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5월 10일 (월요일) “직접마늘 심겠다”며 300㎞ 떨어진 제주 땅 산 익산 도의원 2008년2월투기의혹으로물러난박 은경환경부장관후보자는“자연의일 부인땅을사랑할뿐투기와는전혀상 관없다”는 ‘명언’을남겼다. 당시박후 보자가 구입했다가 문제가된땅은 농 지였다.자연의일부인농지는13년이지 난지금까지도우리사회의뜨거운감자 다. 투기의혹을받고있는한국토지주 택공사 ( LH ) 직원들이구입한땅의99% 도 농지였다. 농사지을생각이있다면 누구나살 수있다지만, 유독고위공직 자들이농지구입에앞장선점은의미심 장하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지난 3월재산을 공개한 고위공직자 ( 1,885 명 ) 중절반 ( 45.1% ) 에가까운 852명이 농지 ( 3,778개필지 ) 를갖고있었다. 주목할점은이들이농지를소유하게 된과정이다.한국일보는농지소유고위 공직자 852명중에서1㎡당가격이5만 원이상이면서1만㎡이상 농지를보유 하고있거나,△청와대와국무총리실소 속고위공직자△인사청문회대상장차 관및기관장△투기과열지역인제주도 와세종시농지소유자등169명을추려 이들이보유한654개필지의등기부등본 을집중분석했다.분석결과이들이소유 한농지가운데70%이상의필지가매입 ( 375개·57.3% ) 이나증여 ( 94개·14.3% ) 로 취득했고,상속필지는 23.7% ( 155개 ) 에 불과했다.10명중7명은본인의지로농 지를구입했다는얘기다. 경자유전 ( 耕者有田·농사지을사람이 농지를 보유함 ) 원칙과 농업경영을할 사람이아니면 농지취득을 제한한 농 지법이고위공직자들앞에선사실상무 용지물이나다름없는셈이다.오세형경 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제정책국팀장은 “농지는일반 대지와 달리강력히보호 돼야하는땅”이라며“고위공직자절반 이농지를갖고있고 농지보유자 70% 가 매입과 증여를 통해소유하게됐다 는건심각한문제”라고지적했다. 고위공직자들이농지를사들이는데앞 장선이유는취득과정에허점이많다는 걸누구보다잘알고있기때문으로보 인다.이는농지취득때필수서류인농지 취득자격증명신청서와농업경영계획서 를정보공개청구를통해확인해보니곧 바로파악됐다.질문에맞지않는엉뚱한 답변을적어내도,거주지와농지소재지 가멀리떨어져영농활동이불가능해도, 한눈에봐도작물을심기부적절한땅에 농사를짓겠다고신고해도,농지를취득 하는데는아무문제가없었다. 핃칾펞캂졂컪 “ 헪훊펞뽛칺힡멮삲 ” 전북도의회김기영 ( 51 ) 의원은 2014 년제주시한경면일대밭 7,850㎡를 30 년지기고향친구와함께‘지분쪼개기’ 방식으로매입했다.김의원은농업경영 계획서에‘자기노동력’으로직접마늘과 감자를심겠다고기재했다.자신의거주 지인전북익산에서 300㎞떨어진섬에 서농사를짓겠다고신고한셈이다.‘공 문서위조’에가까운행위지만농지취득 자격증명발 급엔 제 약 이없었다. 한국일보가직접방문한김의원의제 주농지에는감자와기장이심어져있었 고,농사짓는사람은 따 로있었다.김의 원농지인 근논 에서경작하 던 마을주민 고 모 ( 74 ) 씨 는 “여기서농사짓는 사람 들은 모두 섬주민들”이라며“땅을가진 외 지인이직접농사짓는건한 번 도 못 봤 다”고 말 했다. 김의원은농지 외 에인 근 에 임 야2,731 ㎡도 같 은 시기에함께사들였다. 그 는 땅을 보지도않고 공매사이 트 를 통해 샀 다고한다.