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2월 12일 (금요일) D8 설 특집 지급됐을 때,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 에서재난지원금선불카드판매가활발 히이뤄졌고,오프라인에서도낮은가격 에재난지원금선불카드를사들인뒤되 파는상품권판매업소들이적발됐다는 뉴스를쉽게찾을수있었다.이번에재 난지원금을지급한각지방자치단체는 ‘현금깡’적발시전액환수하고고발하 겠다고강력하게경고했다.경고를감히 거스를엄두가나지않았다. 고민끝에나는식자재마트방문객과 거래를해보기로했다.홍삼선물세트의 가격은 8만원이조금안됐다. 나는방 문객에게재난지원금전액을주변에있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죄송합니 다.드릴말씀이있어서요.” “네?무슨일이죠?” 치켜뜬그녀의두눈에경계심이가득 했다. 내가 마스크에가려진그녀의표 정을파악할수없듯이,그녀또한마스 크속내얼굴을파악할수없으니경계 하는게당연하다는생각이들었다. 나 는 마스크를 턱까지내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저는저기마트앞원룸에사는사람 인데요.” “저기요.마스크똑바로써주세요.” 그녀는한걸음물러서며단호하게내 는다른가맹점에서쓸수있게해주고, 방문객은마트에서홍삼선물세트를사 서내게건네주면서로에게이득이라는 계산이섰다. 즉석에서이뤄지는은밀한 거래이니단속도불가능할듯싶었다.나 는 마트정문옆에서서오가는 방문객 들을살폈다.그들에게접근해말을걸기 가생각보다쉽지않았다. 모두마스크 를쓰고있으니표정을알수없어서,누 구에게말을걸어야내말이먹힐지감을 잡지못했다.어머니와비슷한 50대후반 으로보이는중년여성이마트로다가오 고있었다.나는한차례심호흡하고그 녀에게다가가말을걸었다. 지병간호를하느라지친어머니에게근 심을보태고싶지않아정리해고를숨겼 다.퇴사한뒤에도나는월급날에늘그 래왔듯이매달 어머니에게실업급여를 쪼개용돈을 보냈다. 지난해추석에도 나는대형마트에서산선물세트를고향 으로부치며직장에서받은선물이라고 속였다.실업급여가끊긴상황에서설을 맞는 내게, 재난지원금 10만원은 결코 적은돈이아니었다. 나는 휴 대 폰 으로재난지원금을현금 화 해선물을 살 방 법 이없는지찾아 봤 다.나만 꼼 수를생각한게아 닌 모 양 이 었다.지난해전 국 민에게재난지원금이 몇 분 을기다려도 휴 대 폰 에코로나 재난지원금 사용을알리는 문자 메 시지가도 착 하지않았다.이상 함 을느 낀 나는재난지원금을 신청 한체크카드 와 연결 된 은 행 계 좌 의 잔 액을 조 회 했 다. 조금전고향에보내려고식자재마 트에서산홍삼선물세트가격만 큼잔 액 이 줄 어들어있었다. 잔 액은 곧 지불해야 할원룸월세보다 약 간모자 랐 다. 눈앞 이하 얘 졌다. 나는 급히식자재마트로 돌 아가계산원에게어 찌된영 문인지물 었다.계산원의대 답 은시 큰둥 했다. “죄송한데여기에선재난지원금을사 용하실수없어요.” “ 작 년에는여기에서재난지원금을사 용했었는데요?” “이번에는대형마트 뿐 만아니라저 희 매장도재난지원금 가맹점에서 제외 됐 어요.” 당황한나는홍삼선물세트를환불하 고 식자재마트에서 빠져 나왔다. 나는 휴 대 폰 으로주변에있는재난지원금가 맹점을 확 인했다.계산원의말대로식자 재마트는가맹점 명 단에서보이지않았 다. 대형마트보다 훨씬작 은수도권변 두리의식자재마트가가맹점이아니라 니.기가 막혔 다.계산대에두고온홍삼 선물세트가눈에 밟혔 다.홍삼선물세트 는재난지원금 한도 내에서살 수있는 가장그 럴 듯한설선물이었기때문이다. 바람이강하게불고눈발이날리기시 작 했다. 몸 살이라도걸 린 듯 몸 이으 슬 으 슬떨렸 다. 