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1월 23일 (토요일) A8 오피니언 뉴스칼럼 *모든 칼럼은애틀랜타 한국일보의편집방향과 다를수있습니다 김정자 (시인·수필가, 애틀랜타 거주) 행복한아침 건망증 마켓 선반도 바뀌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식품 시장 에도적지않은변화를가져왔 다. 식품회사마다경쟁적으로 매달리던신제품개발은많은 경우 뒷전으로 밀렸다. 그 보 다는원활한공급망유지에초 점이 맞춰 졌다. 식품점 선반 을채우는게우선순위가되면 서생산효율제고가 선결과제가됐다. 효율성 제고를 위 해서는식품의가지 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코 스코의 푸드 코트 나 맥도널드 등 패 스트푸드점들이종 전 메뉴를 대폭 축 소한 것도 같은 이 유에서다. 한 식품업체는 80 종이던 수프 종류를 절반인 40종으로 줄였다. 넬슨 조사 에따르면 팬데믹이덮치면서 지난해 6월 현재 수퍼 마켓의 상품종류는 7%가줄었다고 한다. 마켓 선반에서 전에 있 던 제품을 찾을 수 없다면 단 종가능성도생각해야한다. 팬데믹은생산, 유통, 판매사 이의갭을확인시켜준계기였 다. 그로인해공급물량이달 리고, 소비자들은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를 줄이기 위해 유 통과정에서중간상인을배제 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농장 직거래를통해식품의질과물 량을 확보하고, 공급 시간 단 축을꾀했던것이다. 관심사항 중 하나는 팬데믹 을계기로식품점들의전통적 인상품진열방식에변화가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수퍼마켓이매장앞 쪽에 포장 식품을 배치하고, 정육부 등은 뒤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육류, 신선 야채, 베이커리를 매장 앞쪽에전진배치시키는대신, 나머지식품류는매장뒤쪽에 배치하는안을고려중인업체 들이있다. 이렇게되면평균 22분이걸 리던장보기가10분으로단축 될 수 있다고 한다. 감염 우려 때문에마켓에오래머물기를 꺼리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배치가 될 수 있다. 문제 는마켓에따라서는상당한공 사가필요한곳도있다는점일 것이다. 팬데믹과 관계없이 식품 재 료의투명성을바라는소비자 들의 요구는 날로 커지고 있 다. 육류라면 사육방법, 가공 공장의 환경, 종업원 처우 등 이 관심사가 된다. 소비자가 사육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리얼카메라를제공하는업체 도 나오고 있다. 맛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 임을 요구하는‘양 심적 자본주의’에 대한 요구는 여전 하다. 건강식품에 대 한 관심이 커지면 서 식물성 식품의 수요도 늘고 있다. 넬슨 조사에 의하 면 식물성 대체우 유는판매가 19%, 식물성가 공 고기는 46% 늘었다고 한 다. 콩으로 만든 버거 등 지난 해식물성제품의성장율은두 자리 수를 기록했다. 녹두가 재료인계란,쌀가루와코코넛 오일로만든베이컨도나왔다. 소 우유와 아몬드 유가 반반 섞인 우유, 콩과 쇠고기 단백 질을같은비율로만든버거도 출시됐다. 면역성 제고 등을 내세운 기 능성식품은더다양해지고있 다. 집중력을 높여 준다는 버 섯 제품, 강장제 역할을 하는 약초를 넣은 스낵 바, 면역 향 상기능이 있다는 비타민 B12 가든다크초콜렛도나왔다. 특히 기능성 음료는 폭발적 인증가세를보였다.수면을돕 는 멜라토닌 첨가 음료, 상온 보관이가능한콤부차,알코올 섞은차에다장내좋은세균인 프로바이오틱스를 첨가한 발 효콤부차등도선보였다. 한 음료업체는 숙면을 돕는 야간용무탄산음료를개발해 스트레스많은소비자를노리 고있다. 차에들어있는아미 노산 성분과 같은 L 테아닌을 넣은 음료, 면역력 개선에 효 과가있다며대마추출물이포 함된 CBD 오일이 첨가된 음 료도나왔다. 하지만 새로 나온 기능성 식 품과음료를살때는성분표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로 틴이나비타민 C 가첨가됐다 며 설탕 성분이 많거나, 비타 민이스쳐지나간정도의제품 등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 다. 시사만평 트럼프가 남긴 편지 대통령의전통에따라트럼프가떠나면서 바이든에게남긴개인적편지: 존다코우작 케이글USA 본사특약 식사 시간에 맞추어 메인 메뉴에 밑반찬과 가벼운 국까지, 상차림을 마쳤다.