이땅은김의원과 배 우자, 고등 학 생과 중 학 생인 두 자 녀 , 김의원 고향친구와 그 의 배 우자,자 녀 까지8명 이지분을 공유하고있다.이 곳 은 당시 제주제2공 항 부지의가장유력한후보 지였 던 대정 읍 신도리와 맞 닿 아 있다. 김의원의토지매입이투기목적이었을 가능 성 이제기 될 수 밖 에없는이유다. 2015년11월제2공 항 부지는한경면 이아 닌 서 귀포 시 성 산 읍 으로 결정됐 지만, 한경면일대에중국 자본이 몰 리 고 관 광 명소로도 부상하면서이 듬 해 인2016년에만공시지가가 40%상 승 했 다. 제주에서 그 해 두번째 로땅 값 이많 이 올랐 다.김의원은 컴퓨터클릭 한 번 으로 막 대한 ( 미실 현 ) 시세차익을 올린 셈이다.한국일보가해당농지매입경위 를 묻 자, 그 는“친구와의 논 해대부분의 토지를 처 분하기로 합의했다”며“매입 당시 엔 의정활동을하지않을때였지만 과거의나를 돌 아보면 본의가 어 떻든 후회된다. 뉘 우 치 고있다”고 말 했다. 김의원뿐이아니었다. 농경계획서에 스스 로 농사짓겠다고 신고했지만, 실 제 론 농사 짓지않는 고위공직자들을 찾 아 보니, 골 라내는게무의미할 정도 로수 두룩 했다. 쿦핯 푾먾힒 쩒엲힒뽊짻 농지법상농지를매입한 뒤 에는 특별 한사유가아니면 휴 경을할수없다.무 단휴 경이확인 되 면관할지자 체 는농지 소유주에게강제 처 분 조 치 를 취할 수 있다.지자 체 는 1년 간 농지 처 분의무를 부과하고 그 기 간 에 처 분 또 는 성 실경 작을 하지않으면 처 분 명 령 을 내 린 다. 그 로부 터 6개월후에도 처 분이 안되 면 매년농지공시지가의20%를이행강제 금으로 부과한다. 그 러나 농지법상 규 제조 항 에도 불구하고, 처 분하거나 다 시농사를 짓기보다는 황 무지나 다름 없이 버 려진 농지가 적지않 았 다. 경북 도의회 황병 직 ( 57 ) 의원의 배 우자 A씨 는2013년6월경북영주시 단 산면 좌 석 리 논 을1 억 4,600만원에매입했다. A씨 는 지자 체 에제 출 하는 농업경영계획서 에 ‘자기노동력’으로 두 류 ( 콩 ) 농사를 짓겠다고신고했다. 그 러나취재팀이 현 장을살 펴 본결과,이 논 은수 풀 과나무 를 헤치 고들어가야할정도로‘ 죽 은땅’ 으로 변해있었다. 좌 석리주민들과이 장은 “ 최근 8년동 안 농지소유주가여 기 온 적도없고농사짓는걸본적도없 다”고입을 모았 다. 황 의원은이에대해 “ 처음 매입할 땐 조경수로소나무를심 었지만, 식목이잘 안 됐고인건 비 도 안 나오는 상 황 이라 그냥 둘 수 밖 에없었 다”며“ 팔 려고내 놓 은지3년 쯤 됐지만 안팔 리고있다”고해명했다. 외 국에서 근 무중인고위공직자가주 말 농사를짓겠다며농지를 구입한 사 례 도있었다.이 헌 ( 57 ) 외교 부재 외 동 포 영사실장은 2014년 3월경기여주시금 사면장 흥 리의밭 ( 420㎡ ) 을 샀 다.이실 장 날 인이 찍힌 농지취득자격증명신청 서에는 취득 목적이‘주 말 · 체험 영농’으 로적혀있었다. 하지만이실장은 2013 년 7월주 홍콩 총영사관부총영사로발 령 받아 농지매입당시한국에없었다. 이실장은“ 큰 조 카 로부 터 산땅이다.농 지취득 자격증명발 급 절차도 조 카 가 대신했다”고해명했다. 농 림축 산식 품 부 측 은이에대해“대리 신청의경우위 임 장이있어야한다. 더 구 나 외 국에있는 사람이주 말 농사를짓 겠다는건상식적이지않다.취득목적에 맞지않으 므 로농지취득자격증명이발 급 된건잘 못 된일”이라고지적했다. 