지난해5월,나는 2 년 동 안다 녔던첫 직장에서정리해고를당했다. 항공 사의 하 청 업체인그 곳 은코로나로인한매 출 감소를이 유 로직원들의무기한무급 휴 직과 희망 퇴직을 신청 받았다. 경 영 진의 방 침 에반발했 던 일부직원이정리해고 됐고,나는그중한 명 이었다.해고 된 직 원들은 복 직을요구하며 회 사와 싸우 기 시 작 했지만, 나는저 항 없이해고를 받 아들였다. 동종 업체가 줄줄 이무 너 지고 있었고, 희망 은 보이지않았다. 언제침 몰 할지모 르 는 배위 에서 목 숨걸고 싸 우 는일은무의 미 해보였다. 나는 실업급여를 받으며전직을 고 민해보기로 했다. 해고 된 직원들은 거 리로 나와 투쟁 을 벌 였다. 실업급여수 급기간이끝날 때까지전직에 관 한 나 의고민은 고민으로 끝 났 다. 해고 된 직 원들이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 은뒤에도거리에서사 측 과 싸우 고있다 는뉴스가 작 게보도됐다. 내심그들을 응 원했 던 나는 무기력하게 서른 살을 맞았다. 뉴스를접한어머니는 종종 내게전 화 로안부를물었다.나는오 랜 기간아 버 말을 끊었다. 나는 다급하게마스크를 고 쳐 쓰며그녀에게 준 비 된 말을 떠듬떠 듬꺼 냈다.그녀는내말을다 듣 기도전 에 손 사래를 쳤 다. “됐어요.” 그녀는 종종 걸음으로 빠르 게내게서 멀 어졌다.수치심과모 멸 감이차 올랐 다. 가 슴 이 묵 직해지고 손 끝이 덜덜떨렸 다. 마트를오가는방문객여 럿 이무심하게 내옆을스 쳐 지나 갔 다. 외 로 웠 다. 나는 충동 적으로어머니에게전 화 를걸었다. 어머니는마치기다 렸 다는듯이 신 호음 이 울 리기도전에내전 화 를받았다. “아들, 별 일없지?” 어머니의 목 소리가그어느때보다 따 뜻 하게들 렸 다. 괜 스 레 서러 워 진 나는 눈에고인눈물을 손등 으로 훔쳤 다. “저야늘똑 같 죠.아 버 지는요?” “네아 버 지도늘똑 같 지 뭐 . 그나저나 이번설에는 집 에 올 수있는거니?” 나는문득어머니에게어리 광 을부리 고싶었다. “이번설연 휴 에 제 자 취 방에한번들 르 지않으실래요?” “ 뭔 일있니?” 어머니가 걱 정을 담 은 목 소리로물었 다.나는아무 렇 지않다는듯 밝 은 목 소 리로두서없이말을 쏟 아냈다. “여기에한번도와보 신 적없 잖 아요. 어 떻 게사는지 궁 금하지않아요? 오시 면 제 가 맛 있는 것 사드릴게요. 코로나 때문에 위험 하니까 대중 교통 이용하지 말고 꼭 차를 몰 고오세요. 그리고 집 에 있는 김 장 김 치도 챙겨 오세요. 먹고 싶 어요.” “네가사긴 뭘 사.차가밀리니까연 휴 보다 하 루 먼 저 올 라 갈 게. 네아 버 지는 걱 정안해도 된 다. 병실에말 동 무가 많 아서심심할 틈 이없다 더 라.” 어머니와 통화 를마친나는주변에있 는재난지원금가맹점을다시 확 인했다. 소고기를파는식당이가까 운곳 에있었 다. 설연 휴 에도 문을여는식당이었다. 재난지원금을모두 털 면,어머니와 둘 이 서 배 에적당히기 름칠 정도는할 수있 을 것같 았다. 짧은소설 정진영 | 소설가 장편소설 ‘도화촌기행’으로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 시작했다.장편소설 ‘침묵주의보’ ‘젠가’ ‘다시,밸런타인데이’가있다.JTBC드라마 ‘허쉬’의원작인 ‘침묵주의보’로 백호임제문학상을받았다. 그럴듯한설조차버거운 무기력한재난의날들… 나는문득어머니에게 어리광을부리고싶었다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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