는변덕스러운태도에당혹감을 감출수없을때가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감정의 냉 기류에의한매몰찬모습은품위 를잃어버린극단에치우쳐인간 관계를 해치는 어리석음을 범하 고 있으니 여간 마음이 혼란스 러운것이아니다. 이는 균형감각을 잃은 자신의 감정에지배당하는모순을여실 히보여주는것이아닌가. 자신의 주관적인 기준을 절대 화하고있는행위는객관화된합 리성은도저히기대할수없다. 신뢰가 무너지고 예의가 상실 된상황에서는한결같은마음의 교류가이루어지기가어렵다. ‘시종여일’이란말이있다. 처 음과끝이변함없이한결같다는 뜻이다.한결같은마음을지니는 것은 마음의 평정을 얻은 후에 가능한일이되리라. 대인관계에 서한결같은마음을유지하기가 어디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인 가. 사람 마음이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것을 숱하게 경험하게 되지않는가? 그러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 해서는 타인의 생각 감정(정서) 을고려하여존중하고수용하는 배려가있어야한다. 자신의 기준에 얽매어 자의적 판단에이르면편견과독선에사 로잡혀상대방의입장이오히려 약화되어상처를줄수있다. 인간관계의 단절이 따르면 그 다음 관계개선의‘인의예지’가 더힘들어진다.타인과의불화는 자신의 설 자리마저 잃게 되는 어리석음임을깨달아야하리라. 세속의 흐름에 휩쓸려 순수한 자아의본질이참신성을잃은채 삶의황폐화를가져오고있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영혼의 회복과내면화된도덕적규범이 제자리를찾아야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긴장을 풀고도덕적통찰력과내면의상 한감정을회복시켜야한다. 삶의 긴장과 모순에 부딪칠 때 내면의 탐색을 게을리하지 않는 지혜가필요하리라. 자아 성찰은 편견과 고정관념 에서벗어나영혼의호흡이살아 나며 맑은 심성을 회복할 수 있 게 한다. 칼 융의 탁월한 심리학 적 고찰이 빛을 발하는 것은 인 간위선의실체를분석하여건강 한 자아를 회복하는 모습에 역 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성숙한의식으로발돋움하는순 응이다. 칼 융의 표현에 의하면 “모든 인격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기다움(Selfhood)과 자기의 실현 상태를 달성하는 것이다” 라고설파하고있다. 새해에는 가면적인 삶에서 벗 어나자기인식의내면적성취동 기를적극적으로실현하는희망 찬 도전의 한 해가 되길 소원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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