농 지법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 지취득 자격증명을 발 급 받 았 을 때 사 유가발생한 날 로부 터 1년내에농지를 처 분해야 한다’고 규 정하고있다. 그 러 나실제 처 분까지이어지는경우는 드 물 다.이실장의농지도 7년 째황 무지상 태 로 방 치 됐다.이밭 바로 옆 땅에서9년 째양봉 업을하고있는박 병덕 ( 62 ) 씨 는 “땅주인이있다는 말 은들은적이있는 데본적은한 번 도없다”고했다.이실 장은 “농지법에대해잘 몰 라서 벌 어진 일”이라고답했다. 솧줆컪샃펞솒뽛힎 슫핞멷흫졓짪믗 ‘주재 배예 정작목은 ? 답 ( 畓 ) ’‘영농거 리는 ? 1’ 동문서답인가 싶 겠지만 정동 균 ( 61 ) 경기 양평군 수 배 우자 B씨 와인천시의 회조 광휘 ( 56 ) 의원의농업경영계획서에 실제로기재된내용들이다. B씨 는 2017년10월 양평군양평읍 대 흥 리의자신소유 대지 ( 107㎡ ) 와 바로 옆 에있는 타 인소유자투리 논 ( 96㎡ ) 을 교 환했다. B씨 는농지취득자격증명신 청서에취득목적을농업경영으로, 농경 계획서에노동력확보방 안 을자기노동 력으로,영농 착 수시기를 2018년5월로 기입했다. 그 리고 주 재 배예 정작목 란 에는엉뚱하게도 ‘답’이라고 기재했다. 이 논 은 매입 1년 9개월 만인 2019년7월대지로변경됐다. 김기영전북도의원 제주제2공항유력한후보지역 ‘지분쪼개기’방식으로매입 “본의가어떻든후회$뉘우쳐” 황병직경북도의원 배우자가영주의논구입했지만 8년간경작안해‘죽은땅’으로 “나무안자라서팔려고내놨다” 이헌외교부재외동포영사실장 해외근무중위임장없이땅매입 “큰조카로부터산농지”해명에도 농식품부“자격증명발급은잘못” 김기영(51)전북도의회의원이2014년매입한제주시한경면일대의감자밭. 제 주에서300 ज 떨어진전북익산에서거주하는김의원은농경계획서에 ‘자기노동 력’으로직접마늘과감자를심겠다고기재했지만해당필지는5년째농어촌공사 에임대중이다. 제주=김영훈기자 경북도의회황병직의원배우자소유의경북영주시단산면좌석리밭.농업경영 계획서엔콩 농사를짓겠다고 썼으나 실제론 잡초와나무가 우거진황무지나 다름없었다. 영주=윤현종기자 경기여주시금사면장흥리에있는이헌외교부재외동포영사실장의밭.입구에 ‘입산금지’ 푯말이있다. 이푯말을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이실장 소유밭이 나온다. 그는주홍콩총영사관부총영사로재직중일때이밭을주말체험영농 용으로구입했다. 여주=윤태석기자 경기양평군양평읍대흥리에있는정동균양평군수배우자박씨소유의땅.이토지 는양평-횡성을잇는6번국도와양평읍중앙로가합쳐지는구간에위치한긴삼각 형모양이다.박씨는2017년건물바로앞에있는논을사며농업경영을하겠다고 썼으나휴경상태로방치하다가1년9개월뒤대지로변경했다. 양평=윤태석기자 ↗ <1>그들만의농지공화국 <2>웃는가짜농부,우는진짜농부 <3>농민위한농지법되려면 글싣는순서 한국일보가정보공개청구를통해확보한고위공 직자 852명의농지취득자격증명신청서와 농업경 영계획서.확인결과질문에맞지않는엉뚱한답변 을적어내거나거주지와농지소재지가멀리떨어져 영농활동이불가능해도농지취득자격증명은아무 제약없이그대로발급됐다. 서재훈기자 농지에 빠진 공복들 <1>그들만의농지공화국 D4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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