주걱을들고밥솥을열자밥 이없다.이런난감함이란쥐구멍찾 을정도가아니다. 가슴이먹먹해지 고하늘이하얘진다. 이런진풍경이 연출되지않아야할터이지만위선 은냄비밥부터앉힌다. 우리집할배 께선이미각오를하신모양이다.이 런일이처음있는일도아니고하루 이틀된일도아닌것을.‘조금천천 히 먹으면 되지 뭘’하신다. 머리를 콩콩두어차례꿀밤을먹인다.구차 한장면에서벗어나고싶다. 이런 증상이 이태전 부터 간간히 진행되었지만 그럴 수도 있지로 넘 겨보기도 했지만 이젠 더는 허용해 서는안될일인줄익히알면서도면 구스러움을 무마해보려는 속셈으 로뜬금없이할배탓으로돌리는묘 수가 떠올랐다.‘이건 분명히 함께 사는사람의협조가부족한탓이에 요.밥은준비가되었는지관심을가 져주지않았기때문에이런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니까요’무루츰하니 앉아계시던할배께서장단을맞추 어주신다.‘그러게 내가미처챙기 지 못했구려. 이제부턴 신경쓰도록 하리다’적반하장도유분수지비현 실적인 일이 버젓이 진행되기 시작 했다. 밥을앉힐시간이되면‘여보 밥할시간이된것같애’라며신호 를주시기시작하셨다. 외출시에도다를바없이제대로챙 긴다고는 했지만 한 두가지 빠트리 는 일이 발생한다.‘당신이 제대로 챙겼어야할 일인데’라며 민망함 에서빠져나오곤한다. 잘못되도한 참 잘못된 습관이다. 벼룩도 낯짝 이있다했다.더는계면쩍은일을만 들지않아야겠다는다짐자체가답 답하고 딱하고 안타깝지만 겸연쩍 음도송구스러움도더는비벼댈구 석이없음이요난처한장면을다시 금범할자신감은더더욱없음이라 서 민망함에 마침표를 찍어야겠다 는결심를하기에이르렀는데, 이상 하리만치 할배 탓으로 돌리고부터 는아차하는일들이줄어들기시작 했다.건망증회복신종치료법을발 견한신기한분기점이되어주었다. 건망증엔특효약이없다는데. 몸에 밴습관처럼주방전기레인지는확 인했는지,집안불은스위치를다내 렸는지,현관은제대로잠궜는지,엘 리베이터 앞에서 미심쩍어 다시 가 서 확인해보면 번번히 이상무였던 것을. 괜한 헛걸음이 한 두 번이 아 니다.마스크를쓴채침을뱉았다는 난처한 얘기를 들어도 감히‘어찌 그럴 수가’라는 말을 내밀지 못한 다. 살아있기에그러려니하기엔무 게감이무겁다. 두어해 전만 해도 젊었을때와 크 게골이깊지않다는자신감이있었 고나이든후에해야할일들이선명 히 보였었기에 아직은 나이 무게가 더하기 전에 나눔에도 희생에도 진 한땀을흘려보고싶었는데.가끔은 날짜도 요일도 잊은채지만 나이들 기전에도전해보고싶은것들을건 망증에실어흘러보내고싶진않다 는다짐조차도넋두리가될전망이 다. 금방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머릿 속이하얘지고,언뜻떠오르는글줄 을파일에옮기려하는순간까맣게 떠오르지않는다. 전화기메모란이 고역 중이지만 전화기조차도 잊고 외출하기가 일쑤다. 다행히 마트에 갈땐우리집할배께서필수적인메 모로도와주신다. 건망증시리즈가 노부부의 밋밋한 일상을 추동해주 기도하지만, 건망증이유난히기승 을부리는날은가슴에서강물이흐 르는소리가들린다. 작년 다르고 어제가 다르다. 눈가 잔주름 같이 건망증은 지울 수 없 는 것이었다. 잊어버리자고 묻어버 리고싶다하면할수록소롯이또렷 이 돋아나는 깃털 같은 기억들. 이 것만은결코절대로분명히기억해 야지마음의서랍장에꼬깃꼬깃잘 접어두었다 싶어 마음을 놓아버리 면어느결에모랫벌에써둔글씨같 이지워져버리는기억들. 어차피남 은날들이끝나는날. 잊고갈것, 두 고갈것들이남겨질터라서계절마 다 정리해가던 사물들도 메모지에 줄을세워두었다.시도때도없이정 돈하고정리하면서하냥가볍게떠 나자고.때로는잊기위하여꿈을꾸 기도했었고잊기위하여불렀던노 래도있었는데, 잊기위하여헛웃음 을 만들기도 했지만 시방까지 살다 보니세상에잊어선안되는일이란 없는것이었다.가슴에못이박힌일 까지도 깡그리 잊어지는 시간이 왔 으면좋겠다는바램을한적도있었 으니까.그날이이리도성큼다가설 줄이야. 보고싶지않은사람을잊는 다는것을축복이라생각했던그즈 음으로돌아가면먼저손을내밀고 말리라. 적당한잊음과적당한기억 은세상어디에도없는것이라서매 일매일단속해야할것들, 잠궈야할 것들, 열어두어야할것들. 뽑아두어 야할 것들, 잊지말고 끄고, 닫아두 어야할것들이모두쉬웠던시간들 이있었는데. 기억줄의나이테에금 이하나씩지워지고있나보다. 나목의 나이테는 깊은 겨울을 지 나면금하나를더해갈터인데.건망 증으로 부서지는 아픔들까지도 소 중한 기억줄에 매어두고 싶은 깊은 겨울이다. 졸린조, 내가이겼어!엄청난차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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